마 전, 게임전문 웹진 인벤(Inven)에 소개된 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 "데들리 던전(Deadly Dungeon)"이라는 블로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게임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시각을 가진 인물에 대한 그 인터뷰는 매우 신선했고 적절한 자극이 되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직접 그 블로그에 찾아가 다른 글들을 보기로 했다. 다른 게이머에 비해 비교적 여러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못한 탓에 경험이 없는 다른 게임들보다는 플레이 경험이 있는 스카이림 관련 포스팅을 먼저 읽어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스카이림을 하면서 '재미있지만 이건 뭔가 답답하다'라고 느꼈던 많은 부분들에 대해 자신의 논리 안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고 본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댓글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게는 '게이밍 팁'이라는 카테고리의 "고전RPG 가이드"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맨 처음 FAQ를 읽을 때부터 조금씩 느껴지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들이 이 카테고리의 글들을 읽으면서 하나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단정성".

 이 블로그의 많은 부분들이 단정적으로 결론지어졌고, 평가되고 있었다. 물론 블로그 주인인 껍질인간님은 이 부분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며 단순한 가이드일 뿐이다. 반드시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개방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었지만 이미 리뷰 카테고리의 본문과 댓글들에 대한 답변에는 모든 의견들이 "단정"지어지고 있었고 자신의 의견 및 시각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에는 대부분 수긍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서 느낄 수 있었던 껍질인간님의 기준과 데들리 던전이라는 이 블로그의 가치는 "특정 기준에 입각한 모든 게임에 대한 평가로서의 가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 Inven에 소개된 데들리던전 기사. 자극적인 제목이 인상적이다 >


 그 데들리 던전에 대해 트위터 지인 개발자 아울베어님(@onzk777)과 이야기 한 끝에 이 글의 제목에 해당하는 결론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론이 조금 길어졌다.조금 Aggressive할 수 있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RPG는 더 이상 장르가 하닌 하나의 게임 요소일 뿐"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써내려보고자 한다.


1. RPG의 정의

 역으로 데들리 던전에서 껍질인간님이 설명하는 태초의 RPG로부터 그 기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특정 기준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단정성에 대한 아쉬움일 뿐, 해당 기준 내에서 그가 보여줬던 논리적인 해석력은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가 보여줬던 RPG의 처음은 TRPG로 거슬러 올라가, 말 그대로 참가자(플레이어)들이 역할을 수행하는(Role Playing) 놀이(Game)로 풀이되어 있다. 따라서 많은 정보 매체와 커뮤니티, 그리고 게이머들에게 알려져 있고 사용되는 바와 같이 RPG는 "역할수행"놀이로 정의된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 인식되고 있는 "RPG는 성장과 전투"라는 정의는 그렇게 차용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지 등식(=)이 성립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데들리 던전에서 적힌 바와 같이 'RPG=전투'가 아닌 RPG를 하기에 적합한 형태가 전투였기 때문에 전투라는 컨텐츠가 많이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의 논리에 대한 주장을 펼치면서, 껍질인간님은 'RPG와 비(非)RPG'를 나누어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그가 말하는 RPG의 정의(그는 "게임"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RPG에 국한되는 정의)는 "유저에게 많은 가능성과 정해진 결말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선형구조의 스토리텔링 게임인 '일본식RPG'는 RPG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양식 고전 RPG의 특징'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그 스스로가 선언한 RPG라는 단어의 명명 이유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위에서 주어진 소재들만을 종합해도 충분히 내려볼 수 있는 결론은 "역할 수행이 가능하면 RPG, 불가능하면 RPG가 아니다"는 것이었고 이 정의는 너무도 포괄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그렇다면 RPG가 아닌 게임은 어떤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시작된다.



TRPG 이후의 RPG란 없는 것일까? >

이미지출처: Inven '던전월드' 관련 기사 (링크)

 

2. 게임장르의 RPG

 사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역할수행의 가능 여부만으로 RPG를 판단한다면 대부분의 게임은 RPG이면서 동시에 RPG가 아니기도 하다. 역할수행을 한다는 건 플레이어 자신이 곧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캐릭터의 역할에 충실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대와 배역을 만들어주면 기본적인 준비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RPG에는 '성장'이나 '전투'가 필수요소가 아닐 수 있다. 전투를 통해 성장하는 것을 RPG라고 표현하는 기존의 많은 게임들은 RPG라는 말 대신 다른 이름으로 정의된 다른 장르의 많은 게임들과 '전투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다른 장르의 이름을 차용할 수만 있다면, 이미 RPG라고 정의된 많은 게임들 역시 RPG라는 이름을 버려도 크게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들리 던전에서 껍질인간님은 "어드벤쳐와 RPG를 구분짓는 경계는 매우 모호하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가 제시한 PC게임의 정의에 포함되는 장르에는 RPG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어드벤쳐의 한 종류의 느낌으로 '어드벤쳐 롤플레잉'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증거만 제시될 뿐이다. (원문 링크)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라는 의미로 장르를 구분짓는 본인의 주장에 대한 증거자료로 제시한 이 이야기에서 그가 미처 피하지 못한 함정은 "사회적 합의에 대한 해석" 부분으로 파악된다. 사회적 "합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보다 합리적으로 변경될 소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결정된 합의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말은 근거 잃은 반박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시의 사회적 합의는 너무나 많은 것이 그때로부터 변해버린 지금의 시점에서는 새롭게 쓰여져야 하는 것이 더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RPG로 알려진 게임 장르에는 여기에서 다시 파생된 또다른 장르들로 구분지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서양식RPG와 일본식RPG'라거나 'ARPG와 SRPG'와 같은 경우를 쉽게 떠올려볼 수 있다. 이중에서 ARPG, SRPG와 같은 경우에는 사실상 하위 구분이 아닌 다른 장르와의 접목인 '퓨전'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나은 분류일 것이다. ARPG는 결국 Action + RPG이고 SRPG 또한 Strategy + RPG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RPG라는 장르가 이미 어느정도 구분지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을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에 하위장르라는 구분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여기서 다시 처음의 논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과연 무엇이 RPG의 특징이란 말인가?

 성장과 전투는 21세기인 현 시점에서 이미 장르를 초월한 대다수의 게임에서 사용되는 기본 전제로 구분된다. 액션 게임에서도 아바타에게 포인트를 습득시켜 능력을 강화하거나 또는 재화로 강한 장비를 구입해 결과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략게임들에서조차 특성화와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진영에 어드벤티지를 누적시키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이 또한 진영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투를 소재로 한 액션, 시뮬레이션, 전략게임 들에 성장의 요소를 추가하면 이것들을 RPG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큰 고민 없이 No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시점의 해당 게임들을 놓고 다시 판단해 볼 때 반대로 이것을 Yes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를 과연 몇 가지나 떠올릴 수 있을까?

 "게임의 시나리오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던 존  카멕의 이야기가 정의가 아니게 된지도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관련 블로그 링크) 그렇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게임이라는 문화 컨텐츠에 시나리오가 필요 성분이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고 다시 생각해볼 때, FPS야말로 RPG 그 자체가 아닐까?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아바타 자체가 곧 플레이어 자신이니 말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몰입이 또 어디 있을까. FPS는 단지 하나의 예시일 뿐 다른 장르를 대입해도 논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FPS는 RPG가 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시각을 생각하며 몇 가지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보고 그것에 반문을 해보았다.

Q1. FPS는 시나리오의 몰입감이 떨어진다?

- 물론 많은 FPS들이 배경요소로서의 시나리오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어 온 대작 슈팅 게임(FPS/TPS)들은 시나리오와 연출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매력을 던져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나리오의 몰입감이 좋은 FPS는 RPG라는 말이 될까? 헤일로나 기어즈오브워는 RPG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않을까? 마스터치프나 마커스 피닉스의 역할을 수행하는 롤플레잉 말이다.

Q2. FPS는 성장하지 않는다?

- 일단 성장이 RPG의 기본 요소라는 기존의 내용에 반박하는 현재 글의 맥락은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성장의 유지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해볼 때 성장이 없다고 여겨지는 다수의 FPS는 '매 전투가 끝나면 모든 것이 초기화'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RPG로 분류되는 다른 게임들은 '게임이 끝나면 모든 것이 초기화'라고 정리할 수 있으며 두 장르의 차이는 결국 성장이 유지되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2회차 3회차 플레이에 계승되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습니까와 같은 억지는 사양하도록 한다. 그런 특전은 콘솔 게임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투에서 특정 포인트를 얻어서 특성이나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된 FPS는 성장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렇다면 성장하는 FPS는 RPG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Q3. FPS는 행동이 제한적이다?

- 기본적으로 RPG로 분류되는 많은 게임들은 이동/대화/전투/임무/강화/거래와 같은 다양한 액션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런 풍성한 행동들의 제반 환경이야 말로 RPG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FPS는 어떠한가. 이동/전투는 게임을 이루는 기본 뼈대이며 굳이 멀티플레이를 통한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오퍼레이터나 분대원NPC들과의 대화가 존재한다. 시나리오 모드의 경우 진행루트 선택이나 이벤트를 통한 임무 수행 또한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니 행동의 많고 적음또한 RPG를 구분짓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자문자답을 열심히 해보았지만 FPS가 RPG가 아니라는 증거를 스스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RPG란 무엇일까? 정말 RPG라는 장르는 TRPG와 같은 보드게임 외에 전자게임에서는 정녕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 어드벤쳐로 분류된 Journey는 사실 RPG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험가이자 또다른 동료의 역할 수행 말이다. >

이미지출처: 인벤


3. 게임 요소의 RPG

 나는 여타 다른 장르에서 간간히 언급되는 "RPG 요소 추가!"라는 문구에서 그 힌트를 찾아봤다. 이를테면 워크래프트3에서 영웅 유닛이 레벨을 갖고 성장하는 것을 RTS에 녹여내는 것처럼 말이다. "RPG의 요소". 내게는 마법같은 단어였다.

 장르의 명칭을 결정하는 것은 해당 게임의 핵심 요소이며 플레이어가 자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유저가 불편하니까 아케이드성을 강조하면 그것은 아케이드인지 시뮬레이션인지 정체성을 잃고 만다. 최근 심시티의 180만 도시 이슈로 많은 팬들에게 대차게 까이고 있는 사건을 하나의 예로 들어볼 수 있겠다.(관련글 링크)  FPS와 TPS에서 각각3인칭/1인칭 모드를 제공하면서부터 FPS에 3인칭 모드를 제공하는 것과 TPS에 1인칭 모드를 제공하는 것 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했다. 어드벤쳐는 모험이 없으면 아무 의미없는 정체 불명의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RPG는? RPG에서 RP(Role Playing)는 과연 분리가 가능한 요소일까?

 애석하게도 RPG의 본고장인 서양의 RPG에서조차 진정 RP를 원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별도의 서버를 제공하는 것에서 이미 RP를 제외한 RP가 일반화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례로 북미 WoW 서버에는 별도의 RP 서버가 존재한다고 한다.) 롤플레잉이 없는 롤플레잉게임이라니. 이게 무슨 해괴한 말장난이란 말인가? RPG의 요소는 RP 그 자체여야지 성장과 전투라는 부가 요소가 기본 요소를 대체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성장이 뼈대인 육성 시뮬레이션에 전투라는 요소를 접목시킨 프린세스메이커2야 말로 불세출의 명작 RPG로 언급되고 있어야 마땅하다.(실제로 많은 팬들이 전투가 삭제된 후속작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 전투와 성장. 그렇다면 바로 이 게임이 최고의 RPG로 평가되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

이미지출처: 구글이미지 "프린세스메이커2"


 지금 전자게임에서의 RP는 선택적이다. RPG에서 RP를 분리할 수 있다면, 바꿔 말해 다른 게임에서도 플레이어는 자의에 따라 언제든지 RP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경영시뮬레이션인 심시티를 하면서 "나는 고담시의 범죄짱짱맨 시장이다!"라며 역할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대전액션게임 스트리트파이터를 하면서 "내가바로 녹색피부 물어뜯기 짱짱맨 짐승남 블랑카다!"라며 역할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이 시점에서 잠시 스파의 아버지인 CAPCOM 오노 요시노리 PD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상작용이다)



< 스트리트 파이터의 개발자인 오노 요시노리 PD. 개인적으로 참 멋지게 사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

이미지출처: 인벤


 선택적인 RP. 그리고 RP를 할 수 있는 가능 여부.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플레이어 자신의 몫이며 지금까지의 RP는 소수 매니아들이 즐기는 유희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RP는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개발자가 제공해주는 컨텐츠를 소비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패턴보다 자발적인 재미요소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긍정적인 영향을 가진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RP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플레이어와 개발자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행복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개발자들은 이를 의도적으로 유도할만한 장치적인 요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플레이어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개발자의 책무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이러한 "플레이어의 RP를 유도할 수 있는 요소""RP 요소"라고 새롭게 정의해보기로 했다. 게임의 여러가지 요소 안에 RPG를 하나의 요소로서 추가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과 인식의 전환은 앞서 RPG라는 장르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던 여러가지 현실적인 난제들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1) RPG는 장르가 아니다.

 - 장르가 아닌 게임의 한 요소로 바라보자는 대전제이다.

2) 모든 게임은 RPG 요소를 포함할 수도,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말 그대로 게임의 요소에 그치기 때문에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포함시킬지 말지를 선택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다.

3) "RP 요소"란 플레이어가 RP할 수 있도록 제공/유도하는 장치이다.

 - 반드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의 설정을 보강해 좀 더 몰입성을 부여하는 것도 RP 요소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성장시스템을 차용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RP 요소로 보게 될 수도 있다.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플레이어를 아바타와 동일 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각종 장치들에 대해서 RP 요소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여러가지 난제가 훨씬 매끄럽게 해결될 수 있다.



< 지금의 RPG는 장르가 아닌 하나의 게임 요소가 될만큼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생각된다. 본문은 위 이미지의 3)번에 해당하게 될까? >

이미지출처: Nairrti님 블로그 '게임의 연구 범위' (링크)


 결과적으로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작은 인식의 변화를 갖자는 주장 또는 결론을 통해, 데들리 던전의 "나의 RPG(또는 PC게임)는 이렇지 않앙!"하며 열을 올리는 태도는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껍질인간님은 이야기한다. "중간 과정에서 이것 저것 할 수 있게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개발자가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똑같은 사건을 겪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있다면, 그 사건에서 느낀 경험은 사람 수 만큼 다양하게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리 개발자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이것!"하고 콕 찝어서 메시지를 쥐어준다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따라 제각각 서로 다른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 ㅍㅍㅅㅅ 아츠히로님의 명언 "10만 명이 에바를 보았다면 10만개의 에바가 있을 수밖에 없다." >

관련 포스팅: ㅍㅍㅅㅅ, 에바Q를 기다리는 나의 자세 - by 아츠히로 (링크)


 나는 껍질인간님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게임의 정의와 RPG의 정의는 말 그대로 "하나의 개인적인 사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데들리 던전이나 껍질인간님의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 철두철미한 논리로 많은 게임들을 저울질 하는 것을 보고 "이 게임은 데들리던전 수치가 낮군(또는 높군)"이라고 판단할 하나의 새로운 바로미터로 여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RPG라는 장르 혹은 게임 요소에 대한 정의 또한 하나의 사견일 뿐이며, 단지 이 쪽이 좀 더 쉬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바를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그 의의를 두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RP 없는 RPG라니.. 이 부분은 몇 년이 지나도 수긍할 수 없을 것 같다. =)


< 플레이어와 역할의 고찰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담긴 만화 '유레카(1~41完)'. 개인적으로 한국만화를 완결까지 소장한 최초의 작품 >

이미지 출처: 네이버블로그(크)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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