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 군단 되돌아보기

GVu 2016. 12. 23. 21:4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최신 확장팩, "군단"이 출시된 지도 벌써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각종 기사에서 다뤄졌듯, 왕년의 인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군단.

출시와 동시에 결제된 3개월도 끝났을 시간이니, (이미 늦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한 번 군단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확장팩의 컨셉 >


와우의 각 확장팩은 매번 스토리뿐만 아니라 게임의 서비스 흐름 상 어떠한 컨셉을 가지고 출시되어왔다.

첫 번째 확장팩이었던 "불타는 성전"(이하, 불성)은 "세계의 확장"을 테마로 외계 행성(아웃랜드), 이동 수단(비행), 신 종족(블러드 엘프와 드레나이), 고도화된 인스턴스 엔드 컨텐츠(영웅 던전과 레이드, 그리고 전장과 투기장) 등을 핵심 요소로 추가했다.

두 번째 확장팩이었던 "리치왕의 분노"(이하, 리분)는 워크래프트 사가의 간판 스타 "리치 왕 아서스"를 메인으로 "향상된 스토리 텔링"을 테마로 삼았다. 블리자드의 초대 친절한 수다왕으로 불리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리치왕의 설명"(2대는 디아블로3의 아즈모단), 스토리 진행 단계에 따라 배경이 달라지는 "위상 변화", 플레이 한 모든 것을 기념으로 남겨주며 앞으로 할 것들을 알려주는 "업적" 등이 핵심 요소로 추가됐다.

세 번째 확장팩이었던 "대격변"은, 말 그대로 모든 걸 뒤집어 엎는 "리팩토링"을 테마로 삼는다. 오리지널 컨텐츠였던 아제로스 필드 전체의 컨텐츠 리뉴얼, 클래스 재설계, 탱딜힐 매커니즘 재설계 등 앞서 두 확장팩이 무언가를 "추가"하는 개념에 가까웠다면, 대격변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2.0 패치"라고 불릴 법한 큰 변화들을 가져왔다.

네 번째 확장팩이었던 "판다리아의 안개"는 "실험의 장"이라 불릴 수 있다. 전에 "드레노어에 남겨진 판다리아의 유산"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흥행 성적도 저조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아 플레이어들에게 외면을 많이 받았지만, 이후 여기서의 실험의 성과가 다음 확장팩에서 결실을 맺는 등 여러 가지로 "실험대"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중국을 타겟으로 중국풍을 찍어낸다고 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교훈 또한 개발팀이 얻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애도)

다섯 번째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은 "워크래프트2 녹여내기"를 테마로 워2키드들의 추억을 파고들었다. 일단 판다리아의 안개 마지막 보스였던 타락한 가로쉬 헬스크림이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역사를 바꾼다는 내용으로, 무려 워크래프트2의(정확히는 워2확장팩의) 배경인 드레노어를 게임 무대로 삼아버린다. 그리고 아웃랜드가 부서지기 전이라는 설정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올드비들에게 어필함과 동시에, 워크래프트2에 등장했던 각종 오크 영웅들을 무더기로 출현시키면서(그것도 멋진 소개 연출과 함께) 팬들의 팬심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 확장팩인 "군단"의 컨셉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르고 싶다.

불타는 성전 Again.

1. 주적

우선 군단의 주적부터가 불성 때와 같은 "불타는 군단"이다. 드군의 마지막 보스였던 아키몬드전 엔딩씬에서 차원문을 통해 도망친 굴단이 불타는 군단을 이끌고 다시 아제로스를 침공한다는 설정이다. 이제껏 앞의 다섯 확장팩들을 거치는 동안, 같은 주적을 상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불타는 군단 - 스커지 - 데스윙의 추종자 - 판다리아 고대 세력 - 강철 호드)


2. 일리단의 귀환

군단 이야기의 시작은, 일리단을 되살리려는 굴단의 음모를 저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돌아온 일리단이 "나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소, 영웅이여"라고 할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그리고 군단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일리단의 일생을 보여주는 전설 퀘스트 또한 진행할 수 있다. 일리단은 이처럼 이번 확장팩에서 매우 핵심적인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일리단이 자신의 추종자인 일리다리들에게 남기는 대사 "너흰 이제 준비가 됐다" 또한 매우 의미있다. 바로 불성에서 일리단의 가장 유명한 대사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의 카운터 멘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군단 출시를 기념해 실시한 와우 3일 무료 체험 이벤트의 이름도 "일리단의 부름"이었다.


3. 신규 영웅 직업, 악마사냥꾼

일단 직업 컨셉부터가 일리단의 추종자 일리다리들이라는 컨셉이다. 리분에서 아서스를 메인으로 홍보하면서 그 아서스의 추종자였던 죽음의 기사를 신규 영웅직업으로 홍보했던 것과 거의 같은 매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영웅 직업을 생성할 수 있는 조건 또한 절묘하다. 지금은 제한이 사라졌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의 죽음의 기사는 시작 레벨이 55레벨이기 때문에 해당 서버에 55레벨 이상의 캐릭터를 보유한 상태에서만 생성할 수 있었다. 굉장히 직관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번 악마사냥꾼은, 해당 서버에 "70레벨 이상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왜 하필 70레벨일까? 시작 레벨이 98레벨이면 죽음의 기사처럼 98레벨 이상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동등한 조건이 아닐까?

그것은 바로 불성 당시의 최고 레벨이 70레벨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렇게 생성한 영웅직업은 불성 간판 스타였던 일리단의 후예인 일리다리다.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불성 와라버지, 아제로스로 돌아와요!"라고 외치는 컨셉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는 매우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알려진 지표상으로도 굉장한 성공을 거둔 것도 그렇지만, 당장 내 주변의 불성 만렙 이후 와우를 접었던 친구도 지금 열심히 군단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만 봐도 컨셉의 성공이 피부로 와닿는다.



< 군단의 새로운 컨텐츠 >


이번 군단은 굉장히 다양한 새 요소가 추가된 확장팩이다. 이전의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개량한 것들도 있지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게임에서는 익숙할 수 있는, 하지만 와우에서는 매우 생소한 몇 가지 요소들이 추가된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군단의 새로운 컨텐츠에는 각각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짚어본다.


1. 악마사냥꾼


리분에서 아서스의 추종자였던 죽음의 기사(이하, 죽기)처럼, 일리단의 추종자인(였던?) 악마사냥꾼(이하, 악사)이 두 번째 영웅 직업으로 등장했다. 직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워크래프트3에서 일리단 타입의 영웅 유닛인 Demon Hunter를 그대로 계승한다.

우선 전문화를 보면, 독특하게도 복수(방어 담당. 탱)와 파멸(공격 담당. 딜)의 두 가지 전문화를 가지고 있다. 장착하는 방어구의 등급이 가죽인 것을 생각해보면, 가죽인데 탱/딜만 되는 직업은 처음 등장한 셈. 보통 탱/딜이 되는 직업은 전통적으로 전사 뿐이었으며, 죽기가 추가되면서 둘이 됐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판금 방어구를 착용하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가죽 방어구 착용 직업 중에서는 퓨어 딜러(도적, 3개 전문화 모두 딜)가 아니면 아예 탱딜힐이 다 되는 하이브리드 직업(드루이드, 수도사)만 존재했다.

게다가 전문화가 두 개 뿐이라는 것도 이색적이다. 앞서 이야기한 전사/죽기 처럼 탱/딜이 되는 직업이라도, 탱1/딜2로 한 직업이 갖는 전문화는 총 3개로 동일했다. 어쩌면 같은 가죽 직업인 드루이드가 탱/힐/근딜/원딜의 총 네 가지 전문화를 가져간 것에 영향을 받기라도 한 것일까. (나오지도 않은 악사의 전문화를 떼서 드루를 미리 줬다거나...)

개인적으로 악사는 딱 100레벨만 찍고 유물까지만 얻은 상태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 경험했을 때를 기준으로 스킬 컨셉을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은 느낌이 든다.

오버워치 영웅 종합체.

물론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스킬들이 이런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 이중도약 = 겐지의 이중도약이 곧바로 떠오른다.

- 활공 = 메르시의 활공.. 말이 필요 없다.

- 지옥돌진 = 이건 트레이서 점멸이냐 겐지 질풍참이냐 주변 지인들과 논란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반반이라고 본다. 이동 영역 전체에 데미지를 준다는 점은 질풍참, 이동 가능한 방향이 지면과 수평으로만 제한된다는 건 점멸.

- 조각난 영혼 = 리퍼의 영혼 수확. 적이 죽거나 특성에 따라 피해를 줄 때 일정 확률로 구슬(!!!)이 떨어진다. 접근하면 흡수되고 생명력이 회복된다.

- 안광 = 자리야의 입자포(기본 공격). 빔의 생김새도 유사하지만, 와우처럼 타게팅 기반의 게임에서 마우스를 꺾어 방향을 유지해줘야만 영역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적중한다는 결과 자체가 매우 흡사하다.

어쨌든 결론은, "기본 이동의 손맛이 좋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인 손맛이 좋다고 하기에는 제이 윌슨의 유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군단에서의 근접 공격 타격감 개선"이 적용된 다른 근딜러들에 비해, "세게 때리는(뚜까패는) 맛"이 상당히 덜 느껴졌다. 피해량 발생 자체는 매우 큰 편이라고 생각되지만, 파멸 전문화의 스킬들이 대체로 허공을 가르는 느낌을 많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 이동은 이중도약, 활공, 지옥돌진의 활용 덕분에 장난감이나 기계공학의 도움 없이 기본 기술만으로도 쾌적한 움직임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최소한 일리단의 팬이거나, 필드에서 탈 것 없이 돌아다닐 일이 많은 탐험가 플레이어라면 확실히 좋아할 직업인 것 같다.



2. 유물 무기

개인적으로 전역 퀘스트와 함께 군단의 두 핵심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유물 무기이다.

일단 이 유물 무기가 갖는 효과를 감성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으로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1) 감성적 - 서사적인 측면

워크래프트 세계관 안에서 유명하고 귀한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 유물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앞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확장팩의 처음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선물받은 기분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파멸의 인도자(애쉬브링어라고 더 많이 알려진)나 둠해머를 모조품이 아닌 진품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와우 세계관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각 유물마다 획득 과정에서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숫자가 많은 만큼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육성한 직업과 관련된 주요한 이야기들을 체험하고 끝내 값진 무기를 손에 넣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와우 서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모든 직업의 연맹 전당 이야기와 이 유물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직업 만렙, 아니 최소 102 레벨까지라도 도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게 됐다. (그래서 실제로 12직업 캐릭터를 육성중이기도...) 왜 102 레벨이냐면, 첫 번째 유물을 선택한 다음, 나머지 유물까지 획득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102 레벨이기 때문.


1-2) 감성적 - 성취감

일단 확장팩 시작부터 힘세고 강한 아침..이 아니라 강한 무기를 들고 시작한다는 성취감이 무엇보다 탁월하다. 일단 드군에서 획득 가능한 최고 수준의 무기보다 높은 시작 레벨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유물 무기가 군단의 핵심이자 필수 컨텐츠이기 때문에, 무기 교체는 확장팩에서 사실상 강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외형과 강한 성능, 그리고 새로운 유물 기술의 획득 덕분에 그 강제가 전혀 기분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2-1) 기능적 - 새로운 기술

각 직업의 전문화마다 정해진 유물 무기를 손에 넣는 순간, 유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 기술인 새로운 유물 기술(사용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유물력을 투자하면서 기존의 스킬들을 강화하는 속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새로운 지속 기술을 획득하기도 한다. 100 레벨에서 멈춰버린 특성 시스템의 상한을 생각하면, 사실상 100~110레벨에서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 유물이다.


2-2) 유물력과 유물 속성

그리고 그 스킬들을 얻기 위한 방법이 직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유물력이라는 자원을 모아 유물에 투자하고 유물이 성장하면서 발생한 포인트로 1 포인트씩 투자하는 방식인데, 말로 설명하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GUI를 보는 순간 대격변 이전에 와우를 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아!"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옛 특성 트리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 유물 무기의 속성 화면(위)과 과거의 특성 화면(아래) >

그리고 매커니즘 또한 동일하다. 유물력을 경험치, 유물 레벨을 캐릭터 레벨, 속성 포인트를 특성 포인트로 대입시키면 "자원을 모아 레벨업하고, 발생한 포인트를 투자한다"는 구조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캐릭터 레벨을 성장시키는 경험치의 획득과 동시에, 무기의 성장을 위한 유물력을 획득해야 하게 되면서 와우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성장축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판다리아의 안개부터 새롭게 개편된 현재의 삼지선다 심플 특성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이 기존 특성 트리가 게임의 복잡도를 높여 플레이어에게는 장벽이 되고 개발자에게는 밸런스 난제를 안겨주기 때문에 변경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의외의 회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유물과 구 특성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를 깨닫게 되는데 바로 "기회비용"의 유무가 그것이다.

구 특성은 제한된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 고민하는 컨텐츠였다. 모든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 속성은 다르다. 어떤 것을 먼저 투자할 지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유물력을 끊임없이 모으면 결국은 모든 속성에 포인트를 전부 투자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매 유물의 성장 시 마다 다음 성장까지 필요한 요구 유물력의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투자하가다는 낭패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초기화에가 가능하긴 하지만, 필요한 유물력이 다음 레벨업까지 필요한 유물력과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 군단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유물 컨텐츠에 대한 감상은 다음과 같다.


1) 제작 공수 절감

무의미하게 양산되는 중간 레벨의 데이터가 사라지게 되면서, 제작해야 할 무기 아이템의 개수 자체가 혁신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덕분에 한정된 개체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일 수 있게 되면서 각각의 유물들이 더 멋진 외관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확보된다. 아트적인 공수 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적으로도 효율적일 수 있다. 복잡한 유물 속성이 추가 됐지만, 대신 드랍 테이블에서 무기가 완전히 삭제되어버렸다. 무기는 이제 더 이상 사냥이나 퀘스트를 통해 습득하는 항목이 아니게 됐다.

대신 플레이어의 무기 선택에 대한 자유도는 상당 부분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 대표적으로 무기의 형상변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00레벨 이전까지의 무기는 다른 방어구와 동일하게 형상변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유물이 별도의 아이템 등급으로 분리됨에 따라 일반 형상변환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유물 형상변환은 업적 등과 연결된 별도의 컨텐츠로 분리되고, 희소성 있는 형상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뽐낼 수 있는 성격으로 변경됐다.


2) 복수 전문화 육성의 어려움

같은 전문화 내에서 특성을 변경하는 건 (주문각인사가 제작하는 명료한 정신의 전쟁서라는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휴식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장소로 제한되지만, 다른 전문화로의 변경은 마치 이중특성처럼 비전투 상태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이렇게만 보면 서로 다른 전문화의 전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복수 전문화 육성이 이전보다 용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물력"이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 유물 레벨 상승에 따라 필요한 유물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거의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으로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간다. 물론 효율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다른 유물을 육성하기 시작하면, 획득하는 유물력을 부스팅해주는 "유물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머지 유물의 초반 레벨을 쉽게 끌어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유물 연구는 결국 주 전문화에서 요구하는 유물력 상승폭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데다, 모든 포인트를 찍지 않으면 결국 심리적으로 모자란 속성만큼 강해지지 못했다는 미완의 느낌을 받기 때문에 과감하게 유물력 부여를 중단하고 다른 유물을 육성하는 건 꽤나 큰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힐러 부족의 심화" 현상이다. 역할 특성상 심적 부담이 높고 주역이 아닌 느낌에 선호받지 못하는 역할군인 회복 담당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유물력의 제한 덕분에 이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된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보통 레벨업 과정에서는 딜특성으로 성장하고, 만렙 이후에 엔드 컨텐츠에 진입해서야 힐특으로 교체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 같이 레벨업 해줄 다른 플레이어가 있거나, 작정하고 레벨업 자체를 던전 플레이로 진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레벨업 구간의 던전 입장은 힐러가 극심하게 부족해 매칭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오히려 탱커는 다루기도 쉬워진 편이고 필드 사냥 자체가 원활하기 때문에 전보다 늘어난 느낌이 들지만, "탱 1/1, 딜 3/3, 힐 0/1"의 상태로 매치 대기중인 상태를 매우 자주 경험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아래에서 설명할 "컨텐츠 레벨 스케일링"을 도입한 덕분에 일반 난이도 던전은 100~110 레벨의 캐릭터가 뒤섞여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적어도 레벨대가 한번 더 힐러를 부족하게 만들지는 않는 셈. 하지만 그 힐러들이 영웅 던전에 진입할 템렙을 맞추고 영던으로 넘어가버리면? 누군가가 힐로 부캐를 키우거나 저렙 친구를 도와주려고 파티 입장 하는 등의 이유로 다른 힐러의 입장을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일단은 OK, 다음은?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일단 아직까지는 유물이라는 컨텐츠가 개발사의 의도대로 잘 동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뭔가, "오늘만 사는 블리자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유물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가질 것이다. 하나는 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까지의 많은 컨텐츠들처럼, 이번 확장팩이 끝남과 동시에 매정하게 버려지는 것이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다음 확장팩의 아이템 레벨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유물 수준을 일괄 상향시켜주면서 다시 새로이 유물력을 모으도록 만드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이 때에 플레이어들이 사용하게 될 유물은 지금 유물의 새로운 현상 등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새로운 유물이 될 수도 있다.

버려지는 시나리오는 와우 역사에서 아주 흔한 방식이다. 가깝게는 드군 초반에 큰 재미를 줬던 주둔지의 현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주둔지도 차가운 드레노어의 눈 밭에 버려진 채 대체제인 연맹 전당에게 HUD 버튼까지 자리를 빼앗겨 버렸으니 말이다. (작성자는 호드 기준이기 때문에 주둔지에 눈 밭이라는 표현이 사용. 록타!)


3. 전투 레벨 스케일링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몬스터의 전투 수위를 조절하는 스케일링 기술이 군단 사전 패치인 군단의 침공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전투 레벨 스케일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지어서 정리해볼 수 있다.

1) 일대일 스케일링

플레이어의 캐릭터 레벨에 맞춰 몬스터 난이도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표범 한 마리가 있는데 동일한 표범을 1레벨 캐릭터가 싸우면 1레벨 표범이 되고, 110레벨 캐릭터가 싸우면 110레벨 표범이 된다. 그리고 이는 서로 다른 레벨의 캐릭터가 동시에 같은 대상을 공격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같은 표범과 싸우고 있지만 1레벨 캐릭터에게는 1레벨로, 110레벨 캐릭터에게는 110레벨로 상대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캐릭터 레벨업의 중간 단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전투에 기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2) 다대일 스케일링

파티 권장 몬스터, 필드 레이드처럼 다인 전투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들의 경우,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 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몬스터의 강도가 조절된다. 이는 마치 디아블로 시리즈의 방 인원에 따른 몬스터 강도의 증감과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몬스터의 다른 능력치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건 최대 생명력과 현재 생명력이 전투 참여 인원에 비례해서 실시간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한 나쁜 케이스라면, 괜히 한 대 때려서 피는 늘려놓고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 숟가락쟁이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처치하고 다른 할 일을 하러 가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 구조이기 때문에 많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호전적인 일부 플레이어는 괜히 피통만 늘린다며 전투에 가담한 상대 진영 플레이어를 무참히 살해하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죽이고 싶은데 명분이 없어서 갖다 붙인 느낌이 많이 든다....)


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군단에서는 캐릭터의 성장 부분에 있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일단 개발자 이야기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 차례 홍보하곤 했던,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을 꼽을 수 있다. 이전까지의 와우는 각 지역마다 배정된 레벨 구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생성 지점 근처 지역은 1~10레벨, 인접한 옆 지역은 10~15레벨과 같은 식이다. 하지만 군단의 배경인 부서진섬은, 만렙 지역으로 분리된 수라마르를 제외하면 나머지 스톰하임, 높은산, 발샤라, 아즈스나의 네 지역은 모두 100~110 레벨로 동일한 레벨 구간(사실상 전 구간)을 커버하게 된다. 지역에 설정된 레벨에 따라 어디부터 가야한다 그 다음은 어디를 가야한다라는 동선의 제약이 없이, 플레이어마다 원하는 지역에서 선택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아래에서 설명할 주요 만렙 컨텐츠인 "전역 퀘스트"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의 퀘스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플레이해야만 한다. 순서만 다를 뿐 결국은 다 해야할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지역과 지역 사이의 동선 제약이 사라진 것은 한 지역 안에서 서사의 시작과 끝이 온전히 종결되기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한 지역 내에서도 동선이 비교적 자유롭게 퍼뜨려진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 처음 입장할 때는 모두 똑같은 퀘스트를 부여받기 때문에 지역별 시작 위치는 동일하다. 하지만 시작 지점 근처의 임무를 종료하고 나면,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서로 다른 퀘스트 두 세개를 한꺼번에 제시한다. 아마도 그렇게 러프하게 다음 지역으로 안내하는 퀘스트를 던져놓은 다음, 이동 경로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가이드 없이 배치된 퀘스트를 만나면 수행하라는 것을 의도한 것 같지만, 실제 부서진 섬의 지형이 꽤나 "경로"라는 개념이 옅게 디자인된 부분과 맞물려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와우가 일관되게 유지하던 "퀘스트를 따라가는 친절한 성장 동선"을 잃어버리게 되고, 느닷없이 부여된 자유라는 이름의 방관에 빠져 방황하기 쉽다. 대표적으로 경로 자체가 자주 끊어지고, 고저차가 심하고 실내/외 전환이 많은 덕분에 퀘스트 수행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길" 표시가 있는 곳에 다수의 몬스터가 배치된 "발샤라" 지역에서는 지형과 관련된 불만이 공개창에 높은 빈도로 올라오곤 한다. 가끔은 가이드 퀘스트도 없고, 가이드 동선 안에 발견되게 위치하지도 않은 곳에서 뜬금없이 발생하는 퀘스트들이 있는데, 이런 퀘스트들은 나의 현재 위치와 상관 없이 (심지어 가보지 않은 곳도) 전체 지도에 노골적으로 느낌표 표시를 출력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떻게든 알려준다는 건 좋지만, 그 흐름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 외에도, 게임의 근간에 대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레벨의 의미 변화"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와우에서 "레벨"이란 곧 "강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캐릭터의 레벨, 스킬의 레벨, 심지어 아이템의 레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뿌리 격인 "캐릭터의 레벨"이 더 이상 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단히 놀랍고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내 레벨이 몇이든 몬스터가 내 레벨로 보인다는 것은, 이전처럼 내 레벨이 높다고 나보다 낮은 레벨의 캐릭터보다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서로 다른 레벨의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레벨과 상관 없이 동등한 조건으로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보면 이전처럼 오버파워로 더 쉽게 컨텐츠를 돌파하거나, 아니면 타인에게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기쁨을 적어도 "레벨만으로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PvP에서 상대 캐릭터와의 직접적인 레벨 차이는 기존과 동일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필드 PvP 정도에서는 여전히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PvE에 있어서는, 캐릭터 레벨이란 어디까지나 컨텐츠 플레이 진도를 구분하는 지표일 뿐이며, 만렙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기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번이 이후로 진행될 어떤 큰 흐름의 첫 발걸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이후의 행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4. 직업(연맹) 전당

일단 명칭에 대한 불만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다. 홈페이지의 컨텐츠 소개, 업적의 카테고리명, NPC의 대사, 퀘스트의 요약 설명 등에서 지칭하는 같은 장소의 이름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대체 이 컨텐츠의 공식 명칭은 직업 전당인가 연맹 전당인가! 멀록의 등지느러미 개수까지 관리한다던 블리자드의 컨텐츠 TF는 그 수장인 크리스 멧젠의 퇴사와 함께 증발하기라도 한 것일까?

여하튼, 군단에서는 직업 전당이라는 장소가 새롭게 추가됐다. 드군의 간판 컨텐츠라고 볼 수 있는 주둔지의 개량형 컨텐츠로 볼 수 있으며, 여러가지 면에서 주둔지의 대체제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니맵 좌하단에 추가됐던 주둔지 보고서가 직업 전당 보고서로 교체됐다. 보고서에 새로운 알림이 발생할 때 화면 중앙 하단에 나타나는 팝업 역시 주둔지의 것이 아닌 직업 전당의 것으로 교체됐다. (굿바이 주둔지) 주둔지와 비교해 직업 전당이 갖는 차이점들은 다음과 같다.


1) 개인 커스텀 요소 최소화

직업 전당은 주둔지에서 무거운 커스텀 요소를 많이 덜어냈다. 어떤 건물을 지을 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던 꽤 많은 숫자의 건물들, 그리고 각 건물들마다 주둔지의 세 등급에 따라 바뀌는 외형, 그리고 각종 고유 기능 등을 고려해보면 주둔지는 생각보다 굉장히 거대한 시스템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래선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직업 전당은 개인의 커스텀 요소가 최소한으로 제약된다. (사실상 없다시피한 느낌) 전체 기능들이 직업 전당 퀘스트 진도에 따라 하나씩 개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진도만 따라가면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기능을 획득할 수 있다. 선택의 요소도 전당 연구라는 이지선다 옵션 선택지 정도로 극히 일부일 뿐이다.


2) 공용 공간화

드군 시절, 주둔지에 홀로 틀어박혀 주둔지 컨텐츠만 즐기면서 주둔지 공개 채널에서 수다만 떠는 사람들을 일컫는 재미있는 호칭이 있었다. "주키코모리"...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를 맺으면, 파티장의 주둔지에 입장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특별히 필요한 (주로 마법부여였지만) 기능이 있는 경우 종종 다른 플레이어를 주둔지에 초대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주둔지에 찾아가는 일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고, 개인화된 인스턴스 공간이기 때문에 주둔지는 추종자 NPC들로 버글거리는 곳에 홀로 PC로서 존재해야하는 외로운 사령관의 고독 체험의 장이 되곤 했다. 경험적으로는 모든 플레이어가 사실은 주둔지라는 같은 공간에 있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지만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주둔지에 머무는 플레이어의 개수만큼 인스턴스를 생성해야 하는 기술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블리자드는 돈이 아주 많은 회사고 와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고작 주둔지의 인스턴스 때문에 서버 메모리에 부담이 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5명이 한 공간을 쓰는 던전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인스턴스를 생성해야한다는 부분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직업 전당은 "각 직업별로 공간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졌다. 심지어 진영별 분리도 아닌, 호드/얼라이언스 구분 없이 같은 직업의 모든 캐릭터들이 상주할 수 있는 사실상의 퍼시스턴트 필드로 제작되었다. 물론 해당 직업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도록 입구 트리거를 작동하는 조건 등으로 제약을 걸어둔 공간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필드와 연결된 외부에 존재하는 직업 전당들이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사냥꾼의 직업 전당 같은 경우 군단 지역인 "높은 산"의 필드 어딘가에 있어서 우연히 진입한 플레이어가 사냥꾼이 아니라면 경고 메시지와 함께 내쫓기게 된다(...). (구경만 할게 구경만!)


3) 진영이 아닌 직업별 컨텐츠

이전의 주둔지가 매우 많은 기능들을 수행하는 큰 덩어리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호드/얼라이언스 양 진영에 각 한 개씩의 세트만 제공되는 것이 큰 틀이었다. 하지만 직업 전당은 위에서 설명했듯 진영 구분 없이 같은 직업의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됐지만, 반대로 모든 직업마다 별도의 컨셉을 가진 공간들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의 건물들이 고유한 기능을 갖는 점이나, 등급에 따라 모든 건물이 총 세 종류의 에셋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주둔지와 비슷한 공수가 들었을까 싶지만, 적어도 컨셉이 다른 12개의 공간과 같은 기능이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로 포장해야 하는 각종 내용들을 감안해보면 적잖은 노력이 들어갔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덕분에 각각의 직업마다 고유한 서사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유물 무기와 함께 플레이어의 입지를 서사적으로 크게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하는 요소로써 작동한다. 군단에 들어서면서 각각의 플레이어 직업들은 세계관 내에서 매우 대단한 존재로 격상되게 된다. 이 세계의 모든 네임드들이 인정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NPC들이 경례를 붙이는 "사령관"이라는 존재도 처음 나왔을 때 굉장한 호응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더 드높은 위상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 성기사의 경우, 티리온 폴드링을 대신해 은빛십자군 전체를 짊어지는 "대영주"가 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를 상징하는 "무기"와 함께, 존재에 걸맞은 "거처"에 머무름으로써 입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또한 유물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어떤 존재가 되는지가 궁금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모든 직업을 플레이해보고 싶게 만드는 꽤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5. 전역 퀘스트

이제 출시 전까지 "와우를 디아블로화 하려는 거냐!"라며 팬들에게 원성을 샀던, 하지만 출시 이후에 군단을 "갓단"이라고 부르게 했던, 실제 경험을 기준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은 전역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현상금 사냥의 매커니즘

일단 디아블로3의 2.0 패치 이후로 "모험 모드"와 "현상금 사냥"이라는 컨텐츠를 경험해 본 게이머라면 전역 퀘스트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단의 전역 퀘스트는 바로 그 현상금 사냥이 와우라이징(...)된 컨텐츠이다. 군단의 전 지역에 마치 현상금 사냥처럼 지도 이곳 저곳에 흩뿌려진 퀘스트를 찾아 수행하는 방식이며, 그 매커니즘과 심지어 UI 표현 방식까지도 현상금 사냥과 무척 닮아있다.

현상금 사냥의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축약할 수 있다.

- 지도에 컨텐츠 위치를 직접 표시

- 표시된 위치로 이동해 컨텐츠 수행

- 한 지역의 일정 컨텐츠를 모두 달성하면 추가 보상 제공

전역퀘스트 역시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진다.

전체 지도나 비행조련사를 이용할 때 나타나는 지도에 퀘스트 위치와 종류가 표시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가장 가까운 비행조련사 위치까지 이동해 전역 퀘스트를 수행한다.

디아블로의 막(Act) 별 묶음 보상이었던 호라드릭 큐브처럼, 매일 랜덤하게 지정되는 "사절" 세력의 전역 퀘스트를 네 종류 완수하면 사절로부터 상자를 받을 수 있다.


2) 일일퀘스트의 대체제

"샐러리 컨텐츠"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리고 와우를 일종의 노동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던 주역, 일일퀘스트가 군단에 와서 사라졌다. (이전까지 존재하던 일퀘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군단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전역 퀘스트다. 전역 퀘스트는 세력별로 어떤 그룹으로 묶여있고, 그 그룹들은 각각 초기화 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전역 퀘스트는 한 주에 한 번씩만 수행할 수 있으며, 어떤 전역 퀘스트는 2~3일에 한 번, 어떤 전역 퀘스트는 1일 이내의 몇 시간 내에 한 번 씩 수행할 수 있다. 각 세력 별로 주기가 등급별로 구분되는 것까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부지런한 성격이 되지 못해서 자세한 분석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여튼 일일퀘스트가 매일 1회의 수행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하루 한 번씩만 접속해서 일감을 처리하면 됐던 것에 반해, 전역 퀘스트는 각 주기가 따로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세력의 전역 퀘스트가 발생하고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다소 까다롭게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군단 컴패니언 앱"이라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현재 활성화 된 전역 퀘스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즉, 수시로 게임에 신경을 들이면서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게끔 플레이어의 주의를 지속적으로 끌 수 있는 컨텐츠가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일일퀘스트의 주요 기능이었던 만렙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인 보상 제공 및 세력 평판 작업이라는 기능을 온전히 넘겨받았다. 가끔씩 보너스처럼 획득할 수 있는 특정 세력 평판을 상승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제외하면, 전역퀘스트가 평판 작업의 메인 컨텐츠가 됐다.


3) PCG!

최근 게임업게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단어가 된 PCG(Procedural Content Generation). 전역퀘스트는 전형적인 PCG가 도입된 컨텐츠다. 가장 먼저 퀘스트의 종류와 보상이 각각 랜덤 x 랜덤으로 조합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일일퀘스트가 정해진 묶음 안에서 랜덤하게 택1되는 방식이었던 것처럼, 각 세력 별 전역 퀘스트 묶음 안에서 랜덤하게 전역 퀘스트가 활성화 된다. 그리고 전역 퀘스트가 일일 퀘스트와 다른 점은 바로 보상이 랜덤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똑같이 퓨마 10 마리를 처치하는 퀘스트라고 해도, 어떤 날은 유물력 증가 아이템을, 어떤 날은 골드를, 어떤 날은 장비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는다.

또한 보상 등급이 플레이어 개개인의 보유 상태를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대표적으로 장비 아이템이 보상인 경우, 플레이어의 아이템 레벨을 기준으로 점차 보상 수준이 높아진다. 처음에는 780 레벨 정도를 줬다면, 나중에는 800, 820, 840 과 같은 식으로 점차 보상 수준이 높아진다. 물론 전역 퀘스트 보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장비 등급의 최대 상한은 엔드 컨텐츠 보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항상 유지된다. 그리고 엔드 컨텐츠 보상이 상향되면, 그에 따라 전역 퀘스트의 보상 상한도 함께 상향된다.

장비 아이템의 경우는 확실하게 수치로 보이기 때문에 상승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 외 골드 등의 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향된다는 것 까지는 알겠지만 어떤 것을 기준으로 얼마만큼 증가하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워 상향되는 보상의 종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추가로 유물력 획득 아이템의 경우는, 직업 전당에서 유물 연구를 진행하면서 상향되는 획득 유물량 증가까지 더해져 무엇을 기준으로 상향된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6. 명예 시스템과 쐐기돌 신화 던전

엔드 컨텐츠의 두 축인 PvP와 PvE의 핵심 컨텐츠를 한 번에 묶어서 설명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저 군단의 엔드 컨텐츠를 이전처럼 열심히 플레이하지 않아 할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게이머로서의 여건이 와우 엔드 컨텐츠를 심도있게 즐길 수 있을 만큼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슬픈 어른의 사정같은 이야기이니 자세한 내용은 후략하기로 한다.


1) 명예 시스템

군단에서는 PvP 전투에서만 활성화되는 특성을 일반 특성으로부터 분리시켰다. 덕분에 특성을 고를 때마다 PvE와 PvP를 모두 고려해야하는 뼈를 깎는 고통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중특성이 사라지면서 기존의 이중특성을 이용하던 주 요인이었던 PvE 특, PvP 특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개발팀이 직접 언급했던 개발 의도 또한 상당 부분 제대로 동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PvP 컨텐츠를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를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초기에는 명예 특성의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레벨업을 하게 되고(좋은 스킬이 대체로 뒷쪽에 배치되어 있음), 그 다음에는 매 레벨업 마다 획득하는 꽤 쏠쏠한 보상을 받기 위해 플레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명성 등급을 통한 뱃지를 습득하기 위해 컨텐츠를 플레이하게 된다. 특히 이 중 뱃지의 경우,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큼직하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뱃지가 보이면 "와 쟤는 싸움 좀 하는 애다"라는 인상을 빠르고 강하게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PvE에 영향을 주지 않는 PvP 밸런스 설계에 용이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PvP 밸런스 수정에 이점이 적극 활용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명예 레벨에 따라 하나씩 잠금 해제되는 명예 특성이, 일반 특성과 달리 세로로 하나씩 해제되게 되는데, 빠르게 복수의 특성을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존 특성의 문법을 깨뜨리면서까지 억지로 습득 구간을 쪼갠 것이 아닌가 하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그 외에 평점제 PvP 컨텐츠의 보상 같은 경우도 전역 퀘스트가 플레이어의 아이템 레벨에 기반하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금주 최종 평점을 기반으로 보상 아이템 레벨이 결정되는 부분이 매우 직관적이라 좋은 인상을 받았다.


2) 쐐기돌 신화 던전

군단이 출시된 이래, 신화 던전을 플레이해본 건 지인 파티에 묻어서 간 것 딱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쐐기돌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컨텐츠 설명을 통해 "디아블로3의 대균열과 유사한 무언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그리고 깊은, 와우 시리즈의 팬이기도 하지만, 12년 된 늙은 게임이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면서 늙은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부분 하나와, 그리고 한 게임이 12년 동안이나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변화해 온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부분 또 하나 때문에, 와우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열일 제쳐두고 와우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덕분에 사놓고 플레이 해보지 못한, 또는 플레이 하다 중단된 수많은 스팀 게임과 PS4 게임들이 항상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라도 대략적으로나마 리뷰를 정리하고 나니 아주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사실 꽤 긴 리뷰지만 주로 새로운 요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보니 여기서 다뤄지지 않은 더 많은 군단의 요소들이 있지만, 이 이상의 정보는 관심이 있는 분들의 직접 경험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더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공식 사이트나 와우인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식 사이트: https://worldofwarcraft.com/ko-kr/

와우 인벤: http://wow.inven.co.kr/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603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글은 GDF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포스트 링크: http://gdf.inven.co.kr/index.php?/topic/378-아카이브-매우-효율적인-오픈-월드-매드-맥스/

===========================================================================================================================================

 

최근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굉장히 오랜 만에 게임 하나를 알알이 뽑아먹은(?) 행복한 경험을 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프라인이나 SNS 등을 통해 틈틈히 주변에 홍보했던 "매드 맥스Mad Max"가 바로 그 게임입니다.

  

 

비단 최근의 유행이라면 유행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아니면서 현실감 있는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게이머의, 아니 인류의 열망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지금의 오픈 월드라 불리는 장르처럼 흘러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픈 월드는 몇 가지 어려운 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제작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죠. 오픈 월드라고 부를만한 정도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월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야 한다는 게이머의 기대가 있는 데다가, 그 큰 규모를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게 되고, 또한 그 큰 월드를 매끄럽게 돌아다니고 그 안에서 다양한 행동들을 하려면 기술적으로도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어디 이 뿐인가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일종의 놀이터에 가까운 "마인크래프트"라도 만들 게 아니라면 그 큰 월드를 채울 무수히 많은 컨텐츠 역시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시간과 노력을 짜내어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서 들인 공만큼 재미가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많은 할 일들이 온갖 곳에 존재하게 되면서 플레이어는 굉장한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시스템이 가이드 수준을 넘어 플레이 자체를 간섭하게 되기 쉽고, 그러면 아이러니하게도 "오픈 월드"라고 부르는 장르의 특징적인 장점인 자유로운 행동이라는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충돌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픈 월드라는 형식은 일단 만들기도 어려운데, 잘 만들기는 더더욱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지금부터 설명할 매드 맥스는 제목으로도 적은 것처럼, 무척이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오픈 월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 아트 리소스 제작

게임 제작의 많은 부분이 정량적으로 작업물을 측정하기 어려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번뜩이는 디자인 아이디어나 획기적인 알고리즘 등은 단지 시간을 들인다고 무조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상대적으로 아트 리소스들은 상당히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안 단계의 획기적인 무언가는 정성적이지만 그 이후의 제작에 들어가는 피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정량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티스트 분들의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만 놓고 말하면, 매드 맥스의 비주얼은 굉장합니다. 주변에서는 드라이브하면서 경치를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는 것이야말로 이 게임이 가진 최고의 가치라고 반 농담을 던질 정도로 굉장히 볼만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게임의 무대가 되는 지역의 크기에 비해, 아트 리소스들이 차지하고 있는 "밀도"가 굉장히 낮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스카이림의 숲과 이브온라인의 우주를 비교해보자면, 스카이림의 숲은 생태를 구성하는 풀들도 여러 종류고 여기 저기 흩어진 돌들도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고 숲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나무들의 모양도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스카이림도 역시 효율적인 레벨 구성을 위해 기술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일단 그 재료가 되는 아트 리소스들은 일일이 만들어야 하는 건 맞는 거니까요. 그리고 환경만 있을 수 없죠. 숲에 살아가는 다양한 존재들, 소형 중형 대형 동물들이나 각종 인물들, 그리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나 머무는 건물들.. 필요한 리소스들이 어마어마합니다.

 

< Skyrim의 게임 화면 >

이와 극단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이브온라인의 우주는 어떤가요? 배경을 표현하는 우주 이미지 하나와 적당히 떠다닐 우주 쓰레기나 우주 정거장, 그리고 적 기체 정도면 끝납니다! 세상에! 배경을 "우주 이미지 하나"로 끝내버릴 수 있는 이 어마어마함이란! 하지만 누구도 이브온라인의 배경을 저급이라고 폄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우주는 무의 공간"이니까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당연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Eve Online의 게임 화면 >

매드 맥스의 세계도 비슷합니다. 핵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이기 때문에 물도 거의 없고 생명도 거의 없는 고도의 사막화가 진행된 곳입니다. 때문에 기초가 되는 "지형"적인 기반만 충실하게 표현되고 나면, 그 위를 채울 요소들의 가지 수는 비약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덕분에 아트 리소스의 제작 비용이 굉장한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구동 사양 역시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최소 사양이 얼마나 되는 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렌더링할 개체 자체가 적기 떄문에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은혜로운 배경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 Mad Max의 게임 화면 >

이처럼 넓은 대부분의 필드를 표현할 노력이 줄어든 덕분에, 반대로 노력을 집중해야 할 국소적인 부분들에는 더더욱 힘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의 월드는 랜덤 구성도 아니고 모두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게임 전체에 몇 개 안되는 적들의 본부와도 같은 캠프들이나 일부 랜드마크가 될법한 대형 구조물들, 또는 시나리오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몇몇 지역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후반 지역이자 매우 좁은 영토인 The Dump는 매립지라는 컨셉이라 나름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캠프의 모습 >

그리고 가장 파격적인 디자인은 바로 The Dunes 이라는 지역인데요, 맵 전체가 거대한 사막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른 곳은 그나마 황무지 정도의 느낌인데 The Dunes은 그야말로 모래밭입니다..! 지도 상에 길로 표시되는 아스팔트 영역도 애초에 적은데, 그마저도 반절 이상이 모래에 묻혀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하게 되면, 겉보기와 달리 오히려 굉장히 꽉찬 지역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장치들이 존재하는데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두 세 군데 정도에 "이 광활한 모래 벌판은 사실 도시였고 그 도시는 모래 밑에 가라앉아 있단다"라는 힌트들이 등장합니다. NPC가 알려준 정보를 따라 벌판 한 가운데에 도착하면 그냥 평범한 지하 벙커같은 입구가 있는데 들어가보면 거대한 교회가 있다던가, 지하철 역이 있다던가, 굉장히 평범한 2층 가정집이 있다던가 하는 식입니다. 심지어 스토리상 중요한 장소인 The Dunes의 핵심 장소는 "공항"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각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실제로 꽤 커다란 도시였다는 것을 플레이어는 현실의 정보를 대입해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폐허가 된 교회 내부, 폐허가 된 집 내부, 폐허가 된 지하철 역 일부 정도일 뿐인데도 말이죠. 이처럼 연관성 없이 제한적으로 주어진 정보들을 머릿 속으로 조합해 연결시키는 것을 "아포페니아(Apophenia)" 현상 또는 아포페니아 심리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저도 몇 년 전에 GDF의 한 번역글(http://gdf.inven.co.kr/t/topic/225/8)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인데 정말 알찬 정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이처럼 굉장히 효율적으로 플레이어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The Dunes의 모습 >

 

또한 유사 장르의 다른 타이틀들인 GTA5나 툼레이더처럼 이야기의 진행에 필요한 연출의 요소를 굉장히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일단 게임 내 모든 대사는 풀 보이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모든 미션은 길든 짧든 컷씬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미션에 컷씬이 존재하며 풀 보이스를 지원한다!만 놓고 보면 여느 대작 게임들과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미션의 숫자 자체가 굉장히 적습니다. 미션은 굉장히 긴 구간마다 한 번씩 "이제 다음 영토로 넘어가렴" 정도의 동선 가이드 정도로만 동작하고 그 큰 공백을 메우는 것은 오픈 월드형 컨텐츠인 지역 기반 컨텐츠들을 플레이 하면서 발생하는 플레이어 서사일 뿐입니다. 물론 일정 기점을 넘어가면 꽤 빼곡하게 미션으로 스토리텔링을 끌고 가지만 그야말로 후반의 후반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떄문에 게임 전반에 걸쳐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적은 숫자의 연출이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는 전체 게임의 구성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게임 컨텐츠를 다룰 때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 오프닝 컷씬 모습 >

 

 

2. 세계관 전달

 

여타 다른 많은 게임들도 메인 시나리오의 전달만큼 세계관의 전달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매드 맥스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연출을 통한 메인 시나리오의 스토리텔링 빈도가 적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전달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큰 공수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오프닝에서 매우매우 간략하게 "세계 경제가 몰락하고, 핵전쟁이 일어나고, 그래서 사막화가 되었다." 정도로만 영상으로 보여줄 뿐이며, 이는 여느 판타지 배경 게임의 "만 년 전, 대륙에는 마왕과 용사가 있었다."만큼이나 평이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큰 공수를 들이지 않고 이 세계의 시대 설정이나 이전 시대에 대한 배경, 그리고 이전과 현재를 잇는 시대의 흐름까지 플레이어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달하고 있는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바로 "역사 유물(History Relics)"이라는 수집 요소를 통해 이 같은 전달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역사 유물 중 사진의 모습 >

 

게임에서 유물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수집 요소"에 그칠 뿐이며,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요소는 1도 없습니다(딱 한 장의 숨겨진 파츠를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주는 사진이 있는데, 정말로 딱 한 장 뿐인 예외 사항). 종류는 사진과 메모로 이뤄져 있으며, 모든 사진은 뒷면에 메모가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지역 기반 컨텐츠"의 "달성 여부"를 체크할 때 같이 포함되기 때문에 굳이 모으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찾기 어렵게 꼭꼭 숨겨져 있는 편도 아니라 기본 동선 내에서 발견하기도 쉽고요. 일부러 안 모아봤자 나중에 전체 지도를 볼 때 괜히 하다 만 컨텐츠 같은 찜찜한 표시들만 가득할 겁니다. 그래서 여러 모로 전혀 부담감이나 압박감 없이 그냥 길가다가 줍는 느낌으로 모을 수 있는 요소일 뿐입니다.

사진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굉장히 일상적인 것들이거나, 대공황이 진행되면서 벌어지는 폭동이나 참극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뒷면의 메모는 주로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누가 누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단편적으로 당시의 생활이나 시대상을 담게 되는데 이 유물의 양이 모두 103 개나 됩니다. (IGN Wiki Page: http://www.ign.com/wikis/mad-max/History_Relics)

따라서 처음에는 익숙한 현실의 풍경이 담긴 사진들과 게임 내 황량한 풍경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게임 세계의 비극을 강하게 전달하게 되고(사진을 본 맥스의 독백이 굉장히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라 대비를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수집한 유물의 양이 늘어날 수록 단편적인 정보들이 모여 현실의 일상에서 매드 맥스의 세계로 이어지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굉장히 비현실적인 매드 맥스의 사막화 된 풍경이나 인물들의 외관 및 성격, 그리고 주인공인 맥스가 개 사료나 지나가는 도마뱀, 심지어 시체에 생긴 구더기들을 식량으로 섭취하는 광경을 창 너머로 구경하는 분리된 이야기가 아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로 느끼게 되면서 그 세계에 강하게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 요소와 같은 사이드 컨텐츠로 세계관을 전달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첫째는 스토리텔링의 비용이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절감됩니다. 컷씬이나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만들어 설명한다거나, 하다 못해 퀘스트 등의 컨텐츠라도 만들어서 전달하려고 하면 잘 전달하기도 힘들지만 일단 제작 비용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둘째는 주요 컨텐츠 또는 필수 컨텐츠가 아닌 방식으로 접근해 강제성을 덜어냄으로서, 능동적인 플레이어들에 선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우리나라 게이머 중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효율 중심의 플레이어 타입에겐 이 같은 세계관을 전달하려는 컨텐츠는 단지 매우 귀찮게 대사가 많은 무언가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마치 수동적으로도 볼 수 있는 TV와 능동적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책의 차이처럼, 굳이 적극적으로 사이드 컨텐츠를 소비하려는 플레이어, 즉 세계관이 궁금해 알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플레이어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유사 사례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스카이림에서 볼 수 있는 "서적 컨텐츠"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드 맥스의 유물은 텍스트의 양 자체가 그 두 게임들보다도 적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죠.

이처럼 위에서 The Dunes의 사례에서 잠깐 언급했던 아포페니아를 세계관 전달에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전체를 서술하지 않아도 마치 "이어 그리기"를 하듯 사건과 사건들을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연결짓도록 만드는 방법은 매우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작년에 GOTY에서 수상하기도 했던 인디 게임 "This War of Mine"에서도 이같은 비유와 상징을 통한 암시적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시간이 없어 초반 부분만 잠깐 해봤는데 매드 맥스의 유물과 비슷하게 "편지" 형식으로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위기와 시대 배경 전달에 무척 효과적이라는 것도 직접 체감하게 됐었고요.

 

< This War of Mine의 게임 화면 >

 

 

3. 간소화 된 조작

 

매드 맥스는 여러 면에서 간소하게 압축된 게임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리소스도 아껴쓰고 그만큼 컨텐츠의 숫자 자체도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 컨텐츠들의 깊이도 그다지 깊지 않습니다.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전투와 전투와 전투로 점철된 플레이를 보이고 있는데, 심지어 그 전투마저도 굉장히 간소화된 입력 체계를 사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게임의 전체적인 호오가 갈리게 되는데 가벼운 접근으로 화려한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쪽과 게임의 깊이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확실하게 평을 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각자의 판단이니 무어라 단정지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어쨌든 유사 장르들과 조작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액션 면을 비교해보자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멋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니악한 액션 플레이어가 아닌 층에게 꽤나 장점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분들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공격"과 "반격"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화려한 배트맨의 근접 격투술을 감상하듯이 즐길 수 있는 부분과 비슷합니다. 일단 아캄 시리즈의 전투를 계승/발전 시켰다고 불리는 "Middle Earth:Shadow of Mordor(이하 모르도르)"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간편한 공격/반격 조작과 화려한 근접 전투"를 충실하게 계승시키고, 그 위에 Kill Streak 이라는 콤보 개념을 얹어 몇 콤보 이상 성공하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액션 게임으로서의 조작"을 발전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 때의 필살기들은 기본적으로 PS4의 듀얼 쇼크 기준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버튼을 조합해 누르는 것으로 각각의 기술 입력을 구분지어 두었습니다.

반면에 매드맥스는 일단 스킬의 개수 자체가 모르도르에 비해 적은 까닭도 있겠지만, 같은 입력이라도 서로 다른 전투 "상황"에 따라 다른 스킬이 발동되도록, "Contextual Interface"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정황적 조작은 "블레이드 & 소울"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E나 F 또는 Space Bar 등의 같은 입력을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스킬로 매칭시켜주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Space Bar는 점프지만 전방의 적이 다운 상태라면 다운 공격기로 바뀐다거나, 내가 적의 공격을 막아낸 상태라면 반격기로 바뀐다거나 하는 방식이죠. 매드 맥스의 전투 조작은 기본적으로 마우스 좌클릭이 공격, 우클릭이 반격이라는 부분은 공통적이지만 여기에 특수 만능키인 E키를 더해 총 세 가지 입력을 기본적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좌클릭과 E 키 입력은 다시 짧게 누름과 길게 누름으로 구분해 4 가지로 나누고, 좌클릭 길게 누름과 E, E 길게 누름의 세 입력은 현재 맥스의 전투 상황에 맞춰 각각 다른 스킬들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좌클릭을 길게 누르면 보통은 강공격을 사용하지만 분노 상태라면 Fury Chain Finisher라는 기술로 바뀌고, 적이 벽을 등지고 있다면 Wall FInisher 라는 기술로 바뀝니다. 그리고 만능인 E 키는 기절 상태의 적에게는 단검 마무리, 적이 나를 포박한 경우에는 즉시 포박을 풀고 단검 마무리, 맥스가 분노 상태라면 Fury Grould Finisher, 맥스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다면 Melee Weapon Finisher, 내가 공격한 적이 방패로 막았다면 Shield Crasher로 각각 바뀌게 됩니다. 마우스 좌클릭과 E키, 단 두 가지 입력 만으로 이처럼 굉장하고 다이나믹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액션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도 마치 액션 게임의 초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장점이니까요.

만능 입력인 E 키는 전투 외에도 매우 다양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기본적으로 대화, 수집, 도구의 사용에 E 키를 누르고 있는 조작이 사용됩니다. 그야말로 기본 Interaction 입력인 셈입니다. 그리고 빠루(..)라는 전문 용어로 잘 알려진 쇠지렛대(Crowbar)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때에는 Mash Button 이라는 표시가 나타나면서 E 키를 두다다다다 연속으로 입력해야 합니다. 갓오브워나 툼레이더에서 무거운 문을 열거나 잠긴 틈을 벌릴 때 사용하던 익숙한 입력 방식이죠. 익숙하면서도 몰입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상 전투의 모습 >

 

원거리 공격 부분은 모르도르의 경우 Focus 라는 일종의 스테미너 또는 마나 같은 별도의 자원을 소모해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활을 조준하면 자동으로 포커스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거의 정지한 것처럼 느리게 흘러갑니다. 덕분에 게임 패드를 기준으로 오른쪽 스틱을 사용해 조준해야 하는 것이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들에게 꽤나 어려운 조작이라는 것을 꽤나 부드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포커스가 다 떨어지면 시간이 원래대로 흐르고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지만요.

매드 맥스는 맥스의 직접 전투의 원거리 공격에 대해서는 슬로우를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서 다룰 차량 액션에서는 모든 원거리 공격에 슬로우가 기본 적용되는 친절함을 베풀지만, 맥스의 전투까지 적용하지는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원거리 공격이 어려운가? 라고 한다면 대답은 No 입니다. 슬로우를 적용하는 대신, 퀵 타겟이라는 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사실 저는 마우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써본 적이 별로 없지만 원거리 무기를 조준한 상태에서 시점 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중심점에서 가장 가까운, 또는 맥스에게 가장 가까운, 또는 정해진 우선 순위가 가장 높은 대상에게 자동으로 조준 표시(하얀 외곽선 표시)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마우스 휠 버튼을 누르면 조준점을 향해 공격하는 좌클릭과 달리, 자동 타게팅된 대상을 향해 알아서 공격하게 됩니다. 아마도 게임 패드를 사용할 때라면 꽤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능일 것 같지만 직접 써보질 못해서 평가를 하기는 어렵겠네요. 하지만 원거리 공격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황량한 세계에서 총과 탄약은 매우 희귀한 자원이거든요. 따라서 맥스에게 있어 샷건이란 그야말로 궁극의 필살 무기 같은 존재가 됩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간혹 등장하는 기름통에 불을 붙이고 집어 던지는 일이라거나, 적들의 물건을 빼앗아 사용하는 폭발 작살 같은 것들도 있지만 이 또한 자주 사용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맥스는 주먹으로 말하는 사나이니까요. (사실은 차를 타고 다닐 때가 더 많은 것 같지만요.)

그리고 매드 맥스라는 세계의 상징인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로 벌이는 액션 부분이야말로 이 게임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임들이라면 GTA 시리즈나 와치독스, 그리고 배트모빌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캄나이트 정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GTA와 와치독스는 자동차를 적극적인 공격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작 자체도 전진, 후진, 좌우회전, (핸드)브레이크 정도로만 제공됩니다. 그리고 전투를 위한 존재인 아캄나이트의 배트모빌은 차량 모드와 전투 모드가 분리되어 있고, 차라기보다는 바퀴달린 로봇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기 떄문에 조금 별도로 취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드 맥스의 차량 기본 조작은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전진/후진/좌우회전/핸드브레이크 정도가 제공되지만, 직접적인 기본 공격 커맨드가 있습니다. 바로 측면 들이받기 인데요, 영화에서 차량 추격 씬이 나오면 차를 옆으로 밀어붙여 다른 차량을 공격하거나 들이받는 것처럼 마우스 휠 버튼을 누른 상태로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하면 그 방향으로 마치 어깨치기를 하듯이 빠르게 방향을 돌렸다가 다시 핸들을 복구시킵니다. 그리고 차량의 앞은 범퍼 파츠를 강화해 방어력을 높일 수 있지만, 후면이나 측면은 강화 효과가 약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치 월드 오브 탱크의 플레이처럼 옆구리를 잡으려고 적과 나의 차량이 서로 빙빙 도는 풍경도 심심치 않게 만들어집니다. 정면 들이받기는 마치 산양의 뿔 들이받기 처럼 니트로 부스트를 이용해 피해를 극대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문 명칭이 Ramming 이더라고요. 아니면 타이어 휠에 날붙이를 달아 그라인딩 데미지를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 차량 전투의 모습 >

 

그리고 자동차라는 점의 기본 동작을 이용한 위의 공격 수단들 외에도, 보다 직접적인 공격 수단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일단 차량 탑승 상태에서도 운전자 맥스의 샷건을 사용할 수 있으며 차량에서는 지상과 달리 조준 시 슬로우가 적용됩니다. 또한 근거리 대상일 경우, 공격할 수 있는 각각의 "파츠"가 별도로 표시되어 조준 사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퀴를 쏘면 타이어가 터져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게 되고, 차량 후미에 달린 가스통을 쏘면 피해량에 따라 가스가 폭발해 차량을 파괴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살총(Harpoon)을 매우 높은 빈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짐칸에 동승하는 Chum Bucket(이하 첨) 이라는 NPC가 있는데요, 작살은 첨이 사용합니다. 덕분에 운전자라는 상황 때문에 사각에 제한이 있는 샷건과 달리 발사각이 매우 자유롭습니다. 마찬가지로 우클릭을 눌러 조준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슬로우 상태가 되며, 가벼운 물체는 즉시 좌클릭을 눌러 작살을 회수해 잡아당길 수 있고 무거운 물체는 작살총을 꽂아 둔 상태로 차량을 이동해 잡아당길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캄나이트의 작살총과 매우 비슷한 느낌이에요. 작살총도 샷건처럼 조준사격을 할 수 있고 바퀴를 잡아 뽑는다거나 운전자만 뽑아내 차량을 무용지물로 만든다거나, 장갑판을 떼어 내고 다른 수단으로 공격하는 등 활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차량 외에는 들이 받기(Ramming) 면역인 문짝을 뜯어낸다거나 위협 요소인 거대 허수아비 같은 걸 쓰러뜨릴 때 주로 사용하게 되고요.

발사형 무기의 최강자는 작살총의 강화판인, 번개창(Thunderpoon)입니다. 영화 매드맥스를 보면 시타델의 워보이들이 작살 끝에 터지는 무언가를 달아서 차에 집어던지는 씬이 많이 나오잖아요? 바로 그 무기입니다(로망이 한 가득)! 발사와 발사 사이의 쿨다운이 길긴 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번개창은 샷건이나 작살총과 달리 파츠 조준 사격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차량을 통채로 대상으로 지정하며 맞으면 어지간한 소형 중형 차량을 즉시 폭발합니다. 하지만 번개창은 개수 자체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황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틈나는대로 번개창을 모아야만 한다는, 매우 강력한 효과만큼 강력한 제한이 적용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위 3종의 발사형 무기와 조금 다른 형태의 또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화염방사기(Flamethrower)입니다. 조준 방식이 아니라 슬로우 처리는 없지만, 차량의 진행 방향과 수직이 되는 양 옆으로 강력한 불줄기를 내뿜을 수 있습니다.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좌클릭을 유지하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꽤나 강력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차량의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가 매애애애애애애우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효과는 그만큼 강력하지만요. 자연스럽게 사용 전 연료 잔량을 체크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다양한 공격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각각 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인데요, 가스통이 달린 차량은 샷건으로, 운전석이 노출된 차량은 작살총으로, 둘다 여의치 않으면 화염방사기로, 긴급상황이라면 필살의 번개창으로 타입별 적들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샷건, 작살총, 번개창, 화염방사기의 각 무기를 전환하는 조작은 마우스 휠을 스크롤하는 것으로 매우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전체적으로 왼손은 이동인 WASD와 부스트인 Space Bar에, 그리고 오른손은 마우스의 좌우클릭과 휠클릭 또는 스크롤에서 벗어날 일이 없기 때문에 조작이 매우 간결하고 불편이 한없이 0에 수렴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차량 액션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차량 액션의 정수가 담긴 컨텐츠는 수송단(Convoy)이라는 위협 요소를 상대할 때인데 분량을 조절하기 위해 여기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화염방사기를 사용하는 모습 >

 

 

4. 잘 시각화된 컨텐츠

 

매드 맥스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요소들을 사용해 분위기와 전달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GUI를 제공합니다. 이는 정보 전달에 있어 텍스트 의존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보다 즉각적으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타 언어 사용자들에게도 게임의 목표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복잡하지 않은 GUI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GUI 때문에 게임의 인상이 나빠질 부분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매드 맥스의 컨텐츠는 크게 미션형과 지역 기반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빠른 설명을 위해 각각을 표로 나타내보면 아래처럼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매드 맥스에서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일단 전체 지도(TAB)를 열면 반 이상은 해결됩니다. 표에서도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주된 컨텐츠는 각 지역의 위협 요소(Threaten)를 해결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각 영토들의 위협 수치를 낮추는 것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입니다. 따라서 지도를 보고 아직 못 가본 곳을 간다거나, 가야할 곳을 간다거나, 어디로 갈 지를 정한다거나 등의 결정을 내린 뒤, 차를 몰고 달리면 됩니다. 와우 이후로 크게 유행한 퀘스트 중심의 플레이가 사실은 어디가서 뭘해라 라는 지역 기반의 플레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시작과 끝을 특정한 인물에 귀속시켜 퀘스트라는 "포장"을 해둔 것과 달리, 매드 맥스는 날 것 그대로 "여기서 이걸 해"라고 직접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 전체 지도의 모습 >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각각의 지역별 잔존 위협 요소는 붉은색에서 주황색 - 노란색 - 녹색으로 변하는 색상 정보로 표현됩니다. 또한 각각의 지역 기반형 컨텐츠들은 각각의 상징화된 아이콘으로 위치와 종류를 직접적으로 표시해줍니다. 진행중인 정보는 위 지도에서 오른쪽 상단에 표시되는 텍스트 박스 내부처럼 표현됩니다. 항목마다 분수 형태로 1/4 처럼 나타내고 모두 달성했다면 녹색 체크 박스로 교체됩니다. 완료 여부를 표시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는 요소라면 아이콘을 삭제하고, 기능의 종류가 변경된다면 녹색 체크 박스를 붙입니다. "했다" 라는 피드백을 시각적으로 강하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길드워2를 처음 보고 느꼈던 "지도에 표시되는 수많은 할 일들"과 이와 같이 표시되는 "달성율"이라는 디자인이 굉장히 성취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매드 맥스의 지역 기반형 컨텐츠와 지도 표현이 이를 충실히 재현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길드워2의 지도와 달성률의 모습 >

 

 

5. 집중된 컨텐츠 간 연계

 

사실 매드 맥스를 플레이하면서, 그리고 하고 나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이 바로 지금부터 설명할 "컨텐츠 연계" 부분입니다. 컨텐츠가 제한적인 미니 게임 형식의 게임들에서는 발생하지 않지만 컨텐츠들의 종류가 많아지는 MMORPG나 액션 및 어드벤쳐류의 대작 게임들은 각각의 컨텐츠들은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지지만 그 컨텐츠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따로 동작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자유도와 방대한 스케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 오픈 월드식 게임에서도 이같은 컨텐츠 연계 단절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데요, 컨텐츠들의 종류가 많아질 수록 연계 디자인 자체의 난이도도 높아지지만, 사실 절묘하게 잘 연계시켰다 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이해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연계 단절만큼이나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매드 맥스는 전체적으로 간결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컨텐츠 별 복잡도가 높지 않고, 명료한 컨텐츠들의 목적성도 분명하게 연계되고 있는 것을 플레이어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만큼 한 지점으로 집중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선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클리어 입니다. 그리고 클리어에 필요한 것은 성장입니다. 여기서 성장은 파츠 강화와 지속 효과의 습득으로 나뉘어집니다. 파츠 강화는 맥스와 차량의 각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컨텐츠입니다. 지속 효과는 맥스의 기본 스탯이나 수집품들의 양을 늘려주는 총 열 가지의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맥스의 강화 화면 >

우선 파츠 강화 부분입니다.

강화에 필요한 것은 크게 자원 습득과 제한 조건 해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자원 부분은 게임 내 유일한 화폐 자원인 고철 더미인 스크랩(Scrap)을 모으는 것이며, 이 고철들은 게임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경로로 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고철 수집에 특화된 컨텐츠는 약탈 구역(Scavenging Location)이며, 이는 지도에서 미리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어딘가를 향해 이동하다가 발견해야 합니다.

(- 덧붙임. 요새(Stronghold)에 구축할 수 있는 시설(Project) 중에 조사단(Survey Crew)이라는 시설을 설치하면 영토(Territory) 내 약탈 구역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요새의 시설 부분은 플레이를 지속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기도 하며 시설 부품이 대부분 약탈 구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일부러 약탈 구역을 밝히기 위해 약탈 구역에서 조사단 시설 부품을 찾아 다니는 것은 역설이 되기도 합니다.)

 제한 조건의 해제 부분은 두 가지 타입이 존재합니다. 특정 미션을 클리어하는 조건과 특정 영토의 위협 수치를 일정 수준 아래로 감소시키는 조건입니다. 미션 조건은 스토리 미션이라면 스토리 미션을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가면 되고, 황무지 미션이라면 스토리 미션을 하면서 발생한 시점에, 개별적으로 처리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위의 표에서 게임의 주된 컨텐츠라고 설명한 영토의 위협 수치 감소는 감시 초소(Vantage Outpost)라고 적힌 열기구 지점으로 가면 영토 내 위협 요소들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기 때문에 아이콘을 따라 이동해 각 요소들을 처리하면 됩니다. 여기서 위협 요소와 요소 사이를 이동하는 중간에 자연스럽게 약탈 구역을 발견하게 되고 플레이어는 동선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눈 앞에 보이는 포인트들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지역 기반형 컨텐츠들을 달성해나가게 됩니다.

 

< 챌린지, 명성 및 지속 효과 화면 >

다음은 지속 효과 부분입니다.

지속 효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리파 토큰(Griffa Token)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포인트 입니다. 그리파는 게임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넝마주이 NPC인데요, 신출귀몰하게 어느 골짜기 같은 곳에 나타나며 맥스가 찾아가면 알 수 없는 대사를 하곤 환각제 같은 걸 불어넣어 줍니다. 그리고 환각 상태에 빠진 맥스에게서 잠재된 어떤 능력치를 끌어올린다는 컨셉인 것 같습니다. 이 그리파 토큰을 얻는 주된 방법은 챌린지라는 과제를 달성하고 보상으로 받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챌린지는 전투와 수집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러 토큰과 챌린지를 목적으로 플레이한다기보다 플레이 도중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편입니다. 챌린지를 달성할 때마다 여느 RPG의 레벨과 같은 맥스의 명성(Legend)이 한 단계씩 높아지게 되는데요, 누적 챌린지 달성 횟수와 습득한 토큰의 숫자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뿐 명성 자체가 RPG의 레벨처럼 강함을 증명하는 요소는 아닙니다. 물론 많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숙련도도 높아지고 일단은 토큰으로 지속 효과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명성 단계 자체가 다시 파츠 강화의 조건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강함을 간접적으로증명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리고 챌린지 외로는 간혹 조우(Encounter) 이벤트에서 보상으로 토큰을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토큰만 받고 명성은 오르지 않았던 것 같지만 유심히 살펴보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네요.

그리고 위의 각 컨텐츠들은 앞서 설명한 정돈된 시각화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켜 강력한 "자이가닉 효과(Zeigarnik effect)"를 만들어냅니다. 자이가닉 효과는 쉽게 설명해 완료되지 않은 것을 완료시키고 싶어하는 심리입니다. 가장 좋은 예시는 와우의 퀘스트 디자인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하면여기까지만 하면…”을 반복하다 보면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퀘스트 배치 덕분에 어느새 최고 레벨까지 달성하게 되는 마력을 가지고 있지요. 미시적으로 보자면 한 약탈 구역 안에서 수집할 요소들이나 한 캠프 안에서 달성해야 할 임무들이 X 를 누르면 화면에 바로 나타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렵지 않게 한 지역의 완전한 달성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 X 키는 정보 보기 토글이며 기본 HUD 대신 현재 보유한 고철의 양, 영토의 위협 수치, 남은 위협 요소들, 수집 요소들 등을 표시)그리고 각각의 거점을 종료한 이후에는 다른 거점으로 가기 위해 전체 지도를 열게 되고, 전체 지도에 나타나는 그 지역(Region)의 잔존 위협 요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은 단계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지역의 위협 요소를 모두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 지역을 묶는 영토 단위의 위협 수치를 낮춰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한 영토의 위협 수치를 0으로 완전히 제거한 다음에는 다음 영토로 이동해 다시 거점-지역-영토 단위의 완료를 자연스럽게 목표로 설정하게 됩니다.

 

< 플레이 중 X 키를 누른 모습 >

 

정리해보자면, 플레이어는 지도에 보이는 요소들을 따라서 마치 빵 조각을 따라 덫을 향해 걸어가는 새들처럼 큰 고민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큰 고민 없이 성장 조건들을 충족하게 되고, 성장을 통해 스토리를 진행할 힘을 얻고 게임의 결말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컨텐츠가 결말이라는 목표를 향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매드 맥스의 거시적인 컨텐츠 연계 디자인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만듭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마치 무책임하거나 무계획한 듯이 흩뿌려진 컨텐츠들의 구성을 본 첫인상과는 매우 대조적인 감상을 마지막에는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강한 몰입과 만족을 만들어준 게임 요소는 특정한 무엇이 아닌, 위에서 1. 부터 5. 까지 설명한 그야말로 모든 요소들의 더하거나 부족함 없는 밸런스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별첨. 함께 볼만한 다른 게임들

 

위의 본문에서도 잠깐씩 언급되었지만, 오픈 월드라는 장르의 공통점이나 각각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매드 맥스가 그들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 등을 살펴보기 좋을 것 같은 타이틀들을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 레드 데드 리뎀션

-  GTA 시리즈(III, Vice City, San Andreas, IV, V)

- 유비소프트 오픈 월드 시리즈 (와치독스, 파크라이, 어쌔신스 크리드 등)

- 툼레이더

-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 아캄 시리즈(어사일럼, 시티, 오리진, 나이트)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77

 

===========================================================================================================================================

 

얼마 전 한국어판으로 발매된 GUST 사의 아틀리에 시리즈 신작, "에스카&로지의 아틀리에"를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이제 진행이 막바지에 달했는데, 얼추 연금술에 대해 큰 그림 정도는 정리가 된 것 같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1. 연금술의 개요

이 작품에서 연금술은 아래와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레시피 확보
2) 재료 수집
3) 재료 선택
4) 재료 합성
5) 잠재력 선택
6) 완성!

1-1. 개요: 레시피 확보

레시피를 확보하는 방법은 오직 "참고서를 구해서 읽는다"라는 한 가지 방법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이 실제 레시피 입수 방법이 됩니다.
참고서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상점 구매: "분기"라고 부르는 게임의 진행 단계에 따라 상점에 물건이 추가됩니다. 새 분기가 시작되면 상점에 들러서 새로 들어온 참고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사냥: 강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면 때때로 귀한 참고서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과제 보너스: 분기마다 제시되는 목표인 과제를 일정 이상 달성하면, 보너스 형식으로 참고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이벤트: 다른 인물들과 교류하면서 발생하는 이벤트를 통해 참고서를 얻기도 합니다.

1-2. 개요: 재료 수집

플레이어 일행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연금술 재료를 수집하게 됩니다. 수집 방법은 크게 채집사냥으로 나뉘는데, 채집은 필드에 표시된 채집 포인트에서 조사를 통해 실행합니다. 사냥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을 퇴치해 전리품으로 연금술 재료를 얻는 방법입니다. 아틀리에에서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이 두 가지 뿐입니다. 아주 가끔 정해진 이벤트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지만 강제적인 경우가 많고, 상시 발생하는 행동은 채집과 사냥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3. 개요: 재료 선택

[ 재료 선택 화면 ]

아틀리에로 돌아오면 레시피에 따라 수집한 재료를 넣고 연금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라는 매우 오래된 고전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에서처럼 재료를 빻거나 굽거나 말리거나 하는 가공법까지 레시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른 아틀리에 시리즈는 모르겠지만 일단 에스카&로지 에서는) 매우 간단하게 "필요한 재료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주로 "카테고리"로 표시하지만, 간혹 "특정 재료"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예시 이미지에서 연마제와 축전지는 특정 재료를, 광석과 중화제는 카테고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이템마다 최대 4 개 까지의 카테고리를 가질 수 있으며, 카테고리는 포함 관계가 없이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판타지 세계관이다보니 카테고리의 분류에서 흥미로운 부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연료>> 라는 카테고리에는 "치즈 롤케이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열량이 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야생의 땅:듀랑고의 가죽 장화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리고 <<조미료>> 카테고리에는 무려 "페어리 더스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음식 조미료로 요정 가루를 사용하나 봅니다. /공포

1-4. 개요: 재료 합성

합성은 컨셉에 따라 연금술과 연성으로 나뉘는데, 두 주인공 중 배경 마을 토박이인 에스카(여)는 가마솥을 사용한 연금술을, 중앙 도시 출신인 로지(남)는 연성기를 사용한 연성을 합니다. 연성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때 사용하며, 가마솥 연금술은 그 외 모든 조합을 담당합니다. (실로 굉장한 가마솥...) 하지만 이 둘은 분류의 의미만 있을 뿐, 기능상으로 완전히 동일하게 동작합니다.

연금술이나 연성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선택한 재료들을 어떤 순서로 투입할 지, 그리고 투입한 효과를 이용해 어떤 연금 스킬을 사용할 지를 꽤 복잡하게 수행하게 됩니다. 세부 과정은 아래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일단 이 재료 합성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1) 속성치를 축적해 속성별 효과를 발견한다.
2) 연금 스킬을 사용해 완성품의 효력과 개수를 증가시킨다.

속성별 효과는 간단하게 말하면, 아이템의 옵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옵션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 만큼이나 합성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1-5. 개요: 잠재력 선택

조합이 완성되고 나면, 합성 과정에서 축적시킨 속성치로 제품 고유의 잠재력을 발현시키거나,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계승시킬 수 있습니다. 즉 재료 합성으로 주 옵션인 효과를 결정했다면, 잠재력이라는 보조 옵션을 플레이어가 선택해 부여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잠재력은 아틀리에의 연금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므로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아이템의 속성

우선 아이템의 종류는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오직 시나리오 진행만을 위해 별도로 구분된 키 아이템 종류는 제외했습니다.)

- 소재 아이템: 자연에서 채집과 사냥으로 얻을 수 있는 원재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직접 입수해야 한다.
- 사용 아이템: 연금술로 만들 수 있으며, 필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다시 공격 계열과 회복 계열로 나뉜다.
- 조합 아이템: 원재료는 아닌데 그 자체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중간 단계의 결과물. 연금술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 때 사용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악세사리도 장비 아이템에 가깝지만, 연성이 아니라서 조합 아이템으로 분류되어 있다.
- 장비 아이템: 연성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와 방어구들. 무기는 캐릭터마다 고유하게 정해진 한 종류 씩을 장착할 수 있고, 방어구는 와우의 천/가죽/사슬/판금처럼 캐릭터마다 착용할 수 있는 종류의 범위가 정해진다.

 


[ 아이템 정보 화면 ]

아이템의 "능력"은 장비와 악세서리에만 존재하는 속성입니다. RPG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인 공격력/방어력/민첩성/HP/MP/속성내성의 증감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성 정보"는 화/수/풍/토의 4 가지 종류가 있으며, 속성치를 갖습니다.

"카테고리"1-3. 개요: 재료 선택에서 설명한 일종의 태그 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4 개까지 부여됩니다.

"특성"은 속성 코스트를 n 배 해주거나, 잠재력 또는 효력을 증가시켜주는 각 아이템들의 고유한 속성입니다. 아이템 당 최대 2 개까지 부여됩니다.

위의 속성 정보, 카테고리, 특성 세 속성은 플레이어가 연금술로 변형시킬 수 없는 고유한 요소들입니다. 반면에 아래에서 설명할 "효과""잠재력"은 기본 제공 항목 이외에도 플레이어가 변경할 수 있는 요소이며, 이 효과와 잠재력을 구성하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의 핵심 요소가 됩니다. 특성과 잠재력은 실제 재료 합성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합성 부분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3. 재료 합성

합성 과정은 간단하게 압축해보자면,

1) 재료 투입
2) 투입한 재료의 속성치와 속성 코스트 발생
3) 속성 코스트로 연금 스킬 사용
4) 결과 확인 및 조합 종료

로 이뤄집니다.

3-1. 재료 투입

레시피를 통해 선택한 재료가 화면에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투입 순서를 고르게 됩니다. 투입 순서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할 연금 스킬의 사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입하는 순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각각의 아이템은 CP라는 요구치를 갖고 있으며 이는 Cost Point의 약자입니다. 플레이어의 연금 레벨과 연구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CP의 양이 정해지며, CP를 넘는 재료는 투입은 되지만 투입 효과인 속성치와 속성 코스트를 발생시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투입 단계에서는 연금 스킬에 사용할 속성 코스트의 획득과 CP 관리가 중요합니다.

3-2. 속성치, 속성 코스트, 그리고 연금 스킬
 

[ 조합 화면 ]

재료를 투입하면 재료가 가진 속성 종류가 속성치만큼 누적됩니다. 그리고 속성별 게이지에 표시된 표시까지 속성치를 쌓으면 "효과"가 발현됩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블록으로 표시되는 속성 코스트가 함께 발생하는데, 재료에 "속성 코스트 x n " 같은 특성이 있다면 한 번에 다량의 코스트가 발생합니다. 이 속성 코스트를 소비해 "연금 스킬"을 사용하게 되며 연금 스킬은 속성별로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화속성 스킬: CP 회복(현재 CP를 증가), 능력주입(선택한 재료의 속성치 증가), 잠재력 각성(속성치 없이도 잠재력 레벨을 증가)
- 수속성 스킬: 속성변환(화/수/풍/토 중 원하는 속성 코스트로 교체. 사실 수속성 교체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능률향상(선택한 재료의 CP를 감소)
- 풍속성 스킬: 분열(선택한 재료를 복제 투입), 압축조합(제작 소요 일수나 장착 공간을 축소), 속성 초기화(선택한 속성치를 0으로 만들어 나머지 세 속성치로 분배), 속성치 환원(전체 속성치 일부를 효력으로 전환)
- 토속성 스킬: 효력증강(완성품 효력치 증가), 갯수증가(완성품의 수량이나 사용횟수를 증가)
- 전속성 스킬: 전력주입(전체 속성치와 효력을 증가), 소재강화(선택한 아이템의 속성치와 효력 증가)
(전속성 스킬은 모든 속성 코스트를 동시에 사용)

플레이어마다 운용법이 다르겠지만, 제가 가장 자주 활용하는 조합 순서를 예로 적어 보겠습니다.

1) 화속성 재료를 먼저 넣어 주력으로 사용할 다른 재료의 속성치를 증가시킨다.
2) 수속성 재료를 넣어 주력으로 사용할 다른 재료의 CP를 감소시킨다.
3) 풍속성 재료를 넣어 주력으로 사용할 재료를 복제 투입 한다.
4) 토속성 재료를 넣어 효력과 개수를 증가시킨다.
-) 번외로 수속성 재료를 전환해 다른 속성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조건이 맞으면 전속성 스킬을 사용한다.
-) 복제 투입이 잘 이뤄졌다면, 넘쳐나는 속성치를 풍속성 스킬을 사용해 효력으로 환원하거나 화속성 스킬을 사용해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사용한다.

사실 중후반까지 진행하면 속성 코스트만 잘 운용해도, 그 과정에서 재료가 복수로 투입되기 때문에 속성치와 잠재력 발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가 되긴 합니다. 어쨌든 앞서 말했듯이 이 합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속성치를 잘 쌓아서 많은 효과를 발견하고 효력과 개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게임 플레이 전체 중에서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4. 잠재력 선택

연금술의 마지막 단계인 잠재력은 "발현", "합성", "계승"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발현: 속성치의 총량에 따라 아이템 고유의 잠재력이 단계별로 발현됩니다. 예를 들어 총량이 10이면 1단계의 잠재력이, 20이면 2단계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추가됩니다. 발현된 잠재력은 합성 이후에 리스트로 나타나며, 최대 3 개의 잠재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잠재력은 모두 소멸됩니다. (추가로 재료 투입 시 제한이 되는 CP처럼 잠재력도 PP라는 요구/제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PP는 Potential Point의 약어입니다.)
- 합성: 합성할 수 있는 두 잠재력이 발현되면, 자동으로 합쳐쳐 상위 잠재력으로 강화됩니다. 얼핏 보면 효과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최대 3 개의 잠재력만 선택할 수 있는 제한을 생각하면 1 개로 압축된 것 자체가 굉장한 이득입니다. 또한 합성의 합성까지 감안하면 최종적으로는 그야말로 핵이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잠재력 합성 예시 표 ]

- 계승: 완성품이 원래 가지고 있는 발현될 수 있는 잠재력 외에, 투입된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추가로 계승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잠재력 계승이야말로 아틀리에의 핵심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계승이라는 요소로 인해 발현과 합성을 모두 고려해 최초의 원재료 입수 단계부터 계획적으로 선택해야합니다.
또한 투입된 모든 재료의 잠재력이 계승되는 것은 아니며, 공격/회복/보조/무기/방어구/장식품과 같은 아이템 유형에 따른 승계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파괴력 증가"라는 잠재력은 오직 무기를 만들 때만 계승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제품을 제작할 때는 잠재력 리스트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앞서 연금 스킬 부분이 플레이어의 미시적인 전략을 요구했던 것과 반대로, 잠재력 계승은 플레이어의 거시적인 전략을 요구하게 됩니다.

 

[ 잠재력 계승을 위한 아이템 유형 ]

 

5. 인터페이스

아틀리에의 연금술 인터페이스는 한 화면에 표시되는 구성이나 각각의 GUD가 담고 있는 정보의 표현이 가독성 좋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액션에 대한 이펙트나 사운드의 리액션도 좋고요. 하지만 가장 특기할만한 부분은 재료 부족 시의 플로우라고 생각합니다.
연금술로 제작하려는 제품의 재료가 부족할 때 레시피 보유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없다면: 제작 불가..
- 부족한 재료의 레시피가 있다면: 해당 재료의 제작으로 바로 전환. 재료 제작이 완료되면 이전 제작 메뉴로 복귀해 바로 제작이 가능.

 

[ 레시피가 있는 재료 부족분을 제작하는 화면 ]

이 부분은 마치 모바일 게임들에서 주류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 플로우"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안그래도 신경쓸 요소가 많고 연계가 복잡한 아틀리에의 연금술 파트에서 이런 플로우의 편의성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6. (부록) 듀랑고와 비교 해보기

초반에 카테고리 설명에서 가죽장화를 먹는 "야생의 땅:듀랑고"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 김에, 듀랑고의 크래프팅과 아틀리에의 연금술을 살짝 비교해보겠습니다.
우선, 공개된 정보까지를 종합해보면 듀랑고의 아이템 태그 및 제작 시스템과 아틀리에의 카테고리 및 잠재력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6-1. 유사점

아틀리에는 잠재력의 계승으로 인한 합성이 잘 모를 때는 우연성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제어가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바뀌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듀랑고의 태그 역시 제작을 거듭하면서 잠재된 요소가 우연히 발현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처음부터 히스토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거시적으로 제어가 가능합니다. 단지 중간 과정을 얼마나 표시해주느냐 정도의 차이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6-2. 차이점

듀랑고의 태그와 아틀리에의 잠재력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차이점을 가집니다.

- 듀랑고: 원재료부터 발생한 모든 태그가 제작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계속 유지된다.
- 아틀리에: 매 제품의 제작 단계에서 남겨둘 세 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소멸된다.


두 케이스 모두 공통적으로 거시적으로 통제 가능한, 미시적인 창발이라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속성을 계승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서, 아틀리에는 선택과 소멸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선정 외에도, 중간 과정의 가공과 결과물의 선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제작 컨텐츠의 즐거움을 상당히 배가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단지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제작하는 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템의 성능 자체를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연금술이 가지고 있는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플레이하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14: 렐름 리본의 제작 시스템도 단순히 플레이어가 채집한 재료를 소비해 물건을 제작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간에 "가공"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물의 성능을 재량껏 향상시킬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제작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재미가 여느 MMORPG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밴치마크하면 보다 향상된 제작 시스템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D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high-5/576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Zeraison 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나온 모바일 신작 리듬 게임인 하이파이브 for Kakao(HIGH 5, PNIX Games)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리듬 게이머로서의 저를 먼저 설명해보자면, 저는 반도의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동네 오락실에 DDR과 함께 체감형 리듬 게임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Ez2Dj를 굉장히 재미있게 즐겼고,
PC 방을 자주 다니던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하고 같은 게임을 하다가 중간에 짬이 나면 DJMAX를 즐겼고,
DJMAX Portable을 하기 위해 PSP를 구입했으며, 탭소닉을 하기 위해 iPhone을 구입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플레이 했던 리듬 게임으로는 PSVita로 데카모리 섬란 카구라를, iOS로 Superstar SMTOWN(이하, 슈스엠)을 즐겼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지극히 평범한 리듬 게이머에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리듬 게임을 좋아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신작 리듬 게임의 발매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대개의 모바일 게임 출시 스케쥴이 그렇듯, 안드로이드 마켓에 먼저 출시되었고 iOS에도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죠.

그리고 마침내 플레이해 본 제 경험은 지금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주: 약 2 주 정도의 얕다면 얕은 플레이 기록이며 대단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목부터 "훑어 보기"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닌데! 난 하이파이브 짱 재밌는데! 하이파이브 갓겜! 피닉스니뮤ㅠㅠ 를 외치는 분들은 아 이런 녀석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넘어가주시기를 미리 부탁 드립니다.)

 

1. 어필 포인트

하이파이브 for Kakao(이하, 하이파이브)가 내세운 매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친숙한 가요가 한 가득
- 매력적인 다섯 명의 캐릭터를 팀으로 편성
- 길고 긴 곡 재생 시간

 

 

그런데 실제로 플레이하고 난 뒤에는 저 문구가 조금 다르게 해석되었습니다.

- 친숙한 가요가 한 가득
(일단 저를 포함해서) 가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꽤 반길만한 정말 좋은 점이란 건 확실합니다.
다만, DJMAX 시리즈를 개발했던 PNIX Games의 인력 구성을 알고 있는 나름 오래 된 리듬 게이머들에게는 오히려 그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오리지널 음원의 비율이 적어서 아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점은 어디까지나 case by case 라고 생각해요.

- 매력적인 다섯 명의 캐릭터를 팀으로 편성
예쁘장한 다섯 명의 캐릭터가 화면에 나오는 것은 일단 확실합니다. 다만 취향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초기 지급되는 SD 캐릭터를 다른 화풍의 캐릭터로 교체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행간에 숨겨진 "매우매우매우 노오력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을 읽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이 시간과 노오력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여기 이 예쁜이를 얻으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를 파악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목표를 빠르게 파악하고, 달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 목표 파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길고 긴 곡 재생 시간
이것도 사실이에요.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안내해 주는 오디션 랭킹 메뉴에 가면 일부 간주가 편집되긴 했지만 거의 1~2절 전부를 플레이할 수 있어요. 가요가 수록된 여느 리듬 게임에서 대체로 1절 정도의 분량만 재생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 곡 당 재생 시간이 길어서인지, 반대로 매 플레이 시 필요한 포인트(스테미너 또는 티켓과 같은 개념)가 굉장히 적습니다. 포인트를 소진하는 데 사용되는 "플레이 타임"은 다른 게임들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플레이 곡 수"가 압도적으로 적어요. 이는 체감상 굉장히 "하다 만 느낌"을 주는데 포인트 결제를 유도한 디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일단은 가져봤습니다.

 

2. 연주 파트

리듬 게임의 본질인 연주 파트에 대해 살펴 보겠습니다.

2-1. 노트 판(Gear)

 

우선 노트가 나타나는 판(DJMAX 시리즈의 "기어"에 해당하는 부분)이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U자 모양으로 판정선이 휘어 있는데요. 비슷한 모양을 가진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이하, 스쿠페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일단 직선형 기어가 아니기 때문에 핸드폰을 어떻게 쥐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iPhone 6로 들고 플레이하다 보면 자세가 불편해 손이나 팔이 꽤 뻐근해집니다. (곡 난이도 때문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플레이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 아니라면 플레이의 용이성이 U형 판정선의 디자인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정선이 휘어있기 때문에 두 개의 노트가 나타났을 때 동시에 누르는 것인지 엇박자로 각각 누르는 것인지 판단이 굉장히 애매합니다. 간혹 느린 노트 속도에 빠른 이동을 요구하는 롱 노트라도 나타나면, 아래로 꺾인 선처럼 보이는 해괴한 모양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 러브라이브 School Idol Festival 연주 화면 ]

위에서 잠시 스쿠페스를 언급했는데요, 사실 스쿠페스의 형태와는 근본적인 디자인이 다릅니다.
일단 정해진 타격 지점이 나뉘지 않고 떨어지는 노트의 위치를 적당히(그야말로 적당히..) 알아서 맞춰야 하는 하이파이브와 달리, 스쿠페스는 정확히 9 개의 캐릭터가 그려진 동그란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버튼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동작합니다.
이 경우는 오히려 디자인 의도가 굉장히 명확하게 유추됩니다. 어떻게든 9 명의 캐릭터를 중심점과 같은 거리에 배치시키기 위해 곡선형의 배치를 선택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시 판정인지 엇박자인지 애매하지 않도록, 같이 누르는 두 개의 노트를 위한 별도의 표식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곡선형 노트판은, 의도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노트의 직관성도 해치고, 심지어 판정선 아랫 부분에 추가된 UI 요소도 없이 완전한 여백으로 남겨두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곡선형 판정선을 만든 이유를 플레이하는 내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

 

2-2. 레이어

연주 파트의 레이어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앨범 재킷(배경 화면)
- 캐릭터 5 명
- 연주 노트
- 판정 텍스트

 

결과만 먼저 말씀드리면, 노트에 집중할 수 없는 과도한 요소들의 집합이 돼버렸습니다.
분위기 연출용인 앨범 재킷은 워터 마크나 톤 다운 없이 원색 그대로 배치되었고, 5명의 캐릭터도 초기 지급된 SD 캐릭터를 벗어나면서부터 이미지 사이즈가 커져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캐릭터들의 경우 음악의 진행에 따라 자리를 바꾸거나 박자에 맞게 위치 또는 크기를 변형해 춤을 추는 듯한 연출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주의를 분산시킵니다. 5인조 아이돌을 구성해 무대를 진행한다는 "연출"을 하는 것은 좋은데, 게임의 본질인 "연주"를 방해하는 선은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판정 텍스트(Perfect/Good/Miss 또는 Combo 숫자)가 불투명하고 굵은 폰트로 노트보다 상위에 출력되는데요, 서너자리의 콤보 유지 상태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노트의 속성이 일치한 경우 FANTASTIC 이라는 텍스트와 함께 텍스트 좌우에 꾸며진 음표 이미지까지 출력되어 화면을 가리는 범위가 굉장합니다.

 

[ Superstar SMTOWN 의 연주 화면 ]

연주 화면 구성의 경우 비슷한 리듬 게임인 스쿠페스 또는 슈스엠과 비교해보면 노트 집중도가 얼마나 차이나는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쿠페스의 경우 마찬가지로 편성 캐릭터에 대한 정보와 연출이 중요시 되지만, 기본 화면에서는 캐릭터가 전혀 표시되지 않고 대신 캐릭터의 스킬이 발동될 때 해당 캐릭터의 이미지만 잠깐 중앙에 노출시키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하이파이브의 체감이 어려운 캐릭터 스킬 쪽보다 오히려 스킬의 사용 효과가 시각적으로 배가되는 느낌이며 정보의 정돈 또한 가능합니다.

 

[ 오디션의 플레이 화면 ]

다른 관점에서 캐릭터의 연출을 더욱 극대화한 오디션과 비교해보면, 오디션은 눌러야 할 노트가 완전히 분리된 UI로 제공되면서 최 상단에 표현되어 가려짐도 없고 집중 방해도 없습니다.
하이파이브의 연주 파트 레이어 구성은 중도를 노리다가 둘 다 놓친 케이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2-3. 노트 종류와 판정

 

 

하이파이브에 사용되는 노트의 종류는 아래의 세 가지입니다.

 

- 기본 노트
- 롱 노트
- 하트 노트

기본 노트는 생김새가 Cytus의 노트와 유사하다는 점만 빼면 특기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일반적인 노트입니다.
판정선에 도착하는 순간을 잘 노려서 노트를 터치하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에요.

롱 노트는 리듬 게임의 하드웨어가 터치 디바이스로 넘어오면서 생긴 슬라이드 패턴이 포함된 노트입니다.
누른 상태에서 떼지 않고 한붓 그리기를 하듯 연결된 중간 지점들로 슬라이드하면 유효 히트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다보니 유효 판정 조건을 다소 여유있게 구성한 느낌입니다.
롱 노트의 시작/끝 점과 꺾인 점처럼 특별히 표시된 "포인트" 위치만 맞추면 Miss(실패 판정)는 발생하지 않아요.
가령 시작 포인트에서 다음 꺾인 점까지 연결선이 길다면, 시작 포인트를 누른 상태에서 좌우로 어느 곳이든 슬라이드해도 유효 히트는 계속 발생하게 됩니다. 정확히 연결선 안에서만 입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패턴은 아니에요.
또한 심지어 손을 중간에 떼더라도, 다음 포인트만 일반 노트처럼 맞춰 눌러도 Miss 없이 콤보는 계속 유지됩니다.
다만 손을 한 번 떼면 다시 눌러도 롱 노트 특유의 다단 히트는 중단되기 때문에 대량 득점 기회는 상당 부분 희생되긴 하지만, 그래도 Miss가 아니니 썩 나쁜 처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의 롱 노트 판정에서, 굉장히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조건이 하나가 있는데요, 이 점 하나 때문에 위에서 말한 느슨한 판정의 장점이 모두 희석됩니다. 바로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포인트"를 놓쳤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롱 노트 판정은, 중간에 실패가 발생한 시점에서 해당 롱 노트 전체를 비활성화 시켜 판정에서 배제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이파이브는 중간에 Miss가 발생해도 그 롱 노트가 계속 활성화된 상태로 진행되는데요, 마치 한 번 틀려도 다시 누르면 롱 노트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한 번 틀린 롱 노트는 그 노트의 모든 포인트에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시작부터 끝까지 총 5 번의 포인트가 있는 롱 노트의 두 번째 포인트에서 Miss 가 발생하면, 3, 4, 5 번째 포인트는 반드시 Miss 판정이 발생합니다. 플레이어가 복구할 수 없는 가혹한 Miss 의 향연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게 마치 수습할 수 있을 것처럼 표시되는데 전혀 수습되지 않아서 플레이 페이스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며, 처음에는 "아, 내가 이 패턴을 잘 못 누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판정 조건을 알아차린 뒤에는 굉장한 부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하트 노트는 누르고 있는 위치에 하트가 떨어지면 유효 히트가 되는 노트 입니다.
누름 상태를 유지하고 좌우로 슬라이드 한다는 점에서 롱 노트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롱 노트가 느슨한 판정으로 연결 부위를 풀어주는 노트라면, 하트 노트는 연속된 일반 노트처럼 쏟아져내리기 때문에 세심한 슬라이드 컨트롤을 요구하는, 생긴 것과 달리 가장 까다로운 노트의 성격을 갖습니다.
하지만 노트 기능에서 설명한 것처럼 누르고 있는 곳에 하트가 떨어진 것을 판정하는 노트이다보니, 실제 판정 체크 시점이 미묘하게 느립니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존 롱 노트처럼 슬라이드하고 손을 떼면, 대체로 마지막 한 두 개의 하트 노트를 놓치고 Miss 가 발생하게 됩니다. 덕분에 음악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는 플레이에서 약간 빗겨나, 떨어지는 노트를 보고 음악과 무관한 노트의 판정을 위한 액션을 요구하게 되면서 음악이 아닌 노트의 리듬대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점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본질을 상당부분 희생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듭니다.


3. 랭킹 모드

하이파이브의 게임 모드는 크게 랭킹과 월드 투어의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랭킹 모드는 다시 오디션 랭킹과 데일리 챌린지로 나뉘는데요(스페셜 모드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컨텐츠), 처음에는 오디션 랭킹에서 소량의 기본 곡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과 함께 이 곳으로 안내되어 몇 곡을 플레이하고 레벨 업 하게 되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랭킹 모드가 게임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곡이 얼마 없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차차 해금(Unlock) 될 것이라는 게이머 일반 상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금되지 않은 곡 또는 난이도의 경우 다이아(현금의 가치를 가진 재화)를 사용해 1회 플레이할 수 있는 부분도 부분 유료화(F2P)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제 유도 모델이기 때문에 특기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랭킹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상위 5 개의 곡 점수를 합산해 랭킹"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특기할 점은 비슷한 그룹을 리그로 나누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전체 유저를 하나의 그룹에 매칭해 대략 2~3만 등까지 순위가 매겨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리그 방식은, 랭킹 모드의 다른 매뉴인 데일리 챌린지에서 사용합니다.

데일리 챌린지는 매일 매일 미리 짜여진 세 곡을 연속해서 플레이하는 모드 입니다. 선곡은 매 주 단위로 변경되며, 매일 매일 성적에 따라 자정에 리그 승강이 이뤄집니다. 그리고 한 주 간의 최종 리그 성적을 매 주 월요일 정산해 리그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랭킹 모드의 요소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그런데 위의 1. 어필 포인트 에서 이야기했던 "길고 긴 재생 시간"을 잠시 상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곡 당 재생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인트 지급량이 매우 적다고 했었는데요, 일단 11 레벨까지 진행했을 때에도 여전히 처음과 같은 최대 3 랭킹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3 곡을 플레이하면 소진된다는 의미입니다.
경우에 따라 3 곡이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잠깐씩 하기에 곡당 1분 30초 씩만 잡아도 실제로 메뉴 이동 등을 감안하면 5 분은 훌쩍 지나가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데일리 챌린지라면 어떨까요?
데일리 챌린지는 세 곡을 연속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오늘의 챌린지를 플레이하고 나면 랭킹 포인트가 0이 됩니다. 한 번에 3 포인트를 필요로 하거든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한 번씩, 하루에 두 번 하는 플레이 패턴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다고 했을 때, 출근 길에 일일 필수 미션과 같은 데일리 챌린지를 하고 나면 랭킹 모드는 끝이 납니다. 1 포인트가 충전되는 데 30 분이 걸리거든요.
그럼 이 플레이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음에 이야기할 4. 월드 투어 모드 를 하면 됩니다. 네 아직은 다른 모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4. 월드 투어 모드

 

 

월드 투어 모드는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약간의 레벨업을 달성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여느 RPG류의 "모험 및 전투" 컨텐츠와 닮아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로 조금씩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부분에서요.

월드 투어 모드는 초급/중급/상급으로 구분되어 있고, 초급은 Easy / Normal 난이도를, 중급은 Hard 난이도를, 상급은 Pro 난이도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에서 플레이어 성공한 곡은, 오디션 랭킹 모드에 해당 곡의 해당 난이도가 해금되어 랭킹 플레이를 사용해 자유롭게 다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각 등급별로 총 10 개의 액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액트는 다시 6~10 개의 Stage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다수의 일반 스테이지는 랜덤한 곡을 선택해 플레이하지만, 매 액트마다 Show Case 라는 이름의 중간 스테이지 한 개와 파이널 스테이지, 그리고 필수 진행은 아닌 스페셜 스테이지의 총 세 스테이지가 고정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의 랜덤한 곡 선택 연출에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매번 플레이할 때 마다 랜덤한 곡을 선택하는 것 같은 룰렛 연출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한 번 스테이지에 선택된 곡은 몇 번을 플레이해도 계속 같은 곡이 선택되고 있습니다. 곡 선택을 다시 하려면 "다시 돌리기"라는 버튼을 눌러야만 곡 리셋이 진행되기 때문에 차라리 클리어한 이후에도 선택한 곡이 남아있다면 괜히 다른 곡이 골라질 것 같다는 헛된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어설픈 랜덤 연출보다 솔직하게 오픈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월드 투어 모드는 전체 스테이지가 미리 제작되어 있는 만큼, 끝까지 진행하려면 많은 노력이 들 거라는 점은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예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스테이지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논란이 많이 될 것 같은데요.
보통의 리듬 게임에서 사용하는 곡이 끝날 때까지 잔여 생명력이 남기만 하면 성적은 나쁘지만 그래도 클리어 했다!고 판정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곡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 생존은 관계 없음! 이 성공 판정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노트를 퍼펙트로 올 콤보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점수가 모자라면 클리어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점수는 어떻게 올릴 수 있느냐? 에 대해서는 아래 5. 팀의 성장 에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투어 모드의 판정 방식의 경우,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처럼 납득 가능한 형태의 메타포를 사용해 일반 리듬 게임의 성패 판정과 다른 판정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저도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지만, 태고의 달인 모험 모드에서는 캐릭터가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몬스터를 때려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노트 올 콤을 했더라도 게이머의 상식(..) 선에서 "아 내가 템이 후져서 이 몹을 때려잡지 못했구나!"를 직관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5. 팀의 성장

일단 게임 전체의 성장 요소로는 크게 계정 성장과 팀의 성장이 있습니다.
계정 성장은 플레이 누적에 따라 계정 레벨이 상승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계정 성장을 가진 게임들처럼 랭킹 포인트의 최대량이 늘어납니다(라고 생각은 되지만 워낙 적어서 늘어난 건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리고 팀의 성장은 압축해서 "팀 스타성"이라는 지표로 나타나는 숫자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이 팀 스타성이 높아야 월드 투어 모드의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5-1. 캐릭터

게임의 이름인 HIGH 5 에서도 나타나다시피, 한 팀의 최대 인원은 5 명 입니다.
어떤 모드에서라도 팀에 편성하고 플레이하면 해당 캐릭터는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상승합니다.
최근 모바일 캐릭터 게임들에서 자주 사용되는 "별"의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 또한 존재하는데요, 도탑전기를 필두로 한 캐릭터 게임에서 등급을 올릴 떄 사용하는 방식과 같은,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를 모아 모아서 캐릭터의 별을 높인다.는 방식을 하이파이브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아야 할 같은 캐릭터의 무언가는 "소울"이라고 표현하고 있고요.
즉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팀에 편성시키고 열심히 플레이해 레벨을 올리는 방법과, 캐릭터 소울을 열심히 모아 별을 올리는 방법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5-2. 장비

캐릭터마다 총 4 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있습니다. 각각 음향장비 / 패션잡화 / 악세사리 / 음식 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모든 장비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강화와 합성이 가능합니다. 강화는 다른 장비 여러 개를 갈아서 +1, +2 처럼 장비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고, 합성은 아마도 캐릭터 소울을 모으는 것처럼, 같은 등급 또는 같은 장비 두 개를 합쳐서 상위 단계의 별로 승급시키는 방식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합성 시스템에 대해 확정이 아닌 추측인 이유는 아직 합성을 시도해보지 못해서 입니다. "합성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라고 표시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반적인 다른 게임에서의 강화 방식처럼 최대 강화 단계인 두 장비를 합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총 다섯 명의 캐릭터를 한 팀으로 편성해서, 각 캐릭터들을 레벨업 시켜주고(레벨업이야 기본 플레이인 연주를 열심히 하면 달성되는 부분이니 별도로 신경쓰일만한 부분은 아님), 소울을 모아서 등급을 올려주고, 또 각 캐릭터마다 4 종류의 장비(5 x 4 = 20)를 챙겨서 장착시켜주고, 또 각 장비들마다 여벌의 장비들을 갈아넣어 강화도 시켜주어야 하니(2성급 장비 +1 달성에 1성급 장비 4 개가 필요) 생각보다 굉장한 량의 자원을 부어야 팀의 스타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굉장히 복잡합니다. 그런데, 정리가 잘 안되어 있어요.. 이 부분은 아래 7. 거시적 플레이 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6. 수집 요소

 

 

앞서 이미 손에 넣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하이파이브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많이 있는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우선 캐릭터의 개수로만 보면, 현재 공개된 시점에서 총 159 명의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 겹치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총 78 명의 유니크한 인물들을 "카리스마" "인기만점" 등의 접두어를 붙이고 의상을 바꿔 다른 캐릭터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장 뿐만 아니라 자세까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리소스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숫자 면에서는 꽤 부족함 없는 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캐릭터들의 컨셉이 크게 세 분류로 나뉩니다. SD형 / 극화형 / 만화형 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화형 캐릭터는 굉장히 드뭅니다. 가챠를 돌려도, 플레이 보상을 받아도, 대부분이 저 SD형 캐릭터에요. 극화형과 만화형은 베리에이션을 총 세 단계나 갖는 데 반해 SD 형은 원본과 베리에이션1종의 단 두 단계로 제한되는 것만 보더라도 사실상 동등한 하나의 컨셉이라기보다 낮은 단계의 가치를 갖는, 더 많이 등장하는 빈도 높은 캐릭터로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가뜩이나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90년대 채팅 프로그램의 아바타 같은 느낌의 SD 형 캐릭터를 꽤 싫어하는 편인데, 원하는 예쁜 캐릭터를 기대하고 가챠를 구매해도 쏟아지는 수 십 여 개의 SD형 캐릭터를 보면 점점 없던 분노마저 생기는 기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트위터에서 SUKJA 님의 일러스트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 홍보에 하이파이브를 시작한 입장인 지라 그 캐릭터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가 좀 더 강렬한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엇을 수집하느냐만큼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수집하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이파이브의 캐릭터 수집 방법이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확률 보상"과 "확정 보상"의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확률 보상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바로 그 "가챠" 즉 뽑기 방식 이고요, 확정 보상은 월드 투어 모드의 파이널 스테이지 보상으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월드 투어의 파이널 스테이지는 앞서 4. 월드 투어 모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플레이할 곡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클리어 시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또는 캐릭터의 소울) 또한 고정되어 있고요. 즉,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파이널 스테이지를 1회만 플레이하면 되지만, 다음 등급으로 성장시키려면 최소 17 번 이상 같은 곡을 반복해야 합니다. 일단 같은 곡을 17 번이나 반복하는 것도 대단히 괴로운 여정이지만, 파이널 스테이지는 하필 풀 버전의 곡이 재생되기 때문에 재생 시간도 깁니다. 그리고 계정 레벨 11 기준, 투어 포인트는 최대 5 포인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충전에만 6시간이 소요됩니다..!
게다가 월드 투어는 충분히 성장해 다음 액트로 넘어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며, 설령 모든 액트를 클리어한다 해도 최대 10 명의 캐릭터만 입수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오직 가챠"로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는 확정 보상의 기회를 추가로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가 추가될 필요성이 대단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7. 거시적 플레이

현재까지의 결론은, 하이파이브의 뼈대가 되는 플레이 모드는 랭킹 모드가 아니라 월드 투어 모드라는 것입니다.
일단 실제로 동작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지향하는 바를 종합한 하이파이브의 거시적인 플레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솔로잉으로 월드 투어 모드를 진행한다.
2) 월드 투어에서 얻은 곡을 오디션 랭킹 모드에서 플레이한다.
3) 오디션 랭킹 모드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며 팀을 성장 시킨다.
4) 성장한 팀으로 다시 월드 투어를 더 많이 진행한다.
5) 2)로 돌아간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 구조는 위의 선순환이 중간 중간 깨져있는 형태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우선 1) ~ 2) 의 흐름은 동작합니다. 월드 투어에서 클리어한 곡을 오디션 랭킹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2) ~ 3)은 첫째로 랭킹 포인트 부족으로 가로막힙니다. 팀이 충분히 성장할만한 플레이 횟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로 캐릭터의 경험치 습득 만으로는 팀의 충분한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캐릭터의 등급을 올리는 소울과 장비를 강화/합성하기 위한 장비를 얻는 곳은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이기 때문에 실제로 팀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오디션 랭킹이 아닌 월드 투어에 집중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경험치는 어느 쪽에서도 오르기 때문)
즉, 디아블로3 발매 시절에 불지옥 난이도가 혹평 받던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등반 도구가 필요한데, 그 도구가 산 정상에 있는 경우

에 해당합니다. 사실 불지옥 난이도도 그렇고, 월드 투어 모드도 그렇듯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의 컨텐츠를 반복 플레이하면 "언젠가는" 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최근의 플레이 트렌드는 안정적인 "확정 보상"이 일단 확보된 상태에서 "확률 보상"이 추가로 제공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는 플레이어의 기대와 실제 플레이 흐름이 어긋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플레이 흐름으로 돌아가보면, 그렇기 때문에 3) ~ 4)는 팀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월드 투어의 진도를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게임 진행이 굉장히 더디게 흘러가게 되고 플레이어에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지게 됩니다.

1) 결제로 허들을 극복한다.
2) 결제없이 시간과 노력으로 극복할 방법을 찾아본다.
3) 게임을 그만 둔다.

여기서 결제와 무결제 극복 모두 어려움을 맞게 되는 부분은 하이파이브의 과금 구조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하이파이브는 대부분의 과금 구조가 확률 보상에 의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시피, 일반 플레이 상에서 노가다라고 흔히 불리는 그라인딩(Grinding) 순환이 깨져있기 때문에 단순히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으로는 원하는 무언가(성장 단계 또는 수집품)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장비 또는 캐릭터 가챠를 통해 확률적인 무언가를 얻기만을 기대하거나, 캐릭터의 레벨 또는 소울을 랜덤하게 상승시키는 과금 모델을 통해 확률적 성장(..?)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확정 보상 없이 확률 보상으로 극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돈이든 아니면 시간과 노력이든 얼마나 들여야 어느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를 플레이어가 예측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즉,

이 만큼을 지불하면 이 만큼을 얻을 수 있다.

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게임의 결제 자체가 망설여집니다.

 


8. 요약

글이 처음 생각보다 굉장히 길어졌는데요.
전체를 짤막하게 요약해 장점과 단점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장점
1) 대중적으로 익숙한 가요가 많다.
2) 노트 패턴 중에 안무를 차용한 것이 많아 실제 아이돌 무대를 알고 있다면 흥미롭게 다가온다.
3) 예쁜 캐릭터를 "얻을 수도" 있다.

단점
1) U형의 기본 구조가 리듬 게임의 기본에 크게 영향을 준다.
2) 롱 노트와 하트 노트의 판정이 매우 불편하다.
3) 정돈되지 않은 인터페이스가 게임의 복잡도를 높인다.
4) 성장에 필요한 요소가 많고 서로 연계되어 있어 게임의 복잡도를 높인다.
5) 컨텐츠 연계가 순환을 이루지 못한다.
6) 확률 보상 의존도가 높아 과금 모델의 직관성이 낮다.

하이파이브 for Kakao에 대해, 처음에 가지고 있던 기대는 이렇습니다.

모든 소속사 아이돌을 모을 수 있는 슈스엠

하지만 플레이 이후에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리듬 게임처럼 생긴 도탑전기류의 모바일 게임

딱히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고, 전체 구조가 일반 리듬게임과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차라리 도탑전기류의 코어 플레이 방식에 리듬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바라보면 하이파이브를 좀 더 올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른 리듬 게임들의 방식을 억지로 차용하기보다는, 오히려 도탑전기류의 특장점들을 좀 더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다면 이후의 성장을 더욱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포스팅은 GDF와 Inven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주소: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419

Inven 주소: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10292

 

=========================================================================================================================================

 

 

요즘 출퇴근길에 짬짬이 즐기는 스마트 게임인 타운십Township에 대해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첫인상

우선 타운십의 장르는 일반적으로 팜 게임Farm Game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경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사실 처음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제가 좋아하는 타운즈맨Townsmen이라는 다른 게임과 유사한 화풍 때문이었습니다. SNS 등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추천욕구 때문에 종종 추천하곤 했었는데요(전문용어로는 이를 영업이라고 하죠?), 타운즈맨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마치 고전게임인 새틀러처럼 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NPC들의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새틀러와 타운즈맨과 이 타운십은 단순히 화풍만 비슷했던 것이 아니라 그러한 NPC의 꼬물꼬물거리는 반응들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화면 안에 작은 세계가 재현되는 느낌이죠. 중세 배경인 타운즈맨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타운십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조작

 튜토리얼에서 알려주는 타운십의 기본 조작은 터치와 스와이프(또는 페닝) 입니다. 작업할 곳을 터치한 다음, 대부분의 작업을 버튼 터치가 아닌 직접 화면에서 해당 객체들을 문지르는 것으로 조작합니다. 수많은 버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팜 게임들과는 이런 기본적인 차이가 있어 게임에 몰입하기가 편하더군요. 예를 들어 2개 이상의 밭에 작물을 심을 때는, 빈 밭을 터치하면 하단에 나타나는 작물들의 종류 중에서 원하는 작물을 터치한 상태로, 심고자 하는 밭들에 쭉 문지르면(마우스의 드래그와 유사합니다) 한 번에 같은 작물을 여러 밭에 심을 수 있습니다. 수확도 마찬가지로 재배가 완료된 밭을 터치하면 낫 아이콘이 화면 아래쪽에 나타나는데, 그 낫을 누른 상태로 재배 완료된 작물들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면 한꺼번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밭 뿐만이 아니라 사료공장, 양계장, 빵집 등 여러 생산 건물에서 이 조작 방식을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친구팔이(?)의 부재

그리고 팜 게임들은 대체로 소셜네트워킹 요소를 강조한 SNG라는 형태의 모델인 경우가 많은데요, 타운십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템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뭔갈 할 때마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세요!"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x 명의 친구를 당신의 마을에 초대하세요!"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친구팔이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기에 적당하다는 점도 참 매력적입니다.

자원의 순환

타운십의 자원 순환 고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밭에서 재배"

2) "공장에서 가공(1차~n차)"

3) "생산품을 소비"

4) "소비된 생산품은 다른 자원(골드와 경험치 또는 다른 물자)으로 환원"

5) "레벨업을 통한 가용 생산 시설의 추가 확보"

6) "시설을 배치할 공간이 필요"

7)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돈과 인구 수가 필요"

8) "인구 수 확보를 위해 공공 시설이 필요"

9) "공공 시설 건설을 위해 건설 자재(자체 생산 안됨)가 필요"

10) "건설 자재를 위해서는 생산품이 필요"

< 다시 1) 로 돌아가기 >

 

타운십은 기본적으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산의 시작은 밭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밭에서 밀, 옥수수, 사탕수수, 목화 등을 재배한 다음, 그걸로 사료나 빵, 또는 옷감 같은 것을 만들고, 다시 그렇게 1차 가공된 것들로 케잌, 의류, 치즈 같은 2차 가공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생산할 수록 경험치가 쌓이게 되고, 경험치가 쌓이면 마을의 레벨이 오릅니다. 마을의 레벨이 오르면 게임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열리고요(흔히 해금, 또는 Unlock이라고 하는 방식). 컨텐츠가 확장되면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토지가 점점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토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정 이상의 인구 수가 필요하게 되고, 인구 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공공 시설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생산한 물건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순환표의 4) 단계). 하나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물품을 제공하는 "주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마을(다른 친구의 마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시스템이 가져갑니다.)로 "기차"에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 생산품들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곳간(일반적으로 창고라고 불리는 것)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은 MMORPG에서 NPC상점에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처럼 사실상 버리기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처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생산품들을 소비할 때는, 기본적으로 유료 결제를 하지 않는다면 곳간(저장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매번 요구하는 물건들을 그때 그때 생산해야 합니다. 마침 내가 잔뜩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요구하는 주문이나 기차가 떠준다면 그야말로 땡큐베리감사를 외치면서 즉시 주문/기차 완료를 누르면 되지만 그런 일은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더군요. 따라서 요구하는 물건들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하나 하나 처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문"은 보상 주기 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주요한 돈과 경험치 획득 수단입니다. 대략 1 가지에서 4 가지 사이의 물건들을 요청하는데, 완료하기 버튼을 누르면 헬기가 해당 주민의 위치까지 물건을 싣고 날아갔다가 돌아옵니다. 요구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주문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주문의 쿨다운 시간(재사용 대기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대략 20초 내외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게다가 한 번에 발생하는 주문의 총 개수는 항상 7 개씩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매 주문을 완료할 때마다 즉시 새로운 주문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진행하고 싶지 않은 주문(터무니없는 수량을 요구하는 주제에 보상이 별로라거나)는 거절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19분 뒤에 새로운 주문이 추가됩니다. 무분별한 걸러받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죠.

"기차"는 대략 1 시간 이상의 쿨다운 시간이 존재하는 제한된 컨텐츠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마을에서 직접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핵심 수단"입니다(순환표의 10) 단계). 마을에서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의 종류는 모두 건설자재들이고, 건설자재는 이름 그대로 건물을 짓는데에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생산건물들을 짓는 데 필요한 자원은 오직 게임머니 뿐이지만, 마을 확장에 요구되는 인구증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공 건물(극장, 세탁소, 까페 등 실제 플레이어가 조작하지는 않는 건물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게임머니 외에도 많은 숫자의 건설자재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가 기차로 할 수 있는 일은, 기차마다 각각 요구하는 이 마을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먼 마을로 실어 보내고, 그 마을들로부터 답례로 건설자재를 받는 것 입니다. (물자를 실어보낸 기차가 건설 자재를 싣고 돌아올 때까지의 부분에서 보낸 마을의 위치에 따라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공들여 생산한 생산품들을 주문에 쓸 지 기차에 쓸 지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타운십에서 자원 순환 구조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됩니다. ("시장"을 짓고 나면 건설자재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지만, 이 때 요구하는 자원은 캐시포인트이므로 부차적인 경로로 판단했습니다.)

 

Post F2P?

앞서 타운십의 구조에 대해 짤막하게 알아보았습니다만, 그렇다면 대체 제목에 쓰여있는 탈(脫, Post) 부분유료화(F2P; Free to Play)라는 건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는가?는 여전히 알 수 없으실 겁니다.

F2P라고 불리는 부분유료화 모델에서 지금까지 핵심적인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유료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는데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대체로 "돈을 내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곤 합니다. 의도적으로 불편을 주고, 돈을 내면 그 불편을 제거해주겠다는 방식이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을 강요당하는 일종의 심리적인 폭력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플레이어는 "동네 건달 형님들이 노점상에서 자리세를 걷어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이 방식은 편의 기능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편의 기능은 대체로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들은 플레이어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것들이고, 이것은 편의 기능 판매와는 또다른 불만을 발생시킵니다. 바로 "공정성이 무너진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점이죠. 업계에서는 Pay to Win(이하 P2W), 그러니까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면 된다는 방식을 일종의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다른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 온 "게임은 실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야 한다"는 가치가 굳게 자리잡은 게이머들일 수록 그 가치와 반대되는 P2W 방식에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캐시 안쓰고도 이만큼이나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도전 욕구마저 자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단순히 가격 면에서가 아니라 소재 자체에서 구매 저항이 상당히 높게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과금 방식을 극복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월드 오브 탱크 같은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패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서 돈을 써서 승리한 자와 돈에 패배한 자 모두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세간에서 F2P 2.0 으로까지 칭송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레임(Frame)이라는 단어를 빌려보자면, 기존 F2P 과금 방식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한계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저는 타운십에서 사용한 수익 모델을 F2P 2.0 또는 3.0이라는 방식으로 부르는 대신, Post F2P라고 불러볼까 합니다.

타운십에도 이같은 유료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긴 한데요,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게 얼마나 잘 팔릴 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플레이하는 데 큰 불편이 없거든요. (물론 곳간의 저장 공간 부족 문제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곳간..! 곳간..!!!) 다만 주문 부분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타운십을 켰던 어느 날, 주문 화면에 못 보던 황금 테두리의 주문이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상도 무려 1 캐시포인트 더군요. 딱히 어떤 생산품을 요구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문 완료 버튼이 원래는 "전송"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곳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보기"라고 떠있더군요. 소중한 1 캐시포인트를 받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오오... 동영상 광고가 나오더군요. 크래시 오브 클랜, 붐 비치와 같은 기존 해외 유명 작품들의 광고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게임 오브 워 같은 최신작들의 광고까지 보여주곤 합니다. 대략 15초? 20초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특이한 점은 다른 웹 서비스들의 광고 영상들과는 달리 건너뛰기(Skip)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번 "보기"를 누르면 1 캐시포인트를 인질로 삼고(?) 광고가 끝날 때까지 중단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다른 주문들을 완료하러 헬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좀 짧은 느낌이 있어 별로 신경쓰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소중한 생산품을 갖다 바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하면 1 캐시를 주는 거였습니다! 묘하게 기쁘더라고요. 처음 생긴 것부터 황금 테두리라 특별해보이더니, 그냥 광고만 보면 1 캐시를 준다는 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즐겁더군요. 몇 번 반복하고 났더니 이제는 광고가 다시 나와주기를 기다리는 지경까지 됐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돈을 쓰는 일이 즐겁도록 만든 것이 대단히 뛰어난 F2P 전략이었다면, 타운십에서는 플레이어가 돈을 쓰는 일 없이 광고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플레이어에게 반갑긴 하지만, 그 광고 역시 다른 게임들의 배너 방식처럼 여전히 짜증과 불편을 유발하는 게임 외적인 장치가 아니라 게임 안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고급스러운 컨텐츠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 뛰어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게임 안에 광고를 넣는 것에 대한 움직임은 계속 있었습니다. 제가 S.U.N.을 미주 대륙과 유럽 지역에 서비스하는 업무를 하던 때에도,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그저 게임에 새로 업데이트된 컨텐츠를 소개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마을 게시판에 외부 사이트 광고를 유료로 실어주곤 했습니다. 그 전부터도 웹젠에서는 회사 차원으로 (비록 게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헉슬리나 파르페스테이션 등의 마을에 광고를 넣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도됐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여전히 게임의 한 요소로 광고를 끌어 안는 것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대략 5초~7초? 정도 광고를 강제로 재생하고 그 뒤에는 건너뛰기가 가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다른 일 하느라 건너뛰기를 하지 않고 광고를 그냥 둔 적이 있었는데 준비된 영상은 TV 기준 15초보다 훨씬 긴 30초 정도가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광고마다 총 길이는 다 달랐던 것 같지만요. 만약 제가 광고주의 입장이라면, 30초 동안 재생될 것을 기대하고 돈을 들여 영상을 만들고 다시 돈을 들여 광고를 걸었는데, 확정적으로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고작 5초뿐이라면 굉장히 손해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IPTV로 VOD를 보더라도 1~2 개의 광고가 건너뛰기 불가능한 상태로 보여지는데 말이죠.

타운십에서 광고 자체만 놓고 봤을 때, 1)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광고를 긍정적으로(심지어 기쁘게!) 대한다. 라는 부분이 굉장히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게임 내 요소 일부로 가져온 것도 훌륭했고요. 그리고 만약 주 수입원이 유료 상품 판매가 아닌 광고 수익이 될 수만 있다면, 요즘 F2P 게임들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태를 벗어나 돈을 요구하지 않고도 플레이어들에게 더 나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플레이어의 모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광고가 노출될 대상도 늘어날 것이므로 다시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리

시골에서 보내던 어린 시절, 인삼 농사를 지으시는 동네 어르신께 "인삼을 재배한 밭은 1~2년 동안 다른 작물을 심을 수가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삼이 토양의 양분을 과도하게 빨아먹어서 다시 토양이 재생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을 배우게 됐습니다. 요약하자면, 환경을 파괴하면서 급격한 발전을 추구하면 오래도록 존속할 수 없으니, 환경을 지키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금 당장의 수익을 위해 지금까지의 F2P가 고수하던 다소 과격한 과금 방식을 남용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해당하는 "게임 시장"이 말라버리게 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이 흔히 말하는 "황금 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가르는 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도 다른 글의 말미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이, 개인적으로는 게이머와 개발자, 개발자와 게이머가 서로 다른 꿈을 꾸지 않고 같은 꿈을 꾸는 "게임을 사랑하는 동료"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 중에, 타운십에서 사용한 광고 수익을 통한 서비스 무료화라는 방식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타운십 링크

애플 앱스토어: https://itunes.apple.com/kr/app/kkum-ui-ma-eul-township/id638689075?mt=8

구글 플레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layrix.township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58&p=1594#p1594

 

-----------------------------------------------------------------------------------------------------------------------------------------

 

The Stanley Parable 리뷰를 끝내고 짧게나마 Gone Home을 리뷰해볼까 했는데 이미 tophet 님께서 테잎을 끊어주신 덕에 저는 숟가락만 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트위터에서 곤홈에 대한 감상을 다음과 같이 적었었습니다.

곤 홈(Gone Home) 클리어.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과 집이라는 익숙한 배경을 소재로 어둠과 고립과 고독을 통해 플레이어를 집중시키는 점, 음악과 나레이션의 청감각이 메인라는 점이 멋지지만, "게임"으로 보면 "투더문"의 연장선.

일단 곤홈은 간략하게 "3D 투더문"같은 느낌이라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크게 주목할만한 매커니즘은 없어보이지만, "전달 도구로서 게임을 선택한 점"이라는 것과 "이야기의 주제"가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점은 확실히 인정한다. 상당히 인상적이고 감동적임.

일단 스탠리와 곤홈은 "동일 장르를 표방하지만 양 극단에 선 작품"의 느낌이다.

 

이미 본문에서 tophet 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곤홈은 매커니즘 측면에서는 전무하다시피할만큼 게임 디자인 요소가 없습니다.

다만 굳이 게임을 선택한 점과,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전달 도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얼마나 활용했느냐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달력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트윗 인용에서 보시다시피, 곤홈이 다루는 주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꽤 이슈가 됐었고,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민감하고 반감을 충분히 살만한 주제를 게임이라는 도구로 어떻게 풀어냈느냐라는 부분에서, "굳이 게임을 전달 도구로 사용했으면, 보다 게임스럽게 풀어냈어야지"라는 기존의 많은 기조와는 달리, 오히려 거꾸로 가듯이 "더더욱 영화적인 서사 전달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게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적 연출을 사용한 숱한 게임들의 스토리텔링에게, "이럴 거면 차라리 영화를 보지!"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 영화와 차별되는 근본적인 키포인트인 "직접 한다"는 부분만을 전적으로 사용한 것이 제게는 묘하게 정제됐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제작자는 서사의 주인공(화자)인 여동생 사만다(샘)를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게임이 가지는 "직접 한다"와 "화자에게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됐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반감을 충분히 살 수도 있을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곤홈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만다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세간에서 비욘드 투 소울이 이해도 안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놔서 몰입이 안된다는 평을 들었던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곤홈은 그래서, 서사의 주인공은 여동생인 사만다이지만, 플레이어는 가족 내에서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인 언니 케이틀린(케이티)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조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아군도 적군도 아닌 제 3자의 케이틀린이야말로,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이제부터 알아가야하는 플레이어가 몰입하기 적절한 캐릭터였을 겁니다.

제가 곤홈을 3D 투더문으로 평가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첫번째는 정해진 스토리를 그저 감상만하는 선형 스토리텔링 드라마라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입장"이라는 점입니다.

본문의 제목에도 쓰여있다시피, 곤홈은 장기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집안의 장녀가 텅 빈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동생의 일기를 읽어주는 "독백 재생"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진도가 진행될수록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어디선가 재생되는 동생의 일기 낭송은, 처음에는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플레이어가 집을 조사하면서 찾아낸 메모나 서류의 내용도 아니고, 플레이어로서는 사실 현 시점에서 전혀 알 수 없는 일기의 내용을 읽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곤홈의 큰 영화적 연출의 차용점임과 동시에,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상당히 나쁜 게임 연출 디자인으로 여겨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점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어의 추적 행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겉도는 평행선의 느낌으로 일기 낭송이 진행되는 기분이 든다는 점입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찾아낸 어떤 흔적과 관련된 일기의 내용이 재생된다는 점이, 그나마 실낱같은 연관성을 겨우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이 일기는 어디서 읽히고 있는거야?"라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의문증은 게임의 라스트 씬에 가서야 겨우 밝혀집니다. 그러고나면 비로소 "아 이게 이런 식의 연출이었군"하는 추정은 됩니다만, 사실 그 때까지 진행하는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완전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죠.

살짝 스포일링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마지막 단계에서 동생의 은밀한 공간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 펼쳐져있는 동생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은 그 일기를 동생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언니가 읽고 있었던 거고, 게임의 시작과 끝은 사실상 전체가 회상씬에 가깝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설명드렸던 "더더욱 영화적 연출의 차용"이라는 부분은, 바로 이 회상 씬 전체에 덧씌워진 화자의 나레이션이라는 연출을 이야기드리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둠과 고립과 고독은 망상의 여유와 시계를 제한시키고, 차분하게 시각 정보 이외의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 게임이 메인으로 내세우는 감각 요소인 "청각"이 최대의 효과를 발현하게 됩니다.

곤홈은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어진 어두운 무대에서 누군가가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과 흡사한 분위기를 가집니다.

게임은 철저하게 제어된 동선을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일기의 내용을 밝혀가게 됩니다. 일기를 읽어준다는 이야기의 메인 스트림과 함께,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생의 일화와 관련된 카세트 테잎과 테잎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하는 카세트 플레이어.

일기를 읽어내려가는 동생의 목소리와 그 일기가 기록될 즈음에 연관된 카세트의 음악이, 동생이 그 당시에 느꼈을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공감하게 하면서 조금씩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해갑니다.

그리고 곤홈의 이야기는 반전이 없습니다.
이야기의 중반에 가면 거의 확실시 되고, 심지어 초반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커다란 서사구조를 가지는 일반적인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보다, 곤홈의 이야기는 동생의 심리상태가 시간에따라 변화해가는 내용을, 그리고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금씩 동생을 이해하고 마침내 공감할 수 있게 이끌어가는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곤홈의 스토리텔링이 투더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대단한 점을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심리 상태 변화 흐름"을 정말 섬세하게 깔아놓았던 데다, 이를 플레이어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적절히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이라 결말을 수용하고 동감하는데에 성공적이었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정도로 전달했다는 점만큼은 분명 멋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성이라는 부분의 부재와, 시나리오 상의 한계로 인한 일회성 플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짧은 볼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세일 기간이 아니면 다소 부담되는 가격 책정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Gone Home Steam Page:  http://store.steampowered.com/app/232430/?snr=1_7_15__13

Gone Home 공식 팬 번역: http://st135.tistory.com/148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The Stanley Parable

 

MAN vs STORY, 끌려갈 것인가 끌고갈 것인가?

 

 

 

0. 들어가기에 앞서..

마 전, 지인으로부터 낯 선 이름의 게임 하나를 추천받게 됐다. 우선 이 게임의 플레이 소감부터 짤막하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적어도 내가 판단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을 한다는 것, 디자이너에게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넘어,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과연 내가 이 게임을 감히 리뷰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과 "이 게임에 대한 최고의 리뷰는 '닥치고 그냥 해보세요!(Shut up and Play now!)'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게임은 바로 이제부터 소개할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다.

글 실력도 리뷰 경력도 별로 없는 초보 게임 디자이너가 지금부터 오르지 못할 하늘을 쳐다보고 바벨탑을 쌓아올려볼까 한다.

 

(PS1. 게임의 특성 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이 될 수 있으므로 플레이할 계획이 있는 분 중에 스포일을 피하고 싶으신 분은 플레이 하신 뒤에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PS2. 스포일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스크린샷의 첨부를 아끼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절대로 제가 스샷을 찍어 넣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Trust me.)

 

 

1. 첫인상

사전에 소개해 준 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스팀에서 판다는 이야기만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데모(Demo)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봤다.

비록 영어라 정확한 내용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데모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GUI로 해결했을 법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레벨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었고, 그 참신함만으로도 이 게임의 본편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호기심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었다.

첨언하자면, 데모 플레이와 본편 플레이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편만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일 것이다.

 

< 스탠리 우화 메인 메뉴 화면. 액자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스탠리 우화는 시작화면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풍긴다. 그림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실제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이나 메뉴의 이동까지도 화면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에까지 반영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문득 떠올린 영화는 고전 명작인 매트릭스(MATRIX)였다. 하지만 그 연상이 결코 개연성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프닝 시네마틱이 재생되면서부터 바로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스탠리(Stanley)"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한 때 매트릭스의 일부였던 앤더슨이었던 것처럼, 스탠리는 기계 부품처럼 근무하는 한 명의 화이트 칼라 사무직 노동자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획처럼, 트리니티와 모피어스를 만난 앤더슨의 일상이 파괴된 것과 무척이나 닮은 낯 선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 스탠리 우화 시작 지점. 배경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스탠리의 사무실이다. >

 

2.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

스탠리 우화는 스탠리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1인칭 스탠리의 시점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스탠리는 갑자기 중단된 업무 지시에 이상함을 느끼고 방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사라져버린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스탠리 또는 플레이어에게, 어쩌면 둘 모두에게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의 나레이션을 따라 스탠리와 플레이어는 사무실 모험(Adventure)을 떠나게 된다.

스탠리 우화는 이같은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장르들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전체적인 흐름도 그러한 지시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굳이 괄호를 써가면서까지 강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1인칭 어드벤쳐"장르로 보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GDF(gdf.inven.co.kr)에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는 인터랙트 드라마와 어드벤쳐의 차이는 "[대화]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 여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인터랙트 드라마는 투 더 문(To the Moon)이나 곤 홈(gone home)과 같은 선형 구조로 이뤄져 플레이어가 정해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따라가는 "게임의 형식을 띤 소설 또는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이 때에 사용된 인터랙트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 세계에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의미로 해석되며 샌드박스류에서 사용하는 "인터랙션"과는 차이가 있다. 마치 "다음"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가 재생되는 e-Book을 보는데, 그 다음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좀 더 복잡하게 설계된 느낌과 유사하다. 이는 분명 게임이라는 능동적인 매체의 장점을 통해 이야기의 전달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다른 매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고유한 장치의 활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는 결코 인터랙트 드라마 또는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정해진 이야기를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입장에 대한 표현이다. 인터랙트 드라마는 대개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어드벤쳐로 보고자 하는 이유가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이라는 점에서, "스탠리 우화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어드벤쳐 게임에서 이런 플레이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줬기 때문에 "스탠리 우화가 어드벤쳐 장르니까 플레이어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동작하는구나"라는 부분은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문단의 시작에서 잠시 언급된 "스토리텔러"의 존재다.

스토리텔러가 존재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정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이 바뀐다면? 뭔가 논리에 문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정해져있다는 건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선택에 따라 바뀐다는 건, "안바뀌는 건데 바뀌어"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탠리 우화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보았다.

 

< 어린 시절 한 번쯤 봤을 게임북 / 출처: 네이버 블로그(Link) >

 

그것은 바로 "게임북" 이다.

게임북은 위 그림의 하단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선택의 경우에 대해 이미 책 전체에 다 그려져 있고 독자는 선택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1 page 에서 시작해 한 장씩 장을 넘기며 끝 페이지까지 진행하는 것을 선형 진행으로, 이처럼 필요에 따라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을 비선형 진행으로 놓고 본다면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이라는 낯 선 개념이 훨씬 쉽게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스탠리 우화의 스토리텔러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읽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게임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어느 페이지를 펼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기본으로해서, 심지어 펼치지 않았던 곳에서 대략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것인지까지도 읽어준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도록 읽어주든, 아니면 플레이어가 이미 내린 선택을 읽어주든, 이러한 게임북같은 방식을 통해 선택과 스토리텔링이 반복되는 것이 스탠리 우화가 제공하는 플레이 경험의 중심이다.

 

 

3. 치열한 선택 싸움

게임북이 아닌 전자 게임에서 인터랙션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예시를 쉽게 떠올려보자면,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비주얼 노블"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30 대의 남성 게이머라면 흔히 알고있을 법한 Leaf 사의 투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시 게임인 바로 그 장르 말이다. (Elf 사의 다른 게임들은 대체로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니 그 것은 모두의 마음 속에 고이 넣어두도록 하자.)

하지만 이런 비주얼 노블은 동등한 조건들을 나열해놓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공략 캐릭터 선택),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다항 객관식 문제를 선택하거나(시간에 맞춰 이벤트 장소를 찾아가는 선택)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전자의 선택은 그야말로 무엇을 골라도 의미가 없고, 후자의 선택은 정답이 아니면 실패해버리기 때문에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게임 기획 실패 사례"라는 시리즈 중에도 선택에 대한 비슷한 구절이 있어 잠시 인용해보겠다.

경우의 수가 자유도가 아니라는 웃긴사례를 언급해 보겠다. 어떤 마을에서 물약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유저는 5가지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다면 자유도가 있는 컨텐츠일까? 보기는 다음과 같다.

 

a) 초급 힐링포션을 100골드에 산다.

b) 초급 힐링포션을 200골드에 산다.

c) 초급 힐링포션을 300골드에 산다.

d) 초급 힐링포션을 400골드에 산다.

e) 초급 힐링포션을 500골드에 산다.

 

조건 : a~e NPC 는 같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힐링포션은 100% 똑같다.

 

여기서 유저는 5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를 선택할수 있지만 자유도는 없다고 할수 있다. 똑같은 힐링포션을 100원주고 살수 있는데 비싼값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위의 힐링포션을 구입하는 상황은 자유도가 없다고 할수 있다.

 

- 출처: 블로그 '나의 게임 개발 회고록', 기획실패사례: 자유도가 높은 기획 중.

(http://blog.daum.net/gdocument/185)

 

스탠리 우화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인터랙션 플레이로 동작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은 겉보기에 스탠리의 일화를 그린 흔한 주인공의 일대기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내면에서는 스토리텔러와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라는 "두 남자의 치열한 머리 싸움"을 그리고 있다(스탠리의 성별이 남자이므로 실제 플레이어 성별과 무관하게 두 남자로 설명함). 이 게임의 등장인물은 총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스토리텔러, 스탠리, 그리고 그 둘의 싸움을 관조하는 의문의 여성이 그들이다. 이 게임은 사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한심하다는 듯한 여성의 나레이션이 게임 내에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획 실패의 인용 사례나 비주얼 노블과는 다른, 동등한 조건의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점과, 그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는 점이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있게 반영되는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남자의 심리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지는 항상 아래의 규칙을 따른다.

 

1) 순응: 스토리텔러의 지시대로 진행한다. (스토리텔러의 승리)

2) 저항: 스토리텔러의 지시와 반대로 진행한다.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의 승리)

3) 무반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승부. 지시거부로 스토리텔러에게 저항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변화도 없다.)

여기서 진행이 불가능한 세 번째 무반응을 제외하면,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은 끊임없는 2지선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기는 크게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매 순간 순간의 선택지는 항상 두 가지로 일관되게 제공된다. 그리고 그러한 끝없는 두 갈래 길의 미로와 같이 펼쳐진 선택들의 흐름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져 이야기의 흐름을 급격히 바꿔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스탠리 우화가 보여주는 최고의 인터랙션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이 이 리뷰의 제목이자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풀이 방식인 스토리 주도권의 전쟁, "MAN vs STORY"의 실체다.

 

 

< 자꾸만 자신을 거부하는 플레이어(스탠리)를 어떻게든 자신의 스토리로 이끌고야 말겠다는 스토리텔러의 강려크한 의지의 발현.jpg >

 

 

4.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장치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한대로, 스탠리 우화의 인터랙션은 "선택"을 통해 발생한다. 이 게임에서는 위에서 말한 "선택 =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은유적인 의미 부여 외에도, 직접적으로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적 장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또한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디자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강력한 피드백

모든 종류의 선택은 반드시 거기 따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결과라고도 부르지만, 작용에 의한 반작용으로 부르기도, 혹은 어떤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라고도 부른다.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림과 음악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와 시청각 효과를 버무려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방향적인 흐름에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피드백. 피드백은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에 개입되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응답하는 과정이다. 바로 이러한 인터랙션은, 앞서 언급한 다른 매체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바로 그 인터랙션의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바로 이 선택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강력하게 제공된다.

일반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처럼, 스토리텔러의 지시를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Beat the game"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상당히 무난한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별다른 "피드백"이라는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그림(스탠리 패러블 어드벤쳐 라인 tm)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저항의 선택을 하게되면 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는 스토리텔러의 의지에 의해 세계가 급변하게 된다. 그러면서 급기야 게임의 룰을 파괴해가면서까지 플레이어를 또다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바뀌고, 바뀐 세계에 의해 다시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변화하게 되는 아름다운 인터랙션은, 바로 이 저항 선택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저항 루트 선택의 1차적인 피드백은 스토리텔러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나타나고, 이런 종류의 선택이 누적되면 2차적으로 게임의 흐름이 바뀌면서, 종국에는 엔딩까지도 모두 바뀌어버리는 장치들은 스탠리 우화의 피드백이 주는 훌륭한 플레이 경험이다.

 

2) 번복 불가

많은 선형 게임들이나  FPS에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이슈로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지 구분이 명확한 경우엔 이전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루트가 원천 봉쇄되거나, 방 형식인 경우 도어를 차단해 퇴로를 막아버리는 경우를 여타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탠리 우화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번복할 수 없도록 들어온 방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니면 A라는 버튼을 누른 뒤에는 B라는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드는 등의 번복 방지 장치가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는 방금 말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예기치 못한 이슈를 방지하는 적절한 방법임과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더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5. 롤플레잉의 금기, 메타 게이밍

초반에 스탠리 우화를 1인칭 어드벤쳐 장르에 가깝다고 표현했었는데, 사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전투와 성장이라는 최근 RPG라는 상징성과는 다른, 고전적인 역할 놀이라는 측면에서의 RPG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배우게 된 롤플레잉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메타 게이밍(Meta-gam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RP(롤플레잉)서버에서 MMORPG를 플레이할 때는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RP의 룰이기 때문에, 와우를 하면서 뜬금없이 "아, SBS에서 상속자들 할 시간이다. 가서 TV보고 와야지" 같은 게임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모종의 규칙이 있다. 게임 바깥의 것들을 게임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메타 게이밍이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나쁜 행위로 규정짓고 있는데, 스탠리 우화는 이 메타 게이밍을 게임 스스로가 하고 있다.

초반에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바로 스탠리 우화의 이 메타 게이밍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모 버전에서는 스토리텔러가 원래 준비된 엔딩 씬을 찾지 못하겠다며 허름한 공간에서 "자 이게 엔딩이야"라고 설명한 다음, "엔딩.. 엔딩이 어디갔지? 엔딩 보신 분?" 같은 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본편의 스토리텔러는 자꾸만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스탠리가 스탠리가 아닌 그를 조종하는 게임 바깥 세계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사실 1. ~ 4. 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스탠리 우화는 충분히 잘만들어진 비선형 인터랙션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아이폰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혁신"이라는 표현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처음에 말했던 "충격"이라는 표현까지 쓰기에는 과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탠리 우화가 게이머와 게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강력한 메시지, 즉 게임이 스스로 메타 게이밍이라는 룰 브레이킹을 통해 게임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느껴본 적 없던 충격 그 자체였다.

 

 

< 말을 안듣는 플레이어에게 스토리텔러가 보여주는 "선택에 대한 교육용 시청각 자료". 선택의 의미가 이처럼 큰 게임이, 선택이 의미 없으니 제발 시키는대로나 하라는 걸 직접 가르치고 있다. >

 

스탠리 우화의 역설은 거시적으로 메타 게이밍으로 게임의 정의하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롤플레잉을 파괴해서 롤플레잉을 "교육"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처럼 어떤 루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러 입장에서) 무의미한 저항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용 시청각 자료를 뜬금없이 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수 차례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스토리텔러가 진행이 꼬였다며 게임을 재시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게임 안에 게임 제작 세트들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이와 같은 룰 브레이킹을 통해, 이전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이봐 플레이어! 니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지 더 이상 스탠리가 아니야! 스탠리의 입장을 헤아려보라고! 롤플레잉은 그런 거야!"와 같은 직접적인 메타 게이밍 대사는, 얼마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Last of us)의 결말씬이 플레이어의 입장과 캐릭터의 입장에서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 아키텍쳐를 만난 네오가 느끼는 당혹스러움과도 오버랩되기도 한다. 세계관의 매커니즘을 직접 설명해주는 캐릭터라니..!

 

 

0. 마치며..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자 게임 디자이너로서, 항상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면서 한 켠으로 제쳐두었던 그 질문이 다시금 눈 앞에 던져진 기분이다.

"게임이란 건 뭘까?"

나는 이 질문에서 서두부터 끊임없이 연결지으려 애썼던 매트릭스의 테마가 겹쳐보인다.

"매트릭스란 건 뭐지?(What is the Matrix?)"

모피어스는 매트릭스가,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 규칙이자 세계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탠리 우화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제는 클리셰에 가까운 짤방인 원사운드 님의 카툰 짤이 다시금 인용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게임을 하는 진짜 이유.jpg / 출처: TIG 원사운드 님 웹툰 (Link) >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RPG는 ㅇㅇ여야지!" / "RTS는 ㅇㅇ가 생명이야!" / "MMO는 ㅇㅇ가 없으면 안돼!" 와 같은 모든 이야기들을 뭉뚱그려보면, 우리는 말로는 답이 없다고만 했던 게임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게임은 당연히 ㅇㅇ지"라는 식으로 축약해 재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이라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재미만 주면 그걸로 충분한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풀이해보고자 고군분투했으나 전달이 잘 되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늅늅을 위한) 게임 디자인 분석하기"에도 쓰여있다시피, 가장 좋은 경험은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다.

그리고 스탠리 우화라는 독특한 게임은, 그 독특함 덕분에 간접 경험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나의 문장력이 부족한 탓은 굳이 말해 입아플 정도이니 생략하는 것으로 해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멋진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스팀 페이지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신성모독에 가까운 무모한 리뷰를 마쳐볼까 한다.

 

The Stanley Parable 스팀 페이지: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1910/

The Stanley Parable 한글 패치: http://st135.tistory.com/150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그림 1. Kingdom Rush 타이틀]

 

“A game is a series of interesting choices. Sid Meier

Game: Architecture and Design,

Written by Andrew Rollings, Dave Witte Morris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 시드 마이어

인용구는 게임업계 종사자이거나 게임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시드 마이어의 말이다. 게임 디자인에 있어 하나의 지표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의 의미는, 비록 본인의 의도는 전략적인 게임에서 페이싱Pacing 중요성과 결정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비교적 다수의 게임에서 플레이라는 행위 자체의 목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동기이자 수단으로 회자되고 있다.

 바이블 같은 인용구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본인이 플레이 했던 되는 스마트폰 게임 아직까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준 것으로 꼽히는 킹덤 러쉬Kingdom Rush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디펜스 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본연의 재미가 훌륭한 까닭도 물론 있겠지만, 동일 장르의 걸출한 웰메이드 타이틀인 식물 좀비Plants vs Zombies보다 바로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가능했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재미가 월등하기에, 이유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그림 2. 게임 화면]

 

타이틀: Kingdom Rush

운영체제: iOS, Android (PC Flash 존재)

장르: 디펜스 액션/전략

 

- 들어가며.. -

 우선 킹덤 러쉬는 상당한 정통파 디펜스 게임이다. 굽이굽이 구부러진 길을 따라 등장하는 적을, 밖에 건설 지역에 타워를 건설해 골에 도착하지 못하게 막는 장르적 재미 요소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 , 타워 같이 뼈대를 이루는 컨텐츠를 풍성하게 마련해, 19개로 구성된 전체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동안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있다는 점에서부터 장르 게임으로서 합격점을 받기 충분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디펜스라는 장르가 가지는 재미의 매커니즘과 그에 대한 완성도가 이처럼 확고하다 해도, 단지 그것에 그쳤다면 다른 동일 장르의 작품들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에 리뷰에서는 장르 요소로서의 흥미 요소와 킹덤 러쉬가 갖고 있는 추가 요소들로 인한 흥미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 흥미 요소 -

1. Visual & Sound

 “게임UX 첫인상은 비주얼로 시작해서 사운드로 끝난다라는 개인적인 정의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게임을 처음으로 마주한 게이머가 있다면, 1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된 감각 기관으로 사용하는 시각적인 경험을 얻을 것이고, 뒤에 오감 게임을 통해 느낄 있는 청각적인 경험이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소프트웨어로서의 특징인 조작감은 촉각 경험을 제공할 없으며(직접적인 촉감은 게임이 아닌 조작 디바이스에 의존), 일반적인 게임 디바이스는 후각과 미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상당한 우위를 갖게 된다. 인상적인 게임은 특징적인 사운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 눈에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비주얼 요소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향을 주고 있는 사운드의 중요성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서는 온라인의 -!”하는 보석 떨어지는 소리, 윈드러너의 띠리리리링-!”하는 연속으로 먹는 소리, 또는 애니팡 등의 중독적인 사운드나, 아니면 소리만 듣고도 게임 진행을 머리 속에 그려낼 있던 스타크래프트1 같은 사례들을 있겠다.

( 주장을 뒷받침해줄 내용은 네이버캐스트 공감각 마케팅(링크주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9&contents_id=27006)”에서 찾아볼 있다. 여담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콘솔 패드나 스마트폰의 진동을 활용한 촉각 정보 제공은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킹덤 러쉬의 비주얼은 여타 플래시 기반에서 출발한 많은 게임들이 보여주는 카툰 스타일의 화풍을 지니고 있다. 실사풍의 비주얼 컨셉에 비해 카툰 스타일이 가지는 여러 가지 장점들은 개발 코스트 감소, 강조를 통한 시각화 용이, 요구 사양 하향 등이 있겠으나 굳이 이들을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도록 한다. (이미 열거한 같지만, 그것은 기분 탓이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비슷비슷한 인상을 주게 되는 실사풍과는 달리, 킹덤 러쉬만의 색깔 짙은 독특한 화풍으로 충분히 시각적 매력을 띠게 된다. 나중에야 알게 사실이지만, 화풍은 개발사인 아이언하이드Ironhide 아이덴티티인 모양이다.

 


   

[그림 3. 프레젠테이션 삽화와 아이언하이드의 다른 게임들]

(출처: http://Thisisgame.com, http://www.ironhidegames.com)

 

 킹덤 러쉬의 사운드는 앞서 언급했던 뮤온라인이나 애니팡, 윈드러너와 같은 후킹Hooking 요소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굳이 꼽아보자면 웨이브 시작 시마다 울리는 경적소리 정도? 하지만 후킹 요소는 마치 파블로스의 효과와 같은 후행에 대한 암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적소리는 오히려 이제 적이 튀어나옵니다.”라는 경고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후킹 사운드로 보기 어렵다. 이보다는 오히려 스타크래프트 류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사운드별 특징이 명확해 구분이 쉽고, 개별 사운드 각각이 제법 매력적인데다, 그것들이 뒤섞여 나올 카타르시스가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아틸러리의 범위 공격에, 다수의 몬스터(특히 고블린, 오크 ) 동시에 터지면서 내뿜는 뿌쥑!”하는 소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중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4. 아틸러리]

 

2. 선택과 집중 전략

 개인적으로, 디펜스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퍼즐 액션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할 있는 정답이 존재하고, 정답을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에 액션적인 요소를 넣은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킹덤 러쉬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고, 개발자의 의도인지는 없지만 덕분에 스테이지를 클리어 있는 여러 방법들이 존재한다. 좋게 말하면 입맛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을 즐길 있도록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렇게나 해도 클리어는 된다는 느낌. 하지만 스테이지의 클리어를 잔여 생명력 숫자에 따라 단계로 나누어 클리어 포인트(별점) 지급한다는 점에서 부분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보통 게임 밸런싱에서 문구를 많이 인용하게 되는데,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를 이상적인 밸런싱으로 자주 언급하게 된다. 쉬운 난이도와 클리어 포인트 차등 지급의 결합은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적절하게 구현한 사례가 아닐까.

 우선 게임을 시작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간단한 플레이 개요를 소개한 그림이 나타난다.

 

[그림 5. 게임 설명 화면]

 

 킹덤 러쉬에서 스테이지 동안 게임의 흐름은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1)       초기자본으로 타워 배치

2)       배치한 타워로 몬스터 웨이브 방어

3)       몬스터 처치 습득한 자본으로 타워 추가 배치

4)       다시 2)번으로.

 

  흐름에 따라 플레이어가 순차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의 고민은 다음과 같다.

 

1)       초기자본으로 타워 배치

우선 타워를 어디에배치할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교전 위치를 선정해야 하는데, 교전 위치는 게임 진행 도중 팁을 통해서도 알려주듯이, 집중 포격을 가할 있는 지점이 유리하다. 교차로와 같은 몬스터 이동 경로가 밀집되는 어떤 구간을 찾는 것이 중요한 , 문제는 타워를 건설할 있는 건설 지점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한된 건설 지점들을 고려해서 어느 지점을 교전 위치로 설정할 것인지가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고민이다.

2)       배치한 타워로 몬스터 웨이브 방어

교전 위치를 선정했다면, 다음에는 무엇을배치할 정해야 한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다양하고 저마다 대응하는 타워가 존재하기 때문. 그리고 웨이브 구성이 어떤 몬스터들을 조합할 것인지, 그리고 조합된 몬스터들의 수량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순차적으로 어떤 순서로 얼마씩 출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패턴이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 다음에 등장할 적을 미리 보고 예측한다 해도 실제로 겪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림 6. 테트리스의 다음 블록 안내. 핵심적으로는 이와 같지만 포함되지 않는 정보가 변수가 된다.]

 

사실 고민은 1) 단계에서 위치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결국 웨이브를 겪고 이후에 배치를 수정하게 되는 일이 많아 편의상 2) 단계에서 기술하도록 한다. 그만큼 아무리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지라도, 공략 없이 컴플리트 클리어( 3. 사실 생명력 18/20까지는 허용치)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트라이는 요구된다는 .

 

3)       몬스터 처치 습득한 자본으로 타워 추가 배치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는 동안, 처치한 몬스터 종류별로 일정한 양의 재화를 획득하게 된다. 몬스터라는 존재는 플레이어에게 생명을 깎아내려 달려오는 이자, 동시에 쏟아지는 돈다발이기도 . 킹덤 러쉬는 턴제 방식이 아닌 실시간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사실상 2)번의 웨이브 방어와 3)번의 추가 배치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시점에서는 이미 1)번에서 설정한 타워의 배치 위치와 종류 선정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이라고 있는데, 지금 웨이브를 막아내기 위해 보충해야 부분 다음 웨이브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부분 선택하는 고민 시작되게 된다. 예로, 현재 웨이브 처리 속도가 늦어 방어선이 무너질 같아 배럭스와 아틸러리를 강화했는데, 다음 웨이브에 비행 몬스터만 잔뜩 나와서 손도 대고 게임오버 당할 수도 있다. (배럭스와 아틸러리는 기본적으로 지대공 공격 불가.) 그리고 이와 같은 타워 배치와 관계된 모든 고민은, 사실상 한정된 재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대한 기회비용 계산의 두뇌플레이를 요구하므로, 비용에 대한 고민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를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스테이지가 종료되고 나면,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클리어 포인트인 별을 통해 업그레이드 실행하게 된다. 업그레이드는 타워와 액티브 스킬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추가 특수 기능을 부여하는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특성 시스템과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림 7. 업그레이드 화면]

 

 스테이지 내부의 고민이 앞서 설명한 것들이라면, 스테이지 외부의 고민은 바로 업그레이드와의 싸움이다. 스테이지를 진행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업그레이드하는 타워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고, 타워의 성능 차이에 따라 스테이지의 전투 양상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 따라서 위에서 언급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고민들의 성격을 종합해 게임의 전반적인 양상을 정리해보면,

1)       전략에 따라 주력으로 사용할 타워를 선택해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고,

2)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타워 사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3)       전략을 수행할 있는 교전 위치와 타워 추가 업그레이드를 웨이브에 맞게 지속 관리

정도로 정리해볼 있겠다. 전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들어맞는 진행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유저 컨트롤의 개입

iOS 킹덤 러쉬는 넉넉한 PC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던 기존 Flash 기반에서, 작은 화면을 가진 디바이스인 iPhone으로 이식되면서 화면에 표시되는 배경 공간의 크기를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화면 스크롤이라는 기능이 추가되게 됐고, 과정에서 마치 쿼터뷰 RPG 즐길 때와 비슷한 시야의 제약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게 되었다. 덕분에 개발자의 의도 여부는 판가름할 없지만, 수시로 화면을 상하로 움직이며 웨이브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조작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었다. (덤으로 확대 축소를 지원해 마음에 드는 교전 장소를 확대해서 감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만한 일이 자주 있진 않겠지만...)

 화면 표시 방식 변경에 따른 인터페이스 변경 사항은, HUD 디자인을 보다 작고 간편하게 정돈했다는 것과, 화면 밖에 존재하는 웨이브 위치에 대한 아이콘 표시 추가가 주요 사항일 것이다. 웨이브 시작 아이콘(해골) 또는 지점에 가까운 위치 아이콘(느낌표) 화면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면서 정확한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준다.

 

  

    

[그림 8. Flash HUD() iPhone HUD()]

 

 본인이 처음으로 접해본 디펜스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의 에디터를 통해 만들어진 디펜스 모드였다. 게임에서는 주기적으로 밀려들어오는 몬스터 무리를 처치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있는 일은, 방어형 건물을 길가에 빼곡하게 건설하는 밖에 없었다. 하지만 때와는 한참의 간격이 벌어진 지금 시점에 만들어진 킹덤 러쉬에서는 건설 위에 설명한 화면 조작 이외에도, 여러 가지 플레이어의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요소가 첨가되어 있다.

 

[그림 9. Rally Point]

 

 먼저 기본 타워 4 타입 배럭스의 경우, 그림처럼 건물을 터치하면 표시되는 푸른 깃발을 눌러 병사들의 랠리 포인트를 지정할 있다. 깃발을 누르면 표시되는 푸른 영역 안에서 원하는 곳을 터치하면 해당 위치에 깃발이 꽂히는 효과가 나타나며 병사들이 이동하게 된다. 지정된 위치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위치에서 교전 지점을 설정하기 더욱 용이하며, 갈림길과 같은 경우에 양쪽 어느 쪽을 먼저 방어할 , 아니면 상황에 따라 옮겨가며 방어할 지에 대한 고민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랠리 포인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배럭스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특정 레벨마다 간간히 등장하는 특수 용병 건물이나 매직 타워 상위 트리인 소서러의 골렘 배치에도 동일한 규칙으로 적용된다.

 

[그림 10. 스펠]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유저 컨트롤이 개입되는 부분이 바로 스펠부분이다. 화면 좌측 하단에 위치한 그림과 같은 종류의 아이콘을 통해, 플레이어는 원하는 시점(비록 쿨다운 시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위치로 스펠을 사용할 있다. 이는 고정된 지점에만 타워를 건설할 있다는 기본적인 제약을 상당부분 해소해주는 상당히 유용한 컨텐츠이며, 상급 난이도 스테이지로 갈수록 스펠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클리어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스펠은 하늘에서 운석이 쏟아지는 Rain of Fire, 2 기의 지원 병력을 불러내는 Call of Reinforces 존재하며, 각각의 스펠은 타워와 마찬가지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강화시키거나 추가 능력을 확보할 있다. 참고로 스펠 업그레이드 Rain of Fire 번째 항목인 Scorched Earth, 운석이 떨어진 바닥에 5초간 지속되는 화염 데미지 구간을 발생시키는 필수 항목이니 체크해 두면 도움이 된다.

 

[그림 11. 히어로 선택 화면. 상위 3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유료로 구매 가능]

 

 히어로 시스템은 초기에 히어로 활성화자체에 포인트를 요구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의 우선순위가 높아 상당히 후반 부분에서밖에 사용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패치에서 활성화 요구 조건을 제거해 초반부터 사용할 있는 기본 시스템으로 완화 되었으며, 스펠과 같이 한시적인 효과가 아닌 영구적으로 배치되며, 레벨업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유닛이라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HP 가지고 있고, 사망 부활하는 데까지 일정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름의 쿨다운 시간이 존재한다.

 


[그림 12. 화면]

 

 그리고 전투 도중 처치 , 일정 확률로 GEM이라는 별도의 화폐를 습득할 있는데, GEM 통해 전투에 도움을 주는 각종 기능성 아이템을 구매할 있다. 구매한 아이템은 전투 도중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사용할 있으며, GEM 부족한 경우에는 유료로 충전할 있다. 게임의 진행 난이도를 낮춰주는 전형적인 캐시 모델인 . 단지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의 GEM 습득할 있어, 과금 스트레스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타입은 스테이지당 20개씩 제공되는 생명력의 회복(회복 클리어 남은 생명력이 포인트량에 반영되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함), 국소 또는 전체 몬스터 빙결, 마찬가지로 국소 또는 전체 몬스터에게 데미지, 마지막으로 추가 골드 즉시 생성으로 4 타입 6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컨트롤 요소로 에너미 웨이브 앞당기기 있다. 이는 현재 웨이브에 출현할 모든 몬스터가 화면에 등장하고 시점부터, 다음 웨이브에 등장할 몬스터를 미리 출사? 출동? 시킬 있는데 이는 단지 빠른 진행 위한 도구가 아닌, “실력에 따른 진행 페이스 보상 연결된다. 웨이브를 앞당기면 정시에 출현할 때보다 얼마나 시간을 단축시켰는지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너스가 부여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보너스 골드 지급

2)       스펠 쿨다운 시간 감소

3)       히어로 사망 , 부활 쿨다운 시간 감소

 따라서 가급적 현재 웨이브를 빨리 처리하거나, 혹은 다음 웨이브를 미리 당겨와 현재 웨이브와 함께 몰아서 광역 처리하는 등의 진행이 가능해지며, 그것을 시스템 차원에서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리 출현시키기 시스템이 가지는 특징들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부여하는 가능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4. 밸런싱

 개인적으로 게임 밸런싱의 목적은 플레이의 다양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흔히 형평성 목적 자체로 설명하는 분들을 많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형평성 목적이 아닌, “다양성 확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있는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 플레이어에게 당신의 취향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라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앞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부분에서도 설명했듯이, 낮은 난이도 덕분에 정답 빌드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본인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타해법을 시도해볼 있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밸런싱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별히 효율이 좋은 어떤 업그레이드 트리나 빌드 사이클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많은 대체 방법들을 통해 클리어가 가능하고 과정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반대의 경우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경우, 상위 PvE 컨텐츠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플레이어 개개인의 역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아예 클리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의 특성이나 스킬 트리, 또는 장비 세팅까지도 간섭 받게 된다. 어느 쪽이 좋은 밸런싱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단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후자는 결과적으로 게임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밸런싱을 위한 밸런싱의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물론 타인의 요구를 수락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행위까지도 자유로 용인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점에서 억압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본다.

 

- 아쉬운 -

 


[그림 13. 아이언 모드 규칙]

 

 킹덤 러쉬의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상위 챌린지 모드의 규칙을 꼽고 싶다.

킹덤 러쉬에는 스테이지 , 가지씩의 챌린지 모드를 가지고 있는데, “히로익 아이언모드가 그것이다. 챌린지 모드는 6번의 Elite Wave 버텨내는 미션이고, 아이언 모드는 1번의 Super Wave 버텨내는 미션이다. 모드 공통으로 생명력을 1개만 주고 있어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챌린지 미션이며 1 생명력이 감소되는 순간 게임 오버 되므로 생명력 회복 GEM 아이템은 사용할 없다. 여기까지는 챌린지 모드에 걸맞은 까다로운 규칙들로 이해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림에서 보이는 나머지 항목이다.

먼저 그림 왼쪽에서 번째 그림은 업그레이드 제한 표시다. 히로익과 아이언 모두 업그레이드 제한이 존재하며 제한 레벨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업그레이드 시스템의 기본 규칙인 언제든지 자유롭게 초기화하여 재분배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 쪽에 집중 투자했던 포인트를 최대 제한 레벨 이내로 고르게 재분배하면 훨씬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의미. 결과를 통해 추론해보자면, 모든 타워들의 MAX 업그레이드 레벨을 기준으로 밸런싱 것은 아닌 같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 그림은 히로익 모드에는 없는 아이언 모드만의 규칙인 타워 제한 표시다. 주로 No XXX라는 식으로 특정 타워들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보통이고, 간간히 Only Barracks 같은 특별 규칙도 존재한다. 일단 규칙의 의도는 선택지를 좁혀 전략을 인위적으로 제어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되는데앞서 장점으로 설명했던 플레이의 다양성 확보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장점을 제약하므로 어려운 규칙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단지 생각해야 경우의 수가 줄어들어, 마치 4지선다보다 쉬운 3지선다 객관식을 푸는 느낌 준다는 것이다.

모든 타워는 3단계 업그레이드에서 2 종류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특수 타워로 강화할 있는 분기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때문에 “A라는 타워가 없어도 B라는 타워를 업그레이드하면 같은 성능을 확보할 있다 효과를 얻게 된다. 덕분에 타워 제약이 사실상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부분이 대체 가능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앞서 장점으로 언급한 플레이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좋은 장치로 작동했지만, 아이언 모드라는 챌린지 규칙에서 오히려 이를 제어하려는 의도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직접 플레이 해보면 체감되겠지만, 아이언 모드가 히로익 모드보다 상당히 쉽게 느껴진다.

 

- 마치며.. -

 

 이상으로 2011 Game of the Year 수상 경력이 빛나는 킹덤 러쉬Kingdom Rush 특징들에 대해 살펴봤다. 사실 아쉬운 점은 위에 언급한 챌린지 규칙 외에도 전체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난이도 곡선과 그에 따른 페이스의 급변과 같은 여러 부분들이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굳이 뭐가 어떻고 이건 저렇다고 뜯어보기 전에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에 상당히 충실한 웰메이드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퍼즐 드래곤을 분석해주셨던 Cyfel님도 서두에 설명해주셨듯이, 재미있는 어떤 게임은 어떤 핵심 디자인이 뛰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고루 재미있는 디자인을 가질 수도 있다. (GDF 퍼즐 드래곤 뜯어보기: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6) 하지만 사실 전자의 경우도, 나머지 디자인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게임이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잃고 재미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재미를 위해서 완성도는 기본 소양이며, 톱을 내세울 건지, 전원 공격을 감행할 건지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 재미들을 전달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힘있게 갖춰졌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수상은 단순한 천운이 아닌 개발진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본인부터도, 이제껏 스마트폰으로 했던 많은 게임들 Best of Best 꼽는 것이 바로 킹덤 러쉬였으니까. (웃음)) 하지만 사실 전자의 경우도, 나머지 디자인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게임이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잃고 재미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재미를 위해서 완성도는 기본 소양이며, 톱을 내세울 건지, 전원 공격을 감행할 건지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 재미들을 전달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힘있게 갖춰졌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수상은 단순한 천운이 아닌 개발진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본인부터도, 이제껏 스마트폰으로 했던 많은 게임들 Best of Best 꼽는 것이 바로 킹덤 러쉬였으니까. (웃음)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드래곤네스트 로고

< 액션 MORPG 드래곤네스트 >




이덴티티사의 신작, 드래곤네스트의 파이오니어 테스트를 해보았다.

필자가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계기는 G★STAR 2008 넥슨부스에서 였는데, 당시 Action MORPG가 대세이던 시절,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 C9 등과 같이 쟁쟁한 기대작들 속에서 '초딩게임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던 작품이었다.
그래픽 컨셉이 "젤다의전설"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넥슨에서는 마영전에 집중한 듯한 부스 셋팅을 보여주었으며, 바로 옆에 허스키익스프레스와 드래곤네스트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초반 기대와는 달리 실제 유저들의 평은 정반대였다.

마영전이 손맛이 부족하다는 반면, 드래곤네스트는 생각보다 몰입도가 좋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자리에서 플레이 해보기엔 KGC 일정이 빡빡하여 시간이 허락치 않았었다.

이후, 지인들의 잇단 입사로 인해 얼떨결에 드래곤네스트 개발자 중에 지인이 생겨 CBT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접해봤었는데, 당시에는 퇴근 후에 남아서 플레이할 만큼 유저를 잡아둘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존재했었다. (2차 CBT)




시기상으로 C9의 상용화 이후였고, 아직 마영전은 CBT 초읽기였던 상태였으니 경쟁작은 오직 C9였으며, 컨셉으로 보아 주 타겟층이 겹치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당시 가장 인상에 남는 점이었다면, '/춤'을 입력하면 당대 최신 댄스였던 무려 '시건방춤'을 보여줬다는 점이랄까...?

어렵지 않게 단일 루트로 진행되는 퀘스트 구조도 나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인터페이스의 시각적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적절한 볼드 및 컬러의 삽입, 그리고 주요 이미지가 말풍선에 함께 포함된다는 점 정도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액션게임이 지녀야할 기본 덕목인 "타격감" 부분에서 상당한 불만들이 야기되었는데..
CBT 2차 당시에는 가벼운 몹들이 그야말로 '탁구공처럼 튕겨나가' 콤보조차 넣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당연히 무기 끝에서 전해져야 할 묵직한 감각은 전무할 따름.

현재 파이오니어에서는 위에서 말한 '지나친 튕겨나감'을 제거하였는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엄청난 결과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엄청난 타격감의 부재"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타격감이란, 자고로 작용과 반작용, 액션과 리액션이 고루 분포되어야 자연스럽게 인지될 수 있는
연출이다. 즉,

1) 때리는 사람의 묵직한 휘두름과, (무게감)
2) 충돌 당시의 운동에너지 0의 순간 멈칫 상황과 (충돌 경직)
3) 작용/반작용으로 인해 타격자/피격자 모두 충돌 반대방향으로 밀려나감 (공/방 모두)


이 모두 작용해야 진정한 '타격감'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1~2번 상황에서의 이펙트 출력과 사운드 출력은 극대화 시켜주는 연출일 뿐 핵심 요소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날아가버리는 과한 작용 효과를 그야말로 '들어내다시피'해버리고 나니 묵직한 휘두름도, 충돌경직도, 작용/반작용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클레릭의 경우 기본콤보 3타와 4타가 동일한 모션을 취하는데, 캐릭터의 이동 거리와 공격 모션의 스탭이 엉켜 그야말로 발을 끄는 지경을 보여준다.

게다가 캐릭터가 화면 정중앙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조금 좌측으로 비껴선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정면으로 대쉬할 경우 묘하게 핀트가 뒤틀린 느낌이 들어 약간의 어지러움을 수반한다.

그래, 하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고쳐나가면 되지 않나? 처음부터 잘만들어지는 게임, 아니 게임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들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지 않은가?


허나 보완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엄청난 장벽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익숙함과 지루함'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C9는 오픈베타를 시작한지 반년이나 되었으며, 마영전도 프리미어 오픈부터 2달이나 지났다. 애석하게도 이미 MORPG는 그 타이틀 들에게 선점당해버린, 그리고 이미 닳고 닳아버린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새 MORPG는 꼴랑 1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MMORPG와 마찬가지로 불모지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단순히 퀘스트를 받고 방에 들어가 몹을 써는 시대는 애진작에 지났다.


과연 이후로 나올 MORPG 타이틀이 게이머들에게 얼마나 그 단순한 행위의 "당위성"을 주입시키고 그로 인한 "게임으로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문제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앞으로 드래곤네스트는 지금과 같은 시장 상태에서 그 특유의 아기자기함 외에 "타 제품과 차별화 되는 드래곤네스트만의 그 무언가"를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PS. 용량초과 및 대표이미지 등록 실패로 모든 동영상 등록에 실패하였습니다. OTL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