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3일 이글루스 '지구성인의 은하계 - 죽은생각의 기록'에 작성된 포스팅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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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는,

"의도하지 않은 이기적 현상은 이기주의인가 아닌가"

였다.

이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행함은, 확실한 이기주의다.

이기주의라는 것의 정의를 따져볼때도 분명히 정답이다.

그렇다면, 이기적이라는 걸 모르고 행한 이기적 상황은

도의적으로는 이기주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쉽게 말해버릴

수 있지만, 실은 의지와 현상은 구분되는 것이므로

행위자의 이기주의는 성립하지 않을지라도

'이기적상황'이라는 현상은 그 현상 자체로서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고로,

이기적상황의 대상이 되는 객체는, 주체로부터의 현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확실시 될 때, 객체에게만큼은

'이기적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또한 확실시되어버린다.

딜레마라고?

아니다.

왜냐하면, 의지로써의 이기주의는 확실히 딜레마에 빠질지

모르겠지만 현상으로써의 이기주의는 이미 성립된다.

현상은, 의지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현상 그 자체로도

성립할 수 있으므로.

<현상의지와는 전혀 다르며, 관계또한 할 수 없다.

고로 의지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현상 그 자체로써

성립할 수 있게 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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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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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복무 2년을 포함해 군생활 6년차에 접어드는 친구 녀석이 들려준 에피소드.

(친구 녀석은 2006년 병장 제대한 이후, 07년에 부사관으로 재입대해 현재 중사 복무 중)





어찌 어찌 알게 된 대령과 함께 연탄불에 갈매기살을 먹었는데

나중에 부대에서 지나가다가 원스타를 보고 경례를 했더니

"아 이중사, 저번에 그 갈매기집 괜찮던데. 요새는 잘 지내냐?"

라는 한마디가 들려온다면, 저절로 충성심이 뿜어져 나올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충성심은 다른데서 오는게 아니라

거들떠도 안볼 것 같은 사람이 따뜻하게 한마디씩 건네주는 모습을 봤을 때,

인간미를 느끼면서 그 대상에게 충성심이 생기는 것 같다.
라던가.



부하로부터 절대적인 충성심을 얻는다면, 그들이 대신 죽으러 달려나갈거란 말이 있다.

충섬심을 이끌어내는 것은,

복종에 대한 명령이 아니라, 그들 하나하나를 '감동시키는 것'이라는 걸

친구는 스스로 깨닫고 활용해 보이고 있었다.

고함치는 리더가 존경받는 스파르타 시절은, 이제 구석기 시대의 유물임이 틀림없다.




덧붙임. 군에 귀감이 되는 자랑스런 친구 녀석은 내게 말한다.

"당직을 섰거나, 밤새 업무를 했을 때일수록

한번 더 웃어라.

아니면,

더 활기차게 사무실을 활보하라.

이미 다른사람이 다 아는 네가 밤새 고생했다는 사실을 구태연하게 알리려고 하지 마라.

밤샌 뒤, 아침에 자리에 앉아서 졸고 있거나 떡진 머리로 죽을상을 하고 앉아있으면

딱한 마음이 들다가도 나약해보이면서 이내 보기싫은 느낌을 받는다.

아침에 당직이나 근무가 끝나면, 간단하게 샤워를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머리를 감거나 세수라도 하고

이른 새벽부터 사무실에 앉아 간단한 업무나 밀린 신변정리를 하면, 오히려 더 좋아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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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플레이하고 있는 와우나 이브의 길드/콥과 같은 커뮤니티에는 어느정도 연세 있으신 중년무렵의 형님들이 포진하고 계신다.
그중 와우의 길드원 중에는 올해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50대의 큰형님이 계신데, 오늘 마침 큰형님이 꼭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아이템이 있어, 던젼에 같이 갈 길드원들을 모집하고 계셨다.
한가롭게 업적질이나 하고 있는 필자는 흔쾌히 '저 손이요'하고 손을 번쩍 들었으나, 이미 그 채팅을 입력하기도 전에 큰형님이 필자를 납치(파티초대)하셨다. 그리곤 최근 패치된 던전 즉석입장 시스템을 이용해 길드원끼리 5인이 모여 손쉽게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한창 몬스터들을 쓰러뜨려가며 진행하던 도중, 어떤 네임드 몬스터가 떨어뜨린 아이템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의 최신 나이프"

직역인지 의역인지 모르겠지만, 아이템 접두어에 아저씨라니.. 게다가 첨단 유행...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필자는 득달같이 파티원들에게 농을 쳤다.

"이거 집는 사람은 아저씨!ㅋㅋ"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었고 필자는 단지 본인의 개그력이 부족함을 탓할 뿐이었다. 쳇, 재미가 없었나보군.
그리고 모든 인원들이 주사위를 던진 끝에, 31세의 한 파티원이 해당 아이템을 습득하게 되었고, 필자는 다시

"이제 형님도 아저씨 입성! ㅋㅋ"

라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러자 주위 반응이 갑자기 냉담해지며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슨,

"여기 큰형님도 계신데, 나이 얘기는 좀.... ^^;;"

그자리에서는 일단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렸지만, 곰곰히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했다.

우선, 필자는 단 한번도 큰형님을 아저씨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멋지게 나이드는 방법 중 하나인,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젊은 기분으로 같은 게임을 즐기며 늙어가기'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미 큰형님의 마음은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째로, 20대 중후반의 필자도 아저씨 호칭에 거부감이 없는데(이미 PC방 알바하던 20대 초반에 초중고딩들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은 익숙하게 당하기도 했지만) 50대에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큰형님이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과연 기분이 나쁘실까?

그렇다면, 정작 아저씨 당사자인 큰형님 본인은 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괜히 쉬쉬하고 있으면, 그것이 더 기분나쁜 것이 아닐까? 그들이야말로 큰형님을 "아.저.씨."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치 얼굴이 곰보인 아저씨에게 곰보빵을 달라고 하지 못하고, 대머리 아저씨가 가발이 돌아갔는데 차마 가발이 돌아갔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쩔줄 모르고 쉬쉬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만약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라는 상황이라고 해석을 했다면, 설사 웃자고 한 아저씨 발언에 나이 지긋하신 큰형님이 심기 불편하시기라도 하실거라는 말인가? 그럼 그렇게 생각한 다른분들이야말로 큰형님의 인격을 깎아 내리고 있는게 아닌가?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좀 더 살아보면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심을 보여줄 수 없고, 예의라는 이름의 위선으로 엮여있는 '사회생활'이라는 노동은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매순간 벅찬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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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 드래곤라자 양장본 8권 + 그림자 자국 이미지. 필자는 아직 그림자 자국은 구매하지 않았다.
   사진은 네이버 불펌.. >


드래곤라자Dragon Raja.

 이영도씨의 장편 판타지 소설이자, 본인을 환상문학에 처음으로 입문하게 만든 작품 되시겠다.
당시 중학교 1~2학년 쯤이었을 듯한데, 친구 집에서 눈보라Blizzard사의 워크래프트WarCraft 2를
그게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고 넋을 놓고 구경하고나서 막연하게 머릿속에 자리잡았던 판타지 세계.
(나중에야 판타지Fantasy로 분류되는 하나의 장르가 확립되고나서 어린시절 사촌형들이 패미컴으로
즐기던 드래곤퀘스트 류가 모두 이 장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쨋든, "처음으로 접했던 작품이라서" 라기보다, 운이 좋았던건지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작품"을
손에 잡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유피넬(질서의 신. 질서 그 자체를 의미)과 헬카네스(혼돈의 신.
또는 혼돈)로 시작하는 나름의 신학체계(물론 작품의 화자가 17세 소년이라는 설정이므로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는다.)와 마력은 한곳에 집중되기를 거부한다는 나름의 마력체계(이 역시 깊이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실제 무사가 아닌 다음에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나름의
검술체계까지. 그야말로 일반독자의 수준에서 보았을 때 꽤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어 유쾌하고 읽기 쉽게 풀어낸,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끊임없이 던져주는
'씹어볼수록 재미있는' 책이다.

 현실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적당히 부패한, 적당히 명예로운 사회와 '인간이 아닌 종족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사회관 역시 작품의 주된 주제인 '관계'를 위해 치밀한
구조를 갖추고 세워져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라자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까?






이영도씨의 다른 글들은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았지만,
(폴라리스 랩소디의 만연체에 거부감이 심하게 들어 그 이후의 작품들도 읽지 않고 있다..)
관계를 이야기하는 드래곤라자와, 시간을 이야기하는 그 후속작인 퓨처워커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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