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뷰'에 해당하는 글 2건

 

The Stanley Parable

 

MAN vs STORY, 끌려갈 것인가 끌고갈 것인가?

 

 

 

0. 들어가기에 앞서..

마 전, 지인으로부터 낯 선 이름의 게임 하나를 추천받게 됐다. 우선 이 게임의 플레이 소감부터 짤막하게 말하자면,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적어도 내가 판단한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게임을 한다는 것, 디자이너에게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넘어,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과연 내가 이 게임을 감히 리뷰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과 "이 게임에 대한 최고의 리뷰는 '닥치고 그냥 해보세요!(Shut up and Play now!)'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게임은 바로 이제부터 소개할 "스탠리 우화(The Stanley Parable)"다.

글 실력도 리뷰 경력도 별로 없는 초보 게임 디자이너가 지금부터 오르지 못할 하늘을 쳐다보고 바벨탑을 쌓아올려볼까 한다.

 

(PS1. 게임의 특성 상 리뷰 자체가 스포일이 될 수 있으므로 플레이할 계획이 있는 분 중에 스포일을 피하고 싶으신 분은 플레이 하신 뒤에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PS2. 스포일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최대한 스크린샷의 첨부를 아끼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절대로 제가 스샷을 찍어 넣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Trust me.)

 

 

1. 첫인상

사전에 소개해 준 지인에게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그저 스팀에서 판다는 이야기만 듣고 정보를 얻기 위해 데모(Demo) 버전을 먼저 플레이해봤다.

비록 영어라 정확한 내용 이해는 불가능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데모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GUI로 해결했을 법한 여러가지 장치들을 레벨디자인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었고, 그 참신함만으로도 이 게임의 본편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열망과 호기심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는 충분했었다.

첨언하자면, 데모 플레이와 본편 플레이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므로 본편만 해본 분이라면 한 번쯤 데모 버전을 플레이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일 것이다.

 

< 스탠리 우화 메인 메뉴 화면. 액자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스탠리 우화는 시작화면부터 범상치 않은 인상을 풍긴다. 그림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실제 마우스 포인터의 이동이나 메뉴의 이동까지도 화면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 속의 모니터에까지 반영되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문득 떠올린 영화는 고전 명작인 매트릭스(MATRIX)였다. 하지만 그 연상이 결코 개연성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오프닝 시네마틱이 재생되면서부터 바로 알게되는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는 "스탠리(Stanley)"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매트릭스의 네오가 한 때 매트릭스의 일부였던 앤더슨이었던 것처럼, 스탠리는 기계 부품처럼 근무하는 한 명의 화이트 칼라 사무직 노동자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거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계획처럼, 트리니티와 모피어스를 만난 앤더슨의 일상이 파괴된 것과 무척이나 닮은 낯 선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 스탠리 우화 시작 지점. 배경은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스탠리의 사무실이다. >

 

2.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

스탠리 우화는 스탠리의 사무실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1인칭 스탠리의 시점의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스탠리는 갑자기 중단된 업무 지시에 이상함을 느끼고 방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사라져버린 희안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스탠리 또는 플레이어에게, 어쩌면 둘 모두에게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의 나레이션을 따라 스탠리와 플레이어는 사무실 모험(Adventure)을 떠나게 된다.

스탠리 우화는 이같은 "인터랙트 드라마"로 불리는 장르들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전체적인 흐름도 그러한 지시를 따라가는 것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방금 전에 굳이 괄호를 써가면서까지 강조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1인칭 어드벤쳐"장르로 보는 것이 더 알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GDF(gdf.inven.co.kr)에서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는 인터랙트 드라마와 어드벤쳐의 차이는 "[대화] 스토리텔링 게임의 현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 여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단적으로 정리해보자면 인터랙트 드라마는 투 더 문(To the Moon)이나 곤 홈(gone home)과 같은 선형 구조로 이뤄져 플레이어가 정해진 이야기를 끊임없이 따라가는 "게임의 형식을 띤 소설 또는 영화"에 가까울 것이다. 이 때에 사용된 인터랙트는 "사용자가 직접 게임 세계에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의미로 해석되며 샌드박스류에서 사용하는 "인터랙션"과는 차이가 있다. 마치 "다음"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가 재생되는 e-Book을 보는데, 그 다음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좀 더 복잡하게 설계된 느낌과 유사하다. 이는 분명 게임이라는 능동적인 매체의 장점을 통해 이야기의 전달력을 강화한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다른 매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고유한 장치의 활용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정의는 결코 인터랙트 드라마 또는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정해진 이야기를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입장에 대한 표현이다. 인터랙트 드라마는 대개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어드벤쳐로 보고자 하는 이유가 "선택과 그에 따른 체감"이라는 점에서, "스탠리 우화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어드벤쳐 게임에서 이런 플레이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줬기 때문에 "스탠리 우화가 어드벤쳐 장르니까 플레이어의 선택이 유의미하게 동작하는구나"라는 부분은 받아들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문단의 시작에서 잠시 언급된 "스토리텔러"의 존재다.

스토리텔러가 존재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겠지만 정해진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정해진 이야기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이 바뀐다면? 뭔가 논리에 문제가 생기는 기분이다. 정해져있다는 건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선택에 따라 바뀐다는 건, "안바뀌는 건데 바뀌어"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스탠리 우화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보았다.

 

< 어린 시절 한 번쯤 봤을 게임북 / 출처: 네이버 블로그(Link) >

 

그것은 바로 "게임북" 이다.

게임북은 위 그림의 하단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선택의 경우에 대해 이미 책 전체에 다 그려져 있고 독자는 선택에 따라 지정된 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1 page 에서 시작해 한 장씩 장을 넘기며 끝 페이지까지 진행하는 것을 선형 진행으로, 이처럼 필요에 따라 임의의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을 비선형 진행으로 놓고 본다면 "스토리텔러와 인터랙션 플레이의 양립"이라는 낯 선 개념이 훨씬 쉽게 이해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스탠리 우화의 스토리텔러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읽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게임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어느 페이지를 펼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기본으로해서, 심지어 펼치지 않았던 곳에서 대략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 것인지까지도 읽어준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하도록 읽어주든, 아니면 플레이어가 이미 내린 선택을 읽어주든, 이러한 게임북같은 방식을 통해 선택과 스토리텔링이 반복되는 것이 스탠리 우화가 제공하는 플레이 경험의 중심이다.

 

 

3. 치열한 선택 싸움

게임북이 아닌 전자 게임에서 인터랙션 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예시를 쉽게 떠올려보자면,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비주얼 노블"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30 대의 남성 게이머라면 흔히 알고있을 법한 Leaf 사의 투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시 게임인 바로 그 장르 말이다. (Elf 사의 다른 게임들은 대체로 연애시뮬레이션으로 분류되니 그 것은 모두의 마음 속에 고이 넣어두도록 하자.)

하지만 이런 비주얼 노블은 동등한 조건들을 나열해놓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공략 캐릭터 선택),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다항 객관식 문제를 선택하거나(시간에 맞춰 이벤트 장소를 찾아가는 선택)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전자의 선택은 그야말로 무엇을 골라도 의미가 없고, 후자의 선택은 정답이 아니면 실패해버리기 때문에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게임 기획 실패 사례"라는 시리즈 중에도 선택에 대한 비슷한 구절이 있어 잠시 인용해보겠다.

경우의 수가 자유도가 아니라는 웃긴사례를 언급해 보겠다. 어떤 마을에서 물약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유저는 5가지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다면 자유도가 있는 컨텐츠일까? 보기는 다음과 같다.

 

a) 초급 힐링포션을 100골드에 산다.

b) 초급 힐링포션을 200골드에 산다.

c) 초급 힐링포션을 300골드에 산다.

d) 초급 힐링포션을 400골드에 산다.

e) 초급 힐링포션을 500골드에 산다.

 

조건 : a~e NPC 는 같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힐링포션은 100% 똑같다.

 

여기서 유저는 5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를 선택할수 있지만 자유도는 없다고 할수 있다. 똑같은 힐링포션을 100원주고 살수 있는데 비싼값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위의 힐링포션을 구입하는 상황은 자유도가 없다고 할수 있다.

 

- 출처: 블로그 '나의 게임 개발 회고록', 기획실패사례: 자유도가 높은 기획 중.

(http://blog.daum.net/gdocument/185)

 

스탠리 우화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인터랙션 플레이로 동작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게임은 겉보기에 스탠리의 일화를 그린 흔한 주인공의 일대기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내면에서는 스토리텔러와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라는 "두 남자의 치열한 머리 싸움"을 그리고 있다(스탠리의 성별이 남자이므로 실제 플레이어 성별과 무관하게 두 남자로 설명함). 이 게임의 등장인물은 총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스토리텔러, 스탠리, 그리고 그 둘의 싸움을 관조하는 의문의 여성이 그들이다. 이 게임은 사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한심하다는 듯한 여성의 나레이션이 게임 내에 실제로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획 실패의 인용 사례나 비주얼 노블과는 다른, 동등한 조건의 선택지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점과, 그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된다는 점이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의미있게 반영되는 큰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남자의 심리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지는 항상 아래의 규칙을 따른다.

 

1) 순응: 스토리텔러의 지시대로 진행한다. (스토리텔러의 승리)

2) 저항: 스토리텔러의 지시와 반대로 진행한다. (스탠리를 조종하는 플레이어의 승리)

3) 무반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무승부. 지시거부로 스토리텔러에게 저항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변화도 없다.)

여기서 진행이 불가능한 세 번째 무반응을 제외하면,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은 끊임없는 2지선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분기는 크게 여러 갈래로 갈리지만, 매 순간 순간의 선택지는 항상 두 가지로 일관되게 제공된다. 그리고 그러한 끝없는 두 갈래 길의 미로와 같이 펼쳐진 선택들의 흐름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져 이야기의 흐름을 급격히 바꿔나간다. 그리고 이것은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스탠리 우화가 보여주는 최고의 인터랙션 스토리텔링이다.

이것이 이 리뷰의 제목이자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풀이 방식인 스토리 주도권의 전쟁, "MAN vs STORY"의 실체다.

 

 

< 자꾸만 자신을 거부하는 플레이어(스탠리)를 어떻게든 자신의 스토리로 이끌고야 말겠다는 스토리텔러의 강려크한 의지의 발현.jpg >

 

 

4.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장치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야기한대로, 스탠리 우화의 인터랙션은 "선택"을 통해 발생한다. 이 게임에서는 위에서 말한 "선택 =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은유적인 의미 부여 외에도, 직접적으로 선택을 보다 의미있게 만드는 게임 디자인적 장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또한 멋지게 동작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런 디자인 요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강력한 피드백

모든 종류의 선택은 반드시 거기 따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결과라고도 부르지만, 작용에 의한 반작용으로 부르기도, 혹은 어떤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라고도 부른다. 문학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림과 음악은 각각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직접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와 시청각 효과를 버무려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단방향적인 흐름에 피드백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피드백. 피드백은 플레이어의 행동이 게임에 개입되고,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응답하는 과정이다. 바로 이러한 인터랙션은, 앞서 언급한 다른 매체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게임이 가지는 가장 큰 무기일 것이다. 그리고 피드백은 바로 그 인터랙션의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바로 이 선택에 대한 피드백이 상당히 강력하게 제공된다.

일반 선형 스토리텔링 게임처럼, 스토리텔러의 지시를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Beat the game"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면서 상당히 무난한 엔딩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별다른 "피드백"이라는 요소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그림(스탠리 패러블 어드벤쳐 라인 tm)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저항의 선택을 하게되면 이를 어떻게든 제어하려는 스토리텔러의 의지에 의해 세계가 급변하게 된다. 그러면서 급기야 게임의 룰을 파괴해가면서까지 플레이어를 또다른 선택으로 몰아넣는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바뀌고, 바뀐 세계에 의해 다시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변화하게 되는 아름다운 인터랙션은, 바로 이 저항 선택지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저항 루트 선택의 1차적인 피드백은 스토리텔러의 부정적인 반응에서 나타나고, 이런 종류의 선택이 누적되면 2차적으로 게임의 흐름이 바뀌면서, 종국에는 엔딩까지도 모두 바뀌어버리는 장치들은 스탠리 우화의 피드백이 주는 훌륭한 플레이 경험이다.

 

2) 번복 불가

많은 선형 게임들이나  FPS에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이슈로 이미 지나간 스테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이지 구분이 명확한 경우엔 이전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루트가 원천 봉쇄되거나, 방 형식인 경우 도어를 차단해 퇴로를 막아버리는 경우를 여타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탠리 우화도 마찬가지로 선택을 번복할 수 없도록 들어온 방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니면 A라는 버튼을 누른 뒤에는 B라는 버튼을 누를 수 없게 만드는 등의 번복 방지 장치가 계속해서 사용된다. 이는 방금 말한 디자인 또는 기술 상의 예기치 못한 이슈를 방지하는 적절한 방법임과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더해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지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5. 롤플레잉의 금기, 메타 게이밍

초반에 스탠리 우화를 1인칭 어드벤쳐 장르에 가깝다고 표현했었는데, 사실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전투와 성장이라는 최근 RPG라는 상징성과는 다른, 고전적인 역할 놀이라는 측면에서의 RPG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배우게 된 롤플레잉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메타 게이밍(Meta-gaming)"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RP(롤플레잉)서버에서 MMORPG를 플레이할 때는 모두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RP의 룰이기 때문에, 와우를 하면서 뜬금없이 "아, SBS에서 상속자들 할 시간이다. 가서 TV보고 와야지" 같은 게임 바깥 세계의 이야기를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모종의 규칙이 있다. 게임 바깥의 것들을 게임으로 가져오는 행위를 메타 게이밍이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나쁜 행위로 규정짓고 있는데, 스탠리 우화는 이 메타 게이밍을 게임 스스로가 하고 있다.

초반에 '과연 게임이란 게 뭐라고 생각해?' 라는 질문을 게임이 하고 있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바로 스탠리 우화의 이 메타 게이밍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데모 버전에서는 스토리텔러가 원래 준비된 엔딩 씬을 찾지 못하겠다며 허름한 공간에서 "자 이게 엔딩이야"라고 설명한 다음, "엔딩.. 엔딩이 어디갔지? 엔딩 보신 분?" 같은 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본편의 스토리텔러는 자꾸만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는 스탠리가 스탠리가 아닌 그를 조종하는 게임 바깥 세계의 "플레이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사실 1. ~ 4. 까지의 내용만으로도 스탠리 우화는 충분히 잘만들어진 비선형 인터랙션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아이폰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혁신"이라는 표현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처음에 말했던 "충격"이라는 표현까지 쓰기에는 과찬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탠리 우화가 게이머와 게임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강력한 메시지, 즉 게임이 스스로 메타 게이밍이라는 룰 브레이킹을 통해 게임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느껴본 적 없던 충격 그 자체였다.

 

 

< 말을 안듣는 플레이어에게 스토리텔러가 보여주는 "선택에 대한 교육용 시청각 자료". 선택의 의미가 이처럼 큰 게임이, 선택이 의미 없으니 제발 시키는대로나 하라는 걸 직접 가르치고 있다. >

 

스탠리 우화의 역설은 거시적으로 메타 게이밍으로 게임의 정의하기도 하지만, 미시적으로는 롤플레잉을 파괴해서 롤플레잉을 "교육"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처럼 어떤 루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스토리텔러 입장에서) 무의미한 저항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용 시청각 자료를 뜬금없이 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수 차례 플레이를 지속하다보면 스토리텔러가 진행이 꼬였다며 게임을 재시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며, 게임 안에 게임 제작 세트들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스탠리 우화는 이와 같은 룰 브레이킹을 통해, 이전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이봐 플레이어! 니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지 더 이상 스탠리가 아니야! 스탠리의 입장을 헤아려보라고! 롤플레잉은 그런 거야!"와 같은 직접적인 메타 게이밍 대사는, 얼마 전 게이머들 사이에서 크게 논란이 됐었던 라스트 오브 어스(Last of us)의 결말씬이 플레이어의 입장과 캐릭터의 입장에서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 아키텍쳐를 만난 네오가 느끼는 당혹스러움과도 오버랩되기도 한다. 세계관의 매커니즘을 직접 설명해주는 캐릭터라니..!

 

 

0. 마치며..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난 뒤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자 게임 디자이너로서, 항상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여기면서 한 켠으로 제쳐두었던 그 질문이 다시금 눈 앞에 던져진 기분이다.

"게임이란 건 뭘까?"

나는 이 질문에서 서두부터 끊임없이 연결지으려 애썼던 매트릭스의 테마가 겹쳐보인다.

"매트릭스란 건 뭐지?(What is the Matrix?)"

모피어스는 매트릭스가,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 규칙이자 세계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탠리 우화는 게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이제는 클리셰에 가까운 짤방인 원사운드 님의 카툰 짤이 다시금 인용될 차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게임을 하는 진짜 이유.jpg / 출처: TIG 원사운드 님 웹툰 (Link) >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RPG는 ㅇㅇ여야지!" / "RTS는 ㅇㅇ가 생명이야!" / "MMO는 ㅇㅇ가 없으면 안돼!" 와 같은 모든 이야기들을 뭉뚱그려보면, 우리는 말로는 답이 없다고만 했던 게임에 대한 정의를 사실은 "게임은 당연히 ㅇㅇ지"라는 식으로 축약해 재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이라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재미만 주면 그걸로 충분한 모든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스탠리 우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풀이해보고자 고군분투했으나 전달이 잘 되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늅늅을 위한) 게임 디자인 분석하기"에도 쓰여있다시피, 가장 좋은 경험은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다.

그리고 스탠리 우화라는 독특한 게임은, 그 독특함 덕분에 간접 경험만으로 온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나의 문장력이 부족한 탓은 굳이 말해 입아플 정도이니 생략하는 것으로 해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멋진 게임을 직접 해볼 수 있는 스팀 페이지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신성모독에 가까운 무모한 리뷰를 마쳐볼까 한다.

 

The Stanley Parable 스팀 페이지: http://store.steampowered.com/app/221910/

The Stanley Parable 한글 패치: http://st135.tistory.com/150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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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Kingdom Rush 타이틀]

 

“A game is a series of interesting choices. Sid Meier

Game: Architecture and Design,

Written by Andrew Rollings, Dave Witte Morris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다.  – 시드 마이어

인용구는 게임업계 종사자이거나 게임계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시드 마이어의 말이다. 게임 디자인에 있어 하나의 지표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의 의미는, 비록 본인의 의도는 전략적인 게임에서 페이싱Pacing 중요성과 결정을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지만, 비교적 다수의 게임에서 플레이라는 행위 자체의 목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동기이자 수단으로 회자되고 있다.

 바이블 같은 인용구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본인이 플레이 했던 되는 스마트폰 게임 아직까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해준 것으로 꼽히는 킹덤 러쉬Kingdom Rush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디펜스 게임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본연의 재미가 훌륭한 까닭도 물론 있겠지만, 동일 장르의 걸출한 웰메이드 타이틀인 식물 좀비Plants vs Zombies보다 바로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가능했다는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재미가 월등하기에, 이유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그림 2. 게임 화면]

 

타이틀: Kingdom Rush

운영체제: iOS, Android (PC Flash 존재)

장르: 디펜스 액션/전략

 

- 들어가며.. -

 우선 킹덤 러쉬는 상당한 정통파 디펜스 게임이다. 굽이굽이 구부러진 길을 따라 등장하는 적을, 밖에 건설 지역에 타워를 건설해 골에 도착하지 못하게 막는 장르적 재미 요소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 , 타워 같이 뼈대를 이루는 컨텐츠를 풍성하게 마련해, 19개로 구성된 전체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동안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있다는 점에서부터 장르 게임으로서 합격점을 받기 충분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디펜스라는 장르가 가지는 재미의 매커니즘과 그에 대한 완성도가 이처럼 확고하다 해도, 단지 그것에 그쳤다면 다른 동일 장르의 작품들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에 리뷰에서는 장르 요소로서의 흥미 요소와 킹덤 러쉬가 갖고 있는 추가 요소들로 인한 흥미 요소들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 흥미 요소 -

1. Visual & Sound

 “게임UX 첫인상은 비주얼로 시작해서 사운드로 끝난다라는 개인적인 정의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게임을 처음으로 마주한 게이머가 있다면, 1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된 감각 기관으로 사용하는 시각적인 경험을 얻을 것이고, 뒤에 오감 게임을 통해 느낄 있는 청각적인 경험이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소프트웨어로서의 특징인 조작감은 촉각 경험을 제공할 없으며(직접적인 촉감은 게임이 아닌 조작 디바이스에 의존), 일반적인 게임 디바이스는 후각과 미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상당한 우위를 갖게 된다. 인상적인 게임은 특징적인 사운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 눈에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비주얼 요소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영향을 주고 있는 사운드의 중요성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서는 온라인의 -!”하는 보석 떨어지는 소리, 윈드러너의 띠리리리링-!”하는 연속으로 먹는 소리, 또는 애니팡 등의 중독적인 사운드나, 아니면 소리만 듣고도 게임 진행을 머리 속에 그려낼 있던 스타크래프트1 같은 사례들을 있겠다.

( 주장을 뒷받침해줄 내용은 네이버캐스트 공감각 마케팅(링크주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9&contents_id=27006)”에서 찾아볼 있다. 여담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콘솔 패드나 스마트폰의 진동을 활용한 촉각 정보 제공은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킹덤 러쉬의 비주얼은 여타 플래시 기반에서 출발한 많은 게임들이 보여주는 카툰 스타일의 화풍을 지니고 있다. 실사풍의 비주얼 컨셉에 비해 카툰 스타일이 가지는 여러 가지 장점들은 개발 코스트 감소, 강조를 통한 시각화 용이, 요구 사양 하향 등이 있겠으나 굳이 이들을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도록 한다. (이미 열거한 같지만, 그것은 기분 탓이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비슷비슷한 인상을 주게 되는 실사풍과는 달리, 킹덤 러쉬만의 색깔 짙은 독특한 화풍으로 충분히 시각적 매력을 띠게 된다. 나중에야 알게 사실이지만, 화풍은 개발사인 아이언하이드Ironhide 아이덴티티인 모양이다.

 


   

[그림 3. 프레젠테이션 삽화와 아이언하이드의 다른 게임들]

(출처: http://Thisisgame.com, http://www.ironhidegames.com)

 

 킹덤 러쉬의 사운드는 앞서 언급했던 뮤온라인이나 애니팡, 윈드러너와 같은 후킹Hooking 요소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굳이 꼽아보자면 웨이브 시작 시마다 울리는 경적소리 정도? 하지만 후킹 요소는 마치 파블로스의 효과와 같은 후행에 대한 암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적소리는 오히려 이제 적이 튀어나옵니다.”라는 경고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후킹 사운드로 보기 어렵다. 이보다는 오히려 스타크래프트 류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사운드별 특징이 명확해 구분이 쉽고, 개별 사운드 각각이 제법 매력적인데다, 그것들이 뒤섞여 나올 카타르시스가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아틸러리의 범위 공격에, 다수의 몬스터(특히 고블린, 오크 ) 동시에 터지면서 내뿜는 뿌쥑!”하는 소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중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4. 아틸러리]

 

2. 선택과 집중 전략

 개인적으로, 디펜스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퍼즐 액션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할 있는 정답이 존재하고, 정답을 알아가는 과정의 즐거움에 액션적인 요소를 넣은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킹덤 러쉬는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고, 개발자의 의도인지는 없지만 덕분에 스테이지를 클리어 있는 여러 방법들이 존재한다. 좋게 말하면 입맛에 맞는 플레이 스타일을 즐길 있도록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렇게나 해도 클리어는 된다는 느낌. 하지만 스테이지의 클리어를 잔여 생명력 숫자에 따라 단계로 나누어 클리어 포인트(별점) 지급한다는 점에서 부분에 대한 면죄부를 받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보통 게임 밸런싱에서 문구를 많이 인용하게 되는데,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를 이상적인 밸런싱으로 자주 언급하게 된다. 쉬운 난이도와 클리어 포인트 차등 지급의 결합은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적절하게 구현한 사례가 아닐까.

 우선 게임을 시작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간단한 플레이 개요를 소개한 그림이 나타난다.

 

[그림 5. 게임 설명 화면]

 

 킹덤 러쉬에서 스테이지 동안 게임의 흐름은 아래와 같이 구성된다.

 

1)       초기자본으로 타워 배치

2)       배치한 타워로 몬스터 웨이브 방어

3)       몬스터 처치 습득한 자본으로 타워 추가 배치

4)       다시 2)번으로.

 

  흐름에 따라 플레이어가 순차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의 고민은 다음과 같다.

 

1)       초기자본으로 타워 배치

우선 타워를 어디에배치할 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교전 위치를 선정해야 하는데, 교전 위치는 게임 진행 도중 팁을 통해서도 알려주듯이, 집중 포격을 가할 있는 지점이 유리하다. 교차로와 같은 몬스터 이동 경로가 밀집되는 어떤 구간을 찾는 것이 중요한 , 문제는 타워를 건설할 있는 건설 지점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한된 건설 지점들을 고려해서 어느 지점을 교전 위치로 설정할 것인지가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고민이다.

2)       배치한 타워로 몬스터 웨이브 방어

교전 위치를 선정했다면, 다음에는 무엇을배치할 정해야 한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다양하고 저마다 대응하는 타워가 존재하기 때문. 그리고 웨이브 구성이 어떤 몬스터들을 조합할 것인지, 그리고 조합된 몬스터들의 수량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순차적으로 어떤 순서로 얼마씩 출현시킬 것인지에 대한 패턴이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 다음에 등장할 적을 미리 보고 예측한다 해도 실제로 겪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림 6. 테트리스의 다음 블록 안내. 핵심적으로는 이와 같지만 포함되지 않는 정보가 변수가 된다.]

 

사실 고민은 1) 단계에서 위치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결국 웨이브를 겪고 이후에 배치를 수정하게 되는 일이 많아 편의상 2) 단계에서 기술하도록 한다. 그만큼 아무리 난이도가 낮은 편이라 지라도, 공략 없이 컴플리트 클리어( 3. 사실 생명력 18/20까지는 허용치)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트라이는 요구된다는 .

 

3)       몬스터 처치 습득한 자본으로 타워 추가 배치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는 동안, 처치한 몬스터 종류별로 일정한 양의 재화를 획득하게 된다. 몬스터라는 존재는 플레이어에게 생명을 깎아내려 달려오는 이자, 동시에 쏟아지는 돈다발이기도 . 킹덤 러쉬는 턴제 방식이 아닌 실시간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사실상 2)번의 웨이브 방어와 3)번의 추가 배치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시점에서는 이미 1)번에서 설정한 타워의 배치 위치와 종류 선정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상이라고 있는데, 지금 웨이브를 막아내기 위해 보충해야 부분 다음 웨이브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부분 선택하는 고민 시작되게 된다. 예로, 현재 웨이브 처리 속도가 늦어 방어선이 무너질 같아 배럭스와 아틸러리를 강화했는데, 다음 웨이브에 비행 몬스터만 잔뜩 나와서 손도 대고 게임오버 당할 수도 있다. (배럭스와 아틸러리는 기본적으로 지대공 공격 불가.) 그리고 이와 같은 타워 배치와 관계된 모든 고민은, 사실상 한정된 재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대한 기회비용 계산의 두뇌플레이를 요구하므로, 비용에 대한 고민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를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스테이지가 종료되고 나면,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클리어 포인트인 별을 통해 업그레이드 실행하게 된다. 업그레이드는 타워와 액티브 스킬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추가 특수 기능을 부여하는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특성 시스템과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림 7. 업그레이드 화면]

 

 스테이지 내부의 고민이 앞서 설명한 것들이라면, 스테이지 외부의 고민은 바로 업그레이드와의 싸움이다. 스테이지를 진행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업그레이드하는 타워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고, 타워의 성능 차이에 따라 스테이지의 전투 양상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 따라서 위에서 언급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고민들의 성격을 종합해 게임의 전반적인 양상을 정리해보면,

1)       전략에 따라 주력으로 사용할 타워를 선택해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고,

2)       업그레이드를 바탕으로 타워 사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3)       전략을 수행할 있는 교전 위치와 타워 추가 업그레이드를 웨이브에 맞게 지속 관리

정도로 정리해볼 있겠다. 전체적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들어맞는 진행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유저 컨트롤의 개입

iOS 킹덤 러쉬는 넉넉한 PC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던 기존 Flash 기반에서, 작은 화면을 가진 디바이스인 iPhone으로 이식되면서 화면에 표시되는 배경 공간의 크기를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화면 스크롤이라는 기능이 추가되게 됐고, 과정에서 마치 쿼터뷰 RPG 즐길 때와 비슷한 시야의 제약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게 되었다. 덕분에 개발자의 의도 여부는 판가름할 없지만, 수시로 화면을 상하로 움직이며 웨이브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조작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었다. (덤으로 확대 축소를 지원해 마음에 드는 교전 장소를 확대해서 감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만한 일이 자주 있진 않겠지만...)

 화면 표시 방식 변경에 따른 인터페이스 변경 사항은, HUD 디자인을 보다 작고 간편하게 정돈했다는 것과, 화면 밖에 존재하는 웨이브 위치에 대한 아이콘 표시 추가가 주요 사항일 것이다. 웨이브 시작 아이콘(해골) 또는 지점에 가까운 위치 아이콘(느낌표) 화면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면서 정확한 네비게이션 역할을 해준다.

 

  

    

[그림 8. Flash HUD() iPhone HUD()]

 

 본인이 처음으로 접해본 디펜스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의 에디터를 통해 만들어진 디펜스 모드였다. 게임에서는 주기적으로 밀려들어오는 몬스터 무리를 처치하기 위해 플레이어가 있는 일은, 방어형 건물을 길가에 빼곡하게 건설하는 밖에 없었다. 하지만 때와는 한참의 간격이 벌어진 지금 시점에 만들어진 킹덤 러쉬에서는 건설 위에 설명한 화면 조작 이외에도, 여러 가지 플레이어의 컨트롤을 필요로 하는 요소가 첨가되어 있다.

 

[그림 9. Rally Point]

 

 먼저 기본 타워 4 타입 배럭스의 경우, 그림처럼 건물을 터치하면 표시되는 푸른 깃발을 눌러 병사들의 랠리 포인트를 지정할 있다. 깃발을 누르면 표시되는 푸른 영역 안에서 원하는 곳을 터치하면 해당 위치에 깃발이 꽂히는 효과가 나타나며 병사들이 이동하게 된다. 지정된 위치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위치에서 교전 지점을 설정하기 더욱 용이하며, 갈림길과 같은 경우에 양쪽 어느 쪽을 먼저 방어할 , 아니면 상황에 따라 옮겨가며 방어할 지에 대한 고민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랠리 포인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배럭스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특정 레벨마다 간간히 등장하는 특수 용병 건물이나 매직 타워 상위 트리인 소서러의 골렘 배치에도 동일한 규칙으로 적용된다.

 

[그림 10. 스펠]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유저 컨트롤이 개입되는 부분이 바로 스펠부분이다. 화면 좌측 하단에 위치한 그림과 같은 종류의 아이콘을 통해, 플레이어는 원하는 시점(비록 쿨다운 시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위치로 스펠을 사용할 있다. 이는 고정된 지점에만 타워를 건설할 있다는 기본적인 제약을 상당부분 해소해주는 상당히 유용한 컨텐츠이며, 상급 난이도 스테이지로 갈수록 스펠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클리어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스펠은 하늘에서 운석이 쏟아지는 Rain of Fire, 2 기의 지원 병력을 불러내는 Call of Reinforces 존재하며, 각각의 스펠은 타워와 마찬가지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강화시키거나 추가 능력을 확보할 있다. 참고로 스펠 업그레이드 Rain of Fire 번째 항목인 Scorched Earth, 운석이 떨어진 바닥에 5초간 지속되는 화염 데미지 구간을 발생시키는 필수 항목이니 체크해 두면 도움이 된다.

 

[그림 11. 히어로 선택 화면. 상위 3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유료로 구매 가능]

 

 히어로 시스템은 초기에 히어로 활성화자체에 포인트를 요구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의 우선순위가 높아 상당히 후반 부분에서밖에 사용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패치에서 활성화 요구 조건을 제거해 초반부터 사용할 있는 기본 시스템으로 완화 되었으며, 스펠과 같이 한시적인 효과가 아닌 영구적으로 배치되며, 레벨업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유닛이라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HP 가지고 있고, 사망 부활하는 데까지 일정 시간을 필요로 하는 나름의 쿨다운 시간이 존재한다.

 


[그림 12. 화면]

 

 그리고 전투 도중 처치 , 일정 확률로 GEM이라는 별도의 화폐를 습득할 있는데, GEM 통해 전투에 도움을 주는 각종 기능성 아이템을 구매할 있다. 구매한 아이템은 전투 도중 아무 때나 원하는 만큼 사용할 있으며, GEM 부족한 경우에는 유료로 충전할 있다. 게임의 진행 난이도를 낮춰주는 전형적인 캐시 모델인 . 단지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의 GEM 습득할 있어, 과금 스트레스는 상당히 적은 편이다. 타입은 스테이지당 20개씩 제공되는 생명력의 회복(회복 클리어 남은 생명력이 포인트량에 반영되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함), 국소 또는 전체 몬스터 빙결, 마찬가지로 국소 또는 전체 몬스터에게 데미지, 마지막으로 추가 골드 즉시 생성으로 4 타입 6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컨트롤 요소로 에너미 웨이브 앞당기기 있다. 이는 현재 웨이브에 출현할 모든 몬스터가 화면에 등장하고 시점부터, 다음 웨이브에 등장할 몬스터를 미리 출사? 출동? 시킬 있는데 이는 단지 빠른 진행 위한 도구가 아닌, “실력에 따른 진행 페이스 보상 연결된다. 웨이브를 앞당기면 정시에 출현할 때보다 얼마나 시간을 단축시켰는지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너스가 부여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보너스 골드 지급

2)       스펠 쿨다운 시간 감소

3)       히어로 사망 , 부활 쿨다운 시간 감소

 따라서 가급적 현재 웨이브를 빨리 처리하거나, 혹은 다음 웨이브를 미리 당겨와 현재 웨이브와 함께 몰아서 광역 처리하는 등의 진행이 가능해지며, 그것을 시스템 차원에서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리 출현시키기 시스템이 가지는 특징들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부여하는 가능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4. 밸런싱

 개인적으로 게임 밸런싱의 목적은 플레이의 다양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흔히 형평성 목적 자체로 설명하는 분들을 많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형평성 목적이 아닌, “다양성 확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있는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 플레이어에게 당신의 취향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라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앞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부분에서도 설명했듯이, 낮은 난이도 덕분에 정답 빌드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본인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타해법을 시도해볼 있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밸런싱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별히 효율이 좋은 어떤 업그레이드 트리나 빌드 사이클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많은 대체 방법들을 통해 클리어가 가능하고 과정이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반대의 경우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경우, 상위 PvE 컨텐츠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플레이어 개개인의 역량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아예 클리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의 특성이나 스킬 트리, 또는 장비 세팅까지도 간섭 받게 된다. 어느 쪽이 좋은 밸런싱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단지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후자는 결과적으로 게임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점에서 밸런싱을 위한 밸런싱의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물론 타인의 요구를 수락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로 인해 동료들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주는 행위까지도 자유로 용인되지는 않기 때문에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는 점에서 억압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본다.

 

- 아쉬운 -

 


[그림 13. 아이언 모드 규칙]

 

 킹덤 러쉬의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상위 챌린지 모드의 규칙을 꼽고 싶다.

킹덤 러쉬에는 스테이지 , 가지씩의 챌린지 모드를 가지고 있는데, “히로익 아이언모드가 그것이다. 챌린지 모드는 6번의 Elite Wave 버텨내는 미션이고, 아이언 모드는 1번의 Super Wave 버텨내는 미션이다. 모드 공통으로 생명력을 1개만 주고 있어 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챌린지 미션이며 1 생명력이 감소되는 순간 게임 오버 되므로 생명력 회복 GEM 아이템은 사용할 없다. 여기까지는 챌린지 모드에 걸맞은 까다로운 규칙들로 이해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림에서 보이는 나머지 항목이다.

먼저 그림 왼쪽에서 번째 그림은 업그레이드 제한 표시다. 히로익과 아이언 모두 업그레이드 제한이 존재하며 제한 레벨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업그레이드 시스템의 기본 규칙인 언제든지 자유롭게 초기화하여 재분배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 쪽에 집중 투자했던 포인트를 최대 제한 레벨 이내로 고르게 재분배하면 훨씬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는 의미. 결과를 통해 추론해보자면, 모든 타워들의 MAX 업그레이드 레벨을 기준으로 밸런싱 것은 아닌 같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 그림은 히로익 모드에는 없는 아이언 모드만의 규칙인 타워 제한 표시다. 주로 No XXX라는 식으로 특정 타워들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보통이고, 간간히 Only Barracks 같은 특별 규칙도 존재한다. 일단 규칙의 의도는 선택지를 좁혀 전략을 인위적으로 제어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파악되는데앞서 장점으로 설명했던 플레이의 다양성 확보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장점을 제약하므로 어려운 규칙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단지 생각해야 경우의 수가 줄어들어, 마치 4지선다보다 쉬운 3지선다 객관식을 푸는 느낌 준다는 것이다.

모든 타워는 3단계 업그레이드에서 2 종류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특수 타워로 강화할 있는 분기를 가지게 되는데, 바로 때문에 “A라는 타워가 없어도 B라는 타워를 업그레이드하면 같은 성능을 확보할 있다 효과를 얻게 된다. 덕분에 타워 제약이 사실상 무의미 하다는 것이다. 부분이 대체 가능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앞서 장점으로 언급한 플레이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좋은 장치로 작동했지만, 아이언 모드라는 챌린지 규칙에서 오히려 이를 제어하려는 의도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직접 플레이 해보면 체감되겠지만, 아이언 모드가 히로익 모드보다 상당히 쉽게 느껴진다.

 

- 마치며.. -

 

 이상으로 2011 Game of the Year 수상 경력이 빛나는 킹덤 러쉬Kingdom Rush 특징들에 대해 살펴봤다. 사실 아쉬운 점은 위에 언급한 챌린지 규칙 외에도 전체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난이도 곡선과 그에 따른 페이스의 급변과 같은 여러 부분들이 있겠지만, 실제적으로 굳이 뭐가 어떻고 이건 저렇다고 뜯어보기 전에 게임의 재미라는 본질에 상당히 충실한 웰메이드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퍼즐 드래곤을 분석해주셨던 Cyfel님도 서두에 설명해주셨듯이, 재미있는 어떤 게임은 어떤 핵심 디자인이 뛰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고루 재미있는 디자인을 가질 수도 있다. (GDF 퍼즐 드래곤 뜯어보기: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6) 하지만 사실 전자의 경우도, 나머지 디자인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게임이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잃고 재미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재미를 위해서 완성도는 기본 소양이며, 톱을 내세울 건지, 전원 공격을 감행할 건지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 재미들을 전달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힘있게 갖춰졌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수상은 단순한 천운이 아닌 개발진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본인부터도, 이제껏 스마트폰으로 했던 많은 게임들 Best of Best 꼽는 것이 바로 킹덤 러쉬였으니까. (웃음)) 하지만 사실 전자의 경우도, 나머지 디자인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게임이 전체적으로 짜임새를 잃고 재미라는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재미를 위해서 완성도는 기본 소양이며, 톱을 내세울 건지, 전원 공격을 감행할 건지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핵심 재미들을 전달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힘있게 갖춰졌다는 점에서 킹덤 러쉬의 수상은 단순한 천운이 아닌 개발진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본인부터도, 이제껏 스마트폰으로 했던 많은 게임들 Best of Best 꼽는 것이 바로 킹덤 러쉬였으니까. (웃음)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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