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에 해당하는 글 1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75&p=1653#p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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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주목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 RUST를 볼 때 떠올렸던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 대화의 끝에서 관련된 내용이 머릿 속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 된 것 같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떠올린 생각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RPG가 오히려 RP를 해친다"는 것입니다.

1 세대 온라인 게임들이 보여줬던 가상 세계형 구조, 그 중에서도 얼마 전 포럼에도 올라왔던 시뮬레이션의 꿈과 같은 내용들의 공통점은 바로 "큰 규칙의 틀을 제공하되 제약을 강하게 두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본문의 대화 도중에 RP의 R(Role)이 의미하는 것이 "캐릭터"냐 아니면 그 캐릭터가 지금 위치한 "포지션"이냐 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포지션과 같은 세부 규칙들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로 인해 역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등떠밀려서 숙제하듯 강제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Voosco 님과 함께 neoocean 님께 들었던 마인크래프트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화라거나, 요즘 modpat88 님께서 들려주시는 러스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세계의 기본 규칙만 존재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강제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더 활발하게 RP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례들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neoocean 님의 사례)

예전에 마인크래프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모드가 아닌 서바이벌 모드로 커다란 환경을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규모가 컸기 때문에 다수의 인력이 동원되야했는데, 업무 분담을 위해 자연스럽게 세 부류로 구분이 됐다.

1. 건설자 군: 의도된 건물이나 지형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2. 노동자 군: 건설자들이 건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 채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3. 도로관리자 군: 노동자들이 채집한 자원이 건설 현장까지 운반될 수 있도록 선로를 만들어서 카트에 담아 이동하게 되는데, 그 도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들

이 중 나는 노동자 군에 해당됐었는데, 가끔 카트에 직접타고 현장을 빙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modpat88 님의 사례 #1)

 

러스트를 하다보면 유저들을 크게 두 분류, 좀 더 나누면 네 분류로 나눌 수 있음.

1. 농부/목공 - 하나하나 재료수집하고 집지어서 자신의 재산과 영토를 지키려는 부류

2. 커뮤니케이터 - 무조건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며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자신들의 아지트로 오라고해서 세력을 불려나가는 사람, 진짜 무서운 인간들

3. 밴딧 - 한탕을 노리는 인간들, 자고 있는 플레이어나 어둠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사람들을 사냥하고 그들이 모아둔 모든걸 가로챔

대망의 4번, 사이코패스 - 조커같은 스타일, 계속 서버를 옮겨 다니면서 뒷통수에 뒷통수를 계속 치고 그룹이고 뭐고 필요없이 모두 혼자 독차지하려고 함

4번이 진짜 무서운게... 이 부류들은 1~3번인척 연기를 계속 하다가 사람들이 안심하는 그 순간 뒷통수를 침, 그렇다고 그걸 지가 쌓아서 재산화 하는게 아니라 그냥 파괴함. 그냥 남들이 괴로워하는걸 즐기는 부류

 

 

modpat88 님의 사례 #2)

 

어제 레알 진기한 현상을 봄.

생판모르는 사람들 끼리 총이랑 바지 하나 입혀서 들판에 세워놨는데 자기들끼리 그룹을 이루고 자기들 재산 지키려고 거대한 창고 만들고...

자기들끼리 컨트롤이랑 과시를 위해 콜로세움을 건설하고 토너먼트하고 거기서 이긴사람한태 제일 부유하고 강한 놈이 상품 주고 수상소감 발표하고...

이 모든 게 15명 있는 서버에서 10명이 벌인 일.

그럼 5명이 뭐했느냐.
그 사람들 토너먼트한다고 할 때 몰래 걔들 집 털러가서 다 털어옴. 오늘 출근하기 전에 들어가보니 싹 다 털렸다고 범인들 찾고있는데...

내 예상엔 20명 최대인원인 서버에서 진영나눠서 전쟁일어날거 같음

꼭 기획자라서가 아니라 이런 현상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하는 중임. 참고로 몇몇 서버는 물물거래를 초월한 주식/투자/부동산땅투기/조폭짓 까지함  ... 북미서버는 투표도한다고 하고.. 또 투표한다고 사람들 irc 채팅하고 있는데 어떤 놈들이 제일 견고한 요새를 그 사이에 점령(무장봉기)ㅋㅋㅋ

울티마하던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위 사례들에서 보시다시피, 시스템이 어떤 롤을 강제하지 않고 룰만 쥐어주는 샌드박스 쪽이, 오히려 세세한 규칙들과 미리 준비된 역할이 마련된 RPG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이 RP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 그야말로 "코스프레"와 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개념의 RP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하는 그 자체가 바로 RP가 되는 쪽이 더 강력한 RP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스의 구분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던 울티마 온라인이 그랬고, 또한 한국의 울온이라고 불리는 마비노기에서도 검증된 것처럼, 충분한 바탕을 구성하고 오히려 제약을 없애게 되면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RP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따라서 너무 세세하게 규정된 RPG의 Role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RP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게 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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