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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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