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에 해당하는 글 1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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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기획자 신입 또는 기획자 지망생들은, 게임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운 고해이지만, 저 역시도 수 년전까지만 해도 게임 기획과 아이데이션을 동치라고 생각했었고, 직접 실무를 접해 나가기 시작하면서야 이런 생각들을 고쳐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꽉 채운 6년이 점점 다가오는 짧은 개발 경력에 비춰볼 때,

게임 디자이너의 주된 역할은 "UX 디자인"과, "디자인의 문서화"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컨텐츠를 채우고, 시나리오나 퀘스트를 만드는 등의 여러가지 분업화된 업무가

결국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점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흔히 "개발자 마인드"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사용할 때, "플레이어와 고립된 채 개발자 자기 중심에서의 게임에 대한 접근"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부분들은 잘 모르는 신입들이 아닌, 숙련된 개발자라고 불리는 오랜 경력의 보유자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곤 합니다.

아마 너무 오랜 시간 개발에 전념하다보니, "상식"이라는 기준이 자신들에 맞게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밸런스를 위한 밸런스, 시스템을 위한 시스템, 기획을 위한 기획"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MMORPG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공격력이 몬스터의 방어력보다 너무 강해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져 난이도가 처참하게 떨어져있다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떠오르는 것만 적어봐도 서너 가지 정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플레이어의 공격력을 줄여 밸런스를 맞춘다.

2) 몬스터의 방어력을 높여 밸런스를 맞춘다.

3) 몬스터의 생명력을 높여 밸런스를 맞춘다.

4) 이 게임의 밸런스는 선임 기획자들이 만든 똥이다. 모두 새로 뜯어고쳐 밸런스를 새로 맞춘다.



이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게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위 네 가지 방법 모두가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예시에서 설명드렸듯이 "서비스 중인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떠한 개발 상황에서도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4)번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1)번의 경우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예시의 게임이 공격력 수치가 표시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플레이어의 공격력이 해당 몬스터를 공격할 때 1,000 이며 총 생명력의 50%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맞춰야 하는 밸런스는 플레이어의 공격력 영향이 기존의 절반까지 낮춰저야 한다고 가정할 때, 위의 밸런싱 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1) 플레이어 공격력 50% 하향:

- 무기 표시 공격력 50% 감소.

- 발생 데미지 500 으로 감소.

- 몬스터 생명력 감소량 25%로 감소 

- 전투 시간 2배로 증가


2) 몬스터 방어력 100% 상향:

- 무기 표시 공격력 변화 없음.

- 발생 데미지 500 으로 감소.

- 몬스터 생명력 감소량 25%로 감소 

- 전투 시간 2배로 증가


3) 몬스터 생명력 100% 상향:

- 무기 표시 공격력 변화 없음. 

- 발생 데미지 변화 없음.

- 몬스터 생명력 감소량 25%로 감소

- 전투 시간 2배로 증가


4) 선임 기획자들의 똥을 리밸런싱:

- 예측 불가. 어쨌든 전투 시간 2배로 밸런싱 될 예정



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우리 기준에 맞게 당신들의 능력치를 강제로 뜯어 고쳐줘야 겠어"라고 말하는 것은 요즘 SNS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甲의 횡포"가 될 뿐입니다. 아무리 약관 상에서 회사와 고객이라는 입장으로 회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회사의 데이터를 빌려서 사용하는 을乙의 입장이라고 동의했을 지언정, 실질적으로는 "개발자가 월급받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돈을 지불해주는 감사한 고객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접근해볼 때, 위 케이스들 중 "개중 패널티가 적은" 3)번 안으로 채택되는 것이 플레이어의 불만을 가장 덜 발생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입장은 결국 "게임 밸런스 따위 내 알바 아니고, 내 캐릭 너프나 시키지 마쇼"라는 거고, 그런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도 게임의 장기적인 수명을 위해 밸런싱을 해야할 때는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서비스"라는 명칭이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이유에서, WoW의 수시로 버프/너프를 반복하는 게임 밸런싱이, 당하는 입장에서 주로 불쾌하다는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뭔가 고쳐나가고 있다는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 고치는 대상이 내 캐릭터 칼질이라면 납득할만한 플레이어가 몇이나 될까요?


물론 절대로 제가 너프/디너프(버프는 아니고 그냥 너프가 안되서 땡큐. 라는 의미..)를 반복하는 흑마법사 유저라서만은 아닙니다.

(시선을 회피한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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