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에 해당하는 글 1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219#p1219


-----------------------------------------------------------------------------------------------------------------------------------------

 

제가 처음 이 글을 썼을 때는 하스스톤 토탈 플레이 타임이 1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지금은 일단 골드 1성에 흑마만 22렙을 찍고 나서 다시 판단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퀘스트 시스템이 아니더라고요..? 현재의 시스템은 런 게임의 미션에 가까운 "휘발성 임무" 였습니다. 이 시스템으로는 자이가닉 효과를 이끌어내기 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예시로 언급했던 "일퀘를 30회 완료"같은 조건은 장기적으로 유저가 머릿속에 넣어둘 수 있는 큰 목표로서 동기부여를 자극해주길 바랐던 것이었고요, 현재의 미션 개념과는 거리가 좀 있었네요. ㅎㅎㅎ

게다가 여러 클래스를 두루 플레이하길 권장하다보니 "ㅇㅇ 클래스로 ㅇ승" 같은 퀘스트가 자주 보이던데요, 이게 그닥 유쾌한 경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올랜덤 플레이어 같은 타입보다는, 플레이어들이 어떤 동기에 의해 자발적으로 부캐를 키우는 느낌으로 다른 클래스를 육성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 같은데요, 이걸 시스템 상에서 "돈 받고 싶으면 이걸 해라"라고 강제하니까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일단 지금까지 플레이 해본 결과를 토대로 제가 유추한 것은,
"꾸준한 변화가 있어야 재미가 유지된다"는 점이었는데요.

일단 하드코어 플레이어 층은 항상 연구와 토론을 거듭하며 MMO라면 어떤 트리가 효율이 좋고 어떤 아이템 옵션이 얼마만큼 수치가 가장 이상적인지 등을 파악하면서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킵니다. 그들은 하스스톤에서도 마찬가지로 최상의 전술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덱을 변화시키면서 "알아서 재미를 찾아 먹고 있는 중" 이더군요.

반면에, MMO에서 부캐도 잘 안키우고 심지어 한 캐릭터를 고정된 특성을 고집하며 단단한 자신만의 플레이타입을 고수하는 플레이어 계층은, 하스스톤에서도 마찬가지로 선호하는 어떤 덱, 혹은 승률이 너무 밀리면 마지못해 잘 알려진 유행 덱을 세팅하고, 계속 매칭 큐를 돌립니다.

여기서 비율 상 다수를 차지하는 후자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업데이트를 통해 카드를 추가하거나 성능을 변경한다. (강제적)
2) 플레이어가 새로운 카드를 습득하게 해 덱을 편집하게 한다. (자발적)

아마 1)의 경우가 Nairrti 님께서 말씀하신 수 차례의 확장팩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고요, 2)의 경우가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2)의 경우에도 다시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2-1) 과금한다. (배틀코인으로 팩 구입)
2-2) 골드를 번다. (100 골드짜리 기본 팩 구입)

2-1은 문제가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도요. 저쪽이 사실상 정답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과금하고 싶지 않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미드필드에 진을 칠 수 있을만큼 충분히 버텨주게 하려면 2-2 또한 해결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카드를 다 모으고, 간간히 까는 팩에서 덱을 바꿀만한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플레이어의 덱은 빠르게 굳어갑니다. 그리고 승률 또한 저조해지고, 게임에서 느끼는 즐거움도 빠르게 감소합니다.

하다 못해 별 볼일 없는 카드를 쏟아내더라도, 최소한 팩까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도록 팩을 더 자주 깔 수 있게라도 해줬으면, 예컨데 기본 팩 비용이 더 싸든지, 골드를 이곳 저곳에서 꾸준히 입수하든지간에 CCG 처럼 "잡카드"를 쏟아내주기라도 한다면 어느 정도 버텨볼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스스톤은 분해를 통해 정수를 만들어 고급 카드를 제작할 수 있게 만들어둔 구조와, 그 비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부분 때문에, 이런 잡 카드를 뿌려주는 것조차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팩 자체가 생각보다 귀한 존재가 되어버려 "팩 까기"라는 건 상당한 고가치 컨텐츠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총 30장, 카드 당 2장 제한이라는 게 선택의 폭을 크게 줄이고 있는 데다, 직업 카드와 공용 카드를 분리시켜서 공용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직업 카드를 줄여야 하는(일단 저는 흑마라 그런지 직업 카드만 많아서는 실질적으로 플레이 자체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것이 그다지 유쾌한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추가로 포럼의 다른 스레드([링크] 포커에서 배우는 게임 디자인 교훈)에 올렸던 답글에서 매치메이킹 관련 이슈를 첨언하겠습니다.

추측컨데, 운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모두 동일한 패 안에서 카드를 분배하기 때문에 카드 자체에 대한 공평함이 보존된 포커나 화투에 반해, MTG나 하스스톤은 카드 덱 자체를 커스텀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게임 시작 전부터 알 수 없는 격차가 발생한다는 부분에서 "운이 주는 재미는 있으나, 캐쥬얼/라이트 플레이어에게 어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TG가 라이트 플레이어에게 어필하는 데 어려운 부분에는 분명 어려운 룰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다양한 카드들의 성능 등도 있었겠지만, 이를 대폭 축약한 하스스톤이 반대로 그로 인해 빠른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 보인다는 건 어떤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서 없이 길게 써내린 것 같아 정리를 간단하게 해보자면...


1) 퀘스트가 휘발성 미션이 아닌, 자이가닉을 유발할 수 있는 거시적 기록을 제공하는 퀘스트 시스템이어야 한다.

2) 골드 수집과 기본 팩 뜯기의 사이클이 좀 더 빠르고 빈번하게 일어나야 한다.

3) 비등한 조건의 다양한 트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카드 모수가 제공되야 한다.

4) 다양한 유저층이 고루 분포될 수 있도록 비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 간 매치메이킹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