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e Home'에 해당하는 글 1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58&p=1594#p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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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nley Parable 리뷰를 끝내고 짧게나마 Gone Home을 리뷰해볼까 했는데 이미 tophet 님께서 테잎을 끊어주신 덕에 저는 숟가락만 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트위터에서 곤홈에 대한 감상을 다음과 같이 적었었습니다.

곤 홈(Gone Home) 클리어.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과 집이라는 익숙한 배경을 소재로 어둠과 고립과 고독을 통해 플레이어를 집중시키는 점, 음악과 나레이션의 청감각이 메인라는 점이 멋지지만, "게임"으로 보면 "투더문"의 연장선.

일단 곤홈은 간략하게 "3D 투더문"같은 느낌이라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크게 주목할만한 매커니즘은 없어보이지만, "전달 도구로서 게임을 선택한 점"이라는 것과 "이야기의 주제"가 이슈를 불러일으킬만한 점은 확실히 인정한다. 상당히 인상적이고 감동적임.

일단 스탠리와 곤홈은 "동일 장르를 표방하지만 양 극단에 선 작품"의 느낌이다.

 

이미 본문에서 tophet 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곤홈은 매커니즘 측면에서는 전무하다시피할만큼 게임 디자인 요소가 없습니다.

다만 굳이 게임을 선택한 점과,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전달 도구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얼마나 활용했느냐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달력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 트윗 인용에서 보시다시피, 곤홈이 다루는 주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꽤 이슈가 됐었고,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민감하고 반감을 충분히 살만한 주제를 게임이라는 도구로 어떻게 풀어냈느냐라는 부분에서, "굳이 게임을 전달 도구로 사용했으면, 보다 게임스럽게 풀어냈어야지"라는 기존의 많은 기조와는 달리, 오히려 거꾸로 가듯이 "더더욱 영화적인 서사 전달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게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적 연출을 사용한 숱한 게임들의 스토리텔링에게, "이럴 거면 차라리 영화를 보지!"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이 영화와 차별되는 근본적인 키포인트인 "직접 한다"는 부분만을 전적으로 사용한 것이 제게는 묘하게 정제됐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제작자는 서사의 주인공(화자)인 여동생 사만다(샘)를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게임이 가지는 "직접 한다"와 "화자에게 독자가 몰입"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됐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반감을 충분히 살 수도 있을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곤홈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만다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세간에서 비욘드 투 소울이 이해도 안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놔서 몰입이 안된다는 평을 들었던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곤홈은 그래서, 서사의 주인공은 여동생인 사만다이지만, 플레이어는 가족 내에서 상당히 객관적인 입장인 언니 케이틀린(케이티)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조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아군도 적군도 아닌 제 3자의 케이틀린이야말로,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이제부터 알아가야하는 플레이어가 몰입하기 적절한 캐릭터였을 겁니다.

제가 곤홈을 3D 투더문으로 평가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첫번째는 정해진 스토리를 그저 감상만하는 선형 스토리텔링 드라마라는 점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입장"이라는 점입니다.

본문의 제목에도 쓰여있다시피, 곤홈은 장기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집안의 장녀가 텅 빈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동생의 일기를 읽어주는 "독백 재생"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진도가 진행될수록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어디선가 재생되는 동생의 일기 낭송은, 처음에는 상당히 당혹스럽습니다. 플레이어가 집을 조사하면서 찾아낸 메모나 서류의 내용도 아니고, 플레이어로서는 사실 현 시점에서 전혀 알 수 없는 일기의 내용을 읽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곤홈의 큰 영화적 연출의 차용점임과 동시에,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상당히 나쁜 게임 연출 디자인으로 여겨지게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점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어의 추적 행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겉도는 평행선의 느낌으로 일기 낭송이 진행되는 기분이 든다는 점입니다.

다만 플레이어가 찾아낸 어떤 흔적과 관련된 일기의 내용이 재생된다는 점이, 그나마 실낱같은 연관성을 겨우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이 일기는 어디서 읽히고 있는거야?"라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의문증은 게임의 라스트 씬에 가서야 겨우 밝혀집니다. 그러고나면 비로소 "아 이게 이런 식의 연출이었군"하는 추정은 됩니다만, 사실 그 때까지 진행하는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완전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죠.

살짝 스포일링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마지막 단계에서 동생의 은밀한 공간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 펼쳐져있는 동생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은 그 일기를 동생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언니가 읽고 있었던 거고, 게임의 시작과 끝은 사실상 전체가 회상씬에 가깝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앞서 설명드렸던 "더더욱 영화적 연출의 차용"이라는 부분은, 바로 이 회상 씬 전체에 덧씌워진 화자의 나레이션이라는 연출을 이야기드리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둠과 고립과 고독은 망상의 여유와 시계를 제한시키고, 차분하게 시각 정보 이외의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이 게임이 메인으로 내세우는 감각 요소인 "청각"이 최대의 효과를 발현하게 됩니다.

곤홈은 온전히 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어진 어두운 무대에서 누군가가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것과 흡사한 분위기를 가집니다.

게임은 철저하게 제어된 동선을 따라 진행되며, 그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일기의 내용을 밝혀가게 됩니다. 일기를 읽어준다는 이야기의 메인 스트림과 함께,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생의 일화와 관련된 카세트 테잎과 테잎이 있는 곳에는 항상 존재하는 카세트 플레이어.

일기를 읽어내려가는 동생의 목소리와 그 일기가 기록될 즈음에 연관된 카세트의 음악이, 동생이 그 당시에 느꼈을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공감하게 하면서 조금씩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해갑니다.

그리고 곤홈의 이야기는 반전이 없습니다.
이야기의 중반에 가면 거의 확실시 되고, 심지어 초반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기도 합니다.
커다란 서사구조를 가지는 일반적인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보다, 곤홈의 이야기는 동생의 심리상태가 시간에따라 변화해가는 내용을, 그리고 그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금씩 동생을 이해하고 마침내 공감할 수 있게 이끌어가는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곤홈의 스토리텔링이 투더문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로 대단한 점을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심리 상태 변화 흐름"을 정말 섬세하게 깔아놓았던 데다, 이를 플레이어가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적절히 이끌어주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주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이라 결말을 수용하고 동감하는데에 성공적이었던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 정도로 전달했다는 점만큼은 분명 멋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성이라는 부분의 부재와, 시나리오 상의 한계로 인한 일회성 플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짧은 볼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세일 기간이 아니면 다소 부담되는 가격 책정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Gone Home Steam Page:  http://store.steampowered.com/app/232430/?snr=1_7_15__13

Gone Home 공식 팬 번역: http://st135.tistory.com/148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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