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에 해당하는 글 2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75&p=1660#p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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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RP에 대해 정의해보기 이전에, 좀 더 하이 레벨 단계의 주제를 잠깐 꺼내볼까 합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종류의 게임이 가지는 목적은 "재미 추구"라고 생각합니다.

PC방에서 친구들과 LoL을 할 때,
방에서 PC로 와우를 할 때,
거실에서 부모님과 키넥트 어드벤쳐를 할 때,
동네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놀이터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

모두 마찬가지로 "재미있으려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자본을 투자해서 더 큰 자본으로 불리려고 리니지 등을 하는 생활형 프로게이머들의 경우는 특수 케이스니 여기서 제외하고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RP 이야기에서 호모 루덴스("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지칭하는 인류)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어떤 놀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면서 재미의 원류로부터 멀어지는 것에 대해 리마인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선 제가 RP라는 단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은 "캐릭터 전체의 역할 수행"이었습니다.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말씀해주셨던 TRPG에서 RP가 의미하던 "포지션"의 핵심 의미와 더불어, onzk777 님께서 "연기"로 지칭하셨던 의미, 그리고 Raoul 님의 "소셜 롤"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의미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즉, 전투 역할과 직업, 성격, 지위 등을 모두 아우르는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을 RP라고 불러보고자 했습니다.

최초의 TRPG가 창궐한 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이 RPG라는 놀이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설명해주신 원류로서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야기 진행"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그것이 규모가 적어서 재미있었는데 지금의 MMORPG는 규모가 커져서 재미가 없다 또는 재미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라 "더 이상 역할 분담만으로는 재미를 주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는 쪽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onzk777: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저는 본문의 대화 내용 중 onzk777 님께서 말씀해주신 저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역할 분담을 통한 게임 진행 자체는 이미 충분히 식상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기존 TRPG의 핵심 재미였던 역할 분담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잘 계승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유실된 다른 재미 요소들을 현대의 MMOG(반드시 RPG일 필요는 없습니다)로 가져오려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현대에 와서 "캐릭터 연기"로 분류되던 RP를 원 뜻과 재해석된 뜻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형태로 녹여내는 것은 어떨까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화록 아래 추가로 포스팅한 댓글의 내용이었던 "RPG가 플레이어의 RP를 해친다"는 의미는, 와우의 일일퀘스트가 매일 매일 퀘스트를 생성해주는 "흥미로운 컨텐츠"에서 순식간에 일일 필수 로동 할당량처럼 꺼려지지만 억지로 해야하는 "일감"으로 전락한 것과 매우 흡사한.. "강제받는 순간 재미는 급감한다"는 이치에서 출발한 내용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라 생각하는데요,

이제 막 공부하려고 컴퓨터를 종료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 온 엄마가 "넌 맨날 컴퓨터만 하니? 그만하고 공부 좀 해!" 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경험 입니다.

"tophet 님의 말"

Zerasion님의 RP를 시스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플레이어들이 자율적으로 상호작용 - 특히 협력 - 하는 행위라고 해석한다면 그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Zerasion님의 아이디어는 '시스템에 의해 빡빡하게 능력을 제한하고 반 강제로 협력을 유도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걸로 보인다는 거지요.

tophet 님께서 정리해주신 많은 부분이 제 의도에 부합하긴 하지만, 반드시 협력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TRPG를 "코옵"이라고 분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그렇게 되긴 했지만... 마크와 RUST의 사례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였는데, 바로 "협력"과 "대립" 입니다. 자발적인 분업을 통한 협력이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분류되는 일종의 클래스라고 생각했고, 또 하나는 시스템이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벌어지는 분란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OnlineRPG에서 시스템이 정해주는 클래스와 적에 대한 정의를, PvE/PvP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자유롭고 자발적인 규칙들이 매우 합리적으로 생성/동작한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취졌기 때문입니다.

"tophet 님의 말"

만일 예로 드신 마인크래프트에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건물이나 지형을 만들 때 보너스를 받는 건설자, 자원을 채집할 때 보너스를 받는 노동자, 수리에 보너스를 받는 관리자 이 셋 중 하나의 클래스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TRPG에서 말하는 Role Playing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니죠.

이 부분에서는 RP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꺼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보상 역시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에" 컨텐츠의 달성 시 보상이 지급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컨텐츠의 달성보다 보상 자체가 목적이 되게 되는 경우로 주객이 전도되어 갔다는 부분에서 현재의 보상 체계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나쁘게 발전된 예로는, 컨텐츠는 플레이어로부터 시간을 뺏는 도구이며, 그와 같은 일종의 시련을 극복한 뒤에 얻는 보상만이 유일한 재미(실제로는 이조차도 단순한 일감으로 여겨지는)로 인지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tophet 님 인용부분에서 설명해주신 부분은, 시스템 상의 보상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와 같은 보상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서 role-play가 발생하게 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예로는, 예쁜 블러드 엘프 마법사를 하고 싶었던 와우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그는 굉장히 효율추구적인 플레이어였고, 때문에 "가속 +1%"라는 종족특성의 유용함 때문에 울면서 억지로 고블린 마법사를 선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예시는 아니지만 LoL의 예를 들어 보면, 애초에 수많은 영웅들에게게 부여된 클래스라는 것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탑/미드/바텀/정글/서폿이라는 롤이 존재할 뿐이며, 이 조차도 플레이어의 운용력에 따라 영웅의 제약을 초월해 사용하거나, 축구/농구 등에서 유동적으로 포지션/포메이션이 바뀌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그 롤을 스위칭하거나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포럼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리니지 이야기 "땅 위의 왕, 땅 아래의 왕"의 사례에서도 보면, 클래스로 제공되는 기사, 요정, 군주 등의 구분 외에도 플레이어들은 상황에 따라 용병, 문지기, 호위병 등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부분이 Raoul 님께서 말씀하셨던 소셜 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ㅠ)


제가 본래 샌드박스형 또는 자유도형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와우에서 방어형 공격형 회복형의 구분이 없던 오리지널 시절(탱딜힐의 명확한 시스템 상의 구분은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에서 랜덤 파티 매칭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생김. 그 이전에는 플레이어들의 개념 상에서만 존재) 특성도 어중간하고 클래스 구성도 어중간한 파티원들이 모여서 실패도 하고 토론과 궁리도 하면서 "함께" (누가 혼자 시켜서 끌고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함께)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 스킬을 쓰라고 해서, 남들이 이 특성을 찍으라고 해서, 남들이 이 클래스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하는 게임이 재미있을 리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을, 우리는 보통 게임이라는 말 대신 "일"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운용할 때에, 비로소 몰입이 가능하고, 그 순간 억지로 인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RP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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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75&p=1653#p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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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주목하면서 플레이하고 있는 RUST를 볼 때 떠올렸던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이 대화의 끝에서 관련된 내용이 머릿 속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 된 것 같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떠올린 생각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RPG가 오히려 RP를 해친다"는 것입니다.

1 세대 온라인 게임들이 보여줬던 가상 세계형 구조, 그 중에서도 얼마 전 포럼에도 올라왔던 시뮬레이션의 꿈과 같은 내용들의 공통점은 바로 "큰 규칙의 틀을 제공하되 제약을 강하게 두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본문의 대화 도중에 RP의 R(Role)이 의미하는 것이 "캐릭터"냐 아니면 그 캐릭터가 지금 위치한 "포지션"이냐 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포지션과 같은 세부 규칙들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로 인해 역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 아닌 등떠밀려서 숙제하듯 강제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에 Voosco 님과 함께 neoocean 님께 들었던 마인크래프트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화라거나, 요즘 modpat88 님께서 들려주시는 러스트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세계의 기본 규칙만 존재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강제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더 활발하게 RP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례들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neoocean 님의 사례)

예전에 마인크래프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모드가 아닌 서바이벌 모드로 커다란 환경을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규모가 컸기 때문에 다수의 인력이 동원되야했는데, 업무 분담을 위해 자연스럽게 세 부류로 구분이 됐다.

1. 건설자 군: 의도된 건물이나 지형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2. 노동자 군: 건설자들이 건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 채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3. 도로관리자 군: 노동자들이 채집한 자원이 건설 현장까지 운반될 수 있도록 선로를 만들어서 카트에 담아 이동하게 되는데, 그 도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들

이 중 나는 노동자 군에 해당됐었는데, 가끔 카트에 직접타고 현장을 빙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modpat88 님의 사례 #1)

 

러스트를 하다보면 유저들을 크게 두 분류, 좀 더 나누면 네 분류로 나눌 수 있음.

1. 농부/목공 - 하나하나 재료수집하고 집지어서 자신의 재산과 영토를 지키려는 부류

2. 커뮤니케이터 - 무조건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하며 처음 시작한다고 하면 자신들의 아지트로 오라고해서 세력을 불려나가는 사람, 진짜 무서운 인간들

3. 밴딧 - 한탕을 노리는 인간들, 자고 있는 플레이어나 어둠속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사람들을 사냥하고 그들이 모아둔 모든걸 가로챔

대망의 4번, 사이코패스 - 조커같은 스타일, 계속 서버를 옮겨 다니면서 뒷통수에 뒷통수를 계속 치고 그룹이고 뭐고 필요없이 모두 혼자 독차지하려고 함

4번이 진짜 무서운게... 이 부류들은 1~3번인척 연기를 계속 하다가 사람들이 안심하는 그 순간 뒷통수를 침, 그렇다고 그걸 지가 쌓아서 재산화 하는게 아니라 그냥 파괴함. 그냥 남들이 괴로워하는걸 즐기는 부류

 

 

modpat88 님의 사례 #2)

 

어제 레알 진기한 현상을 봄.

생판모르는 사람들 끼리 총이랑 바지 하나 입혀서 들판에 세워놨는데 자기들끼리 그룹을 이루고 자기들 재산 지키려고 거대한 창고 만들고...

자기들끼리 컨트롤이랑 과시를 위해 콜로세움을 건설하고 토너먼트하고 거기서 이긴사람한태 제일 부유하고 강한 놈이 상품 주고 수상소감 발표하고...

이 모든 게 15명 있는 서버에서 10명이 벌인 일.

그럼 5명이 뭐했느냐.
그 사람들 토너먼트한다고 할 때 몰래 걔들 집 털러가서 다 털어옴. 오늘 출근하기 전에 들어가보니 싹 다 털렸다고 범인들 찾고있는데...

내 예상엔 20명 최대인원인 서버에서 진영나눠서 전쟁일어날거 같음

꼭 기획자라서가 아니라 이런 현상에 관심이 많아서 기대하는 중임. 참고로 몇몇 서버는 물물거래를 초월한 주식/투자/부동산땅투기/조폭짓 까지함  ... 북미서버는 투표도한다고 하고.. 또 투표한다고 사람들 irc 채팅하고 있는데 어떤 놈들이 제일 견고한 요새를 그 사이에 점령(무장봉기)ㅋㅋㅋ

울티마하던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위 사례들에서 보시다시피, 시스템이 어떤 롤을 강제하지 않고 룰만 쥐어주는 샌드박스 쪽이, 오히려 세세한 규칙들과 미리 준비된 역할이 마련된 RPG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이 RP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듯, 그야말로 "코스프레"와 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 개념의 RP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행하는 그 자체가 바로 RP가 되는 쪽이 더 강력한 RP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스의 구분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던 울티마 온라인이 그랬고, 또한 한국의 울온이라고 불리는 마비노기에서도 검증된 것처럼, 충분한 바탕을 구성하고 오히려 제약을 없애게 되면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RP가 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따라서 너무 세세하게 규정된 RPG의 Role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RP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게 이 글의 요지였습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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