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폴'에 해당하는 글 1건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219#p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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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까지 파이어폴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아직 언급되지 않아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얼마 전 Voosco님의 길드워즈2 - 필드의 재탄생 이라는 스레드에서 "플레이어의 상주"와 관련된 댓글을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형 수직 성장 구조와 소모성 컨텐츠를 가진 MMO의 경우, 모든 성장 컨텐츠를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삼든, 아니면 클리어할 목적으로 삼든 결과적으로 "지나가버리는" 지역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증가합니다. 흔히 "저렙구간 공동화 현상"으로 불리기도 하는 "버려지는 필드"가 발생하게 되죠.


이 처럼 버려진 필드는 개발자 입장에서 공들여 제작한 컨텐츠가 일회성이라는 슬픔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커뮤니티 형성 측면에서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입니다.


MMO의 기본은 MMO함, 그러니까 "무진장 엄청 매우 많은 사람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을 한 데 모아놓을 구실이 필요하죠. 그래서 선형 수직 성장 구조의 게임들은 개발자들이 임의로 선정한 "주요 플레이어 분포층"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실제 통계를 통해 파악한 뒤, 앞서 달려나가는 무리의 페이스를 잡아두고, 뒤쳐지는 무리를 끌어올려 어떻게든 주요 구간 안에 플레이어들을 모아놓고자 애를 쓰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이 보여주듯, 결코 쉽진 않았죠.


MMO에서 첫 M인 Massive를 떼고, MO라도 만들어줄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따져보겠습니다.

세 명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야 우리 AA라는 쩔 게임이 나왔는데 같이 해볼까!!"라며 게임을 시작합니다. 각자 집에서 플레이를 해도 좋고, PC방에서 함께 모여서 플레이를 해도 좋습니다.


재밌습니다.

멀티플레이의 힘이죠.

사람은 역시 최고의 컨텐츠 제조기임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그 후로 수 일동안 친구들은 시간을 맞춰 다함께 플레이를 합니다. AA도 재미있는데 친구들과 함께 하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갑, 을, 병 세 친구들 중 하필 병(...)이 게임에 푹 빠져 친구들이 없는 시간에도 혼자 열심히 플레이를 합니다. 병은 조금씩 다른 두 친구들보다 레벨도 높아지고, 장비도 강해졌습니다. 다른 두 친구들을 충분히 서포트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성장에 박차를 가합니다.


처음에는 차이가 크지 않아 "도움이 되는 병"의 느낌으로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었지만, 플레이 타임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자 갑과 을은 병과 함께 플레이하는 재미가 현저하게 떨어져 버렸습니다. 게임이 너무 쉬워져 버렸거든요. 병은 마찬가지로 이미 2 구역에서 솔로잉 중인데 친구들을 위해 아무런 보상도 없는 1 구역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조금씩 지쳐갑니다.


결국엔 각자 플레이를 하자며 병이 갑과 을을 떠나 2 구역에서 자신의 페이스에 맞는 플레이를 계속해 나갑니다.


대개 이 경우 갑과 을은 결국 게임의 흥미를 잃고 이탈하고, 병은 그렇게 던전 속 성기사가 되어 팀원의 체력을 다 책임진다는 결말이 예상되곤 하죠.


위 사례처럼 "사람들을 서로 찢어놓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커뮤니티 형성에 큰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와우의 경우에는 만레벨까지 성장한 이후에 모든 플레이어를 정체시켜두고 장비로만 성장을 차등하게 해 두어 "격차는 존재하지만 인원을 분산하지는 않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제 멀티플레이의 대부분도 만레벨 이후에 길드원 또는 지인들을 모아 이런 저런 컨텐츠들을 즐기는 것으로 채워졌기도 했고요. 성장 구간에서는 심지어 집에 PC가 2 대이던 시절, 아내와 함께 레벨업을 하다가 진도가 달라지는 바람에 결국 따로 성장한 뒤 만레벨에 다시 상봉했던 기록도 있네요.



서론이 길었는데, 파이어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일단 이 게임은 레벨이 없습니다.


물론 사용 장비로 인한 강함의 차등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직적으로 강해진다는 체감의 습득도 크지 않은 느낌이고(최초 전부 락된 모든 스킬을 언락하기까지 짧은 구간을 제하면) 수시로 배틀프레임(클래스)을 교체할 수 있는데다 배틀프레임 별 XP를 따로 누적시키는 다중성장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둘째로 정해진 시나리오 플로우가 없습니다.


선형 구조의 게임처럼 몇 레벨에서는 어디어디에서 사냥을하고, 그 다음에는 어디어디에서 사냥을하고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아니라, 맵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이벤트가 발생하는 곳을 찾아 달려가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즉, 이벤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어느 한 곳에 캠핑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거점 점령전을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수시로 무빙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된다는 거죠.


이를 통해 서두에 언급했던 "플레이어의 상주"를 구현해냈다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베타 버전이라 맵이 협소해 오갈 데 없는 플레이어들이 정처없이 헤메는 느낌이긴 합니다만(....) 맵이 확장되더라도 각각의 맵 별로 어떤 니즈가 있어서 그에 맞는 사람들이 곳곳에 수시로 상주할 수 있게만 만들어진다면 아마 제가 꿈꾸는 "플레이어가 곳곳에 상주하는 MMO세계"가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보는 중입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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