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

요즘의 제 마비노기 듀얼 플레이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하루 한 번 접속해서 각종 보상 등을 챙긴다.
2) 카드샵을 둘러보고 사려는 부스트의 제한이 되는 미션을 "하급"으로 깬다.
3) 부스트를 깐다.
4) 하루의 턴을 넘긴다.



스토리 깨고 나서 아레나를 안 도니까 할 게 전혀 없습니다... orz
이는 예전에 하스스톤 글타래에서도 적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카드 게임의 경우 주로 쓰는 덱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추가적인 덱 연구 없이 덱 하나로 게임 전체를 플레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카드 또는 전략 또는 덱에 대한 열망이 별로 없고, 있는 카드로 뭔갈 하는 것에만 골몰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아래의 것들이 존재합니다.

1) 스토리 모드
마비노기 듀얼의 스토리 모드는 앞서 말한 가이드의 역할과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면서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자기 자신의 덱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동기를 제공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2) 미션
상대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션 보상이 굉장히 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상량만 봐도 그런 느낌인데, 스테미너 요구량을 함께 비교해보면 더더욱 짜다고 생각되요. 그래서 오늘의 미션이든 드래프트 미션이든 상위 미션들은 잘 안하게 되더군요. 위의 루틴에서도 썼다시피 부스터 팩 구입에 필요한 조건만 충족시키기 위해 해당 미션의 "하급" 만 클리어하게 됩니다.

3) 아레나
(명칭이 굉장히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아레나 메뉴는 다시 일반전과 아레나로 구분되는데 일반전은 PvP 등급을 올릴 수 있고 아레나는 덱을 등록해 점수를 획득하고 랭킹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레나 속의 아레나는 메타 아레나인가!하는 뻘생각을 해봅니다.)
일반전은 현재 상한이 제한되는 건지 10급부터 1급까지 승급한 뒤 PvP 1단이 되면 더 이상 승점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10승을 하면 할 게 없어지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아레나는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아레나에 "참가 등록"한 덱 중 아레나에서 사용한 카드는 아레나에 "묶이게" 되고 다른 컨텐츠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가장 괜찮은 보상을 주는 컨텐츠가 아레나이다보니 주력으로 사용하는 덱을 아레나에 많이들 참가시키고 덕분에 주력 덱이 묶여버려서 다른 컨텐츠를 서브 덱으로 돌거나 심지어 렌탈 덱으로 돌거나 아예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물론 데브캣의 수장이신 나크 님께서 직접 "아레나에 등록한 덱으로도 일반전과 친구 대전을 할 수 있게 준비중이다"라고는 하셨지만 아직 패치되지 않아 여전히 이 부분은 미결 과제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아레나를 하지 않으면 딱히 할 게 없다보니 아레나에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리게 되고 어지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만족스러운 랭킹 보상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근거리 컨텐츠인 소울링크 승급전의 어뷰징이나 누가누가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지 경쟁하는 구도인 아레나의 현재 상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덕분에 아레나에 묶이는 것도 싫고, 딱히 만족스러운 보상을 얻을 거라는 기대도 안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아예 아레나를 안하게 되더군요.

이런 관심의 식음을 느끼는 플레이어가 저를 포함한 일부 소수의 문제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아주 만약에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맞닥뜨린 상황이라면 마비노기 듀얼의 서비스가 겪게 될 어떤 큰 산 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듭니다.

아는 기자 님을 통해 공식 인터뷰에서 하스스톤 개발진에게 리텐션을 유도하는 장치가 미흡한 것 같은데 해결 방안으로 생각하는 게 있는 지를 물어 본 적이 있었는데, "카드 게임인데 리텐션이 왜 필요함?" 이라는 답변이 실린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스스톤이나 마비노기 듀얼이나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대결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보니 PvP가 메인이 되게 되지만, 당장 하스스톤만 하더라도 어느정도 등급의 벽에 부딪히고 나서 한참을 쉬다가 모험 모드라는 PvE 컨텐츠가 추가되고 나서 다시 흥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 모드를 깨 나가는 진행 덕분에 그나마 지속적으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기도 했었고요.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리텐션과 관련된 장치가 카드 게임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물론 이건 굉장히 개인의 취향 문제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쪼록 머지 않은 시일에 게임을 시작했던 첫 주의 흥분을 마비노기 듀얼에서 다시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

어제 퇴근 길에 마침내 스토리 모드를 완료했습니다.
짤막하게 스토리 모드에 대한 감상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

3. 스토리 모드

일단 최고의 장점은 시나리오의 진행과 기능적인 학습을 적절하게 섞어낸 부분인데요, 이는 많은 학습 컨텐츠가 하고 싶어하던 게이미피케이션처럼 느껴집니다. 에듀테인먼트라거나 하는 이름으로 많이 시도되었떤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부분이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모드는 시나리오 진행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거든요.

컨텐츠의 성격으로 보면, 마비노기 듀얼의 스토리 모드는 하스스톤의 1인 모험 던전과 경험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드로우 없이 스테이지별 고정 덱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학습 효과는 훨씬 더 크다고 봐요.
각 판이 요구하는 "ㅇㅇ를 상대할 땐 ㅇㅇ를 사용하세요!" 등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쉽고 답을 찾았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게임의 규칙 상 매 판의 변수가 많지 않은 덕분에 승리와 패배의 요인이 명확하게 학습될 수 있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입장에서도 더 짜임새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체감 난이도가 꽤 타이트 하다보니 한 번의 실수를 뒤집기가 꽤 어려운 느낌이 좀 있습니다.
매 선택이 딱딱 맞아떨어지면 수월하게 클리어하지만 실수하면 스노우볼링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뭐랄까.. 결과적으로는

"매 판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플레이어 본인에게 돌려주는 느낌이 듭니다."

단점이라면 운의 요소가 적어 잘 못하는 플레이어에겐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정도일까요?
이 부분이 단지 스토리 모드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마비노기 듀얼이라는 게임 자체가 많이 어렵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시즌2가 몹시 기대됩니다.
시즌2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엉엉.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


어제 약속드렸던대로 후속편을 위해 오늘도 타자를 두드리는 Zerasion 입니다.

1부는 제목만 거창하게 규칙 비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시스템 나열 정도에 그쳐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글처럼 생각이 되긴 합니다만..
포럼의 좋은 점은 역시 위대한 선조..아니 선배들께서 스레드를 이어주실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안도감을 가지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책임)

먼저 본론에 앞서 간단한 분위기에 대한 감상을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음악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 >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음악은 무척이나 취향 저격입니다!
ESTi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박진배 님의 매력 터지는 BGM들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뮤직 플레이어로 쓸 목적으로 게임을 실행시키고 들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듭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 구성과 조작 등의 미니멀라이즈를 추구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어우러져 "게임같지 않은 일반 기능성 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마비노기라는 IP가 가지고 있는 어떤 굴레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가볍고 밝고 신나는 것"이 마비노기 듀얼의 정서라는 걸 플레이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들을 보고 듣다보면, 반대로 "판타지 배경의 게임과 너무 동떨어진 화면과 음악이 이질적이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오늘 카드샵에 들어가보니 "듀얼 매거진"이라는 잡지 컨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발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예전에 마비노기 서비스 시절 "에린워커"라는 웹 매거진이 있던 것도 떠오르고, 위에서 이야기한 "일반 앱 같은 분위기" 덕분에 매거진이 실려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오늘 이야기하려고 했던 본론인 UI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


2. 마비노기 듀얼의 UI 살펴보기

1) 덱 편집
덱 편집 메뉴에서는 내가 가진 카드들의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과 내 덱에 담거나 빼는 동작이 드래그로 이뤄져 꽤 직관적이라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편성 정보"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총 12 장 중에 지금 몇 장을 넣었는지, 편성된 자원의 종류는 어떤 것들인지, 자원 별 몇 장씩 편성했는지 등의 정보들이 인터페이스 단에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가 편성한 카드들을 좌우로 넘겨보면서 직접 확인해야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쩌면 오프라인 TCG를 하는 플레이어가 자기 카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덱을 구성하는 느낌을 의도한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1부에서 "컴퓨터 게이밍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계가 대신해주는 계산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정보들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직접 표시해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드래프트 미션에서 덱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자원이 3종을 초과했을 때 어떤 자원을 제거할 건 지 물어보고 있는데요, 이 때 내가 이 자원을 빼면 몇 장의 카드가 비게 되는 지는 알려주지만, 어떤 카드들에 영향을 주는 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드래프트 부분도 덱 편성 정보를 전달해주는 부분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함께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고양이 상인의 교환
컨텐츠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직접 카드를 교환할 친구들이 없어도 NPC가 "꽤 자주" 찾아와서 이런 저런 교환을 요구한다는 게 플레이어가 외롭다는 느낌도 덜 들고 게임에 특징적인 캐릭터가 생기면서 생동감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여러 장의 카드가 제안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때, 각 카드들을 전환하는 기능이 없고 직접 포개진 뒤쪽 카드들을 터치해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이를테면 왼쪽부터 A, B, C 라는 카드가 있을 때 A는 맨 앞에 있어 카드의 전면이 드러나지만 B나 C는 오른쪽 모서리면 노출되어 있어 누르는 영역 자체가 좁아집니다. 이 때 A를 터치해서 카드 보기를 하는 상태로 좌/우 스와이프로 B나 C의 카드 정보를 볼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카드 정보
마비노기 듀얼은 카드들이 담고 있는 정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습니다. 기본 구성인 이름, 일러스트, 설명과 전투 기능의 주 요소인 요구 자원량, 공격력과 체력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추가 정보들이 있었는데요.
방어도, 등급, 시대구분이라는 정보가 더 들어가 있습니다. 이처럼 제한된 카드의 영역 안에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는데 그렇다보니 카드를 처음 딱 봤을 때 어떤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시선이 꽤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는데요,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요구 자원 표시
일단 대부분의 자원들이 카드의 테두리 색상과 아이콘 색상이 유사하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보호색처럼 작용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자연 자원의 경우는 맨 처음 게임을 시작한 스토리모드 초반에 주로 만나는 카드인데 보호색 효과가 굉장해 처음엔 나뭇잎 표시를 아예 찾아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많은 숫자로 늘어나기 전까지는(아마도 카드에 직접 그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원 아이콘이 필요 개수만큼 카드에 그려지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를 보니 10 을 넘어가야 숫자로 표시하는 것 같았지만 보유 카드가 적어 경계값은 정확치 않습니다.
다만 똑같이 생긴 아이콘이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배치이다 보니 실제로는 5 개를 넘어가면서부터 몇 개인지 한 눈에 확인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가진 자원보다 요구 자원이 많을 때 부족한 부분을 카드 위에 "아이콘 x 숫자 필요"라는 메시지를 표시해 해결하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요구 자원량을 영웅이 보유한 자원처럼 숫자로 표시한다면 이 부분은 중복된 표현으로 생략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 표현 단계에서 자원이 부족한 경우는 이미 카드를 회색으로 비활성화 하고 있기 때문에 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되며, 다른 많은 게임의 문법을 따라 카드의 자원 숫자를 붉은 색으로 표현하면 정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원은 충분하지만 다른 조건들로 사용하지 못하는 카드들의 구분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에 MTG-PW나 하스스톤처럼 테두리 FX를 적용해 보다 직관적으로 "당신은 지금 이 카드를 낼 수 있어요!"라고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원은 충분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은 그 이유를 카드 전면에 텍스트로 표시해주고 있지만, 글자의 굵기도 가늘고 컬러도 밝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카드를 내려고 할 때 중앙에 큰 메시지로 이유를 알려주거나 지금의 방식에서 폰트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공격력 표시
요구 자원과 마찬가지로, 처음 카드를 봤을 때(사실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잘 안띄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김새만 보고 부가적인 어떤 수치인 줄 알았는데 공격력이라서 굉장히 놀랐었는데요.
카드를 봤을 때 색상과 크기와 모양과 위치 때문에 체력이 가장 눈에 잘 띄고, 그 다음은 공격력이 아니라 방어력이 잘 보입니다. 공격력이 지금보다 더 잘 보이게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등급 표시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RPG 게임들의 표현과 유사한 "별" 표시로 카드들의 등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강탈... 아니 주목도 면에서 체력과 버금갈 정도로 시선을 잡아끕니다. 굉장히 크고 화려해서요.
물론 이 카드는 욜라 짱짱 좋은 카드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효과가 꼭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게 꼭 공간을 막대하게 할애해도 될 만큼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별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5 개를 하나로 합쳐서 다른 모양으로 표시하거나 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요구 자원 표시에서 제안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수만큼 숫자로 표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시대 표시
카드 이미지를 찾아보니 공식 명칭은 세트 이름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세트를 모았을 때 어떤 특별한 효과 같은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단계에서는 시대 표시가 카드에 꼭 들어가야할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4) 전장의 정보
여느 TCG들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규칙 자체가 꽤 독특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비노기 듀얼에서는 전장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지금도 충분히 화려하고 타격감 좋고 아름답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정보의 전달이 좀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턴 변경 표현
상대와 나의 턴이 전환되는 표현이 지금은 굉장히 스무스해서 잘 인지되지 않습니다. 성우 분의 안내 멘트와 행동력 표시를 멤도는 불꽃의 이동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턴과 턴 사이의 인터벌을 지금보다 좀 더 길게 가지거나 더 강조된 "누구 턴 입니다!" 같은 표현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발동까지 남은 시간
일부 카드들은 즉시 효과가 발동되지 않고 몇 턴 뒤에 효과가 발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를 각각의 효과에 따라 "발사까지 2 턴" "접근까지 3턴" "다음 턴에 사용" 과 같이 문장으로 표시하고 있는데요. 위에서 카드를 낼 수 없는 이유를 표시하는 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글자들이 잘 안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라는 정보는 시계 아이콘이라는 익숙한 상징물이 있는데 굳이 각 상황별로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할 이유가 강하게 있는 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 주문의 영향 범위
적/아군이라고 대상이 직접 명시되지 않은 대부분의 주문들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진영의 라인 전체를 범위로 가지는 주문들이 많이 있는데요, 카드의 사용 조작에서 버튼/슬롯을 각각 터치하는 조작이라면 이슈가 덜하겠지만 카드를 직접 위치로 끌어 옮기는 경우에는 효과 범위를 더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를 잡고 전장으로 끌고 갔을 때, 아직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아군 진영 위라면 아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적군 진영 위라면 적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이 부분에 효과를 줄거야!"라는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절대로 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실수로 아군 진영에 파이어월을 사용해서 판을 날려먹은 경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고... 아무튼 중요합니다..! 흠흠!

여담입니다만, 하스스톤의 경우도 비슷한 조작 미스가 자주 발생합니다. 주문을 사용하려다가 취소하기 위해 다시 핸드로 끌어올 때, 손을 놓는 위치가 하필이면 내 영웅 위치라 주문도 날리고 영웅 생명력도 날리는 일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하게, 핸드 왼쪽에서 전장으로 카드를 끌어 놓으려는 경우, (굉장히 희미해서 있는 줄 몰랐던) 뒤로 가기 버튼 위를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뒤로 가기 버튼이 눌려 흐름이 뚝뚝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카드를 드래그하는 중에는 뒤로 가기 버튼이 눌리지 않거나, 뒤로 가기 버튼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


쓰고나니 불만이 한보따리 그득한 것 같지만,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ㄲ.. 가 아니라, 더 나은 게임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제안 같은 정리라고 봐주시면 무척 감사할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아직까지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라서, 게임의 규칙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해주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이 같은 인터페이스들의 정돈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미 충분히 완성도도 높고 재미있지만, (여유가 되신다면) 이런 소소한 부분들까지 개선되어 보다 쾌적한 듀얼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대통령처럼 호흡이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


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어제 공개된 데브캣 스튜디오의 신작, "마비노기 듀얼"을 너무 재미있게 즐긴 나머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하는 마음에 출시 만 하루도 안 된 시점에 성급하게 타자를 두들겨 봅니다.

우선 접근하려는 방식은 제가 이해한 범위 내의 규칙에 대해서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 하스스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이 세 게임 모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MTG의 경우 특히 경험이 부족해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발견하시면 이 스레드를 통해 정정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할 것 같습니다.


----------


1. 유사 게임과 규칙 비교하기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세 개임의 규칙들을 비교해 본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그래서 마비노기 듀얼은 어떤 효과를 얻었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승리 조건
유사 장르에서 게임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세 개임 모두 똑같은 조건을 승리 규칙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CG에서 파생된 CCG의 경우에도 대부분 플레이어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카드 외 함락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특기할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2) 트레이드
아마도 TCG라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T(Trading)를 지킨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크게 "카드 게임"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스스톤은 트레이딩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CCG(Collecting Card Game)으로 분류됩니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소울링크로 카드 교환을 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게임을 나누는 부분에 대한 재미에 대해 가치를 크게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소모 자원
MTG의 덱에 구성할 수 있는 소모 자원의 종류 제한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눈물) 하스스톤에서는 이를 마나스톤이라는 단 한 가지의 자원으로 압축해 굉장히 파격적인 접근성을 제공했는데요, 마비노기 듀얼은 최대 세 종류의 자원을 같은 덱에 구성할 수 있게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깊이를 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자원에 대한 이해와 운용에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다수의 초반 플레이어들에겐 복잡한 요소로 여겨질 수 있고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무덤
하스스톤은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사용한 카드는 기본적으로 소멸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간혹 일부 카드의 "부활 효과를 가진 주문"을 통해서만 죽은 하수인을 되살릴 수 있고요.
MTG는 기본적으로 물질계(..)의 카드를 쌓아놓고 하는 게임이며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무덤에서 카드들을 다시 가져오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계승한 것 뿐만 아니라 기본 시스템 안에 녹여내는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1의 행동력과 영웅의 체력 일부를 소모하는 대신 무덤의 모든 카드를 다시 손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마비노기 듀얼만의 드로우(카드 뽑기) 없는 시스템과 최대 12 장으로 구성되는 덱의 제한 때문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에 손에 든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이 매우 많을 테니까요.

5) 방어력
하스스톤은 매우 여러모로 간단한 규칙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어력의 경우도 오직 영웅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방어력을 무시하고 직접 체력을 깎는 특정 공격 방식이 아니고서야 방어력 수치 1은 체력 1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이죠. 방어력이란 오직 체력보다 먼저 감소되는 개념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의 방어력은 생각보다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도무지 어떤 규칙으로 감소하는 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헝그리앱] 마비노기 듀얼 방어력과 체력의 관계에 대해서
방어력이 있어서 방어자에게 유리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지만, 그래서 몇의 공격을 맞았을 때 각각 얼마 얼마씩 깎이는 지, 그래서 더 압축해서 이걸 맞았을 때 이 소환수가 사는 지 죽는 지 판단하기가 초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6) 효과의 분류
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MTG에는 명시적으로 분류되는 효과 구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시브 인스턴스 등의 스펠 제외) 하스스톤은 세 가지로 압축되어 명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전투의 함성/죽음의 메아리/미분류 가 바로 그것입니다.
전투의 함성은 하수인이 전장에 등장할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죽음의 메아리는 하수인이 죽을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미분류는 카드에 적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룹을 다시 다른 효과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죽음의 메아리를 가진 하수인이 등장할 때마다 공격력 1 증가 등)
하지만 MTG와 마비노기 듀얼은 딱히 시스템적으로 이를 구분지어 그룹화 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을 카드 가득히 상세하게 표현한 MTG의 경우에 비해 공간 제약이 심해 문장을 압축한 마비노기 듀얼의 효과 설명이 굉장히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문장만 봤을 때 이 효과가 한시적인건지 지속적인건지 또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 지가 모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하스스톤의 효과 분류 방식은 반대로 이야기해서, 게임이 가질 수 있는 효과의 종류를 제한하는 역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웃음)

주문이 발동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전장의 함성과 죽음의 메아리만 "분류"로 언급했지만, 사실 그 외에도 굵은 글씨로 써진 많은 종류의 효과들이 사전에 약속되고 정의된 형태로 표현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은신"이나 "천상의 보호막"같은 효과 또는 "도발"과 같은 효과들은 해당 효과 자체를 카드에 설명하지 않고 굵은 글씨로만 표시하면서, 카드 정보를 볼 때 "은신", "천상의 보호막", "도발" 등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카드 옆에 추가로 툴팁처럼 설명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카드의 주문 설명 칸의 공간을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스스톤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7) 턴과 페이즈
매직은 한 턴이 전투 선언, 공격자 선언, 방어자 선언, 전투 피해, 전투 종료 등 여러 개의 페이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가로로 놓는 탭 방식을 사용해서, 사용하지 않은(언탭) 카드는 비용만 충분하다면 한 턴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은 페이즈를 삭제하고 턴 내에서 비용 제한 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두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한 턴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도 턴은 유지하고 페이즈를 삭제한 부분까지를 보면 하스스톤처럼 간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행동력"이라는 강한 제약을 추가했습니다. 내 손에 카드도 충분하고 자원도 충분하더라도,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횟수는 아래에서 다룰 레벨에 따라 강하게 제약됩니다.

8) 소환수 중간 계산
MTG는 한 턴 안에 사망시키지 못한 소환수는 다음 턴에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이는 전장 상황을 따로 적지 않는 이상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기억만으로는 제대로 게임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일텐데요, 하스스톤과 마찬가지로 마비노기 듀얼도 소환수들의 중간 결과를 턴이 끝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니 만큼, 기계가 인간의 계산을 대신해서 화면에 표시해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은 현대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튼튼한 원류가 되는 게임을 각색하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탄탄한 규칙을 흔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감행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9) 되살리기
되살리기는 사실 위의 4) 무덤에서 무덤의 존재 여부만 언급하고 행동력을 소비해 모두 가져오는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 분리했지만 위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10) 드로우(카드 뽑기)
일반 포커나 화투처럼 뒤집힌 카드를 뽑아 어떤 카드가 나오는 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 운의 요소를 MTG나 하스스톤은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 같은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드로우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의 상황에 보다 전략적인 대응과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장점이 되지만, 반대로 선택 하나 하나의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게임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게임에 운이 개입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도 실력과 무관하게 승리에서 멀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잘 못하는 사람도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승패의 결과에 대한 플레이어의 책임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으로 두는 것 같습니다.

11) 자원 추가
자원을 추가하는 방법은 세 게임이 모두 다릅니다. MTG는 플레이어가 미리 덱에 포함시켜둔 대지 카드를 매 턴 마다 1장씩 사용해 자원을 축적해나가는 방식이고, 하스스톤은 아예 시스템이 정한 "턴 마다 최대 마나스톤 1 추가"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매 턴마다 자신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자원이 1씩 추가되는 것이 기본적인 자원 추가 방법이지만, 여기에 추가 자원 획득이라는 변수를 넣어 두었습니다. 턴 내에 행동할 수 있는 횟수인 행동력을 1 소비해서, 내가 사용하는 자원들 중 랜덤한 한 종류를 1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운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드로우를 제거한 방식과 꽤나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는데, 행동력 1의 가치가 굉장한 게임에서 그런 행동력을 소비하고 습득하는 자원이 랜덤하다는 부분은 꽤나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활용해 단일 자원 덱 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도 메타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꽤나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12) 기본 공격 대상
MTG의 소환수들은 특별히 방어자가 지정되지 않는 한 영웅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스스톤은 기본 공격 대상이라는 개념이 없이 아예 모든 대상을 수동으로 설정하며, 다만 상대편이 전장에 소환한 "도발" 효과를 가진 하수인이 있다면 반드시 이 대상을 먼저 처치해야만 하는 규칙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공격 대상을 결정합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마다 정해진 다섯 개의 슬롯(자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각 슬롯에 소환된 소환수는, 바로 앞 슬롯의 대상을 공격하게 됩니다. 앞 슬롯에 소환수가 있다면 그 소환수를, 빈 칸이라면 영웅을 공격하게 됩니다.
간혹 카드의 조건에 "ㅇㅇㅇ한 대상을 공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굉장히 명료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다른 카드 게임들과 달리 "판"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드 게임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막지 않으면 영웅을 때리겠다"는 것은 MTG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3) 공격 방식
MTG와 하스스톤은 모두 동시 판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2 이고 체력이 1 인 두 대상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 둘 다 사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공격자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강한 대상을 앞에 두고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하는 장기나 체스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력이 얼마가 됐든, 내 공격력이 적의 체력보다 크기만 하면 내 소환수의 사망 없이 적을 처치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성격을 다른 두 게임과 크게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4) 레벨
게임 도중 레벨업한다는 점이 굉장히 DOTA like로 불리는 MOBA라는 장르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밖에서 플레이를 반복하면 직업별로 경험치를 누적하는 하스스톤의 레벨 개념이 아니라, 실제 대전 도중에 영웅이 레벨업을 하는 개념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의 효과가 굉장한데, 앞서 계속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턴 당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이 1씩 증가하고(레벨 = 행동력), 각각의 카드들이 영웅 레벨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위의 8) 소환수 중간 계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컴퓨터 게이밍이니 만큼 레벨업으로 변화된 카드들의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레벨업 하기 전에는 레벨업을 했을 때 어떤 변화들이 있을 지 플레이어가 사전에 파악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레벨업을 할 지 말 지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영웅의 레벨에 따른 카드의 성능 변화는 각 카드들을 확대한 상태에서 "도움말"을 보면 표시가 되긴 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번거롭고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데다 그만큼 직관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레벨업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하는 게 대체로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험치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왜 자동으로 레벨업 시켜주지 않는 건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


사실 이후에 UI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이미 글의 양도 지나치게 길어졌고 점심 시간이 다해버려서 2부로 쪼개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의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Hard to Master"인 것은 확실히 알겠습니다만, "Easy to Learn"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SNS에서도 썼다시피,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비노기 듀얼 정말 재밌네요...! 헉헉헉!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말에 메인 캐릭터 한 기가 100 레벨에 도달했고, 어제는 드디어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서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가로쉬 vs 스랄의 마시니마가 성장 구간 서사의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를 해볼까? 라고 마음을 먹어봤었는데 사실 아쉬란을 좀 맛봤다는 거 말곤 엔드 컨텐츠 쪽을 손도 안대서 본격적인 정리는 차일로 미루고, 약간의 감상을 이 글타래에 덧붙여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너뛰신 것으로 알고 있는(..) 판다리아의 안개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실험의 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실험의 결과물들이 이번 드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정리라기엔 그렇고, 언급?정도로 꺼내볼까 합니다.

1. 거점의 변화

와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구성을 매우 오랫동안 지속해왔습니다. 그 대도시가 아제로스에서 아웃랜드, 노스렌드, 아제로스, 판다리아로 그 때의 새로운 확장팩 주 무대에 맞게 옮겨갔을 뿐 "대도시에서 사람을 모은다"는 구조는 항상 같았습니다. (물론 드레노어에서도 아쉬란에 양 진영의 새로운 도시?가 추가되었지만 드군의 핵심인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란의 진영 도시는 상주하는 곳이 아닌 가끔 들르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주둔지라는 개인 공간으로 플레이어들을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주둔지에서 단지 "채팅 채널"을 통해 소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로서의 대도시가, 단지 그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이유와 "대도시"라는 컨텐츠의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MMO의 필연적 숙명과도 같은 "PC가 빠글거리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성능적인 부정적 경험"이 꽤 큰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둔지는 그 걸림돌을, 개인화 된 공간에서 공개 채팅을 통한 제한된 교류로 소통하고 필요할 때에만 서로의 주둔지에 방문해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리 각각의 주둔지 건물들이 대도시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 한 명의 주둔지는 건물 슬롯(소형/중형/대형으로 나뉜 건물을 지을 제한된 장소)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을 다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내 주둔지에 없는 건물의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두 가지로 극복할 수 있는데, 하나는 부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주둔지에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후자가 훨씬 용이하고요.

이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태양노래 농장을 통해 이미 실험된 바 있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된 위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개인 인스턴스 공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에서 채집하는 방식이 아닌, 한 곳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농작물. 바로 이러한 농장의 성격이 확장된 정규 컨텐츠가 주둔지라고 생각합니다.


2. 강화된 서사 연출 도구

이 글타래의 본문에서 Voosco 님이 지적하신 "임팩트와 임팩트 사이에 도무지 각인되지 않는 중간 이야기"라는 부분에 대해, 저는 와우의 기본이 되는 "퀘스트 시스템의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대체로 단순히 퀘스트 수락/완료 텍스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아니라 퀘스트 플레이 자체를 통해 플레이어가 경험하면서 기억한 것들이고,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향상된 연출 기법들(위상변화라거나, 리얼타임 컷씬이라거나, 마시니마라거나)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이중에서 "플레이 자체를 통한 경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탈라도르의 샤트라스 전투 이벤트와 나그란드의 가로쉬 전투 이벤트에 사용된 "네러티브 이벤트 시스템(가칭)"이 그것입니다.
이 네러티브 이벤트는 게임 화면 우측에 미니맵 아래 쪽에 나열되는 퀘스트 알리미들보다 위에, 퀘스트들과 구분된 다른 표시로 "1단계. ㅇㅇ하기, 2단계. ㅇㅇ하기"같은 진행 단계를 표시하면서 사건의 진행에 따른 상태의 변화와 다음 목표를 알려줍니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 시절 노스렌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NPC가 없어도 퀘스트가 완료되고 수락되는 시스템"이나, 위상변화를 통해 퀘스트NPC가 퀘스트를 처음 나한테 줬던 위치 말고 수행을 완료한 장소에 나타나 되돌아가는 동선을 없애는 방식들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어쩌면 이 네러티브 이벤트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벤트 시스템은 새로운 시스템이라기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시나리오"라고 불리던 애매한 컨텐츠를 개량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시나리오라는 것은 처음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바에 따르면 탱딜힐 클래스 구성에 얽메이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특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멋진 경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만,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시나리오는 그냥 탱커나 힐러 없이 3딜러로 깰 수 있는 가벼운 인스턴스 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I 키(지금은 Ctrl+I 키)로 열 수 있는 던전 도우미에 버젓이 던전/공격대 찾기와 함께 시나리오가 같은 분류로 배치되어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캐쥬얼 던전? 같은 형태였죠.
그런데 위에서 네러티브 이벤트라는 가칭을 붙인 드군의 서사 연출 도구가, 사실은 이 시나리오와 진행 방식과 인터페이스 표현이 90% 정도 동일합니다. 게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소개했던 문구와 굉장히 흡사하게, 정말로 "퀘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어느새 근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장"이라는 개념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판다리아의 시나리오는 "굳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결국 던전이었으니까 다른 던전들과 똑같이 플레이되길 희망했던 건가 싶습니다. 던전 업적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시나리오 업적들이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드군의 시나리오는 1회성입니다. 짧고 강렬한 단 한 번의 서사적 경험을 전달한다! 라는 본래의 의도를 이제야 알맞게 찾은 느낌입니다.


3. 일일퀘스트를 통한 서사 전달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는 정말 굉장히 실험적으로,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중간에 퀘스트를 딱 잘라버리고, 일일퀘스트와 평판 달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평판 수치에 도달하면 다시 퀘스트 라인을 재개해줘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플레이어들 불만도 엄청났고 이탈율 또한 엄청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와우는 퀘스트 쭉 하면서 만렙찍고 퀘스트 다 하면 다음 확장팩까지 쉬는 게임일테니까요. (웃음)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플레이타임을 "날짜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제작자 측의 굉장한 이점이자 플레이어 측의 굉장한 단점이 발생하는데요, 사실 저는 여기서 이 부분 보다는 좀 다른 쪽에 집중했었습니다.
바로 "일일퀘스트의 서사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저는 판다리아의 이 실험은 꽤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격변까지의 일일퀘스트는 전적으로, 원래는 노란색 일반 퀘스트를 다 하면 받을 수 없는 시스템 보상을 받게 해주는, 하루 한 번씩 부여되는 파란 일일 퀘스트로 "일당을 챙겨받는 노동"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데 판다리아의 저 실험은 그 노동에 서사적 당위성을 입혀서, "이방인인 너희가 우리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우리가 필요한 골치아픈 일들을 처리해주면 너네 하는 거 봐서 니가 해달라는 걸 알려주든지 말든지 할게"라면서 서사의 일부로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만렙 달성 이후에 "할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볼까?"라거나 "보스가 드롭하는 확률 보상이 아닌 내 노력으로 얻는 고정 보상을 얻자!"라면서 시작하는 평판 작업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드군에서는 판다리아에서의 일일퀘스트가 플레이어들에게 거부감을 주던 그 강제성을 배제하면서, 서사적인 사용은 취하는 꽤 영리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레노어의 위협 요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된다"라며 끊임 없이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일일 퀘스트의 목표들을 설정했고, 그 덕분에 세계의 위기감이라는 긴장을 성장 퀘스트 라인 종료 이후에도 계속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 단위의 일일 퀘스트와 공격대 단위의 일일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취향에 맞게 한 쪽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파란색 느낌표를 전부 제거해서 보상을 챙겨야 했던 그야말로 "일퀘의 노예"로 살던 예전의 방식보다,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게 하는 꽤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아쉬란의 공식 개발 노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영원의 섬 일일 퀘스트 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외 전장인 아쉬란을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 들도 있지만, 글을 짧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쓰다보니 이미 또 글이 길어진 것 같아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PvP / PvE 아이템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따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결론은, "판다리아의 안개가 와우 서비스 역사에서 전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라는 점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도전적인 실험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드군의 핵꿀잼이 가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8/4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2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wow/524

==========================================================================================================================================

 

오늘도 런치리스의 남자(점심을 거른다는 의미입니다...)인 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꿀 같은 아제로스 대탐험을 즐겼습니다.(와우했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상을 SNS를 통해 이렇게 남겼습니다.

와우를 다시 하면서 느끼는 건, 와우의 퀘스트가 와우라이크들과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퀘스트 하나 하나의 설계가 아니라 그 퀘스트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따라가는 지역 전체에 걸친 이야기 흐름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중요한 건 플레이어 서사였다.

 - 원문 링크: https://twitter.com/zerasion/status/529485062916427777

포럼의 다른 곳에서도 "플레이어 네러티브"라는 주제로 논의된 내용들이 있기도 하고, 사실 많은 네러티브 관련 게임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용이라 이렇게 함축적으로만 적어도 그냥 적당히 리마인드 되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우 님의 권유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또 재능 부족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글로 전하는 일감, 퀘스트

사실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텍스트를 이용한 서사 전달이라는 건 "MMORPG에서 서사 전달이라는 것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르에서 그래왔듯, "긁 읽기"말고 다른 것들이 게임에서 더 중요해지면서, 플레이어들은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또 긁 읽기 자체를 귀찮고 성가셔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텍스트 전달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항상 내게 주어지는 일감"이라는 존재 역시 "MMORPG에서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플레이 가이드 방식이었습니다만, 이 역시도 수 많은 포스트 와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퀘스트 =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될만큼 비효과적인 컨텐츠가 되어 버렸고요.

그래서 포럼에 옮겨지기도 했던 해외의 사례 (와우의 퀘스트 서사는 죽었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컨텐츠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매되기 전에 몸풀기 차원에서 와우에 복귀한 저조차도 와우를 오래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와우라이크 게임들을 많이 봐 온 탓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게임개발자로 MMORPG를 수 년간 개발해 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이 무척이나 "뻔한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봤을 때, "이건 그냥 ㅇㅇ 잡아와라, ㅇㅇ 가져와라일 뿐이잖아?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물론, 와우를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소위 "와우저"라고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은 와우의 퀘스트는 결국 심부름일 뿐이라는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는 하지만, 기라성같던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퇴색해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일감 + 일감 = ??

그런데 오늘 저레벨 얼라이언스로 동부내륙지 퀘스트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도중 제법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 년 간 와우를 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왔고, 가급적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으면서 진행했음에도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몇 퀘스트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오늘 플레이했던 이 퀘스트 묶음과 기억에 남는 과거의 퀘스트 묶음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흐름" 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 년이 다 된 와우의 퀘스트 하나 하나는,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정말 특이할 게 없는 평범한 "그냥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우라이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퀘스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와우의 퀘스트를 10년 동안 찬양하고 있던 걸까요?
저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흐름"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의 서사 구조는 1레벨부터 최고 레벨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디아블로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대신 이야기를 어떠한 단락별로 끊어서 구성하는데, 그 단위가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듀로탄에서 플레이하던 흐름과 불모의 땅에서 플레이하던 흐름 사이에, 서사적인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저 듀로탄의 처음과 끝이 한 단락이며, 다음 지역과의 연결은 불모의 땅에 아무개한테 가면 당신이 할 일이 좀 더 있을 거라는 "소개"의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신, 지역 안에서의 흐름은 (물론 지역마다 또 퀘스트 디자이너의 역량 또는 습성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와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전체를 인지하기 위해 처음과 끝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레이타임 기준 상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와우의 퀘스트 공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감 + 일감 ≠ 2일감
일감 + 일감 = 이야기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직전에 진행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빌미를 제공한다거나 명분을 주는 일이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즉, 각 일감과 일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앞에서 해온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고, "의미 없는 노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여지가 됩니다.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굉장히 뚜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마치 책을 앞 장부터 한 장씩 읽어가듯" 퀘스트 단위별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서사"의 한가운데 빠져들게 됩니다.
아마도 이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를 말이 되게 이으는 것"과 "한 개의 큰 스토리를 여러 단계로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낱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사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통일된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일을 하는 장소, 지역

시스템과 시스템, 컨텐츠와 컨텐츠, 시스템과 컨텐츠들이 서로 잘 맞물리는 것이 와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은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우의 퀘스트는 그 중에서도 이런 맞물림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퀘스트 디자이너분들이 수백 개의 퀘스트를 그야말로 "찍어내다보면"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다른 컨텐츠와의 연계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디에 갖다 놔도 쓸 수 있는 범용적인 퀘스트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컨텐츠적으로는 반대로 "아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아까 그거, 거기의 그거와는 다르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와우는 이를 "지역과의 강한 연계"로 멋지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이너 또는 레벨 아티스트들은 게임의 이야기에 맞으면서도 시각적,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디자이너는 종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이미 만들어진 레벨에 어떻게든 맞는 이야기를 짜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처음부터 협업을 했다고 강하게 생각될만큼, "이야기에 필요한 환경 구성"이 아름다움 속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령 제가 오늘 점심 시간에 플레이 했던 동부내륙지의 얼라이언스 퀘스트 묶음의 경우, (물론 엄청 에픽한 서사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소소한 잡일(물론 그들은 당장 급하니 이것부터 해주세요라고 둘러대긴 했지만)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트롤들이 이 땅에 소환하려고 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술과 관련된 소품들이 퀘스트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주술적 건물인 "사원"들이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배치되어야 합니다. 아마 단지 "퀘스트에 필요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면 보통은 거절당했을 것이고, 반대로 그냥 넣었다면 지역 구성이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크게 잃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설정에 서사적으로 어울리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효과적인 구성을 아마도 레벨 디자이너와 퀘스트 디자이너와 레벨 아티스트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늘 날 게임 상에 나타난 것처럼 지역과 이야기가 잘 맞물릴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4. 퀘스트 묶음의 "소용돌이"화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토 준지 작가의 호러 만화 "소용돌이"를 알고 계신가요? 소용돌이는, 일본의 어느 외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공포 만화 입니다. 제가 이토 준지 작가의 만화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관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알고보니 결국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와우의 지역 퀘스트 묶음들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왜 시키는 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잡일 같은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어떤 막중한 임무 같은 걸 받았을 때 아까 했던 잡일이 이 임무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경험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림사에 가면 왜 시키는 지 알 수 없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동들이 무공 수련을 돕고 있었다는 설정의 무협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우의 인상적인 퀘스트 묶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에 꼽는 오리지널 얼라이언스 진영의 아버지와 아들 퀘스트나 윈저 경 호위 퀘스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드라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퀘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 많은 노스렌드의 영웅들이 기억하고 계실, "분노의 관문"과 관련된 포세이큰(언데드)의 역병 퀘스트 묶음입니다.


노스렌드에 막 도착한 70 레벨의 플레이어는, 시작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언더시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도착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호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포세이큰의 역병" 퀘스트 묶음을 수행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포세이큰들이 이웃하게 도착한 얼라이언스와 분쟁을 벌인다거나, 노스렌드의 토착 생물들을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야생 동물부터 드래곤이나 납치한 얼라이언스 포로, 심지어 같은 호드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병 제조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열심히 노동한 결과들 덕분에 이뤄낸 성과고요. 그렇게 열심히 역병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후 포세이큰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역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병은 잠시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죠.
그러다 마침내, 분노의 관문이라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엄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분노의 관문 동영상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2oDAIJIL6H4

여기서 포세이큰이 등장하는 시점에, 역병 퀘스트를 수행했던 캐릭터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 저거 내가 만든 역병이구나!"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서사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역병이 이렇게 멋지고 강렬하게 보이고 있어!"라는 기분이었죠.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게임 세계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 상, 이야기에 의미있는 어떤 일을 플레이어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다시 길어졌지만, 결국 이것은 다른 문화컨텐츠에서 사용하는 "복선"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결과를 미리 알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복선도 "이것이 복선입니다!"라고 표시되면 굉장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기반작업과 같은 일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미래의 일을 암시하지 않는 것은 복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과거의 복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대단히 길)게 와우의 퀘스트 구조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덕분에 쉬어가는 판다리아의 안개를 넘어 힘주어 자신있게 개발했다고 말하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또 어떤 지역과 이야기들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능력이 부족한 자의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
.
※ 함께 볼만한 토픽:

[GDF] MMOG의 집단서사: http://gdf.inven.co.kr/t/mmog/67
[GDF] MMO의 연쇄 퀘스트는 죽었는가 http://gdf.inven.co.kr/t/mmo/498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GDF에 작성했던 포스팅을 블로그로 옮겨 봅니다.

GDF 원문 주소: http://gdf.inven.co.kr/t/topic/493

==========================================================================================================================================

 

저는 어제 SNS에 이런 글을 남겼었습니다.

> "듀랑고의 자원 회수" 건에 대해 신묘하고 확고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프로그래밍 지식이 부족해 창피를 당할까 염려도 되고 트위터 여백도 부족하니 적지 않기로 한다.
(원문링크: https://twitter.com/zerasion/status/494380401666703360)

스레드에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피력해주셨지만 신비주의라거나 거창하고 엄청난 아이디어라서 말씀을 안드린 건 아니고 단지 제가 어제 마감을 치느라 자정까지 혹독한 일감을 치러내야했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말씀을 못드렸던 것이니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달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흑흑)

사실 shotbyshot 님과는 개인적으로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고, 당시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만.. (훌쩍) 생각했던 내용을 온전히 전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다른 내용들을 더 보강해 보았고 그 내용을 지금부터 풀어내볼까 합니다.

우선 두 가지 방식으로 이 건에 대해 접근해 보았습니다.

첫째, 시스템 구조적인 접근.

논리적으로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둘째, 사용자 경험적인 접근.

심리적으로 사용자의 자원을 회수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먼저 듀랑고의 자원 구조에 대해 NDC 2014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듀랑고의 자원은 "에너지"라는 단위로 크게 묶여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위 "닫힌 계"라고 불리는 완전한 순환을 지향하는 에너지 순환 구조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시스템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자원을 축적시키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제공되었던 자원은 다시 시스템에게 반납되야하는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일반적인 인플레이션 경제 체제를 도입한 많은 온라인 게임들에서 사용하는 "경제 하수구"라는 개념과는 그 목적이 유사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대체 자원을 회수하는 것이 아닌, 발급한 자원 자체를 다시 회수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되는데요.

첫째, 시스템 구조적인 접근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키워드로 사용하고 싶었던 것은, 위 인용구의 원문 링크 스레드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어음 발행'입니다. 하지만 어음 발행에 대해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바가 정확치 않을 수도 있으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해두시길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목표는 이렇습니다.

 - 자원이 쌓이지 않고 계속 순환되게 한다.
 - 접속 중이 아닌 플레이어의 자원도 회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 자원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정보는, 클라이언트에서 처리하기 위험할 수 있다. (변조 위조 등의 이유)
- 따라서 이 정보는 서버와 DB를 통해 관리될 필요가 있다.
- 접속하지 않은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직접 변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또는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 부분을 타개해보고자 했습니다.

1. 자원 생성(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시점에 소멸(시스템이 플레이어로부터 돌려 받는) 시점을 함께 발급한다.
듀랑고의 자원 생성은 순수한 Create가 아니라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플레이어에게 넘겨주는, 일종의 소유권 이전과 같다는 해석을 했었습니다. 이 해석은 저의 다른 글인 [가죽 장화를 통해 추리해 본 듀랑고식 아이템과 가공](http://gdf.inven.co.kr/t/topic/409)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시피라는 가공 방식을 생성 시점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기 때문에, 이같은 정보를 태그해두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생각됩니다.

- 한 번 발급받은 소멸 시점은, 재가공 시 또는 직접적인 해당 자원의 연장을 통해 갱신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템의 가공 단계와 무관하게 최초 원재료가 생성된 시점에 이후의 자원 생명이 연계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활성화 된 자원을 파악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갱신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소멸 시점을 갱신하지 않은 상태로 소멸 시점이 도래하면, 해당 자원은 "회수 대상"으로 판단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큰 따옴표로 구분한 "회수 대상으로 판단한다"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태 모두의 플레이어에게 유효하게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안입니다.
먼저, 온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이미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접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즉시 자원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이미 다른 많은 게임들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깊게 논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온라인의 경우처럼 즉시 회수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앞서 전제했던 조건들 중 세 번째인 "접속하지 않은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직접 변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또는 위험)이 따른다."라는 부분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경우는 즉시 회수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스템 입장에서 "회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잠정적 회수 자원"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회수할 시점은 해당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이며, 소멸되는 아이템을 가진 많은 F2P 게임들이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게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 회수 대상으로 판단되는 자원은 그 즉시 시스템에 자원을 돌려준다.
사실 돌려준다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플레이어에게 마이너스(-)한 자원량만큼, 시스템에게 플러스(+)한다라고 나누어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역시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자원 때문인데요. 온라인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에게서 빼고, 시스템에 더하는 것을 즉시 수행할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자원은, 위 3.번 과정에서 "즉시 빼지 않을거다"라고 정했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수 대상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어차피 그 것은 돌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시스템에 자원을 더한다"는 점입니다. 이 방식은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받을 자원을 담보로 일종의.... 자원 가불 또는 대출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창고에 막대한 자원을 쌓아두고 사라져버린 휴면 플레이어 때문에 시스템이 자원 총 량이 묶이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 창고에 자원이 있건 없건, 소멸 시점이 지나 회수 대상으로 분류됐다면 시스템의 자원량은 회복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부분은, "그래서 그 창고지기가 실제로 게임에 접속해서 자원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실제 게임 내 자원 총 량은 초과 상태이다"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전체 자원량을 계산하지 않고, "가용 자원"만을 계산한다면, 회수 대상 자원은 이미 가용 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의 융통에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예상보다 말이 몹시 길어진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역시 글을 짧게 쓰는 재주는 일단 제 것은 아닌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흑흑)

다음으로 사용자 경험적인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많은 분들도 예상하시겠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게임이 내 자원을 뺏어간다."라는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미 많은 플레이어들이 기존의 다른 게임들로부터, "캐릭터와 장비는 영구 자산이다"라는 RPG의 문법이 학습되어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플레이어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어의 인식을 어디로 바꿀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제 해법은 이렇습니다.

"(듀랑고의)장비는 원래 소모품입니다, 고객님."

이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게임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1. EVE Online
제가 순환과 자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빠뜨리지 않고 언급하는 게임이 있지요. 네, EVE 온라인 입니다. 이 게임의 굉장한 매력 중 하나가 바로 플레이어에게 기존 문법을 새 문법으로 교정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있는데요. 바로 "당신이 가진 모든 것(부품, 함선, 심지어 캐릭터조차도)은 소모품입니다."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RPG 게임에서 PvP 컨텐츠를 플레이하려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장비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겠죠. 하지만 EVE 온라인에서는 "전투에 나가면 모두 소비될 것이다"라는 걸 이미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소비되도 다시 복구할 수 있는 규모(그 규모는 각자의 재정력에 따라 다르겠지만)의 부품과 함선들로 전투에 참가합니다. 부수적으로는 이와 같은 이유로 낮은 등급의 자원들에서도 끊임없이 수요/공급의 순환이 이뤄진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 스레드에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2. Minecraft
그리고 로그라이크인듯 로그라이크아닌듯 로그라이크같은 썸을 타는 게임이 하나가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인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그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는 캐릭터가 사망하면 아이템을 모두 바닥에 떨어뜨리고 경험치가 전부 날아가는 그야말로 로그라이크같은 면모를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마인크래프트에 경험치가 있었다고?같은 소소한 발견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경험치를 뭐에 쓰는 지는 저로선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그라이크가 아닌듯한 냄새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중요한 건 레벨과 자원이지 캐릭터나 장비가 아니잖아?"라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아시겠지만, 마인크래프트의 장비(전투 장비 말고 채집 장비요)는 모두가 소모품이죠. 그래서 서바이벌 모드에서 삽질을하고 곡괭이질을 하는 모든 행위를 할 때, 많은 분들이 한 번에 여러 벌의 도구들을 만들어서 인벤에 담고 작업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때 장비 내구도가 다해서 소모되었다고 해서 "시스템이 내 자원을 뺏어갔어!"라고 느끼는 분은.. 없다곤 못해도 많진 않으시겠죠?
(물론 캐릭터나 장비는 소모품으로 인지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레벨과 자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인장 괴물 같은 게 내 피와 땀으로 빚어낸 소중한 건축물을 파괴시키면.. 음... 네. 애도해드려야죠.)

3. Diablo lll (Hardcore)
현 세대에서 로그라이크란 꽤 매니악하고 클래식한 취향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한 로그라이크 게임이 로그라이크가 성행하던 레트로(..?) 시절에 비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지의 메이저 개발사 블리자드에서 로그라이크"만"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로그라이크"도" 제공해준 게임이 있었으니,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실 디아블로 시리즈가 그것입니다. 2편부터 3편까지 이어진 이 "하드코어 캐릭터"라는 모드는 캐릭터에게 유일성의 생명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이 덕분에 영원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통받는(?) 스탠다드 캐릭터에 질린 매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은 하드코어 캐릭터를 열심히 육성하고 있지만, 사실 3편 오리지널까지만 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쉽게 진도를 나가진 못했습니다. (오리지널 당시에는 일반-악몽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정도에서 멈췄지만, 확장팩 적용 이후에는 최고레벨 캐릭터를 두 개 육성했습니다.) 하지만 2.0 패치와 확장팩 컨텐츠를 통해 이같은 죽음에 대한 완화 장치들을 다수 마련해놓았고, 캐릭터의 "재육성"에 대한 부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 덕분에 용기를 내서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큰 심리 저항 완화 장치는 아무래도 "정복자 시스템"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전에는 각 캐릭터마다 별도의 정복자 레벨이 적용되면서, 단지 60레벨 이후의 추가 성장이라는 "더 깊은 육성 요소"로만 동작했었습니다. 덕분에 높은 정복자 레벨의 캐릭터일 수록, 사망 시의 충격 또한 컸고요. 하지만 개편된 정복자 2.0 시스템은 계정 내 같은 모드(스탠다드/하드코어)의 모든 캐릭터가 공유하는 "계정 성장 요소"가 됨으로써 캐릭터가 사망해도 유의미하게 남길 수 있는 요소와, 재육성 시 직접적으로 부스트해주는 요소로 멋지게 동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절부터 유지되는 공유 요소로는, 창고와 장인 레벨이 공유되기 때문에 완전히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정도까지 플레이어를 내던지지는 않습니다.
디아블로3의 하드코어 모드로 이어지는 시스템의 연계 흐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저의 다른 글인 [디아블로3의 완성, 2.0 패치 살펴보기](http://gdf.inven.co.kr/t/3-2-0/393/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게임들을 예시로 꼽으면서, 제가 정리한 "플레이어의 인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 플레이어로부터 "장비는 소모품"이라는 인지 변화를 이끌어낸다.
- 방법1: 손쉬운 복구를 지원한다.

예를들어, 이브온라인의 경우는 플레이어 본인이 쉽게 복구할 수 있는 정도의 자원만 소비하는 형태로 우선 제어가 됩니다. 그리고 일단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 자체는 앞서 설명드린대로 낮은 단계의 물건들도 수요/공급 순환이 꾸준하기 때문에 본인이 자본만 있다면 복구하는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레벨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변화를 "손쉽게 도와주는 것"이 도구일 뿐이지 도구가 없다고 전혀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맨손으로 흙도 파고 나무도 베고 돌도 캘 "수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설치된 작업대와 약간의 재료만 있다면, 얼마든지 나무나 돌로 된 도구들은 복구할 수 있어 부담이 적기도 합니다.
디아블로의 경우도, 계정 간 승계되는 정복자 포인트라는 성장 포인트와 창고를 통해 사용 가능한 고단계 보석 등을 통해 생짜 1레벨 캐릭터보다 훨씬 강력한 캐릭터를 세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높은 난이도의 플레이를 통해 빠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듀랑고에서도 회수된 자원을 다시 복구하는(완전히는 아니고 어느 정도까지는) 과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게임이 제공하고 있다면, 방법1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방법2: 소멸하지 않는 것을 분리한다.
이브온라인은 아바타 클론이 없다면 그야말로 태초의 상태로까지 돌아갈 수 있는 잔인한(..) 시스템이므로 소멸하지 않는 무언가는 생각나지 않아 제외하겠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서도 결국은 모든 것이 소멸 가능한 것들이긴 하지만(뎀! 선인장 괴물!), 장비와 캐릭터가 소멸된다고 해도 내가 변화시켜둔 레벨은 레벨에 어떤 변화가 가해지지 않는 이상 캐릭터의 사망과는 전혀 별개의 요소로 존재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사망과 장비의 소멸이 별로 신경쓰이는 요소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디아블로3의 정복자 포인트 때문에 이 항목을 언급했다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가령 예를 들어서 듀랑고에서 퍼머데스(Permanent Death;영원한 죽음)를 적용한다 할 지라도 계정 단위의 어떤 누적 성장 요소가 있다거나, 하우징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보존된다거나 하는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면, 더 중요한 요소가 존속된다는 안도감으로 덜 중요한 요소가 소멸되는 것에 플레이어의 관심이 쏠리지 않게 이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써놓고보니 이건 러스트(Rust)에서 좀 더 투박한 형태로 지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네요.(역시 폴리곤 마인크래프트!)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흔한 RPG 게이머들이, 인벤토리에 물약을 200개 쯤 쌓아놨다가 보스 전투 중에 몽땅 다 써버렸다고해도, 모든 걸 잃은 것처럼 허망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약은 원래 쓰라고 있는 소모품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테니까요. 소모품이 소비되어 없어지는 것을 전혀 이상하지 않게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비는 왜 영원 불변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심지어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강화에 실패해 소멸되는 장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백 기에 달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분노하게 될까요?
저는 이 부분은, "그 게임 사회가 바라보는 장비의 가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주 소비된다고 해서 그것을 소비되는 것이 당연한 소모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이 개발자로부터 의도된 그리고 부여된 아이템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리니지 시리즈의 경우는, 그런 아이템의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처음부터 의도된 게임이기 때문에 숱하게 소비되는 장비라 할 지라도 항상 소멸될 때마다 슬퍼하거나 분노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장비가 소모품이니까 낮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귀하고 높은 가치를 지닌 장비가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 하겠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랑고에서)장비라는 것은 소모품이다"라고 인지될 수 있는 일종의 정책적인 밸런싱 기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상합니다.
어떤 방법들을 통해서 좀 더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처리할 수도 있죠.
그리고 개중에는 값비싼 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값비싼 음식이라고 해서, 영원히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듀랑고의 장비에게도, 이와 같은 방법을 적용시켜보면 성공적으로 저항감 낮게 자원을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염치불구하고 여러분의 많은 스레드 참여를 부탁드리면서 또 기대해 봅니다. (꾸벅)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포스팅은 GDF와 Inven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주소: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419

Inven 주소: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10292

 

=========================================================================================================================================

 

 

요즘 출퇴근길에 짬짬이 즐기는 스마트 게임인 타운십Township에 대해 짤막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첫인상

우선 타운십의 장르는 일반적으로 팜 게임Farm Game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재배하고 수확하면서 경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디자인된 게임입니다.

사실 처음 이 게임을 다운로드하고 실행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제가 좋아하는 타운즈맨Townsmen이라는 다른 게임과 유사한 화풍 때문이었습니다. SNS 등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추천욕구 때문에 종종 추천하곤 했었는데요(전문용어로는 이를 영업이라고 하죠?), 타운즈맨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마치 고전게임인 새틀러처럼 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는 NPC들의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새틀러와 타운즈맨과 이 타운십은 단순히 화풍만 비슷했던 것이 아니라 그러한 NPC의 꼬물꼬물거리는 반응들이 주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화면 안에 작은 세계가 재현되는 느낌이죠. 중세 배경인 타운즈맨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타운십의 첫인상이었습니다.

조작

 튜토리얼에서 알려주는 타운십의 기본 조작은 터치와 스와이프(또는 페닝) 입니다. 작업할 곳을 터치한 다음, 대부분의 작업을 버튼 터치가 아닌 직접 화면에서 해당 객체들을 문지르는 것으로 조작합니다. 수많은 버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팜 게임들과는 이런 기본적인 차이가 있어 게임에 몰입하기가 편하더군요. 예를 들어 2개 이상의 밭에 작물을 심을 때는, 빈 밭을 터치하면 하단에 나타나는 작물들의 종류 중에서 원하는 작물을 터치한 상태로, 심고자 하는 밭들에 쭉 문지르면(마우스의 드래그와 유사합니다) 한 번에 같은 작물을 여러 밭에 심을 수 있습니다. 수확도 마찬가지로 재배가 완료된 밭을 터치하면 낫 아이콘이 화면 아래쪽에 나타나는데, 그 낫을 누른 상태로 재배 완료된 작물들 위로 손가락을 문지르면 한꺼번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밭 뿐만이 아니라 사료공장, 양계장, 빵집 등 여러 생산 건물에서 이 조작 방식을 공통적으로 사용합니다.

 

친구팔이(?)의 부재

그리고 팜 게임들은 대체로 소셜네트워킹 요소를 강조한 SNG라는 형태의 모델인 경우가 많은데요, 타운십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플레이하기에 적당한 템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뭔갈 할 때마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세요!"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x 명의 친구를 당신의 마을에 초대하세요!"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친구팔이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기에 적당하다는 점도 참 매력적입니다.

자원의 순환

타운십의 자원 순환 고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밭에서 재배"

2) "공장에서 가공(1차~n차)"

3) "생산품을 소비"

4) "소비된 생산품은 다른 자원(골드와 경험치 또는 다른 물자)으로 환원"

5) "레벨업을 통한 가용 생산 시설의 추가 확보"

6) "시설을 배치할 공간이 필요"

7)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돈과 인구 수가 필요"

8) "인구 수 확보를 위해 공공 시설이 필요"

9) "공공 시설 건설을 위해 건설 자재(자체 생산 안됨)가 필요"

10) "건설 자재를 위해서는 생산품이 필요"

< 다시 1) 로 돌아가기 >

 

타운십은 기본적으로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생산의 시작은 밭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밭에서 밀, 옥수수, 사탕수수, 목화 등을 재배한 다음, 그걸로 사료나 빵, 또는 옷감 같은 것을 만들고, 다시 그렇게 1차 가공된 것들로 케잌, 의류, 치즈 같은 2차 가공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생산할 수록 경험치가 쌓이게 되고, 경험치가 쌓이면 마을의 레벨이 오릅니다. 마을의 레벨이 오르면 게임 경험이 있는 플레이어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열리고요(흔히 해금, 또는 Unlock이라고 하는 방식). 컨텐츠가 확장되면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은 시설을 사용하기 위한 토지가 점점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토지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정 이상의 인구 수가 필요하게 되고, 인구 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공공 시설을 건설해야만 합니다.

생산한 물건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습니다(순환표의 4) 단계). 하나는 마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물품을 제공하는 "주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마을(다른 친구의 마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시스템이 가져갑니다.)로 "기차"에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 생산품들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 곳간(일반적으로 창고라고 불리는 것)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은 MMORPG에서 NPC상점에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처럼 사실상 버리기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처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생산품들을 소비할 때는, 기본적으로 유료 결제를 하지 않는다면 곳간(저장공간)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매번 요구하는 물건들을 그때 그때 생산해야 합니다. 마침 내가 잔뜩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요구하는 주문이나 기차가 떠준다면 그야말로 땡큐베리감사를 외치면서 즉시 주문/기차 완료를 누르면 되지만 그런 일은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더군요. 따라서 요구하는 물건들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하나 하나 처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문"은 보상 주기 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주요한 돈과 경험치 획득 수단입니다. 대략 1 가지에서 4 가지 사이의 물건들을 요청하는데, 완료하기 버튼을 누르면 헬기가 해당 주민의 위치까지 물건을 싣고 날아갔다가 돌아옵니다. 요구하는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주문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 헬기가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이 주문의 쿨다운 시간(재사용 대기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대략 20초 내외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게다가 한 번에 발생하는 주문의 총 개수는 항상 7 개씩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매 주문을 완료할 때마다 즉시 새로운 주문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진행하고 싶지 않은 주문(터무니없는 수량을 요구하는 주제에 보상이 별로라거나)는 거절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19분 뒤에 새로운 주문이 추가됩니다. 무분별한 걸러받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죠.

"기차"는 대략 1 시간 이상의 쿨다운 시간이 존재하는 제한된 컨텐츠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마을에서 직접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을 얻을 수 있는 핵심 수단"입니다(순환표의 10) 단계). 마을에서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의 종류는 모두 건설자재들이고, 건설자재는 이름 그대로 건물을 짓는데에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생산건물들을 짓는 데 필요한 자원은 오직 게임머니 뿐이지만, 마을 확장에 요구되는 인구증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공 건물(극장, 세탁소, 까페 등 실제 플레이어가 조작하지는 않는 건물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게임머니 외에도 많은 숫자의 건설자재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가 기차로 할 수 있는 일은, 기차마다 각각 요구하는 이 마을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먼 마을로 실어 보내고, 그 마을들로부터 답례로 건설자재를 받는 것 입니다. (물자를 실어보낸 기차가 건설 자재를 싣고 돌아올 때까지의 부분에서 보낸 마을의 위치에 따라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공들여 생산한 생산품들을 주문에 쓸 지 기차에 쓸 지를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타운십에서 자원 순환 구조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됩니다. ("시장"을 짓고 나면 건설자재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지만, 이 때 요구하는 자원은 캐시포인트이므로 부차적인 경로로 판단했습니다.)

 

Post F2P?

앞서 타운십의 구조에 대해 짤막하게 알아보았습니다만, 그렇다면 대체 제목에 쓰여있는 탈(脫, Post) 부분유료화(F2P; Free to Play)라는 건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는가?는 여전히 알 수 없으실 겁니다.

F2P라고 불리는 부분유료화 모델에서 지금까지 핵심적인 수입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유료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는데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대체로 "돈을 내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강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곤 합니다. 의도적으로 불편을 주고, 돈을 내면 그 불편을 제거해주겠다는 방식이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을 강요당하는 일종의 심리적인 폭력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플레이어는 "동네 건달 형님들이 노점상에서 자리세를 걷어가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이 방식은 편의 기능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지만, 편의 기능은 대체로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는 상품들은 플레이어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것들이고, 이것은 편의 기능 판매와는 또다른 불만을 발생시킵니다. 바로 "공정성이 무너진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점이죠. 업계에서는 Pay to Win(이하 P2W), 그러니까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면 된다는 방식을 일종의 공식처럼 사용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다른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 온 "게임은 실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야 한다"는 가치가 굳게 자리잡은 게이머들일 수록 그 가치와 반대되는 P2W 방식에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캐시 안쓰고도 이만큼이나 할 수 있다"는 일종의 도전 욕구마저 자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단순히 가격 면에서가 아니라 소재 자체에서 구매 저항이 상당히 높게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정적인 과금 방식을 극복한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월드 오브 탱크 같은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패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서 돈을 써서 승리한 자와 돈에 패배한 자 모두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세간에서 F2P 2.0 으로까지 칭송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프레임(Frame)이라는 단어를 빌려보자면, 기존 F2P 과금 방식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내지는 못했다는 것이 한계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저는 타운십에서 사용한 수익 모델을 F2P 2.0 또는 3.0이라는 방식으로 부르는 대신, Post F2P라고 불러볼까 합니다.

타운십에도 이같은 유료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긴 한데요, 사실 게이머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게 얼마나 잘 팔릴 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플레이하는 데 큰 불편이 없거든요. (물론 곳간의 저장 공간 부족 문제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곳간..! 곳간..!!!) 다만 주문 부분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타운십을 켰던 어느 날, 주문 화면에 못 보던 황금 테두리의 주문이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상도 무려 1 캐시포인트 더군요. 딱히 어떤 생산품을 요구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문 완료 버튼이 원래는 "전송"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곳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보기"라고 떠있더군요. 소중한 1 캐시포인트를 받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오오... 동영상 광고가 나오더군요. 크래시 오브 클랜, 붐 비치와 같은 기존 해외 유명 작품들의 광고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게임 오브 워 같은 최신작들의 광고까지 보여주곤 합니다. 대략 15초? 20초 정도의 시간이 흘러간 것 같은데, 특이한 점은 다른 웹 서비스들의 광고 영상들과는 달리 건너뛰기(Skip)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번 "보기"를 누르면 1 캐시포인트를 인질로 삼고(?) 광고가 끝날 때까지 중단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다른 주문들을 완료하러 헬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좀 짧은 느낌이 있어 별로 신경쓰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소중한 생산품을 갖다 바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기만 하면 1 캐시를 주는 거였습니다! 묘하게 기쁘더라고요. 처음 생긴 것부터 황금 테두리라 특별해보이더니, 그냥 광고만 보면 1 캐시를 준다는 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즐겁더군요. 몇 번 반복하고 났더니 이제는 광고가 다시 나와주기를 기다리는 지경까지 됐습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플레이어에게 돈을 쓰는 일이 즐겁도록 만든 것이 대단히 뛰어난 F2P 전략이었다면, 타운십에서는 플레이어가 돈을 쓰는 일 없이 광고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플레이어에게 반갑긴 하지만, 그 광고 역시 다른 게임들의 배너 방식처럼 여전히 짜증과 불편을 유발하는 게임 외적인 장치가 아니라 게임 안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고급스러운 컨텐츠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 뛰어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게임 안에 광고를 넣는 것에 대한 움직임은 계속 있었습니다. 제가 S.U.N.을 미주 대륙과 유럽 지역에 서비스하는 업무를 하던 때에도,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그저 게임에 새로 업데이트된 컨텐츠를 소개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던 마을 게시판에 외부 사이트 광고를 유료로 실어주곤 했습니다. 그 전부터도 웹젠에서는 회사 차원으로 (비록 게임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헉슬리나 파르페스테이션 등의 마을에 광고를 넣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도됐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방법들도 여전히 게임의 한 요소로 광고를 끌어 안는 것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대략 5초~7초? 정도 광고를 강제로 재생하고 그 뒤에는 건너뛰기가 가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는데요, 다른 일 하느라 건너뛰기를 하지 않고 광고를 그냥 둔 적이 있었는데 준비된 영상은 TV 기준 15초보다 훨씬 긴 30초 정도가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광고마다 총 길이는 다 달랐던 것 같지만요. 만약 제가 광고주의 입장이라면, 30초 동안 재생될 것을 기대하고 돈을 들여 영상을 만들고 다시 돈을 들여 광고를 걸었는데, 확정적으로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고작 5초뿐이라면 굉장히 손해보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IPTV로 VOD를 보더라도 1~2 개의 광고가 건너뛰기 불가능한 상태로 보여지는데 말이죠.

타운십에서 광고 자체만 놓고 봤을 때, 1) 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준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광고를 긍정적으로(심지어 기쁘게!) 대한다. 라는 부분이 굉장히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것을 게임 내 요소 일부로 가져온 것도 훌륭했고요. 그리고 만약 주 수입원이 유료 상품 판매가 아닌 광고 수익이 될 수만 있다면, 요즘 F2P 게임들이 게이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상태를 벗어나 돈을 요구하지 않고도 플레이어들에게 더 나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플레이어의 모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광고가 노출될 대상도 늘어날 것이므로 다시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리

시골에서 보내던 어린 시절, 인삼 농사를 지으시는 동네 어르신께 "인삼을 재배한 밭은 1~2년 동안 다른 작물을 심을 수가 없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삼이 토양의 양분을 과도하게 빨아먹어서 다시 토양이 재생될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뒤,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말을 배우게 됐습니다. 요약하자면, 환경을 파괴하면서 급격한 발전을 추구하면 오래도록 존속할 수 없으니, 환경을 지키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형태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지금 당장의 수익을 위해 지금까지의 F2P가 고수하던 다소 과격한 과금 방식을 남용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해당하는 "게임 시장"이 말라버리게 되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습이 흔히 말하는 "황금 알을 낳는 오리 배를 가르는 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도 다른 글의 말미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이, 개인적으로는 게이머와 개발자, 개발자와 게이머가 서로 다른 꿈을 꾸지 않고 같은 꿈을 꾸는 "게임을 사랑하는 동료"가 되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 중에, 타운십에서 사용한 광고 수익을 통한 서비스 무료화라는 방식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굉장히 매력적인 모델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타운십 링크

애플 앱스토어: https://itunes.apple.com/kr/app/kkum-ui-ma-eul-township/id638689075?mt=8

구글 플레이: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playrix.township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375&p=1660#p1660

 


-----------------------------------------------------------------------------------------------------------------------------------------

 

제가 생각한 RP에 대해 정의해보기 이전에, 좀 더 하이 레벨 단계의 주제를 잠깐 꺼내볼까 합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종류의 게임이 가지는 목적은 "재미 추구"라고 생각합니다.

PC방에서 친구들과 LoL을 할 때,
방에서 PC로 와우를 할 때,
거실에서 부모님과 키넥트 어드벤쳐를 할 때,
동네 골목에서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놀이터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

모두 마찬가지로 "재미있으려고" 게임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자본을 투자해서 더 큰 자본으로 불리려고 리니지 등을 하는 생활형 프로게이머들의 경우는 특수 케이스니 여기서 제외하고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RP 이야기에서 호모 루덴스("인간은 유희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지칭하는 인류)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어떤 놀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면서 재미의 원류로부터 멀어지는 것에 대해 리마인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선 제가 RP라는 단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의 핵심은 "캐릭터 전체의 역할 수행"이었습니다.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말씀해주셨던 TRPG에서 RP가 의미하던 "포지션"의 핵심 의미와 더불어, onzk777 님께서 "연기"로 지칭하셨던 의미, 그리고 Raoul 님의 "소셜 롤"을 모두 포함하는 더 큰 의미의 상위 개념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즉, 전투 역할과 직업, 성격, 지위 등을 모두 아우르는 캐릭터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을 RP라고 불러보고자 했습니다.

최초의 TRPG가 창궐한 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이 RPG라는 놀이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tophet 님과 Nairrti 님께서 설명해주신 원류로서의 "역할 분담을 통한 이야기 진행"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서, 그것이 규모가 적어서 재미있었는데 지금의 MMORPG는 규모가 커져서 재미가 없다 또는 재미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 아니라 "더 이상 역할 분담만으로는 재미를 주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는 쪽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onzk777: 애초에 토킹 게임인데 각자 상대 캐릭터의 깊이도 없고 하면 얘기거리도 없고 그저 주사위굴리고 던전크롤링하는게 다일건데 그건 이미 기존 게임에서 다 해먹었고요.

저는 본문의 대화 내용 중 onzk777 님께서 말씀해주신 저 부분이 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역할 분담을 통한 게임 진행 자체는 이미 충분히 식상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기존 TRPG의 핵심 재미였던 역할 분담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잘 계승되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유실된 다른 재미 요소들을 현대의 MMOG(반드시 RPG일 필요는 없습니다)로 가져오려면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 라고 고민해본 결과, 개인적으로는 현대에 와서 "캐릭터 연기"로 분류되던 RP를 원 뜻과 재해석된 뜻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형태로 녹여내는 것은 어떨까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화록 아래 추가로 포스팅한 댓글의 내용이었던 "RPG가 플레이어의 RP를 해친다"는 의미는, 와우의 일일퀘스트가 매일 매일 퀘스트를 생성해주는 "흥미로운 컨텐츠"에서 순식간에 일일 필수 로동 할당량처럼 꺼려지지만 억지로 해야하는 "일감"으로 전락한 것과 매우 흡사한.. "강제받는 순간 재미는 급감한다"는 이치에서 출발한 내용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라 생각하는데요,

이제 막 공부하려고 컴퓨터를 종료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들어 온 엄마가 "넌 맨날 컴퓨터만 하니? 그만하고 공부 좀 해!" 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경험 입니다.

"tophet 님의 말"

Zerasion님의 RP를 시스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플레이어들이 자율적으로 상호작용 - 특히 협력 - 하는 행위라고 해석한다면 그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Zerasion님의 아이디어는 '시스템에 의해 빡빡하게 능력을 제한하고 반 강제로 협력을 유도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그냥 내버려두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면서 재미있게 잘 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걸로 보인다는 거지요.

tophet 님께서 정리해주신 많은 부분이 제 의도에 부합하긴 하지만, 반드시 협력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TRPG를 "코옵"이라고 분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그렇게 되긴 했지만... 마크와 RUST의 사례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였는데, 바로 "협력"과 "대립" 입니다. 자발적인 분업을 통한 협력이 강제하지 않아도 저절로 분류되는 일종의 클래스라고 생각했고, 또 하나는 시스템이 따로 제공하지 않아도 벌어지는 분란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OnlineRPG에서 시스템이 정해주는 클래스와 적에 대한 정의를, PvE/PvP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자유롭고 자발적인 규칙들이 매우 합리적으로 생성/동작한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취졌기 때문입니다.

"tophet 님의 말"

만일 예로 드신 마인크래프트에서 실제로 플레이어가 건물이나 지형을 만들 때 보너스를 받는 건설자, 자원을 채집할 때 보너스를 받는 노동자, 수리에 보너스를 받는 관리자 이 셋 중 하나의 클래스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TRPG에서 말하는 Role Playing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니죠.

이 부분에서는 RP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꺼내놓아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보상 역시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는 행위가 재미있기 때문에" 컨텐츠의 달성 시 보상이 지급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컨텐츠의 달성보다 보상 자체가 목적이 되게 되는 경우로 주객이 전도되어 갔다는 부분에서 현재의 보상 체계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심각한 결함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나쁘게 발전된 예로는, 컨텐츠는 플레이어로부터 시간을 뺏는 도구이며, 그와 같은 일종의 시련을 극복한 뒤에 얻는 보상만이 유일한 재미(실제로는 이조차도 단순한 일감으로 여겨지는)로 인지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tophet 님 인용부분에서 설명해주신 부분은, 시스템 상의 보상이 존재하고 플레이어는 그와 같은 보상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서 role-play가 발생하게 된다고 이해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플레이어의 자발적인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예로는, 예쁜 블러드 엘프 마법사를 하고 싶었던 와우 플레이어가 있었지만 그는 굉장히 효율추구적인 플레이어였고, 때문에 "가속 +1%"라는 종족특성의 유용함 때문에 울면서 억지로 고블린 마법사를 선택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예시는 아니지만 LoL의 예를 들어 보면, 애초에 수많은 영웅들에게게 부여된 클래스라는 것은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탑/미드/바텀/정글/서폿이라는 롤이 존재할 뿐이며, 이 조차도 플레이어의 운용력에 따라 영웅의 제약을 초월해 사용하거나, 축구/농구 등에서 유동적으로 포지션/포메이션이 바뀌는 것처럼 상황에 맞게 그 롤을 스위칭하거나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포럼과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드렸던 리니지 이야기 "땅 위의 왕, 땅 아래의 왕"의 사례에서도 보면, 클래스로 제공되는 기사, 요정, 군주 등의 구분 외에도 플레이어들은 상황에 따라 용병, 문지기, 호위병 등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부분이 Raoul 님께서 말씀하셨던 소셜 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ㅠ)


제가 본래 샌드박스형 또는 자유도형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와우에서 방어형 공격형 회복형의 구분이 없던 오리지널 시절(탱딜힐의 명확한 시스템 상의 구분은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에서 랜덤 파티 매칭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생김. 그 이전에는 플레이어들의 개념 상에서만 존재) 특성도 어중간하고 클래스 구성도 어중간한 파티원들이 모여서 실패도 하고 토론과 궁리도 하면서 "함께" (누가 혼자 시켜서 끌고가는 것이 아닌 진정한 함께)클리어해나가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이 스킬을 쓰라고 해서, 남들이 이 특성을 찍으라고 해서, 남들이 이 클래스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하는 게임이 재미있을 리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을, 우리는 보통 게임이라는 말 대신 "일"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자발적으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이해하고 운용할 때에, 비로소 몰입이 가능하고, 그 순간 억지로 인지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RP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