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u] 군단 되돌아보기

GVu 2016. 12. 23. 21:4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최신 확장팩, "군단"이 출시된 지도 벌써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각종 기사에서 다뤄졌듯, 왕년의 인기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군단.

출시와 동시에 결제된 3개월도 끝났을 시간이니, (이미 늦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한 번 군단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확장팩의 컨셉 >


와우의 각 확장팩은 매번 스토리뿐만 아니라 게임의 서비스 흐름 상 어떠한 컨셉을 가지고 출시되어왔다.

첫 번째 확장팩이었던 "불타는 성전"(이하, 불성)은 "세계의 확장"을 테마로 외계 행성(아웃랜드), 이동 수단(비행), 신 종족(블러드 엘프와 드레나이), 고도화된 인스턴스 엔드 컨텐츠(영웅 던전과 레이드, 그리고 전장과 투기장) 등을 핵심 요소로 추가했다.

두 번째 확장팩이었던 "리치왕의 분노"(이하, 리분)는 워크래프트 사가의 간판 스타 "리치 왕 아서스"를 메인으로 "향상된 스토리 텔링"을 테마로 삼았다. 블리자드의 초대 친절한 수다왕으로 불리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리치왕의 설명"(2대는 디아블로3의 아즈모단), 스토리 진행 단계에 따라 배경이 달라지는 "위상 변화", 플레이 한 모든 것을 기념으로 남겨주며 앞으로 할 것들을 알려주는 "업적" 등이 핵심 요소로 추가됐다.

세 번째 확장팩이었던 "대격변"은, 말 그대로 모든 걸 뒤집어 엎는 "리팩토링"을 테마로 삼는다. 오리지널 컨텐츠였던 아제로스 필드 전체의 컨텐츠 리뉴얼, 클래스 재설계, 탱딜힐 매커니즘 재설계 등 앞서 두 확장팩이 무언가를 "추가"하는 개념에 가까웠다면, 대격변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2.0 패치"라고 불릴 법한 큰 변화들을 가져왔다.

네 번째 확장팩이었던 "판다리아의 안개"는 "실험의 장"이라 불릴 수 있다. 전에 "드레노어에 남겨진 판다리아의 유산"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흥행 성적도 저조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아 플레이어들에게 외면을 많이 받았지만, 이후 여기서의 실험의 성과가 다음 확장팩에서 결실을 맺는 등 여러 가지로 "실험대"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중국을 타겟으로 중국풍을 찍어낸다고 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다는 교훈 또한 개발팀이 얻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애도)

다섯 번째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은 "워크래프트2 녹여내기"를 테마로 워2키드들의 추억을 파고들었다. 일단 판다리아의 안개 마지막 보스였던 타락한 가로쉬 헬스크림이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역사를 바꾼다는 내용으로, 무려 워크래프트2의(정확히는 워2확장팩의) 배경인 드레노어를 게임 무대로 삼아버린다. 그리고 아웃랜드가 부서지기 전이라는 설정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올드비들에게 어필함과 동시에, 워크래프트2에 등장했던 각종 오크 영웅들을 무더기로 출현시키면서(그것도 멋진 소개 연출과 함께) 팬들의 팬심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섯 번째 확장팩인 "군단"의 컨셉은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르고 싶다.

불타는 성전 Again.

1. 주적

우선 군단의 주적부터가 불성 때와 같은 "불타는 군단"이다. 드군의 마지막 보스였던 아키몬드전 엔딩씬에서 차원문을 통해 도망친 굴단이 불타는 군단을 이끌고 다시 아제로스를 침공한다는 설정이다. 이제껏 앞의 다섯 확장팩들을 거치는 동안, 같은 주적을 상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불타는 군단 - 스커지 - 데스윙의 추종자 - 판다리아 고대 세력 - 강철 호드)


2. 일리단의 귀환

군단 이야기의 시작은, 일리단을 되살리려는 굴단의 음모를 저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돌아온 일리단이 "나는 죽음을 경험한 적이 없소, 영웅이여"라고 할 것 같지만 기분 탓이다.) 그리고 군단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일리단의 일생을 보여주는 전설 퀘스트 또한 진행할 수 있다. 일리단은 이처럼 이번 확장팩에서 매우 핵심적인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일리단이 자신의 추종자인 일리다리들에게 남기는 대사 "너흰 이제 준비가 됐다" 또한 매우 의미있다. 바로 불성에서 일리단의 가장 유명한 대사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의 카운터 멘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군단 출시를 기념해 실시한 와우 3일 무료 체험 이벤트의 이름도 "일리단의 부름"이었다.


3. 신규 영웅 직업, 악마사냥꾼

일단 직업 컨셉부터가 일리단의 추종자 일리다리들이라는 컨셉이다. 리분에서 아서스를 메인으로 홍보하면서 그 아서스의 추종자였던 죽음의 기사를 신규 영웅직업으로 홍보했던 것과 거의 같은 매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영웅 직업을 생성할 수 있는 조건 또한 절묘하다. 지금은 제한이 사라졌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의 죽음의 기사는 시작 레벨이 55레벨이기 때문에 해당 서버에 55레벨 이상의 캐릭터를 보유한 상태에서만 생성할 수 있었다. 굉장히 직관적이고 합리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번 악마사냥꾼은, 해당 서버에 "70레벨 이상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왜 하필 70레벨일까? 시작 레벨이 98레벨이면 죽음의 기사처럼 98레벨 이상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어야 동등한 조건이 아닐까?

그것은 바로 불성 당시의 최고 레벨이 70레벨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렇게 생성한 영웅직업은 불성 간판 스타였던 일리단의 후예인 일리다리다.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불성 와라버지, 아제로스로 돌아와요!"라고 외치는 컨셉이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는 매우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 알려진 지표상으로도 굉장한 성공을 거둔 것도 그렇지만, 당장 내 주변의 불성 만렙 이후 와우를 접었던 친구도 지금 열심히 군단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만 봐도 컨셉의 성공이 피부로 와닿는다.



< 군단의 새로운 컨텐츠 >


이번 군단은 굉장히 다양한 새 요소가 추가된 확장팩이다. 이전의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개량한 것들도 있지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게임에서는 익숙할 수 있는, 하지만 와우에서는 매우 생소한 몇 가지 요소들이 추가된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군단의 새로운 컨텐츠에는 각각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짚어본다.


1. 악마사냥꾼


리분에서 아서스의 추종자였던 죽음의 기사(이하, 죽기)처럼, 일리단의 추종자인(였던?) 악마사냥꾼(이하, 악사)이 두 번째 영웅 직업으로 등장했다. 직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워크래프트3에서 일리단 타입의 영웅 유닛인 Demon Hunter를 그대로 계승한다.

우선 전문화를 보면, 독특하게도 복수(방어 담당. 탱)와 파멸(공격 담당. 딜)의 두 가지 전문화를 가지고 있다. 장착하는 방어구의 등급이 가죽인 것을 생각해보면, 가죽인데 탱/딜만 되는 직업은 처음 등장한 셈. 보통 탱/딜이 되는 직업은 전통적으로 전사 뿐이었으며, 죽기가 추가되면서 둘이 됐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판금 방어구를 착용하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반대로 가죽 방어구 착용 직업 중에서는 퓨어 딜러(도적, 3개 전문화 모두 딜)가 아니면 아예 탱딜힐이 다 되는 하이브리드 직업(드루이드, 수도사)만 존재했다.

게다가 전문화가 두 개 뿐이라는 것도 이색적이다. 앞서 이야기한 전사/죽기 처럼 탱/딜이 되는 직업이라도, 탱1/딜2로 한 직업이 갖는 전문화는 총 3개로 동일했다. 어쩌면 같은 가죽 직업인 드루이드가 탱/힐/근딜/원딜의 총 네 가지 전문화를 가져간 것에 영향을 받기라도 한 것일까. (나오지도 않은 악사의 전문화를 떼서 드루를 미리 줬다거나...)

개인적으로 악사는 딱 100레벨만 찍고 유물까지만 얻은 상태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 경험했을 때를 기준으로 스킬 컨셉을 평가해보면 다음과 같은 느낌이 든다.

오버워치 영웅 종합체.

물론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스킬들이 이런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 이중도약 = 겐지의 이중도약이 곧바로 떠오른다.

- 활공 = 메르시의 활공.. 말이 필요 없다.

- 지옥돌진 = 이건 트레이서 점멸이냐 겐지 질풍참이냐 주변 지인들과 논란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반반이라고 본다. 이동 영역 전체에 데미지를 준다는 점은 질풍참, 이동 가능한 방향이 지면과 수평으로만 제한된다는 건 점멸.

- 조각난 영혼 = 리퍼의 영혼 수확. 적이 죽거나 특성에 따라 피해를 줄 때 일정 확률로 구슬(!!!)이 떨어진다. 접근하면 흡수되고 생명력이 회복된다.

- 안광 = 자리야의 입자포(기본 공격). 빔의 생김새도 유사하지만, 와우처럼 타게팅 기반의 게임에서 마우스를 꺾어 방향을 유지해줘야만 영역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적중한다는 결과 자체가 매우 흡사하다.

어쨌든 결론은, "기본 이동의 손맛이 좋다"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체적인 손맛이 좋다고 하기에는 제이 윌슨의 유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군단에서의 근접 공격 타격감 개선"이 적용된 다른 근딜러들에 비해, "세게 때리는(뚜까패는) 맛"이 상당히 덜 느껴졌다. 피해량 발생 자체는 매우 큰 편이라고 생각되지만, 파멸 전문화의 스킬들이 대체로 허공을 가르는 느낌을 많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 이동은 이중도약, 활공, 지옥돌진의 활용 덕분에 장난감이나 기계공학의 도움 없이 기본 기술만으로도 쾌적한 움직임을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최소한 일리단의 팬이거나, 필드에서 탈 것 없이 돌아다닐 일이 많은 탐험가 플레이어라면 확실히 좋아할 직업인 것 같다.



2. 유물 무기

개인적으로 전역 퀘스트와 함께 군단의 두 핵심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유물 무기이다.

일단 이 유물 무기가 갖는 효과를 감성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으로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1-1) 감성적 - 서사적인 측면

워크래프트 세계관 안에서 유명하고 귀한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 유물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앞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확장팩의 처음부터 기분 좋은 출발을 선물받은 기분을 가진다. 대표적으로 파멸의 인도자(애쉬브링어라고 더 많이 알려진)나 둠해머를 모조품이 아닌 진품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와우 세계관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각 유물마다 획득 과정에서 고유한 이야기가 담긴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숫자가 많은 만큼 모든 이야기가 매력적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육성한 직업과 관련된 주요한 이야기들을 체험하고 끝내 값진 무기를 손에 넣는 과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와우 서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모든 직업의 연맹 전당 이야기와 이 유물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직업 만렙, 아니 최소 102 레벨까지라도 도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받게 됐다. (그래서 실제로 12직업 캐릭터를 육성중이기도...) 왜 102 레벨이냐면, 첫 번째 유물을 선택한 다음, 나머지 유물까지 획득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이 102 레벨이기 때문.


1-2) 감성적 - 성취감

일단 확장팩 시작부터 힘세고 강한 아침..이 아니라 강한 무기를 들고 시작한다는 성취감이 무엇보다 탁월하다. 일단 드군에서 획득 가능한 최고 수준의 무기보다 높은 시작 레벨을 갖기 때문에, 사실상 유물 무기가 군단의 핵심이자 필수 컨텐츠이기 때문에, 무기 교체는 확장팩에서 사실상 강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외형과 강한 성능, 그리고 새로운 유물 기술의 획득 덕분에 그 강제가 전혀 기분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2-1) 기능적 - 새로운 기술

각 직업의 전문화마다 정해진 유물 무기를 손에 넣는 순간, 유물이 가지고 있는 기본 기술인 새로운 유물 기술(사용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유물력을 투자하면서 기존의 스킬들을 강화하는 속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새로운 지속 기술을 획득하기도 한다. 100 레벨에서 멈춰버린 특성 시스템의 상한을 생각하면, 사실상 100~110레벨에서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이 유물이다.


2-2) 유물력과 유물 속성

그리고 그 스킬들을 얻기 위한 방법이 직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유물력이라는 자원을 모아 유물에 투자하고 유물이 성장하면서 발생한 포인트로 1 포인트씩 투자하는 방식인데, 말로 설명하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GUI를 보는 순간 대격변 이전에 와우를 해본 사람이라면 바로 "아!"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옛 특성 트리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 유물 무기의 속성 화면(위)과 과거의 특성 화면(아래) >

그리고 매커니즘 또한 동일하다. 유물력을 경험치, 유물 레벨을 캐릭터 레벨, 속성 포인트를 특성 포인트로 대입시키면 "자원을 모아 레벨업하고, 발생한 포인트를 투자한다"는 구조가 완벽하게 일치한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캐릭터 레벨을 성장시키는 경험치의 획득과 동시에, 무기의 성장을 위한 유물력을 획득해야 하게 되면서 와우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성장축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판다리아의 안개부터 새롭게 개편된 현재의 삼지선다 심플 특성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이 기존 특성 트리가 게임의 복잡도를 높여 플레이어에게는 장벽이 되고 개발자에게는 밸런스 난제를 안겨주기 때문에 변경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의외의 회귀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유물과 구 특성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를 깨닫게 되는데 바로 "기회비용"의 유무가 그것이다.

구 특성은 제한된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해야 할 지 고민하는 컨텐츠였다. 모든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 속성은 다르다. 어떤 것을 먼저 투자할 지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유물력을 끊임없이 모으면 결국은 모든 속성에 포인트를 전부 투자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매 유물의 성장 시 마다 다음 성장까지 필요한 요구 유물력의 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투자하가다는 낭패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초기화에가 가능하긴 하지만, 필요한 유물력이 다음 레벨업까지 필요한 유물력과 똑같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리해보면 지금까지 군단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유물 컨텐츠에 대한 감상은 다음과 같다.


1) 제작 공수 절감

무의미하게 양산되는 중간 레벨의 데이터가 사라지게 되면서, 제작해야 할 무기 아이템의 개수 자체가 혁신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덕분에 한정된 개체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일 수 있게 되면서 각각의 유물들이 더 멋진 외관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확보된다. 아트적인 공수 뿐만 아니라, 게임 디자인적으로도 효율적일 수 있다. 복잡한 유물 속성이 추가 됐지만, 대신 드랍 테이블에서 무기가 완전히 삭제되어버렸다. 무기는 이제 더 이상 사냥이나 퀘스트를 통해 습득하는 항목이 아니게 됐다.

대신 플레이어의 무기 선택에 대한 자유도는 상당 부분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 대표적으로 무기의 형상변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00레벨 이전까지의 무기는 다른 방어구와 동일하게 형상변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다. 하지만 유물이 별도의 아이템 등급으로 분리됨에 따라 일반 형상변환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유물 형상변환은 업적 등과 연결된 별도의 컨텐츠로 분리되고, 희소성 있는 형상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뽐낼 수 있는 성격으로 변경됐다.


2) 복수 전문화 육성의 어려움

같은 전문화 내에서 특성을 변경하는 건 (주문각인사가 제작하는 명료한 정신의 전쟁서라는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휴식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장소로 제한되지만, 다른 전문화로의 변경은 마치 이중특성처럼 비전투 상태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이렇게만 보면 서로 다른 전문화의 전환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복수 전문화 육성이 이전보다 용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물력"이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 유물 레벨 상승에 따라 필요한 유물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거의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으로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간다. 물론 효율이 떨어지는 시점부터 다른 유물을 육성하기 시작하면, 획득하는 유물력을 부스팅해주는 "유물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머지 유물의 초반 레벨을 쉽게 끌어 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유물 연구는 결국 주 전문화에서 요구하는 유물력 상승폭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데다, 모든 포인트를 찍지 않으면 결국 심리적으로 모자란 속성만큼 강해지지 못했다는 미완의 느낌을 받기 때문에 과감하게 유물력 부여를 중단하고 다른 유물을 육성하는 건 꽤나 큰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힐러 부족의 심화" 현상이다. 역할 특성상 심적 부담이 높고 주역이 아닌 느낌에 선호받지 못하는 역할군인 회복 담당이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유물력의 제한 덕분에 이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된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보통 레벨업 과정에서는 딜특성으로 성장하고, 만렙 이후에 엔드 컨텐츠에 진입해서야 힐특으로 교체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 같이 레벨업 해줄 다른 플레이어가 있거나, 작정하고 레벨업 자체를 던전 플레이로 진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레벨업 구간의 던전 입장은 힐러가 극심하게 부족해 매칭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오히려 탱커는 다루기도 쉬워진 편이고 필드 사냥 자체가 원활하기 때문에 전보다 늘어난 느낌이 들지만, "탱 1/1, 딜 3/3, 힐 0/1"의 상태로 매치 대기중인 상태를 매우 자주 경험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아래에서 설명할 "컨텐츠 레벨 스케일링"을 도입한 덕분에 일반 난이도 던전은 100~110 레벨의 캐릭터가 뒤섞여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적어도 레벨대가 한번 더 힐러를 부족하게 만들지는 않는 셈. 하지만 그 힐러들이 영웅 던전에 진입할 템렙을 맞추고 영던으로 넘어가버리면? 누군가가 힐로 부캐를 키우거나 저렙 친구를 도와주려고 파티 입장 하는 등의 이유로 다른 힐러의 입장을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 일단은 OK, 다음은?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일단 아직까지는 유물이라는 컨텐츠가 개발사의 의도대로 잘 동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뭔가, "오늘만 사는 블리자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유물의 미래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가질 것이다. 하나는 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전까지의 많은 컨텐츠들처럼, 이번 확장팩이 끝남과 동시에 매정하게 버려지는 것이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다음 확장팩의 아이템 레벨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유물 수준을 일괄 상향시켜주면서 다시 새로이 유물력을 모으도록 만드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이 때에 플레이어들이 사용하게 될 유물은 지금 유물의 새로운 현상 등급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새로운 유물이 될 수도 있다.

버려지는 시나리오는 와우 역사에서 아주 흔한 방식이다. 가깝게는 드군 초반에 큰 재미를 줬던 주둔지의 현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원할 것 같던 주둔지도 차가운 드레노어의 눈 밭에 버려진 채 대체제인 연맹 전당에게 HUD 버튼까지 자리를 빼앗겨 버렸으니 말이다. (작성자는 호드 기준이기 때문에 주둔지에 눈 밭이라는 표현이 사용. 록타!)


3. 전투 레벨 스케일링

플레이어의 상황에 맞게 몬스터의 전투 수위를 조절하는 스케일링 기술이 군단 사전 패치인 군단의 침공 이벤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전투 레벨 스케일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지어서 정리해볼 수 있다.

1) 일대일 스케일링

플레이어의 캐릭터 레벨에 맞춰 몬스터 난이도가 조정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표범 한 마리가 있는데 동일한 표범을 1레벨 캐릭터가 싸우면 1레벨 표범이 되고, 110레벨 캐릭터가 싸우면 110레벨 표범이 된다. 그리고 이는 서로 다른 레벨의 캐릭터가 동시에 같은 대상을 공격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같은 표범과 싸우고 있지만 1레벨 캐릭터에게는 1레벨로, 110레벨 캐릭터에게는 110레벨로 상대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캐릭터 레벨업의 중간 단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전투에 기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2) 다대일 스케일링

파티 권장 몬스터, 필드 레이드처럼 다인 전투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들의 경우,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 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몬스터의 강도가 조절된다. 이는 마치 디아블로 시리즈의 방 인원에 따른 몬스터 강도의 증감과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다. 몬스터의 다른 능력치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건 최대 생명력과 현재 생명력이 전투 참여 인원에 비례해서 실시간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한 나쁜 케이스라면, 괜히 한 대 때려서 피는 늘려놓고 전투에 가담하지 않는 숟가락쟁이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처치하고 다른 할 일을 하러 가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게임 구조이기 때문에 많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호전적인 일부 플레이어는 괜히 피통만 늘린다며 전투에 가담한 상대 진영 플레이어를 무참히 살해하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죽이고 싶은데 명분이 없어서 갖다 붙인 느낌이 많이 든다....)


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군단에서는 캐릭터의 성장 부분에 있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일단 개발자 이야기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 차례 홍보하곤 했던,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을 꼽을 수 있다. 이전까지의 와우는 각 지역마다 배정된 레벨 구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생성 지점 근처 지역은 1~10레벨, 인접한 옆 지역은 10~15레벨과 같은 식이다. 하지만 군단의 배경인 부서진섬은, 만렙 지역으로 분리된 수라마르를 제외하면 나머지 스톰하임, 높은산, 발샤라, 아즈스나의 네 지역은 모두 100~110 레벨로 동일한 레벨 구간(사실상 전 구간)을 커버하게 된다. 지역에 설정된 레벨에 따라 어디부터 가야한다 그 다음은 어디를 가야한다라는 동선의 제약이 없이, 플레이어마다 원하는 지역에서 선택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아래에서 설명할 주요 만렙 컨텐츠인 "전역 퀘스트"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역의 퀘스트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플레이해야만 한다. 순서만 다를 뿐 결국은 다 해야할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지역과 지역 사이의 동선 제약이 사라진 것은 한 지역 안에서 서사의 시작과 끝이 온전히 종결되기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한 지역 내에서도 동선이 비교적 자유롭게 퍼뜨려진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 처음 입장할 때는 모두 똑같은 퀘스트를 부여받기 때문에 지역별 시작 위치는 동일하다. 하지만 시작 지점 근처의 임무를 종료하고 나면,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서로 다른 퀘스트 두 세개를 한꺼번에 제시한다. 아마도 그렇게 러프하게 다음 지역으로 안내하는 퀘스트를 던져놓은 다음, 이동 경로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가이드 없이 배치된 퀘스트를 만나면 수행하라는 것을 의도한 것 같지만, 실제 부서진 섬의 지형이 꽤나 "경로"라는 개념이 옅게 디자인된 부분과 맞물려 플레이어는 지금까지 와우가 일관되게 유지하던 "퀘스트를 따라가는 친절한 성장 동선"을 잃어버리게 되고, 느닷없이 부여된 자유라는 이름의 방관에 빠져 방황하기 쉽다. 대표적으로 경로 자체가 자주 끊어지고, 고저차가 심하고 실내/외 전환이 많은 덕분에 퀘스트 수행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고, "길" 표시가 있는 곳에 다수의 몬스터가 배치된 "발샤라" 지역에서는 지형과 관련된 불만이 공개창에 높은 빈도로 올라오곤 한다. 가끔은 가이드 퀘스트도 없고, 가이드 동선 안에 발견되게 위치하지도 않은 곳에서 뜬금없이 발생하는 퀘스트들이 있는데, 이런 퀘스트들은 나의 현재 위치와 상관 없이 (심지어 가보지 않은 곳도) 전체 지도에 노골적으로 느낌표 표시를 출력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어떻게든 알려준다는 건 좋지만, 그 흐름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비선형적인 성장 동선 외에도, 게임의 근간에 대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레벨의 의미 변화"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와우에서 "레벨"이란 곧 "강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캐릭터의 레벨, 스킬의 레벨, 심지어 아이템의 레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뿌리 격인 "캐릭터의 레벨"이 더 이상 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은 대단히 놀랍고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내 레벨이 몇이든 몬스터가 내 레벨로 보인다는 것은, 이전처럼 내 레벨이 높다고 나보다 낮은 레벨의 캐릭터보다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게 보면 서로 다른 레벨의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레벨과 상관 없이 동등한 조건으로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보면 이전처럼 오버파워로 더 쉽게 컨텐츠를 돌파하거나, 아니면 타인에게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는 기쁨을 적어도 "레벨만으로는"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PvP에서 상대 캐릭터와의 직접적인 레벨 차이는 기존과 동일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필드 PvP 정도에서는 여전히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PvE에 있어서는, 캐릭터 레벨이란 어디까지나 컨텐츠 플레이 진도를 구분하는 지표일 뿐이며, 만렙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기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이번이 이후로 진행될 어떤 큰 흐름의 첫 발걸음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욱 이후의 행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4. 직업(연맹) 전당

일단 명칭에 대한 불만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다. 홈페이지의 컨텐츠 소개, 업적의 카테고리명, NPC의 대사, 퀘스트의 요약 설명 등에서 지칭하는 같은 장소의 이름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대체 이 컨텐츠의 공식 명칭은 직업 전당인가 연맹 전당인가! 멀록의 등지느러미 개수까지 관리한다던 블리자드의 컨텐츠 TF는 그 수장인 크리스 멧젠의 퇴사와 함께 증발하기라도 한 것일까?

여하튼, 군단에서는 직업 전당이라는 장소가 새롭게 추가됐다. 드군의 간판 컨텐츠라고 볼 수 있는 주둔지의 개량형 컨텐츠로 볼 수 있으며, 여러가지 면에서 주둔지의 대체제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니맵 좌하단에 추가됐던 주둔지 보고서가 직업 전당 보고서로 교체됐다. 보고서에 새로운 알림이 발생할 때 화면 중앙 하단에 나타나는 팝업 역시 주둔지의 것이 아닌 직업 전당의 것으로 교체됐다. (굿바이 주둔지) 주둔지와 비교해 직업 전당이 갖는 차이점들은 다음과 같다.


1) 개인 커스텀 요소 최소화

직업 전당은 주둔지에서 무거운 커스텀 요소를 많이 덜어냈다. 어떤 건물을 지을 지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던 꽤 많은 숫자의 건물들, 그리고 각 건물들마다 주둔지의 세 등급에 따라 바뀌는 외형, 그리고 각종 고유 기능 등을 고려해보면 주둔지는 생각보다 굉장히 거대한 시스템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래선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직업 전당은 개인의 커스텀 요소가 최소한으로 제약된다. (사실상 없다시피한 느낌) 전체 기능들이 직업 전당 퀘스트 진도에 따라 하나씩 개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진도만 따라가면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기능을 획득할 수 있다. 선택의 요소도 전당 연구라는 이지선다 옵션 선택지 정도로 극히 일부일 뿐이다.


2) 공용 공간화

드군 시절, 주둔지에 홀로 틀어박혀 주둔지 컨텐츠만 즐기면서 주둔지 공개 채널에서 수다만 떠는 사람들을 일컫는 재미있는 호칭이 있었다. "주키코모리"... 다른 플레이어와 파티를 맺으면, 파티장의 주둔지에 입장할 수 있는 기능 덕분에, 특별히 필요한 (주로 마법부여였지만) 기능이 있는 경우 종종 다른 플레이어를 주둔지에 초대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주둔지에 찾아가는 일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이고, 개인화된 인스턴스 공간이기 때문에 주둔지는 추종자 NPC들로 버글거리는 곳에 홀로 PC로서 존재해야하는 외로운 사령관의 고독 체험의 장이 되곤 했다. 경험적으로는 모든 플레이어가 사실은 주둔지라는 같은 공간에 있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하지만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주둔지에 머무는 플레이어의 개수만큼 인스턴스를 생성해야 하는 기술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블리자드는 돈이 아주 많은 회사고 와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고작 주둔지의 인스턴스 때문에 서버 메모리에 부담이 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5명이 한 공간을 쓰는 던전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인스턴스를 생성해야한다는 부분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직업 전당은 "각 직업별로 공간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졌다. 심지어 진영별 분리도 아닌, 호드/얼라이언스 구분 없이 같은 직업의 모든 캐릭터들이 상주할 수 있는 사실상의 퍼시스턴트 필드로 제작되었다. 물론 해당 직업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도록 입구 트리거를 작동하는 조건 등으로 제약을 걸어둔 공간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필드와 연결된 외부에 존재하는 직업 전당들이 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사냥꾼의 직업 전당 같은 경우 군단 지역인 "높은 산"의 필드 어딘가에 있어서 우연히 진입한 플레이어가 사냥꾼이 아니라면 경고 메시지와 함께 내쫓기게 된다(...). (구경만 할게 구경만!)


3) 진영이 아닌 직업별 컨텐츠

이전의 주둔지가 매우 많은 기능들을 수행하는 큰 덩어리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호드/얼라이언스 양 진영에 각 한 개씩의 세트만 제공되는 것이 큰 틀이었다. 하지만 직업 전당은 위에서 설명했듯 진영 구분 없이 같은 직업의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됐지만, 반대로 모든 직업마다 별도의 컨셉을 가진 공간들이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의 건물들이 고유한 기능을 갖는 점이나, 등급에 따라 모든 건물이 총 세 종류의 에셋을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주둔지와 비슷한 공수가 들었을까 싶지만, 적어도 컨셉이 다른 12개의 공간과 같은 기능이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로 포장해야 하는 각종 내용들을 감안해보면 적잖은 노력이 들어갔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덕분에 각각의 직업마다 고유한 서사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유물 무기와 함께 플레이어의 입지를 서사적으로 크게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하는 요소로써 작동한다. 군단에 들어서면서 각각의 플레이어 직업들은 세계관 내에서 매우 대단한 존재로 격상되게 된다. 이 세계의 모든 네임드들이 인정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NPC들이 경례를 붙이는 "사령관"이라는 존재도 처음 나왔을 때 굉장한 호응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더 드높은 위상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 성기사의 경우, 티리온 폴드링을 대신해 은빛십자군 전체를 짊어지는 "대영주"가 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그를 상징하는 "무기"와 함께, 존재에 걸맞은 "거처"에 머무름으로써 입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 또한 유물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어떤 존재가 되는지가 궁금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모든 직업을 플레이해보고 싶게 만드는 꽤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5. 전역 퀘스트

이제 출시 전까지 "와우를 디아블로화 하려는 거냐!"라며 팬들에게 원성을 샀던, 하지만 출시 이후에 군단을 "갓단"이라고 부르게 했던, 실제 경험을 기준으로 극단적인 평가를 받은 전역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현상금 사냥의 매커니즘

일단 디아블로3의 2.0 패치 이후로 "모험 모드"와 "현상금 사냥"이라는 컨텐츠를 경험해 본 게이머라면 전역 퀘스트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군단의 전역 퀘스트는 바로 그 현상금 사냥이 와우라이징(...)된 컨텐츠이다. 군단의 전 지역에 마치 현상금 사냥처럼 지도 이곳 저곳에 흩뿌려진 퀘스트를 찾아 수행하는 방식이며, 그 매커니즘과 심지어 UI 표현 방식까지도 현상금 사냥과 무척 닮아있다.

현상금 사냥의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축약할 수 있다.

- 지도에 컨텐츠 위치를 직접 표시

- 표시된 위치로 이동해 컨텐츠 수행

- 한 지역의 일정 컨텐츠를 모두 달성하면 추가 보상 제공

전역퀘스트 역시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진다.

전체 지도나 비행조련사를 이용할 때 나타나는 지도에 퀘스트 위치와 종류가 표시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가장 가까운 비행조련사 위치까지 이동해 전역 퀘스트를 수행한다.

디아블로의 막(Act) 별 묶음 보상이었던 호라드릭 큐브처럼, 매일 랜덤하게 지정되는 "사절" 세력의 전역 퀘스트를 네 종류 완수하면 사절로부터 상자를 받을 수 있다.


2) 일일퀘스트의 대체제

"샐러리 컨텐츠"라고 불리기도 했던, 그리고 와우를 일종의 노동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던 주역, 일일퀘스트가 군단에 와서 사라졌다. (이전까지 존재하던 일퀘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군단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전역 퀘스트다. 전역 퀘스트는 세력별로 어떤 그룹으로 묶여있고, 그 그룹들은 각각 초기화 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전역 퀘스트는 한 주에 한 번씩만 수행할 수 있으며, 어떤 전역 퀘스트는 2~3일에 한 번, 어떤 전역 퀘스트는 1일 이내의 몇 시간 내에 한 번 씩 수행할 수 있다. 각 세력 별로 주기가 등급별로 구분되는 것까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부지런한 성격이 되지 못해서 자세한 분석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여튼 일일퀘스트가 매일 1회의 수행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하루 한 번씩만 접속해서 일감을 처리하면 됐던 것에 반해, 전역 퀘스트는 각 주기가 따로 돌아가기 때문에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세력의 전역 퀘스트가 발생하고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다소 까다롭게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군단 컴패니언 앱"이라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지 않고도 현재 활성화 된 전역 퀘스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즉, 수시로 게임에 신경을 들이면서 언제라도 접속할 수 있게끔 플레이어의 주의를 지속적으로 끌 수 있는 컨텐츠가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일일퀘스트의 주요 기능이었던 만렙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인 보상 제공 및 세력 평판 작업이라는 기능을 온전히 넘겨받았다. 가끔씩 보너스처럼 획득할 수 있는 특정 세력 평판을 상승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제외하면, 전역퀘스트가 평판 작업의 메인 컨텐츠가 됐다.


3) PCG!

최근 게임업게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단어가 된 PCG(Procedural Content Generation). 전역퀘스트는 전형적인 PCG가 도입된 컨텐츠다. 가장 먼저 퀘스트의 종류와 보상이 각각 랜덤 x 랜덤으로 조합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일일퀘스트가 정해진 묶음 안에서 랜덤하게 택1되는 방식이었던 것처럼, 각 세력 별 전역 퀘스트 묶음 안에서 랜덤하게 전역 퀘스트가 활성화 된다. 그리고 전역 퀘스트가 일일 퀘스트와 다른 점은 바로 보상이 랜덤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똑같이 퓨마 10 마리를 처치하는 퀘스트라고 해도, 어떤 날은 유물력 증가 아이템을, 어떤 날은 골드를, 어떤 날은 장비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는다.

또한 보상 등급이 플레이어 개개인의 보유 상태를 기준으로 책정된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대표적으로 장비 아이템이 보상인 경우, 플레이어의 아이템 레벨을 기준으로 점차 보상 수준이 높아진다. 처음에는 780 레벨 정도를 줬다면, 나중에는 800, 820, 840 과 같은 식으로 점차 보상 수준이 높아진다. 물론 전역 퀘스트 보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장비 등급의 최대 상한은 엔드 컨텐츠 보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항상 유지된다. 그리고 엔드 컨텐츠 보상이 상향되면, 그에 따라 전역 퀘스트의 보상 상한도 함께 상향된다.

장비 아이템의 경우는 확실하게 수치로 보이기 때문에 상승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 외 골드 등의 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향된다는 것 까지는 알겠지만 어떤 것을 기준으로 얼마만큼 증가하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워 상향되는 보상의 종류를 확신하기는 어렵다. 추가로 유물력 획득 아이템의 경우는, 직업 전당에서 유물 연구를 진행하면서 상향되는 획득 유물량 증가까지 더해져 무엇을 기준으로 상향된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6. 명예 시스템과 쐐기돌 신화 던전

엔드 컨텐츠의 두 축인 PvP와 PvE의 핵심 컨텐츠를 한 번에 묶어서 설명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저 군단의 엔드 컨텐츠를 이전처럼 열심히 플레이하지 않아 할 이야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게이머로서의 여건이 와우 엔드 컨텐츠를 심도있게 즐길 수 있을 만큼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슬픈 어른의 사정같은 이야기이니 자세한 내용은 후략하기로 한다.


1) 명예 시스템

군단에서는 PvP 전투에서만 활성화되는 특성을 일반 특성으로부터 분리시켰다. 덕분에 특성을 고를 때마다 PvE와 PvP를 모두 고려해야하는 뼈를 깎는 고통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중특성이 사라지면서 기존의 이중특성을 이용하던 주 요인이었던 PvE 특, PvP 특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개발팀이 직접 언급했던 개발 의도 또한 상당 부분 제대로 동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PvP 컨텐츠를 플레이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를 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초기에는 명예 특성의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레벨업을 하게 되고(좋은 스킬이 대체로 뒷쪽에 배치되어 있음), 그 다음에는 매 레벨업 마다 획득하는 꽤 쏠쏠한 보상을 받기 위해 플레이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명성 등급을 통한 뱃지를 습득하기 위해 컨텐츠를 플레이하게 된다. 특히 이 중 뱃지의 경우,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큼직하게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뱃지가 보이면 "와 쟤는 싸움 좀 하는 애다"라는 인상을 빠르고 강하게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PvE에 영향을 주지 않는 PvP 밸런스 설계에 용이하다고 했는데, 실제로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PvP 밸런스 수정에 이점이 적극 활용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명예 레벨에 따라 하나씩 잠금 해제되는 명예 특성이, 일반 특성과 달리 세로로 하나씩 해제되게 되는데, 빠르게 복수의 특성을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존 특성의 문법을 깨뜨리면서까지 억지로 습득 구간을 쪼갠 것이 아닌가 하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그 외에 평점제 PvP 컨텐츠의 보상 같은 경우도 전역 퀘스트가 플레이어의 아이템 레벨에 기반하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금주 최종 평점을 기반으로 보상 아이템 레벨이 결정되는 부분이 매우 직관적이라 좋은 인상을 받았다.


2) 쐐기돌 신화 던전

군단이 출시된 이래, 신화 던전을 플레이해본 건 지인 파티에 묻어서 간 것 딱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쐐기돌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컨텐츠 설명을 통해 "디아블로3의 대균열과 유사한 무언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오래된, 그리고 깊은, 와우 시리즈의 팬이기도 하지만, 12년 된 늙은 게임이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면서 늙은 느낌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부분 하나와, 그리고 한 게임이 12년 동안이나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변화해 온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부분 또 하나 때문에, 와우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열일 제쳐두고 와우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덕분에 사놓고 플레이 해보지 못한, 또는 플레이 하다 중단된 수많은 스팀 게임과 PS4 게임들이 항상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라도 대략적으로나마 리뷰를 정리하고 나니 아주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사실 꽤 긴 리뷰지만 주로 새로운 요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보니 여기서 다뤄지지 않은 더 많은 군단의 요소들이 있지만, 이 이상의 정보는 관심이 있는 분들의 직접 경험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더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공식 사이트나 와우인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식 사이트: https://worldofwarcraft.com/ko-kr/

와우 인벤: http://wow.inven.co.kr/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603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우연히 카라잔을 추억할 일이 생겨 관련 해외 자료를 찾던 도중, 추억을 기록해 둔 한 블로그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개인 블로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평어로 옮겨보았습니다.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통해 원문을 확인해주세요.

 

https://maskofreason.wordpress.com/2012/11/30/memories-of-karazhan/

 

 


 

 

나는 와우(World of WarCraft)중독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사실, 구공온(Star Wars: The Old Republic)에 완전 빠져있는 건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제로스의 환상적인 세계를 모험했던 것도 몇 년이나 지났다. 내가 와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라잔이라는 레이드 던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MMO나 와우를 전혀 해본 적 없는 분들을 위해, 다른 것보다 카라잔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본다. 게임에는 그룹 모험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던전을 돌아다니는 것이고 달성하려면 아주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것들은 모험의 기본인 5인 던전부터 10, 20, 25인 심지어 40인에 달하는 더 큰 레이드 던전까지 각각의 풍미를 준다. 카라잔은 10인 던전이고, 즉 처음 나왔을 때는 10명을 데려가야 했다는 걸 의미한다. 대부분의 모험들처럼, 특정 캐릭터 레벨에 맞게 설계되어 있었다. 악마성을 탐험하고 마법사를 물리치기 위해 그룹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런 컴퓨터 게임의 조상 격인 “pen and paper dungeon”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모든 악당들은 컴퓨터가 진행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은 항상 똑 같은 방법으로 공격한다.

또한, 여러분은 매주 1회 마법사의 악마성을 털어올 수 있고, 마법사는 계속 다시 살아 돌아온다.

 

카라잔의 경우, (굉장히 성 같지만) 성이 아니라 탑이다. 그리고 악마 마법사는 몬스터 무리, 유령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다른 차원의 왕자만 뒤에 남기고 건물을 비웠다. 무찔러야 할 두 마리의 드래곤이 있는데, 하나는 거대한 푸른 용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태도를 가진 스켈레탈 드래곤이다. 하지만 몬스터나 그들이 떨어뜨릴 전리품 말고도 아주 많은 것들이 카라잔에 있다. 오페라도 있고! 거대 체스 경기도 있고! 매춘부들도 있다!

 

 

잠깐, 뭐라고? 그렇다, 카라잔에는 사창가가 있고, 거기 있는 어떤 여성(유령이나 서큐버스가 아니다)과도 잠자리에 들 수는 없지만, “고결의 여신이라는 아주 아이러니컬한 이름을 가진 위험한 부인을 데려올 수는 있다.

  

나는 왜 이곳을 각별하게 추억할까? 아마, 기본적으로는 실제로는 그게 얼마나 바보 같던 지와 상관없이 오래된 pen and paper 게임들을 각별하게 추억하는 사람들과 같은 이유일 거다. 카라잔은 클리어하기에 아주 거대한 던전이다. 평균적인 장비를 가진 적절한 레벨의 캐릭터는, 클리어에 약 6~8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반드시 한 번에 연이어 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 오랫동안 보스를 쓰러뜨렸다면, 한 주 동안은 그 지역에 몬스터 리스폰없이 다시 돌아와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은 언제나 하루에 전부 하거나 못해도 이틀 밤 만에 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카라잔을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설정이다. 탑은 오거와 유령들이 지키는 음산한 회색 협곡에 위치하고 있었다. 옆쪽에는 숨겨진 지역도 있지만,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성의 내부는 아주 화난 마구간지기와 똑같이 화난 그의 말이 있는 마구간과, 문지기 베르솔드를 만날 수 출입 지역이 있다. 1층에는 과거 악마 마법사의 집사인 모로스가 모든 물건을 깔끔하게 정돈해 둔 사랑스러운 식당이 있다. 그 집사도 여러분과 친구들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1층 바로 위는 하렘으로, 앞서 이야기한 20 피트짜리 강철 거인인 고결의 여신이 자신의 거대한 다리 사이로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탑을 탐험하다 보면, 도서관, 에셔(Escher. 기하학적인 작품의 화가)의 계단 미궁, 악마 마법사 아버지의 유령, 마력 로봇 큐레이터가 있는 박물관,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발코니에서 만날 수 있는 스켈레탈 드래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완전 재미있는 오페라 이벤트도 있다. 게임은 오즈의 마법사, 빨간 두건, 로미오와 줄리엣, 이 세 개의 오페라 중 하나를 랜덤하게 선택한다. 여러분은 그 오페라에 기반한 보스들과 싸우게 된다. 예를 들어 오즈의 마법사의 경우, 여러분은 양철 인간, 사자, 허수아비, 빨간 신발을 신고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여전사, 그리고 마침내 회오리바람을 다루는 마녀를 만나게 된다. 빨간 두건의 경우, 늑대로부터 도망쳐 살아남아야 하는 어린 소녀로 파티원 중 한 명을 변신시키는 거대 늑대와 싸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다른 세 막을 통해 두 연인과 그들의 반목하는 가족의 싸움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부분은, 여러분이 이 모든 걸 빛나는 스테이지 위에서 벌이는 동안, 유령 청중들이 관람하면서 싸움에서 살아남은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들 본 적 있는 오페라를 추측하는 걸 좋아했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 안에서 내기를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대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거나 다른 감정표현 하는 걸 좋아했다. 여러분이 이벤트에서 승리하면 관객들은 사라지고 홀은 적막한 공간으로 바뀌지만, 거기 있었던 시간 동안 진짜 관객이 있었던 것 같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위층에서 싸울 때, 여러분은 마침내 던전의 두 번째 이벤트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체스 게임이다. 이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여전히 매우 재미있다. 여러분은 체스 말을 직접 움직일 수 있고, 플레이어마다 다른 말을 집게 된다. 각 말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트 같은 말은 데미지 딜러이고, 비숍 같은 말은 힐러다. 체스 말처럼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에 왕을 죽이려면 말들의 능력을 알맞게 사용해야 한다. 그것들은 아주 쉽게 배치되어 있고, 정말로 필요한 건 적 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한 쌍의 데미지 딜러를 충분히 가깝게 두는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이건 지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한 번 이상은 지곤 했다. “체스를 엎는다!”는 말은 뭔가가 특히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최상층에서 찾을 수 있는 탑의 최종 보스는 다른 차원에서 온 악마였다. 가볍게 우리 그룹을 밟아버리는 놈은 필시 탑 전체에서 가장 힘든 전투이며, 여러분은 알맞은 장소에 서서 싸우지 않으면 그저 죽을 뿐일 것이다. 게다가 놈은 여러분의 머리 위에 거대 운석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진짜 멋진 녀석이다. 하지만 그는 영웅급 전리품을 잔뜩 떨어뜨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잡기 위해 매주 탑을 돌파하며 싸웠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보스들을 건너 뛰고 곧바로 왕자에게 갔다. 보스들을 전부 죽일 필요는 없이 왕자에게 바로 가는 길이 하나 있다. 두 마리의 드래곤 같은 선택적인 보스들이 있다. 그 덩치가 한 번 내려오면, 여러분은 작업을 마무리하고 보스들을 없앨 것이다. 이들도 몇몇 좋은 전리품을 떨어뜨리지만, 인사를 하러 갈 게 아니면 뒤로 돌아가 그들을 잡는 건 별로 일반적이지 않다.

  

카라잔을 재미있게 한 건 순수하게 도전과 복잡함이었고, 나는 그 안에 들어간 옛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스토리는 약간 혼란스럽고 게임과 기록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탑은 한 때 워크래프트 세계의 안티-간달프 같은 메디브의 집이었다. 탑은 많은 것들이 워크래프트의 이전 사건들로 불러들인다. 도서관에는 심지어 거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있다.

 

그리고 거꾸로 매달린 죄수들도 있다.

  

카라잔의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HotUDS는 개발자에게 버려진 proto 던전이었고, 잠긴 묘지 문 뒤에 숨겨져 있었다. 와우의 많은 것들처럼, 플레이어는 잠긴 문을 넘어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내부는 명백히 카라잔의 일부였을 것으로 보이지만 완성되지 않은 복잡하게 뻗어있는 던전이었다. 그 중에는 으스스한 물 속 시체가 있다.

 

 

진심이거 뭐지??

  

마침내 나는 카라잔을 졸업했다. 여기서 얻고자 했던 모든 전리품을 세 캐릭터들이 전부 얻었고, 우리 길드는 더 어렵고 큰 도전으로 옮겨갔다. 그래도 나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거길 다시 찾는 걸 좋아했다. 한 번은 새 확장팩이 나온 다음, 더 높은 레벨로 이미 더 좋은 장비를 차고 얼마나 빨리 클리어할 수 있나를 그저 확인하기 위해서 갔었는데, 그곳은 더 이상 우리 구역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던 주말 모험이 아니었다. 여러분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고, 카라잔을 다시 레이드할 수도 없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작년 말에 출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최신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에서는 "보물"이라는 새로운 야외 탐색 요소가 추가됐다.

야외 이동 도중 X자로 교차된 칼 표시나 은색 보관함처럼 생긴 표식이 미니맵에 표시되면, 그 곳에서 "보물"을 찾을 수 있다.

나는 탈 것을 이용한 비행이 금지된 드레노어이기 때문에 그리핀/와이번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땅 위를 달려 이동하다가 심심찮게 보물 또는 희귀 괴물을 만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단순 이동이지만 길찾기의 재미도 있고, 이처럼 숨겨진 무언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

아쉬란의 각 진영 도시에는 <고고학 조각> 이라는 꼬릿말이 달린 상인이 있는데, 드레노어의 각 지역별 보물 지도를 장당 100 골드에 판매하고 있다. 

< 아쉬란 호드 진영 도시 "전쟁의 창"에 머무는 고고학 조각 상인 스리카와 그가 판매하는 물건들 > 

 

그리고 구입한 보물 지도를 사용하면, 지도에 아래 그림처럼 엄청난 양의 보물 위치가 표시된다.

< 지도에 나타나는 은색 보관함 표식이 모두 보물의 위치 > 

 

이 중 며칠 전 플레이 도중 발견한 보물에 담긴 이야기가 무척 흥미를 자극해 잠깐 소개해보고자 한다.

서리바람 주둔지에서 마그나로크로 갈 일이 있어 이동하던 중, 마침 근처에 보물이 있길래 지나가다가 들러봤는데 웬 오크 사내가 시체로 쓰러져 있었다. 오크 사내의 시체를 뒤져보니 "모피 두른 두루마리" 라는 쪽지를 찾을 수 있었고,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모피 두른 두루마리의 내용 일부 > 

내용을 보니 연인 관계였던 두 남녀 오크가 서로에게 소중한 물건을 담아 쪽지를 주고 받은 것 같은데, 사내가 품에 안고 쓰러진 것은 상대방인 여성 오크가 쓴 쪽지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쪽지의 내용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부분.

"뼈로 길을 표시하겠습니다."

쓰러진 오크 사내 주변을 살펴보니 아래 그림처럼 생긴 화살표 모양의 뼈가 놓여있었다. 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보니 같은 모양의 뼈가 다음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렇게 뼈를 따라 계속 이동했다.

< 방향을 표시한 뼈 조각. 만약 쪽지를 읽어보지 않았다면 의미를 모른 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

 

뼈 조각을 따라 도착한 곳은 쪽지에 적힌대로 "벌판 너머 북쪽, 화산 뒤에 거대 괴수의 추락지를 굽어보는 장소" 였고, 한 젊은 여성 오크의 얼어붙은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 앉은 상태로 얼어 붙은 오크. R.I.P > 

 

오크 사내의 시체와 마찬가지로, 이 오크 여성의 시체에서도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젊은 여성 오크 시체에서 발견한 "모서리가 접힌 쪽지"의 내용 일부. 적대적인 두 부족 사이에서 사랑의 도피를 꾀했던 것으로 보인다. > 

 

내용과 상황을 종합해보면, 두 오크 연인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밀회를 하기 위해 쪽지를 주고 받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성 오크가 먼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면, 표시를 보고 따라온 남성 오크가 합류해 밀회에 성공하는 계획을 꿈꿨으리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남자는 도중에 사망하게 됐고 여성 오크는 약속 장소에서 불을 피우고 기다리다가 땔감이 다 해 불이 꺼지게 됐고, 그대로 동사한 것 같다.

그리고 쪽지와 함께 발견한 서로의 징표였던 "행운의 부적"과 "긴울음의 첫 송곳니"를 하나로 합치면, "이루어지지 않은 갈망의 부적"이라는 고급 목걸이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두 연인의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 이루어지지 않은 갈망의 부적. 최소 요구 레벨인 90 레벨 입장에서는 꽤 좋았을 법한 장비다. >

 

신선한 충격이었다. 악마와 영웅의 피와 살이 튀는 대서사시 속에 이처럼 애틋한 로맨스가 숨어있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그런 건 오리지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만 유효했고, 바쁘게 달려온 이후의 확장팩들에서는 없었을 거라고 속단했다.

물론 모든 보물들이 이 보물들처럼 짜임새있는 이야기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력 컨텐츠도 아닌 양념과 같은 보조 컨텐츠에서, 꽤 적절한 정도의 제작 비용으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게임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대형 개발사의 저력과 여유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가깝게는 게임 내 등장하는 각종 서적들의 존재부터 꼽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지간한 컨텐츠들을 경험해봤다고 생각해서 무료한 와우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 컨텐츠 덕분에 틈나는대로 가능한 많은 보물들을 찾아다녀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오랜 동안 잊고 있던, 하지만 와우에서 받았던 가장 큰 첫인상인 "모험"이라는 기대감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 무척 유쾌하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말에 메인 캐릭터 한 기가 100 레벨에 도달했고, 어제는 드디어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서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가로쉬 vs 스랄의 마시니마가 성장 구간 서사의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를 해볼까? 라고 마음을 먹어봤었는데 사실 아쉬란을 좀 맛봤다는 거 말곤 엔드 컨텐츠 쪽을 손도 안대서 본격적인 정리는 차일로 미루고, 약간의 감상을 이 글타래에 덧붙여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너뛰신 것으로 알고 있는(..) 판다리아의 안개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실험의 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실험의 결과물들이 이번 드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정리라기엔 그렇고, 언급?정도로 꺼내볼까 합니다.

1. 거점의 변화

와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구성을 매우 오랫동안 지속해왔습니다. 그 대도시가 아제로스에서 아웃랜드, 노스렌드, 아제로스, 판다리아로 그 때의 새로운 확장팩 주 무대에 맞게 옮겨갔을 뿐 "대도시에서 사람을 모은다"는 구조는 항상 같았습니다. (물론 드레노어에서도 아쉬란에 양 진영의 새로운 도시?가 추가되었지만 드군의 핵심인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란의 진영 도시는 상주하는 곳이 아닌 가끔 들르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주둔지라는 개인 공간으로 플레이어들을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주둔지에서 단지 "채팅 채널"을 통해 소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로서의 대도시가, 단지 그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이유와 "대도시"라는 컨텐츠의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MMO의 필연적 숙명과도 같은 "PC가 빠글거리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성능적인 부정적 경험"이 꽤 큰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둔지는 그 걸림돌을, 개인화 된 공간에서 공개 채팅을 통한 제한된 교류로 소통하고 필요할 때에만 서로의 주둔지에 방문해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리 각각의 주둔지 건물들이 대도시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 한 명의 주둔지는 건물 슬롯(소형/중형/대형으로 나뉜 건물을 지을 제한된 장소)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을 다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내 주둔지에 없는 건물의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두 가지로 극복할 수 있는데, 하나는 부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주둔지에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후자가 훨씬 용이하고요.

이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태양노래 농장을 통해 이미 실험된 바 있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된 위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개인 인스턴스 공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에서 채집하는 방식이 아닌, 한 곳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농작물. 바로 이러한 농장의 성격이 확장된 정규 컨텐츠가 주둔지라고 생각합니다.


2. 강화된 서사 연출 도구

이 글타래의 본문에서 Voosco 님이 지적하신 "임팩트와 임팩트 사이에 도무지 각인되지 않는 중간 이야기"라는 부분에 대해, 저는 와우의 기본이 되는 "퀘스트 시스템의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대체로 단순히 퀘스트 수락/완료 텍스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아니라 퀘스트 플레이 자체를 통해 플레이어가 경험하면서 기억한 것들이고,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향상된 연출 기법들(위상변화라거나, 리얼타임 컷씬이라거나, 마시니마라거나)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이중에서 "플레이 자체를 통한 경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탈라도르의 샤트라스 전투 이벤트와 나그란드의 가로쉬 전투 이벤트에 사용된 "네러티브 이벤트 시스템(가칭)"이 그것입니다.
이 네러티브 이벤트는 게임 화면 우측에 미니맵 아래 쪽에 나열되는 퀘스트 알리미들보다 위에, 퀘스트들과 구분된 다른 표시로 "1단계. ㅇㅇ하기, 2단계. ㅇㅇ하기"같은 진행 단계를 표시하면서 사건의 진행에 따른 상태의 변화와 다음 목표를 알려줍니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 시절 노스렌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NPC가 없어도 퀘스트가 완료되고 수락되는 시스템"이나, 위상변화를 통해 퀘스트NPC가 퀘스트를 처음 나한테 줬던 위치 말고 수행을 완료한 장소에 나타나 되돌아가는 동선을 없애는 방식들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어쩌면 이 네러티브 이벤트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벤트 시스템은 새로운 시스템이라기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시나리오"라고 불리던 애매한 컨텐츠를 개량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시나리오라는 것은 처음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바에 따르면 탱딜힐 클래스 구성에 얽메이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특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멋진 경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만,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시나리오는 그냥 탱커나 힐러 없이 3딜러로 깰 수 있는 가벼운 인스턴스 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I 키(지금은 Ctrl+I 키)로 열 수 있는 던전 도우미에 버젓이 던전/공격대 찾기와 함께 시나리오가 같은 분류로 배치되어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캐쥬얼 던전? 같은 형태였죠.
그런데 위에서 네러티브 이벤트라는 가칭을 붙인 드군의 서사 연출 도구가, 사실은 이 시나리오와 진행 방식과 인터페이스 표현이 90% 정도 동일합니다. 게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소개했던 문구와 굉장히 흡사하게, 정말로 "퀘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어느새 근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장"이라는 개념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판다리아의 시나리오는 "굳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결국 던전이었으니까 다른 던전들과 똑같이 플레이되길 희망했던 건가 싶습니다. 던전 업적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시나리오 업적들이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드군의 시나리오는 1회성입니다. 짧고 강렬한 단 한 번의 서사적 경험을 전달한다! 라는 본래의 의도를 이제야 알맞게 찾은 느낌입니다.


3. 일일퀘스트를 통한 서사 전달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는 정말 굉장히 실험적으로,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중간에 퀘스트를 딱 잘라버리고, 일일퀘스트와 평판 달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평판 수치에 도달하면 다시 퀘스트 라인을 재개해줘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플레이어들 불만도 엄청났고 이탈율 또한 엄청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와우는 퀘스트 쭉 하면서 만렙찍고 퀘스트 다 하면 다음 확장팩까지 쉬는 게임일테니까요. (웃음)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플레이타임을 "날짜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제작자 측의 굉장한 이점이자 플레이어 측의 굉장한 단점이 발생하는데요, 사실 저는 여기서 이 부분 보다는 좀 다른 쪽에 집중했었습니다.
바로 "일일퀘스트의 서사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저는 판다리아의 이 실험은 꽤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격변까지의 일일퀘스트는 전적으로, 원래는 노란색 일반 퀘스트를 다 하면 받을 수 없는 시스템 보상을 받게 해주는, 하루 한 번씩 부여되는 파란 일일 퀘스트로 "일당을 챙겨받는 노동"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데 판다리아의 저 실험은 그 노동에 서사적 당위성을 입혀서, "이방인인 너희가 우리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우리가 필요한 골치아픈 일들을 처리해주면 너네 하는 거 봐서 니가 해달라는 걸 알려주든지 말든지 할게"라면서 서사의 일부로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만렙 달성 이후에 "할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볼까?"라거나 "보스가 드롭하는 확률 보상이 아닌 내 노력으로 얻는 고정 보상을 얻자!"라면서 시작하는 평판 작업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드군에서는 판다리아에서의 일일퀘스트가 플레이어들에게 거부감을 주던 그 강제성을 배제하면서, 서사적인 사용은 취하는 꽤 영리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레노어의 위협 요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된다"라며 끊임 없이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일일 퀘스트의 목표들을 설정했고, 그 덕분에 세계의 위기감이라는 긴장을 성장 퀘스트 라인 종료 이후에도 계속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 단위의 일일 퀘스트와 공격대 단위의 일일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취향에 맞게 한 쪽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파란색 느낌표를 전부 제거해서 보상을 챙겨야 했던 그야말로 "일퀘의 노예"로 살던 예전의 방식보다,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게 하는 꽤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아쉬란의 공식 개발 노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영원의 섬 일일 퀘스트 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외 전장인 아쉬란을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 들도 있지만, 글을 짧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쓰다보니 이미 또 글이 길어진 것 같아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PvP / PvE 아이템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따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결론은, "판다리아의 안개가 와우 서비스 역사에서 전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라는 점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도전적인 실험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드군의 핵꿀잼이 가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8/4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2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나는 굴단 서버의 호드였기 때문에 통합전장군 중에 "징벌의 전장"에 속해 있었기에 전장에 가면 같은 전장군에 속한 다른 서버 형들(전장에서는 상호 호칭이 형이었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서버의 플레이어들과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신기했었고, 이제까지의 필드쟁이 아닌 공식 컨텐츠로서의 대규모 PvP를 처음으로 접해보던 것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흥분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왜그런지 몰랐는데, 어느 전장을 가나 "아즈샤라 서버" 형들은 무척이나 강했었다. 그리고 대체로 퉁명스러웠고 다른 호드들을 못마땅해했다.
지금에야 그게 용개(DrakeDog)의 여러가지 영향 때문에 만들어진 성격이라는 걸 알게됐지만.
특히나 소규모로 구성되고 전투 의존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은 전쟁노래협곡(노래방)의 깃발전에서는, 판금탱커 클래스가 아니더라도 "아즈형들이라면 기수를 할 수 있어"가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고, 실제로 마법사나 흑마법사처럼 방어력이 약한 천클래스도 기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아즈샤라 호드야 지금도 자긍심 높고 전투력 높으니 후략하기로 하고, 다른 인상적인 동네 형들이 있었다면, 역시 "노르간논 형제들"이 생각난다.
호칭에서부터 형들 아니고 형제들인 것이 큰 특징인데, 이들은 개인전력도 좋지만 조직력이 뛰어났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노르간논 서버는 당시 최고 수준의 정규 및 막 공격대를 운용하던 곳이었고, 그들이 전장을 뛰던건지 아니면 서버 문화가 그런건지 팀 단위로 동시 신청(지금은 안되지만)해서 아라시나 알터랙 전장에 자주 출몰했다.
덕분에 주위를 둘러봤을 때, "노르간논 멤버가 다섯 이상이라면 그 판은 승률이 90%에 육박한다"라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한 파티가 별동대처럼 적소에 나타나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개중에는 뛰어난 지휘관이 판 전체를 움직이기도 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처럼 "어느 서버 출신"이라는 태그가 플레이어 네러티브에서 유의미하게 동작할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경험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라는 게, 가상 공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더란 옛 이야기.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127


-----------------------------------------------------------------------------------------------------------------------------------------



어쩌다보니, 제가 이 포럼의 블리자드 빠돌이를 맡게 된 기분이 들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본론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전의 많은 게임들에서도 사용되어 왔던 방법이지만, MMORPG라는 "생활 터전"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옮겨오면서 일종의 현실 세계의 생활 패턴과 유사한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대표적으로 "낙하 데미지"를 이용한 "고지대의 위험 요소에 대한 인지"를 먼저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차원적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데미지를 입는 방식은 어때?"라는 발상에서 착안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상식적인 기획 수준에서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런 시스템이 있나보네" 정도로요.

그런데 레벨 디자인에서 생각보다 고저차를 이용한 지형들이 다수 존재하고, 낙하 데미지가 플레이어 캐릭터의 생명력 수치와는 관계없이 비율 타입으로 적용되고, 가끔 낙하 데미지를 유도하는 몬스터 AI까지 존재하다보니, "저속 낙하"와 같은 스킬이 상대적으로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높고 좁은 난간이 없는 이동 경로는 위험하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어, 플레이어가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게"만들었다는 점이 좋은 UX 요소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휴식 경험치"를 활용한 "여관의 활용"이라는 부분을 꼽아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하나만 쓰기 뭐해서 곁가지를 붙인 글이 되고 있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좀 쉬엄쉬엄 하게 유도할 수 없을까?" 라는 부분이, 게임 개발사 내적인 고민이었을지 아니면 외부의 요인 때문이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여튼 국내 여타 게임에서는 "피로도 시스템"을 차용해서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제한"하는데에 중점을 두고 있었지만, 와우는 이 부분에서 "쉬었던 만큼 보너스를 줄게"라는 부분으로 접근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상으로는 보너스지만, 그 보너스가 당연하게 느껴질만큼 풍족했기에, 보너스가 없는 것이 "상대적인 패널티"로만 느껴지게 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했구요.

시스템 상으로는 그것에 그쳤다면, "장기간 휴면 고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에 그쳤을지도 모르지만, 그 장소를 "여관에서 접속 종료한 시간 동안에만"으로 한정하자 이야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경험치 보너스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여관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여관에서는 게임종료와 접속종료가 즉시, 안전하게 이뤄지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전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접속 종료 지점"이라는 걸 신경쓰게 됐다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세계의 상식적으로, 필드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캐릭터는 개념상 "노숙을 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 그 부분을 "여관에 묵는" 것으로 옮겨주었다는 거죠.

그렇게 가급적 여관을 찾아 종료하는 것이 마치, 콘솔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를 찾아 저장하고 게임 종료"하는 것과 비슷한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습관화 시켜서, 만레벨이 되어 더이상 굳이 여관에서 종료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상태가 되도, 은연중에 여관을 찾게 만드는 심리적인 회귀장소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것 같고요.


UX적 관점에서, 플레이어에게 해당 게임을 특징적으로 기억되게 할 수 있는 어떠한 습관적인 장치들을 인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훌륭한 게임 디자인의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아래 포스팅은 GDF에 작성했던 내용을 옮긴 내용입니다.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viewtopic.php?f=14&t=86


-----------------------------------------------------------------------------------------------------------------------------------------



지난 주말에 밤잠 설쳐가며 10시간 넘게 와우 투기장을 달렸습니다.

물론 예전부터 함께 플레이하던 동료 힐러와 운좋게 접속 시간이 맞았던데다 처갓집에서 장모님이 아이를 봐주신 여러가지 천운(...)이 따라준 덕도 있겠지만, 포인트는 그 시간만큼 풀타임으로 즐길만한 "꺼리"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와우 투기장의 경우 레이팅을 달리는 상위 랭커가 아닌 경우에는, 대개 "점먹팀"이라고 불리는 주간 할당 PvP점수를 얻기 위한 최소 승점만 챙기는 플레이를 선택하게 됩니다. 본인의 레이팅에 따라 주간 획득량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레이팅을 올려서 얻는 보상 치고는 상한 증가치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레이팅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매번 팀을 새로 짜서 심해에서 쉽게쉽게 먹고 빠지겠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최근 패치에서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패치내용은 훨씬 전에도 공개했었지만 제가 난독이 있는 건지 그래프 없이 말로만 설명해서 그런 건지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엄청난 변화더군요.


5.2패치의 PvP 장비와 그 이후 계획: http://kr.battle.net/wow/ko/blog/9863323/

(현재는 본문에서 미래형으로 언급하는 5.3 패치까지 적용되어 있습니다.)


위 링크에서 아래쪽에 보시면 흰색으로 "시즌 중반 따라잡기"라는 부분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PvP 시즌 중반에 참여하게 되는 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장비획득이 크게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합니다. 시즌 처음부터 꾸준히 참여해온 플레이어의 노력을 깎아 내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동시에 시즌 시작부터 너무 큰 폭으로 편차가 벌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정복 점수 획득 상한선을 다음과 같은 공식을 기반으로 새롭게 적용할 예정입니다.


<시즌 주 회차> * 1000 - <시즌 총 획득 정복 점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플레이어 A는 시즌 10주차에 처음으로 PvP를 시작하여 해당 시즌 중 획득한 정복 점수가 없습니다. 주간 평점 점수 상한선이 기본보다 10,000점 더 높게 적용됩니다.

플레이어 B는 시즌 10주차까지 이미 정복 점수를 5,000점 획득했기 때문에 주간 평점 점수 상한선이 기본보다 5,000점 더 높게 적용됩니다.

플레이어 C는 시즌 초기부터 꾸준한 활동을 보이며 10주차까지 정복 점수를 10,000점 이상 획득했습니다. 기본적인 주간 평점 점수 상한선이 적용됩니다(이미 고급 장비를 많이 갖추었을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정복 점수를 해당 주간 획득 상한선까지 모두 채우게 될 경우 그 다음 주에는 기본적인 주간 평점 점수 상한선이 적용됩니다. 또 다시 몇 주간 PvP활동을 쉬게 되면 다시금 누적된 획득 상한선이 적용됩니다.



무슨말인고 하니, 결국 상한 증가량의 제한이 없이 매주 상한량을 증가시켜주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미리미리 매주 발생하는 상한치만큼씩 점수를 획득한 사람은, 매주 새로 부여되는 상한만큼씩만 포인트를 습득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쉬었다 하더라도 그간의 시간만큼 획득할 수 있는 양이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으므로, 언제든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개의 컨텐츠 소모 시간 통제 시스템의 경우, 일정 기간동안 정해진 량 만큼을 소모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면 그 기간 내에 정량을 채우지 못한 플레이어는 그 이후로도 영원히 그만큼의 컨텐츠를 소모할 수 없게 되므로, 꼬박꼬박 참여한 플레이어와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들 사이에는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절대 간극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링크된 본문에서도 말하다시피 리그의 다양한 플레이어 매칭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며, 개발사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즐겨주길 바라는 컨텐츠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와우에서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패치로, (주간 상한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일일 던전의 추가 보상이 "매일 1회씩" 제공되어 반드시 매일 접속해서 한 번씩 플레이 하도록 강제했던 것을, "매주 7회"로 제공해 일주일 동안 본인의 시간이 허락할 때 7번을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변경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패치는 게임이 플레이어의 시간을 지나치게 강제하던 것에서 어느정도의 통제권을 플레이어에게 위임했다는 데에서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주었습니다. "개발자가 제한하고 싶은 최대 상한을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플레이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한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마저도 최근에는 1일 1회 보너스 보상을 지급하고, 2회차 이상에서도 절반의 보상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습득량 상한은 "주간 상한"치로만 제한되고 있고요.

"한 주에 플레이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것을 컨텐츠 통제의 큰 틀로 제시한 것이죠.


위 PvP 점수 습득 변화는 지금까지 지켜오던 "한 주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기조를 지키면서, "시즌 내에 플레이 할 수 있는 최대 상한치"라는 개념으로 시간 단위가 크게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총량은 주 단위로 제공되니 "한 주의 상한"이라는 부분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컨텐츠의 전체 진도는 개발자가 정해주는 속도로만 진행되지만, 후발주자들은 열심히 달려오면 모두 어느정도 진도까지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은 일단 후발주자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면 선구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디메리트가 주어질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앞서 설명한 "미리미리 점수먹고 템맞춰서 상위 랭킹을 선점"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니까요.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투정보실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게임 내 각종 아이템이나 캐릭터 및 길드의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둔 일종의 WEB-DB
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저는 전투정보실을 통해 게임의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캐릭터정보에서 재미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3D 아바타 지원"입니다.
게임을 실행하지 않은 웹상태에서도 자신의 혹은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3D로 볼 수 있게 지원해주는
그야말로 '마비노기 홈페이지의 3D 아바타'와 동일한 기능인데요, 처음에는 단지 움직이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캐릭터들을 검색하다가 정말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캐릭터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출력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제 서브캐릭터 프리져비스 입니다.)

보통 위와 같이 기본자세로 서있고, 주변에 게임 내 캐릭터 장비 창과 동일한 아이템정보가 출력됩니다. 디케이셔스를 보다 강한 흑마법사로 만들기 위해 은둔고수들의 캐릭터 육성 방법과 사용 장비를 스캔해보고자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 엄청난 프로필을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아즈샤라 서버의 전설적인 월드 네임드유저 Drakedog(통칭 용개)의 다이내믹한 프로필을 보고야 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3D 아바타를 지원하면서, 특정 동작, 특정 각도의 캐릭터를 프로필 이미지로 저장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프리져비스도 질 수 없죠.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듯, 용개님의 멋진 프로필을 본 이상, 이왕이면 더 멋진 간지프로필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새로운 전투정보실 프로필.

< 최근 새로 입수한 어깨와 마스크를 강조한 초근접샷 >

이로써 저도 훌륭한 프로필 샷을 장만했군요. 뿌듯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 부끄러운 파템(파란색 등급의 고급아이템)과 저질 생명력/마나량은 어쩔......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펙트를못찍었어
< 동부 왕국의 현자 획득! >


침내 동부왕국의 현자까지 완수하고 말았습니다.

현자 업적 시 약간의 팁이라면 팁이랄 것은, 한쪽 지역에서만 업적 달성하려고 하면 완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령 오리지널 업적의 칼림도어와 동부왕국의 경우, 칼림도어에서 수락한 연계 퀘스트 중 4~7번째 연계 퀘스트가 동부왕국에서 이뤄진다거나, 칼림도어에서 수락/완료했는데 동부왕국 업적이 카운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지역의 현자 업적 진행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던전 퀘스트는 반드시 수행하자.
2. 다른지역으로 넘어가는 연계 퀘스트를 놓치지 말자.
3. 몬스터 제거 시 루팅은 필수! 아이템습득으로 시작하는 퀘스트가 쏠쏠하다.
4. 대도시에서 제공하는 퀘스트도 반드시 챙기자!
5. 반복퀘스트 대부분은 첫번째 한정으로 업적 카운트가 된다. 옷감기부를 챙기자!
6. 실리더스의 퀘스트 다수가 카운팅 되지 않으니 칼림도어 수행 시 주의!



그리고 현자질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따라오는 업적들을 얻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던전업적을 들 수 있겠습니다.

<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_< >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