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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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는 유명한 엔드 컨텐츠인 "전장"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승리 규칙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전장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알터랙 계곡(이하 알방)"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작년에 Rules of Play가 번역된 "게임 디자인 원론"이라는 책으로 소규모 세미나를 하던 와중에 "게임 이론" 이라는 부분을 공부할 때였는데요, 바로 그 게임 이론의 적절한 예시가 국내 알방의 전략 변화 흐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미나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했던 내용을 포럼에서 좀 더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임 이론

경제학에는 "게임 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내용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정리해볼 수 있는데요.

게임 이론: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이해당사자들의 전략을 분석하여 상호작용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론

사전적 정의라 매우 딱딱하니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둘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하게 되는 지를,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 지를 예측하는 이론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시로는 매우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이론의 한 예시일 뿐이고, 게임 이론을 찾아보면 그 형태와 유형에 따라 매우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궁금하신 분은 별도로 찾아보시면 재미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2. 와우의 전장

이미 MMOG에서 일반적인 컨텐츠라 다들 알고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와우의 전장 컨텐츠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정리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전장은 공통적으로 퍼시스턴트 필드가 아닌 별도의 인스턴스 존에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양 진영 플레이어들을 매칭 시켜서 진행하는 PvP 컨텐츠입니다.
각 전장은 슈터 장르가 가진 모드들처럼 맵 마다 각각의 승리 규칙이 정해져 있고, 이긴 진영에게는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승리 보상 외에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중간 중간 발생하는 각종 이벤트들의 조건 달성 또는 PvP 컨텐츠인 만큼 상대 진영 플레이어를 처치했을 때마다 약간씩의 보상들을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획득한 전장 컨텐츠의 보상으로는, 강력한 PvP 장비를 얻을 수 있는데요, 결국 전장 컨텐츠를 플레이하는 첫 번째 목적은 PvP 장비의 획득이고, 두 번째는 각종 전장 관련 업적들의 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전장 플레이 자체의 즐거움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알터랙 계곡
 

 

알터랙 계곡은 인스턴스 전장 중 가장 대규모인 40 vs 40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입니다.
참여 인원에 비례해서, 실제 지역 자체도 굉장히 거대하게 만들어져 있고요.
그리고 이 지역의 컨셉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마치 미식축구? 럭비? 처럼 전선을 상대 진영 쪽으로 밀어내면서 하나씩 하나씩 거점들을 점령해나가는 거대한 전쟁 서사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판단을 생략한 간략한 정석 진행 흐름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앙에서 힘싸움 후 결과에 따라 가까운 탑 공격/방어
2) 거점을 중심으로 단계별 전진/후퇴하며 전선 이동
3) 전선을 유지하며 상대방 시체를 루팅해 입수한 재료를 본진에 반납
4) 특정 단계의 반납 퀘를 달성하면 지원 사격이 시작되고 전선 변화
5) 최종 반납인 궁극 지원 소환 후 적진까지 진격
6) 적 수장(사령관) 처치 후 승리


하지만 전장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부터, 알방 외에도 전쟁노래협곡, 아라시 분지까지 총 세 개의 전장이 공개되었고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재미를 제공하고는 있었지만 위의 2. 와우의 전장 에서 정리한 것처럼 장비 획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제공되다 보니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보상 효율을 계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큰 규모만큼이나 막대한 플레이 타임이 소요되는 알방은 심지어 한 게임이 1박 2일 동안 유지되는 일이 종종 발생할 정도로 가성비 면에서 최악으로 평가되게 되었습니다.
다만 초기의 와우 PvP 장비는 각 전장별로 승리 보상을 나눠두고 모든 전장의 일정 이상 승리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든 싫든 알방을 해야만 하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4. 첫 번째 전략 변화 - 룰방

알방이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으면서, 정작 시간 대비 습득 보상의 효율은 굉장히 낮은 것에 불만이었던 양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담합을 시도하게 됩니다.
진영이나 종족이 다르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와우의 특성상 직접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제의 정신 지배를 이용한 감정 표현을 통해서, 또는 게임 바깥 커뮤니티 창구를 통해서 암묵적인 게임의 룰을 정하게 되고 그 규칙은 대강 이렇습니다.

1) 중앙 힘싸움을 생략
2) 중앙과 가까운 중보스(부대장)를 나눠가짐
3) 탑과 무덤도 모두 맞바꿈
4) 수장을 누가 먼저 죽이나 타임 어택으로 경쟁

룰방이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알방의 위상은 180도 돌변하게 됩니다.
본디 대규모 전장이었던 덕분에 다른 두 전장에 비해 보상의 가치가 높게 책정된 알방이었는데, 룰방으로 빠르게 달리니 세 전장 중에 거꾸로 가장 빠르게 끝나는 전장이 되면서 가성비가 정점으로 치솟게 된 것입니다. 각 전장별 보상을 채우고 난 다음 어디든 상관 없이 획득할 수 있는 명예 점수를 모으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의 전장 플레이어들이 알방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굉장히 많은 숫자의 검투사 의복 세트가 보급되었고 알방에서 달성한 검투사 세트를 입은 사람들을 일컬어 "알투사"라고 부르던 시절도 있었을 정도 였으니까요. 사태가 어느 정도였냐면, 가끔씩 GM 들이 알방에 들어와 "룰방을 하면 모두 부정/악용 플레이어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엄포한다는 소문도 돌 정도 였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요.


5. 두 번째 전략 변화 - 룰 브레이크

사실 룰방은 약간 불공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비대칭적 레벨디자인 덕분에 시작 지점에서 적 수장 까지의 얼라이언스 진영 동선이 미묘하게 짧아 타임 어택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직접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호드가 강세인 북미 서버의 상황에 맞춰 얼라이언스에게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주기 위해 패치된 내용이라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얼라이언스는 진영 인구 비율 때문에 전장 컨텐츠에서 유리한 지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레벨디자인 상 실질적인 이득까지 얻게되면서 승리의 부익부 빈인빈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인구비에 따른 얼라이언스의 이점:
 
전장 컨텐츠는 진영 대 진영의 전투가 기본 컨셉이기 때문에 같은 인원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들을 매칭시키는 것을 규칙으로 한다.
하지만 불타는 성전 확장팩에서 와우 내 최고 미형의 캐릭터인 블러드엘프 종족이 호드 진영에 추가됨에 따라 호드의 전체 인구가 얼라이언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호드는 얼라이언스에 비해 훨씬 더 긴 전장 대기 시간을 갖게 되었고, 이는 얼라이언스의 빠른 전장 컨텐츠 보상 획득이라는 실질적인 이득으로 귀결된다.

간단한 예시) 호드가 10 명이고 얼라이언스가 2 명일 때, 2:2 컨텐츠에 진영 별 매칭을 진행하면 호드 10 명이 한 번 씩 매칭될 동안 얼라이언스는 다섯 번 매칭되게 된다. Profit!

 

처음과 달리 룰방은 양 진영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드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인식이 호드 진영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패배 보상을 받더라도(판다리아의 안개 까지의 와우 전장은 패배 시 승리 전용 추가 보상은 받을 수 없지만 소량의 보상을 획득) 빨리 끝나니까 손해는 아니라는 의견과 양립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전략이 바로 "룰 브레이크"입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룰방처럼 전원 수장 방으로 달리는 얼라이언스를 방해해 수장 처치 시간을 늦추고, 그 틈에 호드는 빠르게 얼라이언스의 수장을 처치하는 그야말로 배신의 전략입니다.
게임 초반에는 얼라이언스가 의심하지 않도록 룰방처럼 행동하다가, 얼라이언스가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 전투를 시작할 때 소수의 방어 담당 호드 플레이어가 개입해 직접적으로 전투를 방해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탱커나 힐러 같은 공략에 핵심이 되는 얼라이언스 플레이어를 처치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수장NPC가 탱커를 죽이게 만든다거나, 공포나 밀쳐내기 등으로 탱커를 건물 밖으로 밀어내 전투를 초기화 시켜 수장NPC의 HP를 100%로 만드는 등 얼라이언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빡침이 밀려올 법한 일들을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라이언스가 이 같은 수장 테러에 대처하는 법이 갖춰지자 호드는 다른 방법을 물색하게 됩니다.

알터랙 계곡의 경비탑:

알방에는 각 진영 소속의 경비탑이 4 개 씩 배치되어 있는데 경비탑과 쌍을 이루는 전투사령관이 수장 방에 배치되어 있다. 전투사령관은 자기 자신도 꽤 강한 NPC이기도 하지만, 아군의 공격력과 생명력을 15%씩 높여주는 버프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따라서 4 명의 전투사령관이 모두 살아있을 때 수장의 능력치는 기본+60%가 되기 때문에 경비탑을 파괴해 전투사령관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경비탑 중 두 개는 야외에, 두 개는 본진 수장방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경비탑은 아라시 분지의 거점 전과 비슷하게 긴 캐스팅으로 깃발을 작동시켜 진영을 변경시키고, 그 상태로 4 분이 경과하면 소유권이 변경되면서 파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점과 마찬가지로 방어의 개념이 있기 때문에 진영 변경 대기 상태에서 이전 진영의 플레이어가 깃발을 작동시키면 대기 시간 없이 원복된다.

이같은 알방의 특성을 이용해서, 호드는 본진의 경비탑 2 개를 은신 클래스로 구성된 별동대를 파견해 지속적으로 복구시키게 됩니다. 경비탑이 파괴되지 않으면 전투사령관이 남아있어 수장은 강력해지고, 강력한 수장을 그대로 공략하는 건 당시의 플레이어 능력치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수장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경비탑의 파괴가 선행되야 합니다. 그리고 호드의 지속적인 경비탑 복구는 수장 공략 시간의 지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도 룰방이 효율이 좋지!"라던 호드들조차 조금씩 "테러는 승리의 공식!"이라는 인식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호드 진영 전체에 알방의 테러=승리 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울었던 승리의 불균형도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6. 세 번째 전략 변화 - 공멸(共滅)

사실 얼라이언스 진영 플레이어들도 일찌감치 호드의 룰브레이킹을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가끔씩 보복성 맞불 테러를 자행하는 일도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빈도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얼라이언스가 룰 브레이킹에 미온하게 대응한 이유는 실질적인 체감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진영 불균형으로 인한 얼라이언스의 매칭 이점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얼라이언스는 매칭 대기 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습니다. 따라서 룰방 당시의 호드 플레이어들이 그랬듯, 빨리 지고 패배 보상 먹고 다시 다음 방을 가면 되기 때문에 굳이 긴 시간을 들여 테러에 대응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방이 테러 방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 방이 룰방일 수도 있는 거고, 룰방이 아니더라도 또 그 다음 방에 빨리 들어가면 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호드의 룰 브레이킹 빈도가 높아지자, 얼라이언스들도 연속된 패배의 리트라이가 달갑잖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룰방이 사라지다시피 한 시점까지 다다르자, 얼라이언스는 결국 맞대응을 선택하게 됩니다.
얼라이언스는 빠른 매칭으로 보상 습득을 더 빨리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호드 진영보다 PvP 장비의 등급이 더 높은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작정하고 맞부딪히면, 사실 호드 입장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매우 오랜 시간 룰방이 지속되어 왔고, 그 뒤에 호드의 테러가 유행처럼 지나가고 난 뒤였기 때문에 사실 정석적인 알방의 전략 싸움이란 태초부터 1박 2일 동안 알방을 플레이하던 와재(...)나 와석(...) 들이나 겨우 기억을 할까 말까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특별한 우회 전략 없이 순수하게 맵 전체에 전선을 형성하며 힘싸움으로 부딪히기 일쑤였고, 덕분에 호드 진영에서 "테러를 했는데도 졌다."는 의견들이 나타나거나, 양 진영 공통적으로 "알토방이 되살아났다"는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알토방: 알터랙 계곡의 토나오게 오래 걸리는 방의 약어)

 

7. 네 번째 전략 변화 - 룰방의 귀환

무의미한 알토방의 재림으로 수많은 알투사들이 고통받기 시작하자, 양 진영에서는 룰방을 되살리자는 협상의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승패는 나중의 문제고, 한 번의 게임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수확하는 방식으로 조금 개선된 규칙이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알터랙 전장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게 되었는데 바로 전체 게임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것입니다.

군사력:

0) 군사력이 0이 되면 패배
1) 양 진영에 600 씩 지급 (최대)
2) 플레이어 사망 시 1 감소
3) 경비탑 파괴 시 80 감소
4) 부대장 사망 시 100 감소
5) 사령관 사망 시 0이 됨
6) 광산 점령 시 30초 마다 1 증가

 

양 진영은 태초의 룰방에 가깝게 부대장을 교환하고 경비탑을 두 개씩 교환한 다음, 전과 다르게 룰 브레이킹의 본진 경비탑 싸움을 룰의 일부로 흡수해 누가 더 빨리 경비탑을 파괴하고 수장 처치에 성공하는 지의 타임 어택으로 새로운 룰을 협상합니다. 덕분에 여전히 최대한의 보상 포인트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지형의 불평등도 은신클래스의 탑복구, 탑테러로 극복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협상이 결렬되서 토방 양상으로 치닫게 되더라도, 이미 부대장과 경비탑 2 개의 파괴로 260 점의 군사력이 서로 감소해 340 킬만 서로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게 되어 최소한 "토방"은 만들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8. 전략의 순환 고리

군사력의 도입 이후에도, 사실 룰방 - 룰 브레이크 - 공멸의 전략 변화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구 불균형으로 인한 근본적인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호드는 매칭이 느리기 때문에 한 번 매칭됐을 때 최대한 승리를 획득하고 싶은 심리가 강합니다. 그래서 룰 브레이크를 승리 전략으로 선택하기 쉽습니다. 룰 브레이크는 다시 상대 진영의 보복을 부르고, 공멸 구도로 흘러가게 되고요. 공멸에 지친 양 진영을 다시금 협상을 제안하게 되는 끊이지 않는 순환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같은 알방의 흐름은 마치 게임 이론의 여러 가지 내용 중,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와 매우 유사합니다. 일반적인 죄수의 딜레마가 상대방의 선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반복 가능한 죄수의 딜레마는 이전 선택을 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에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반복 가능한 게임에서는 팃 포 탯(tit for tat)이라고 불리는 필승의 전략이 있습니다. 이는 AI 대전에서 실제로 필승의 전략으로 검증된 이론으로서 다음과 같은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팃 포 탯:

1) 처음 만난 상대와는 무조건 협력한다.
2)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과 똑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 배신하면 복수한다.
- 협력을 요청하면 응한다.

 

팃 포 탯의 관점에서 바라본 알방의 전략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처음엔 일단 룰방을 한다. (협력)
2) 룰 브레이킹이 일어난다. (배신)
3) 공멸의 맞불을 놓는다. (복수)
4) 다시 협상하고 룰방을 재개한다. (협력)

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협력이 완전한 공평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얼라이언스 쪽에게 조금씩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부분과, 게임의 바깥에서 인구비로 인한 불평등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언제나 배신은 호드의 몫이고 따라서 팃포탯에 의해 항상 불리한 결과를 안게 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제법 어렵게 느껴지는 이론들도, 실제 일상에서의 사례들을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선택들이, 거시적으로 게임 이론을 증명하고 있는 알방의 사례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재미있으면서, 또한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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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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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제 마비노기 듀얼 플레이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하루 한 번 접속해서 각종 보상 등을 챙긴다.
2) 카드샵을 둘러보고 사려는 부스트의 제한이 되는 미션을 "하급"으로 깬다.
3) 부스트를 깐다.
4) 하루의 턴을 넘긴다.



스토리 깨고 나서 아레나를 안 도니까 할 게 전혀 없습니다... orz
이는 예전에 하스스톤 글타래에서도 적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카드 게임의 경우 주로 쓰는 덱이 안정화에 접어들면 추가적인 덱 연구 없이 덱 하나로 게임 전체를 플레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카드 또는 전략 또는 덱에 대한 열망이 별로 없고, 있는 카드로 뭔갈 하는 것에만 골몰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에서 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아래의 것들이 존재합니다.

1) 스토리 모드
마비노기 듀얼의 스토리 모드는 앞서 말한 가이드의 역할과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주면서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자기 자신의 덱이 아니기 때문에 위의 동기를 제공하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2) 미션
상대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션 보상이 굉장히 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상량만 봐도 그런 느낌인데, 스테미너 요구량을 함께 비교해보면 더더욱 짜다고 생각되요. 그래서 오늘의 미션이든 드래프트 미션이든 상위 미션들은 잘 안하게 되더군요. 위의 루틴에서도 썼다시피 부스터 팩 구입에 필요한 조건만 충족시키기 위해 해당 미션의 "하급" 만 클리어하게 됩니다.

3) 아레나
(명칭이 굉장히 혼란스럽긴 합니다만) 아레나 메뉴는 다시 일반전과 아레나로 구분되는데 일반전은 PvP 등급을 올릴 수 있고 아레나는 덱을 등록해 점수를 획득하고 랭킹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레나 속의 아레나는 메타 아레나인가!하는 뻘생각을 해봅니다.)
일반전은 현재 상한이 제한되는 건지 10급부터 1급까지 승급한 뒤 PvP 1단이 되면 더 이상 승점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10승을 하면 할 게 없어지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아레나는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아레나에 "참가 등록"한 덱 중 아레나에서 사용한 카드는 아레나에 "묶이게" 되고 다른 컨텐츠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는 가장 괜찮은 보상을 주는 컨텐츠가 아레나이다보니 주력으로 사용하는 덱을 아레나에 많이들 참가시키고 덕분에 주력 덱이 묶여버려서 다른 컨텐츠를 서브 덱으로 돌거나 심지어 렌탈 덱으로 돌거나 아예 플레이하지 않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물론 데브캣의 수장이신 나크 님께서 직접 "아레나에 등록한 덱으로도 일반전과 친구 대전을 할 수 있게 준비중이다"라고는 하셨지만 아직 패치되지 않아 여전히 이 부분은 미결 과제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아레나를 하지 않으면 딱히 할 게 없다보니 아레나에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리게 되고 어지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는 만족스러운 랭킹 보상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근거리 컨텐츠인 소울링크 승급전의 어뷰징이나 누가누가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지 경쟁하는 구도인 아레나의 현재 상태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덕분에 아레나에 묶이는 것도 싫고, 딱히 만족스러운 보상을 얻을 거라는 기대도 안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아예 아레나를 안하게 되더군요.

이런 관심의 식음을 느끼는 플레이어가 저를 포함한 일부 소수의 문제라면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아주 만약에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맞닥뜨린 상황이라면 마비노기 듀얼의 서비스가 겪게 될 어떤 큰 산 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듭니다.

아는 기자 님을 통해 공식 인터뷰에서 하스스톤 개발진에게 리텐션을 유도하는 장치가 미흡한 것 같은데 해결 방안으로 생각하는 게 있는 지를 물어 본 적이 있었는데, "카드 게임인데 리텐션이 왜 필요함?" 이라는 답변이 실린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스스톤이나 마비노기 듀얼이나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대결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보니 PvP가 메인이 되게 되지만, 당장 하스스톤만 하더라도 어느정도 등급의 벽에 부딪히고 나서 한참을 쉬다가 모험 모드라는 PvE 컨텐츠가 추가되고 나서 다시 흥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험 모드를 깨 나가는 진행 덕분에 그나마 지속적으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기도 했었고요.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리텐션과 관련된 장치가 카드 게임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물론 이건 굉장히 개인의 취향 문제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쪼록 머지 않은 시일에 게임을 시작했던 첫 주의 흥분을 마비노기 듀얼에서 다시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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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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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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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길에 마침내 스토리 모드를 완료했습니다.
짤막하게 스토리 모드에 대한 감상을 추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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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스토리 모드

일단 최고의 장점은 시나리오의 진행과 기능적인 학습을 적절하게 섞어낸 부분인데요, 이는 많은 학습 컨텐츠가 하고 싶어하던 게이미피케이션처럼 느껴집니다. 에듀테인먼트라거나 하는 이름으로 많이 시도되었떤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부분이 굉장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 모드는 시나리오 진행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진진하거든요.

컨텐츠의 성격으로 보면, 마비노기 듀얼의 스토리 모드는 하스스톤의 1인 모험 던전과 경험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드로우 없이 스테이지별 고정 덱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학습 효과는 훨씬 더 크다고 봐요.
각 판이 요구하는 "ㅇㅇ를 상대할 땐 ㅇㅇ를 사용하세요!" 등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쉽고 답을 찾았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게임의 규칙 상 매 판의 변수가 많지 않은 덕분에 승리와 패배의 요인이 명확하게 학습될 수 있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입장에서도 더 짜임새있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체감 난이도가 꽤 타이트 하다보니 한 번의 실수를 뒤집기가 꽤 어려운 느낌이 좀 있습니다.
매 선택이 딱딱 맞아떨어지면 수월하게 클리어하지만 실수하면 스노우볼링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뭐랄까.. 결과적으로는

"매 판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플레이어 본인에게 돌려주는 느낌이 듭니다."

단점이라면 운의 요소가 적어 잘 못하는 플레이어에겐 심리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정도일까요?
이 부분이 단지 스토리 모드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마비노기 듀얼이라는 게임 자체가 많이 어렵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시즌2가 몹시 기대됩니다.
시즌2 빨리 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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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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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약속드렸던대로 후속편을 위해 오늘도 타자를 두드리는 Zerasion 입니다.

1부는 제목만 거창하게 규칙 비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사실 시스템 나열 정도에 그쳐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글처럼 생각이 되긴 합니다만..
포럼의 좋은 점은 역시 위대한 선조..아니 선배들께서 스레드를 이어주실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안도감을 가지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책임)

먼저 본론에 앞서 간단한 분위기에 대한 감상을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음악을 포함한, 전체적인 분위기 >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의 음악은 무척이나 취향 저격입니다!
ESTi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박진배 님의 매력 터지는 BGM들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뮤직 플레이어로 쓸 목적으로 게임을 실행시키고 들고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쏙 듭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 구성과 조작 등의 미니멀라이즈를 추구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어우러져 "게임같지 않은 일반 기능성 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마비노기라는 IP가 가지고 있는 어떤 굴레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가볍고 밝고 신나는 것"이 마비노기 듀얼의 정서라는 걸 플레이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들을 보고 듣다보면, 반대로 "판타지 배경의 게임과 너무 동떨어진 화면과 음악이 이질적이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오늘 카드샵에 들어가보니 "듀얼 매거진"이라는 잡지 컨텐츠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발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예전에 마비노기 서비스 시절 "에린워커"라는 웹 매거진이 있던 것도 떠오르고, 위에서 이야기한 "일반 앱 같은 분위기" 덕분에 매거진이 실려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오늘 이야기하려고 했던 본론인 UI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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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비노기 듀얼의 UI 살펴보기

1) 덱 편집
덱 편집 메뉴에서는 내가 가진 카드들의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과 내 덱에 담거나 빼는 동작이 드래그로 이뤄져 꽤 직관적이라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편성 정보"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총 12 장 중에 지금 몇 장을 넣었는지, 편성된 자원의 종류는 어떤 것들인지, 자원 별 몇 장씩 편성했는지 등의 정보들이 인터페이스 단에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어가 편성한 카드들을 좌우로 넘겨보면서 직접 확인해야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쩌면 오프라인 TCG를 하는 플레이어가 자기 카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덱을 구성하는 느낌을 의도한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1부에서 "컴퓨터 게이밍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계가 대신해주는 계산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정보들은 편의 제공 차원에서 직접 표시해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드래프트 미션에서 덱을 구성하는 경우에는 자원이 3종을 초과했을 때 어떤 자원을 제거할 건 지 물어보고 있는데요, 이 때 내가 이 자원을 빼면 몇 장의 카드가 비게 되는 지는 알려주지만, 어떤 카드들에 영향을 주는 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드래프트 부분도 덱 편성 정보를 전달해주는 부분이 강화되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함께 담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고양이 상인의 교환
컨텐츠 자체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직접 카드를 교환할 친구들이 없어도 NPC가 "꽤 자주" 찾아와서 이런 저런 교환을 요구한다는 게 플레이어가 외롭다는 느낌도 덜 들고 게임에 특징적인 캐릭터가 생기면서 생동감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여러 장의 카드가 제안 목록에 포함되어 있을 때, 각 카드들을 전환하는 기능이 없고 직접 포개진 뒤쪽 카드들을 터치해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이를테면 왼쪽부터 A, B, C 라는 카드가 있을 때 A는 맨 앞에 있어 카드의 전면이 드러나지만 B나 C는 오른쪽 모서리면 노출되어 있어 누르는 영역 자체가 좁아집니다. 이 때 A를 터치해서 카드 보기를 하는 상태로 좌/우 스와이프로 B나 C의 카드 정보를 볼 수 있다면 훨씬 편리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카드 정보
마비노기 듀얼은 카드들이 담고 있는 정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습니다. 기본 구성인 이름, 일러스트, 설명과 전투 기능의 주 요소인 요구 자원량, 공격력과 체력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추가 정보들이 있었는데요.
방어도, 등급, 시대구분이라는 정보가 더 들어가 있습니다. 이처럼 제한된 카드의 영역 안에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는데 그렇다보니 카드를 처음 딱 봤을 때 어떤 부분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플레이어의 시선이 꽤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는데요,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요구 자원 표시
일단 대부분의 자원들이 카드의 테두리 색상과 아이콘 색상이 유사하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보호색처럼 작용해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자연 자원의 경우는 맨 처음 게임을 시작한 스토리모드 초반에 주로 만나는 카드인데 보호색 효과가 굉장해 처음엔 나뭇잎 표시를 아예 찾아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많은 숫자로 늘어나기 전까지는(아마도 카드에 직접 그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원 아이콘이 필요 개수만큼 카드에 그려지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를 보니 10 을 넘어가야 숫자로 표시하는 것 같았지만 보유 카드가 적어 경계값은 정확치 않습니다.
다만 똑같이 생긴 아이콘이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배치이다 보니 실제로는 5 개를 넘어가면서부터 몇 개인지 한 눈에 확인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가진 자원보다 요구 자원이 많을 때 부족한 부분을 카드 위에 "아이콘 x 숫자 필요"라는 메시지를 표시해 해결하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요구 자원량을 영웅이 보유한 자원처럼 숫자로 표시한다면 이 부분은 중복된 표현으로 생략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 표현 단계에서 자원이 부족한 경우는 이미 카드를 회색으로 비활성화 하고 있기 때문에 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되며, 다른 많은 게임의 문법을 따라 카드의 자원 숫자를 붉은 색으로 표현하면 정리가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원은 충분하지만 다른 조건들로 사용하지 못하는 카드들의 구분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에 MTG-PW나 하스스톤처럼 테두리 FX를 적용해 보다 직관적으로 "당신은 지금 이 카드를 낼 수 있어요!"라고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원은 충분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카드들은 그 이유를 카드 전면에 텍스트로 표시해주고 있지만, 글자의 굵기도 가늘고 컬러도 밝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편입니다. 카드를 내려고 할 때 중앙에 큰 메시지로 이유를 알려주거나 지금의 방식에서 폰트 가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공격력 표시
요구 자원과 마찬가지로, 처음 카드를 봤을 때(사실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에 잘 안띄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김새만 보고 부가적인 어떤 수치인 줄 알았는데 공격력이라서 굉장히 놀랐었는데요.
카드를 봤을 때 색상과 크기와 모양과 위치 때문에 체력이 가장 눈에 잘 띄고, 그 다음은 공격력이 아니라 방어력이 잘 보입니다. 공격력이 지금보다 더 잘 보이게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등급 표시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RPG 게임들의 표현과 유사한 "별" 표시로 카드들의 등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강탈... 아니 주목도 면에서 체력과 버금갈 정도로 시선을 잡아끕니다. 굉장히 크고 화려해서요.
물론 이 카드는 욜라 짱짱 좋은 카드입니다!라고 자랑하는 효과가 꼭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게 꼭 공간을 막대하게 할애해도 될 만큼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저는 아직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별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5 개를 하나로 합쳐서 다른 모양으로 표시하거나 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요구 자원 표시에서 제안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수만큼 숫자로 표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시대 표시
카드 이미지를 찾아보니 공식 명칭은 세트 이름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세트를 모았을 때 어떤 특별한 효과 같은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단계에서는 시대 표시가 카드에 꼭 들어가야할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4) 전장의 정보
여느 TCG들과 비슷한 점도 많지만, 규칙 자체가 꽤 독특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마비노기 듀얼에서는 전장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정보 파악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지금도 충분히 화려하고 타격감 좋고 아름답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명확한 정보의 전달이 좀 더 강조되었으면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턴 변경 표현
상대와 나의 턴이 전환되는 표현이 지금은 굉장히 스무스해서 잘 인지되지 않습니다. 성우 분의 안내 멘트와 행동력 표시를 멤도는 불꽃의 이동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턴과 턴 사이의 인터벌을 지금보다 좀 더 길게 가지거나 더 강조된 "누구 턴 입니다!" 같은 표현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발동까지 남은 시간
일부 카드들은 즉시 효과가 발동되지 않고 몇 턴 뒤에 효과가 발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보를 각각의 효과에 따라 "발사까지 2 턴" "접근까지 3턴" "다음 턴에 사용" 과 같이 문장으로 표시하고 있는데요. 위에서 카드를 낼 수 없는 이유를 표시하는 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글자들이 잘 안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라는 정보는 시계 아이콘이라는 익숙한 상징물이 있는데 굳이 각 상황별로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할 이유가 강하게 있는 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 주문의 영향 범위
적/아군이라고 대상이 직접 명시되지 않은 대부분의 주문들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진영의 라인 전체를 범위로 가지는 주문들이 많이 있는데요, 카드의 사용 조작에서 버튼/슬롯을 각각 터치하는 조작이라면 이슈가 덜하겠지만 카드를 직접 위치로 끌어 옮기는 경우에는 효과 범위를 더 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를 잡고 전장으로 끌고 갔을 때, 아직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아군 진영 위라면 아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적군 진영 위라면 적군 진영 5 개 슬롯 전체에 "이 부분에 효과를 줄거야!"라는 정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절대로 제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실수로 아군 진영에 파이어월을 사용해서 판을 날려먹은 경험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완전히 아닌 것도 아니고... 아무튼 중요합니다..! 흠흠!

여담입니다만, 하스스톤의 경우도 비슷한 조작 미스가 자주 발생합니다. 주문을 사용하려다가 취소하기 위해 다시 핸드로 끌어올 때, 손을 놓는 위치가 하필이면 내 영웅 위치라 주문도 날리고 영웅 생명력도 날리는 일이 꽤 자주 발생합니다.
그러고보니 이와 비슷하게, 핸드 왼쪽에서 전장으로 카드를 끌어 놓으려는 경우, (굉장히 희미해서 있는 줄 몰랐던) 뒤로 가기 버튼 위를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뒤로 가기 버튼이 눌려 흐름이 뚝뚝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카드를 드래그하는 중에는 뒤로 가기 버튼이 눌리지 않거나, 뒤로 가기 버튼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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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불만이 한보따리 그득한 것 같지만, 이게 다 애정이 있어서 ㄲ.. 가 아니라, 더 나은 게임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제안 같은 정리라고 봐주시면 무척 감사할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아직까지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라서, 게임의 규칙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해주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 이 같은 인터페이스들의 정돈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미 충분히 완성도도 높고 재미있지만, (여유가 되신다면) 이런 소소한 부분들까지 개선되어 보다 쾌적한 듀얼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대통령처럼 호흡이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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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F에 올렸던 글을 블로그로 옮깁니다.

GDF 원문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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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Zerasion 입니다.

어제 공개된 데브캣 스튜디오의 신작, "마비노기 듀얼"을 너무 재미있게 즐긴 나머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하는 마음에 출시 만 하루도 안 된 시점에 성급하게 타자를 두들겨 봅니다.

우선 접근하려는 방식은 제가 이해한 범위 내의 규칙에 대해서 매직 더 개더링(이하 MTG), 하스스톤, 그리고 마비노기 듀얼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이 세 게임 모두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MTG의 경우 특히 경험이 부족해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발견하시면 이 스레드를 통해 정정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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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사 게임과 규칙 비교하기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세 개임의 규칙들을 비교해 본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그래서 마비노기 듀얼은 어떤 효과를 얻었나"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승리 조건
유사 장르에서 게임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세 개임 모두 똑같은 조건을 승리 규칙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TCG에서 파생된 CCG의 경우에도 대부분 플레이어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카드 외 함락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특기할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2) 트레이드
아마도 TCG라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T(Trading)를 지킨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크게 "카드 게임"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하스스톤은 트레이딩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CCG(Collecting Card Game)으로 분류됩니다.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소울링크로 카드 교환을 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 게임을 나누는 부분에 대한 재미에 대해 가치를 크게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소모 자원
MTG의 덱에 구성할 수 있는 소모 자원의 종류 제한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 (눈물) 하스스톤에서는 이를 마나스톤이라는 단 한 가지의 자원으로 압축해 굉장히 파격적인 접근성을 제공했는데요, 마비노기 듀얼은 최대 세 종류의 자원을 같은 덱에 구성할 수 있게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깊이를 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부분은 자원에 대한 이해와 운용에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다수의 초반 플레이어들에겐 복잡한 요소로 여겨질 수 있고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무덤
하스스톤은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사용한 카드는 기본적으로 소멸하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간혹 일부 카드의 "부활 효과를 가진 주문"을 통해서만 죽은 하수인을 되살릴 수 있고요.
MTG는 기본적으로 물질계(..)의 카드를 쌓아놓고 하는 게임이며 명시적인 무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마음대로는 아니지만 무덤에서 카드들을 다시 가져오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여기서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계승한 것 뿐만 아니라 기본 시스템 안에 녹여내는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1의 행동력과 영웅의 체력 일부를 소모하는 대신 무덤의 모든 카드를 다시 손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이야기할 마비노기 듀얼만의 드로우(카드 뽑기) 없는 시스템과 최대 12 장으로 구성되는 덱의 제한 때문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이 끝나기 전에 손에 든 모든 카드를 사용하는 상황이 매우 많을 테니까요.

5) 방어력
하스스톤은 매우 여러모로 간단한 규칙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어력의 경우도 오직 영웅에게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방어력을 무시하고 직접 체력을 깎는 특정 공격 방식이 아니고서야 방어력 수치 1은 체력 1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이죠. 방어력이란 오직 체력보다 먼저 감소되는 개념이라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의 방어력은 생각보다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도무지 어떤 규칙으로 감소하는 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다른 플레이어의 공략을 보고서야 처음으로 이해했습니다.
[헝그리앱] 마비노기 듀얼 방어력과 체력의 관계에 대해서
방어력이 있어서 방어자에게 유리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지만, 그래서 몇의 공격을 맞았을 때 각각 얼마 얼마씩 깎이는 지, 그래서 더 압축해서 이걸 맞았을 때 이 소환수가 사는 지 죽는 지 판단하기가 초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6) 효과의 분류
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MTG에는 명시적으로 분류되는 효과 구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패시브 인스턴스 등의 스펠 제외) 하스스톤은 세 가지로 압축되어 명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전투의 함성/죽음의 메아리/미분류 가 바로 그것입니다.
전투의 함성은 하수인이 전장에 등장할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죽음의 메아리는 하수인이 죽을 때 1회 적용되는 효과. 미분류는 카드에 적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룹을 다시 다른 효과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죽음의 메아리를 가진 하수인이 등장할 때마다 공격력 1 증가 등)
하지만 MTG와 마비노기 듀얼은 딱히 시스템적으로 이를 구분지어 그룹화 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여기서 설명을 카드 가득히 상세하게 표현한 MTG의 경우에 비해 공간 제약이 심해 문장을 압축한 마비노기 듀얼의 효과 설명이 굉장히 애매하거나 부족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문장만 봤을 때 이 효과가 한시적인건지 지속적인건지 또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주는 지가 모호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하스스톤의 효과 분류 방식은 반대로 이야기해서, 게임이 가질 수 있는 효과의 종류를 제한하는 역기능이 되기도 합니다. (웃음)

주문이 발동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전장의 함성과 죽음의 메아리만 "분류"로 언급했지만, 사실 그 외에도 굵은 글씨로 써진 많은 종류의 효과들이 사전에 약속되고 정의된 형태로 표현을 "압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은신"이나 "천상의 보호막"같은 효과 또는 "도발"과 같은 효과들은 해당 효과 자체를 카드에 설명하지 않고 굵은 글씨로만 표시하면서, 카드 정보를 볼 때 "은신", "천상의 보호막", "도발" 등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카드 옆에 추가로 툴팁처럼 설명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카드의 주문 설명 칸의 공간을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스스톤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7) 턴과 페이즈
매직은 한 턴이 전투 선언, 공격자 선언, 방어자 선언, 전투 피해, 전투 종료 등 여러 개의 페이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가로로 놓는 탭 방식을 사용해서, 사용하지 않은(언탭) 카드는 비용만 충분하다면 한 턴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은 페이즈를 삭제하고 턴 내에서 비용 제한 내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두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한 턴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도 턴은 유지하고 페이즈를 삭제한 부분까지를 보면 하스스톤처럼 간소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행동력"이라는 강한 제약을 추가했습니다. 내 손에 카드도 충분하고 자원도 충분하더라도, 한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의 횟수는 아래에서 다룰 레벨에 따라 강하게 제약됩니다.

8) 소환수 중간 계산
MTG는 한 턴 안에 사망시키지 못한 소환수는 다음 턴에 모든 체력이 회복됩니다. 이는 전장 상황을 따로 적지 않는 이상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기억만으로는 제대로 게임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 때문일텐데요, 하스스톤과 마찬가지로 마비노기 듀얼도 소환수들의 중간 결과를 턴이 끝나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니 만큼, 기계가 인간의 계산을 대신해서 화면에 표시해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부분은 현대 게이머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튼튼한 원류가 되는 게임을 각색하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기존의 탄탄한 규칙을 흔드는 일이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감행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9) 되살리기
되살리기는 사실 위의 4) 무덤에서 무덤의 존재 여부만 언급하고 행동력을 소비해 모두 가져오는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 분리했지만 위에서 언급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10) 드로우(카드 뽑기)
일반 포커나 화투처럼 뒤집힌 카드를 뽑아 어떤 카드가 나오는 지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는 운의 요소를 MTG나 하스스톤은 그대로 따릅니다. 하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 같은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조절할 수 있도록 드로우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의 상황에 보다 전략적인 대응과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장점이 되지만, 반대로 선택 하나 하나의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게임이 굉장히 어려워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게임에 운이 개입하는 것은 잘하는 사람도 실력과 무관하게 승리에서 멀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잘 못하는 사람도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승패의 결과에 대한 플레이어의 책임이 다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만, 마비노기 듀얼은 이를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으로 두는 것 같습니다.

11) 자원 추가
자원을 추가하는 방법은 세 게임이 모두 다릅니다. MTG는 플레이어가 미리 덱에 포함시켜둔 대지 카드를 매 턴 마다 1장씩 사용해 자원을 축적해나가는 방식이고, 하스스톤은 아예 시스템이 정한 "턴 마다 최대 마나스톤 1 추가"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매 턴마다 자신이 보유한 모든 종류의 자원이 1씩 추가되는 것이 기본적인 자원 추가 방법이지만, 여기에 추가 자원 획득이라는 변수를 넣어 두었습니다. 턴 내에 행동할 수 있는 횟수인 행동력을 1 소비해서, 내가 사용하는 자원들 중 랜덤한 한 종류를 1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운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드로우를 제거한 방식과 꽤나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는데, 행동력 1의 가치가 굉장한 게임에서 그런 행동력을 소비하고 습득하는 자원이 랜덤하다는 부분은 꽤나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활용해 단일 자원 덱 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도 메타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꽤나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12) 기본 공격 대상
MTG의 소환수들은 특별히 방어자가 지정되지 않는 한 영웅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스스톤은 기본 공격 대상이라는 개념이 없이 아예 모든 대상을 수동으로 설정하며, 다만 상대편이 전장에 소환한 "도발" 효과를 가진 하수인이 있다면 반드시 이 대상을 먼저 처치해야만 하는 규칙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공격 대상을 결정합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마다 정해진 다섯 개의 슬롯(자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각 슬롯에 소환된 소환수는, 바로 앞 슬롯의 대상을 공격하게 됩니다. 앞 슬롯에 소환수가 있다면 그 소환수를, 빈 칸이라면 영웅을 공격하게 됩니다.
간혹 카드의 조건에 "ㅇㅇㅇ한 대상을 공격"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굉장히 명료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다른 카드 게임들과 달리 "판"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드 게임의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막지 않으면 영웅을 때리겠다"는 것은 MTG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3) 공격 방식
MTG와 하스스톤은 모두 동시 판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공격력이 2 이고 체력이 1 인 두 대상이 공격을 주고 받으면 둘 다 사망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공격자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공격력이 강한 대상을 앞에 두고 상대방의 공격을 저지하는 장기나 체스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력이 얼마가 됐든, 내 공격력이 적의 체력보다 크기만 하면 내 소환수의 사망 없이 적을 처치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의 성격을 다른 두 게임과 크게 가르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4) 레벨
게임 도중 레벨업한다는 점이 굉장히 DOTA like로 불리는 MOBA라는 장르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밖에서 플레이를 반복하면 직업별로 경험치를 누적하는 하스스톤의 레벨 개념이 아니라, 실제 대전 도중에 영웅이 레벨업을 하는 개념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의 효과가 굉장한데, 앞서 계속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한 턴 당 사용할 수 있는 행동력이 1씩 증가하고(레벨 = 행동력), 각각의 카드들이 영웅 레벨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위의 8) 소환수 중간 계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컴퓨터 게이밍이니 만큼 레벨업으로 변화된 카드들의 효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레벨업 하기 전에는 레벨업을 했을 때 어떤 변화들이 있을 지 플레이어가 사전에 파악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레벨업을 할 지 말 지를 선택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영웅의 레벨에 따른 카드의 성능 변화는 각 카드들을 확대한 상태에서 "도움말"을 보면 표시가 되긴 하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번거롭고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데다 그만큼 직관성도 떨어집니다.
물론 레벨업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하는 게 대체로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면 경험치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건지, 아니면 왜 자동으로 레벨업 시켜주지 않는 건지 등의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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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후에 UI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추가하려고 했지만, 이미 글의 양도 지나치게 길어졌고 점심 시간이 다해버려서 2부로 쪼개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의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Hard to Master"인 것은 확실히 알겠습니다만, "Easy to Learn"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SNS에서도 썼다시피, 가장 중요한 건 "재미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비노기 듀얼 정말 재밌네요...! 헉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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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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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헌터 4G를 하면서 신형 무기인 차지 엑스를 쓰는 중인데, 차지 엑스는 얼핏 보면 포터블 3rd의 신형 무기인 슬래시 엑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두 모드 사이의 균형이 깨진 느낌이 든다.  

슬래시 엑스는 도끼로 차지하고 검일 때 피해량도 공격 각도도 좋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검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 되고, 도끼일 때의 전용 액션들로 선택지 정도를 제공하는 느낌이다. 이는 쌍검의 귀인화가 어떻게든 귀인화가 되면 좋지만 귀인화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차지 엑스는 한손검과 방패 상태일 때만 차지할 수 있고 도끼일 땐 소모만 할 수 있고 차지를 할 수 없는데, 도끼의 특정 기술(A 또는 A+X)에서만 차지된 병을 소모한다. 그런데 그 특정 기술은 한손검 상태에서 특정 콤보를 통해 도끼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사용할 수 있어 도끼 단계를 유지하는 일이 별로 없다.  

게다가 차지된 힘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장전"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 장전은 한손검 상태에서밖에 할 수 없고, 위에서 말한 도끼 스킵 콤보도 장전 동작에서 이어지는 콤보가 있어 더더욱 도끼 상태를 유지할 일이 사라진다.  

도끼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한손검 상태보다 기본 피해량이 높고 공격 각도가 대검처럼 크게 종/횡 베기라 부위 파괴에 유리하다는 정도인데 피해량은 병 소모 기술이 훨씬 크고 공격 각도 또한 도끼와 유사해서 부위 파괴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도끼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도끼 모드의 단점인 "가드 불가"와 "기본 이동속도 느려짐"만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슬래시 엑스와는 다르다 슬래시 엑스와는!"이라는 느낌으로 굳이 "다르기 위한 다름"만들어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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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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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메인 캐릭터 한 기가 100 레벨에 도달했고, 어제는 드디어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서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가로쉬 vs 스랄의 마시니마가 성장 구간 서사의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를 해볼까? 라고 마음을 먹어봤었는데 사실 아쉬란을 좀 맛봤다는 거 말곤 엔드 컨텐츠 쪽을 손도 안대서 본격적인 정리는 차일로 미루고, 약간의 감상을 이 글타래에 덧붙여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너뛰신 것으로 알고 있는(..) 판다리아의 안개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실험의 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실험의 결과물들이 이번 드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정리라기엔 그렇고, 언급?정도로 꺼내볼까 합니다.

1. 거점의 변화

와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구성을 매우 오랫동안 지속해왔습니다. 그 대도시가 아제로스에서 아웃랜드, 노스렌드, 아제로스, 판다리아로 그 때의 새로운 확장팩 주 무대에 맞게 옮겨갔을 뿐 "대도시에서 사람을 모은다"는 구조는 항상 같았습니다. (물론 드레노어에서도 아쉬란에 양 진영의 새로운 도시?가 추가되었지만 드군의 핵심인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란의 진영 도시는 상주하는 곳이 아닌 가끔 들르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주둔지라는 개인 공간으로 플레이어들을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주둔지에서 단지 "채팅 채널"을 통해 소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로서의 대도시가, 단지 그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이유와 "대도시"라는 컨텐츠의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MMO의 필연적 숙명과도 같은 "PC가 빠글거리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성능적인 부정적 경험"이 꽤 큰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둔지는 그 걸림돌을, 개인화 된 공간에서 공개 채팅을 통한 제한된 교류로 소통하고 필요할 때에만 서로의 주둔지에 방문해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리 각각의 주둔지 건물들이 대도시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 한 명의 주둔지는 건물 슬롯(소형/중형/대형으로 나뉜 건물을 지을 제한된 장소)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을 다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내 주둔지에 없는 건물의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두 가지로 극복할 수 있는데, 하나는 부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주둔지에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후자가 훨씬 용이하고요.

이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태양노래 농장을 통해 이미 실험된 바 있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된 위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개인 인스턴스 공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에서 채집하는 방식이 아닌, 한 곳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농작물. 바로 이러한 농장의 성격이 확장된 정규 컨텐츠가 주둔지라고 생각합니다.


2. 강화된 서사 연출 도구

이 글타래의 본문에서 Voosco 님이 지적하신 "임팩트와 임팩트 사이에 도무지 각인되지 않는 중간 이야기"라는 부분에 대해, 저는 와우의 기본이 되는 "퀘스트 시스템의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대체로 단순히 퀘스트 수락/완료 텍스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아니라 퀘스트 플레이 자체를 통해 플레이어가 경험하면서 기억한 것들이고,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향상된 연출 기법들(위상변화라거나, 리얼타임 컷씬이라거나, 마시니마라거나)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이중에서 "플레이 자체를 통한 경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탈라도르의 샤트라스 전투 이벤트와 나그란드의 가로쉬 전투 이벤트에 사용된 "네러티브 이벤트 시스템(가칭)"이 그것입니다.
이 네러티브 이벤트는 게임 화면 우측에 미니맵 아래 쪽에 나열되는 퀘스트 알리미들보다 위에, 퀘스트들과 구분된 다른 표시로 "1단계. ㅇㅇ하기, 2단계. ㅇㅇ하기"같은 진행 단계를 표시하면서 사건의 진행에 따른 상태의 변화와 다음 목표를 알려줍니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 시절 노스렌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NPC가 없어도 퀘스트가 완료되고 수락되는 시스템"이나, 위상변화를 통해 퀘스트NPC가 퀘스트를 처음 나한테 줬던 위치 말고 수행을 완료한 장소에 나타나 되돌아가는 동선을 없애는 방식들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어쩌면 이 네러티브 이벤트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벤트 시스템은 새로운 시스템이라기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시나리오"라고 불리던 애매한 컨텐츠를 개량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시나리오라는 것은 처음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바에 따르면 탱딜힐 클래스 구성에 얽메이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특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멋진 경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만,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시나리오는 그냥 탱커나 힐러 없이 3딜러로 깰 수 있는 가벼운 인스턴스 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I 키(지금은 Ctrl+I 키)로 열 수 있는 던전 도우미에 버젓이 던전/공격대 찾기와 함께 시나리오가 같은 분류로 배치되어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캐쥬얼 던전? 같은 형태였죠.
그런데 위에서 네러티브 이벤트라는 가칭을 붙인 드군의 서사 연출 도구가, 사실은 이 시나리오와 진행 방식과 인터페이스 표현이 90% 정도 동일합니다. 게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소개했던 문구와 굉장히 흡사하게, 정말로 "퀘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어느새 근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장"이라는 개념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판다리아의 시나리오는 "굳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결국 던전이었으니까 다른 던전들과 똑같이 플레이되길 희망했던 건가 싶습니다. 던전 업적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시나리오 업적들이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드군의 시나리오는 1회성입니다. 짧고 강렬한 단 한 번의 서사적 경험을 전달한다! 라는 본래의 의도를 이제야 알맞게 찾은 느낌입니다.


3. 일일퀘스트를 통한 서사 전달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는 정말 굉장히 실험적으로,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중간에 퀘스트를 딱 잘라버리고, 일일퀘스트와 평판 달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평판 수치에 도달하면 다시 퀘스트 라인을 재개해줘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플레이어들 불만도 엄청났고 이탈율 또한 엄청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와우는 퀘스트 쭉 하면서 만렙찍고 퀘스트 다 하면 다음 확장팩까지 쉬는 게임일테니까요. (웃음)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플레이타임을 "날짜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제작자 측의 굉장한 이점이자 플레이어 측의 굉장한 단점이 발생하는데요, 사실 저는 여기서 이 부분 보다는 좀 다른 쪽에 집중했었습니다.
바로 "일일퀘스트의 서사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저는 판다리아의 이 실험은 꽤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격변까지의 일일퀘스트는 전적으로, 원래는 노란색 일반 퀘스트를 다 하면 받을 수 없는 시스템 보상을 받게 해주는, 하루 한 번씩 부여되는 파란 일일 퀘스트로 "일당을 챙겨받는 노동"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데 판다리아의 저 실험은 그 노동에 서사적 당위성을 입혀서, "이방인인 너희가 우리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우리가 필요한 골치아픈 일들을 처리해주면 너네 하는 거 봐서 니가 해달라는 걸 알려주든지 말든지 할게"라면서 서사의 일부로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만렙 달성 이후에 "할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볼까?"라거나 "보스가 드롭하는 확률 보상이 아닌 내 노력으로 얻는 고정 보상을 얻자!"라면서 시작하는 평판 작업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드군에서는 판다리아에서의 일일퀘스트가 플레이어들에게 거부감을 주던 그 강제성을 배제하면서, 서사적인 사용은 취하는 꽤 영리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레노어의 위협 요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된다"라며 끊임 없이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일일 퀘스트의 목표들을 설정했고, 그 덕분에 세계의 위기감이라는 긴장을 성장 퀘스트 라인 종료 이후에도 계속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 단위의 일일 퀘스트와 공격대 단위의 일일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취향에 맞게 한 쪽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파란색 느낌표를 전부 제거해서 보상을 챙겨야 했던 그야말로 "일퀘의 노예"로 살던 예전의 방식보다,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게 하는 꽤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아쉬란의 공식 개발 노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영원의 섬 일일 퀘스트 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외 전장인 아쉬란을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 들도 있지만, 글을 짧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쓰다보니 이미 또 글이 길어진 것 같아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PvP / PvE 아이템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따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결론은, "판다리아의 안개가 와우 서비스 역사에서 전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라는 점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도전적인 실험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드군의 핵꿀잼이 가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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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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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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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wow/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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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런치리스의 남자(점심을 거른다는 의미입니다...)인 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꿀 같은 아제로스 대탐험을 즐겼습니다.(와우했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감상을 SNS를 통해 이렇게 남겼습니다.

와우를 다시 하면서 느끼는 건, 와우의 퀘스트가 와우라이크들과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퀘스트 하나 하나의 설계가 아니라 그 퀘스트들을 통해 플레이어가 따라가는 지역 전체에 걸친 이야기 흐름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중요한 건 플레이어 서사였다.

 - 원문 링크: https://twitter.com/zerasion/status/529485062916427777

포럼의 다른 곳에서도 "플레이어 네러티브"라는 주제로 논의된 내용들이 있기도 하고, 사실 많은 네러티브 관련 게임 디자이너 분들께서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한 내용이라 이렇게 함축적으로만 적어도 그냥 적당히 리마인드 되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정리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사우 님의 권유가 있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또 재능 부족한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글로 전하는 일감, 퀘스트

사실 와우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하더라도, 텍스트를 이용한 서사 전달이라는 건 "MMORPG에서 서사 전달이라는 것 자체가 희박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르에서 그래왔듯, "긁 읽기"말고 다른 것들이 게임에서 더 중요해지면서, 플레이어들은 글 읽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또 긁 읽기 자체를 귀찮고 성가셔하게 되면서 더 이상 텍스트 전달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항상 내게 주어지는 일감"이라는 존재 역시 "MMORPG에서 할 일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에는 꽤나 효과적인 플레이 가이드 방식이었습니다만, 이 역시도 수 많은 포스트 와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퀘스트 = 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될만큼 비효과적인 컨텐츠가 되어 버렸고요.

그래서 포럼에 옮겨지기도 했던 해외의 사례 (와우의 퀘스트 서사는 죽었다)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이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한 컨텐츠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많은 분들이 이에 고개를 끄덕이셨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새로운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발매되기 전에 몸풀기 차원에서 와우에 복귀한 저조차도 와우를 오래 플레이한 탓도 있을 것이고, 와우라이크 게임들을 많이 봐 온 탓도 있을 것이고, 게다가 게임개발자로 MMORPG를 수 년간 개발해 온 탓도 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와우의 퀘스트 시스템이 무척이나 "뻔한 요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봤을 때, "이건 그냥 ㅇㅇ 잡아와라, ㅇㅇ 가져와라일 뿐이잖아? 전혀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물론, 와우를 어느 정도 플레이 한 소위 "와우저"라고 분류되는 플레이어들은 와우의 퀘스트는 결국 심부름일 뿐이라는 위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는 하지만, 기라성같던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퇴색해버린 기분이 들어 조금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2. 일감 + 일감 = ??

그런데 오늘 저레벨 얼라이언스로 동부내륙지 퀘스트 후반부를 플레이하던 도중 제법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수 년 간 와우를 하면서 수백 수천 개의 퀘스트를 클리어해왔고, 가급적 거의 모든 텍스트를 읽으면서 진행했음에도 모든 퀘스트를 다 기억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몇몇 퀘스트 시리즈들이 있었는데, 오늘 플레이했던 이 퀘스트 묶음과 기억에 남는 과거의 퀘스트 묶음들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 하나를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흐름" 입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 년이 다 된 와우의 퀘스트 하나 하나는, 찬찬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정말 특이할 게 없는 평범한 "그냥  퀘스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와우라이크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어쩌면 더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가진 퀘스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와우의 퀘스트를 10년 동안 찬양하고 있던 걸까요?
저는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흐름"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와우의 서사 구조는 1레벨부터 최고 레벨까지 한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디아블로와는 다르다는 거지요. 대신 이야기를 어떠한 단락별로 끊어서 구성하는데, 그 단위가 "지역"입니다. 예를 들어 듀로탄에서 플레이하던 흐름과 불모의 땅에서 플레이하던 흐름 사이에, 서사적인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그저 듀로탄의 처음과 끝이 한 단락이며, 다음 지역과의 연결은 불모의 땅에 아무개한테 가면 당신이 할 일이 좀 더 있을 거라는 "소개"의 정도에 그칠 뿐입니다.
대신, 지역 안에서의 흐름은 (물론 지역마다 또 퀘스트 디자이너의 역량 또는 습성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명확한 어떤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와우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전체를 인지하기 위해 처음과 끝을 알아차려야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플레이타임 기준 상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며칠 전에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단위의 크고 작음은 중요한 내용은 아니고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본론을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와우의 퀘스트 공식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감 + 일감 ≠ 2일감
일감 + 일감 = 이야기

와우라이크 게임들의 퀘스트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직전에 진행했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주거나 빌미를 제공한다거나 명분을 주는 일이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즉, 각 일감과 일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앞에서 해온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껴질 수 있고, "의미 없는 노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할 여지가 됩니다.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굉장히 뚜렷한 한 가지 이야기를 주제로 "마치 책을 앞 장부터 한 장씩 읽어가듯" 퀘스트 단위별로 이야기를 조금씩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어떤 "서사"의 한가운데 빠져들게 됩니다.
아마도 이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개의 퀘스트를 말이 되게 이으는 것"과 "한 개의 큰 스토리를 여러 단계로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은 미시적으로 낱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사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통일된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지 없는 지로 나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일을 하는 장소, 지역

시스템과 시스템, 컨텐츠와 컨텐츠, 시스템과 컨텐츠들이 서로 잘 맞물리는 것이 와우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은 많은 게이머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와우의 퀘스트는 그 중에서도 이런 맞물림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상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퀘스트 디자이너분들이 수백 개의 퀘스트를 그야말로 "찍어내다보면" 많이 놓치게 되는 것이, 다른 컨텐츠와의 연계성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디에 갖다 놔도 쓸 수 있는 범용적인 퀘스트 구조"를 제작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컨텐츠적으로는 반대로 "아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것"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아까 그거, 거기의 그거와는 다르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와우는 이를 "지역과의 강한 연계"로 멋지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레벨 디자이너 또는 레벨 아티스트들은 게임의 이야기에 맞으면서도 시각적, 그리고 경험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업무의 목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퀘스트 디자이너는 종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이미 만들어진 레벨에 어떻게든 맞는 이야기를 짜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와우의 지역별 메인 퀘스트 묶음은 처음부터 협업을 했다고 강하게 생각될만큼, "이야기에 필요한 환경 구성"이 아름다움 속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령 제가 오늘 점심 시간에 플레이 했던 동부내륙지의 얼라이언스 퀘스트 묶음의 경우, (물론 엄청 에픽한 서사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소소한 잡일(물론 그들은 당장 급하니 이것부터 해주세요라고 둘러대긴 했지만)부터 시작하긴 하지만 중반 이후로는 트롤들이 이 땅에 소환하려고 하는 강력한 영적 존재를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다보니 이와 관련된 주술과 관련된 소품들이 퀘스트 목표에 들어가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주술적 건물인 "사원"들이 지역 곳곳에 여러 개 배치되어야 합니다. 아마 단지 "퀘스트에 필요하니까 만들어주세요"라고 했다면 보통은 거절당했을 것이고, 반대로 그냥 넣었다면 지역 구성이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크게 잃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설정에 서사적으로 어울리면서 퀘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 효과적인 구성을 아마도 레벨 디자이너와 퀘스트 디자이너와 레벨 아티스트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늘 날 게임 상에 나타난 것처럼 지역과 이야기가 잘 맞물릴 수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4. 퀘스트 묶음의 "소용돌이"화

글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 것 같아 요약을 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이토 준지 작가의 호러 만화 "소용돌이"를 알고 계신가요? 소용돌이는, 일본의 어느 외딴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알 수 없는 현상들이 마을 곳곳에서 일어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소용돌이가 되어 빨려들어가게 된다는 내용의 공포 만화 입니다. 제가 이토 준지 작가의 만화 중에서 유독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연관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알고보니 결국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낸다"라는 구조 때문입니다.
와우의 지역 퀘스트 묶음들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하는 건지 왜 시키는 건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잡일 같은 걸로 시작해서, 나중에 어떤 막중한 임무 같은 걸 받았을 때 아까 했던 잡일이 이 임무의 밑거름이 되는 그런 경험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소림사에 가면 왜 시키는 지 알 수 없는 허드렛일을 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노동들이 무공 수련을 돕고 있었다는 설정의 무협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와우의 인상적인 퀘스트 묶음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손에 꼽는 오리지널 얼라이언스 진영의 아버지와 아들 퀘스트나 윈저 경 호위 퀘스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호드라 그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다른 퀘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아마 많은 노스렌드의 영웅들이 기억하고 계실, "분노의 관문"과 관련된 포세이큰(언데드)의 역병 퀘스트 묶음입니다.


노스렌드에 막 도착한 70 레벨의 플레이어는, 시작점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언더시티에서 비행선을 타고 도착한 동쪽에서 시작하는 호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포세이큰의 역병" 퀘스트 묶음을 수행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포세이큰들이 이웃하게 도착한 얼라이언스와 분쟁을 벌인다거나, 노스렌드의 토착 생물들을 파악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야생 동물부터 드래곤이나 납치한 얼라이언스 포로, 심지어 같은 호드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병 제조에 박차를 가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열심히 노동한 결과들 덕분에 이뤄낸 성과고요. 그렇게 열심히 역병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후 포세이큰과는 동떨어진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역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역병은 잠시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죠.
그러다 마침내, 분노의 관문이라는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엄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분노의 관문 동영상 링크: http://www.youtube.com/watch?v=2oDAIJIL6H4

여기서 포세이큰이 등장하는 시점에, 역병 퀘스트를 수행했던 캐릭터들은 알아차리게 됩니다.
"아! 저거 내가 만든 역병이구나!"
이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서사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역병이 이렇게 멋지고 강렬하게 보이고 있어!"라는 기분이었죠.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게임 세계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와우라는 게임의 구조 상, 이야기에 의미있는 어떤 일을 플레이어가 해냈다는 느낌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줬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가 다시 길어졌지만, 결국 이것은 다른 문화컨텐츠에서 사용하는 "복선"과 유사한 매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리물에서 결과를 미리 알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복선도 "이것이 복선입니다!"라고 표시되면 굉장히 매력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처음 기반작업과 같은 일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으로 미래의 일을 암시하지 않는 것은 복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과거의 복선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때, 오히려 플레이어에게 더 큰 쾌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 대단히 길)게 와우의 퀘스트 구조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덕분에 쉬어가는 판다리아의 안개를 넘어 힘주어 자신있게 개발했다고 말하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또 어떤 지역과 이야기들로 이런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능력이 부족한 자의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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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볼만한 토픽:

[GDF] MMOG의 집단서사: http://gdf.inven.co.kr/t/mmog/67
[GDF] MMO의 연쇄 퀘스트는 죽었는가 http://gdf.inven.co.kr/t/mmo/498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

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p3p-vs-p4g/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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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GS(Tokyo Game Show, 동경게임쇼)를 겨냥한 듯한 한 티저 무비가 공개되어 많은 게임 팬들을 설레게 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페르소나5" 였습니다.

 

 

게이머들이라면 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어느덧 다섯 번째 편이 개발중인 이 페르소나 시리즈는 아틀러스 사의 유명 RPG인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 같은 작품입니다. 진여신전생은 꽤 무거운 주제와 배경으로 심도 있는 턴제 전투와 악마 수집을 기반한 정통 JRPG(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는 일본식 RPG) 장르입니다. 여기서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전투와 수집 시스템을 승계하고 밝은 배경과 동성 또는 이성의 동료들 사이의 감정선에 주목하도록 만든 작품이 바로 페르소나 시리즈 입니다.

저는 본편과 페르소나 시리즈 중에서 "진여신전생3 녹턴(이하 녹턴)", "페르소나3 포터블(이하 P3P)", "페르소나4 더 골든(이하 P4G)"의 세 작품을 플레이했으며 이 중 녹턴은 이런 저런 이유들로 클리어하지 못했지만 P3P와 P4G는 노멀 클리어까지는 달성했습니다. 그 중 P3P에서 P4G로 넘어가면서 변경된 게임 디자인 요소들이 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페르소나 신작이 공개도 되었으니 이참에 그 두 작품을 서로 비교해볼까 합니다.

 

 

 

 

 

※ 덧붙이기: 이 글은 페르소나라는 단일 타이틀에 대한 디자인 또는 재미 유발 부분에 대한 분석이 아닌 P3P와 P4G라는 두 작품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비교를 다룰 예정입니다. 따라서 페르소나가 어떤 게임인 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remarkablue 님의 블로그 글 "[PSP] 페르소나 3 포터블(http://blog.naver.com/bfdan/40107539990)" 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PS2판 페르소나3와 PSP판 페르소나3포터블이 어떻게 다른 지에 대한 부분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 진여신전생과 페르소나

 

앞서 소개하는 부분에서 페르소나 시리즈는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승계 작품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뿌리부터 정리하는 차원에서 게임 디자인 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아주 조금만 더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계승된 부분입니다. 시스템 상으로는 전투 규칙 전반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으며 컨텐츠 상으로는 등장하는 악마(몬스터 또는 동료)와 PC 또는 악마가 사용하는 스킬들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습니다.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커다란 두 요소가 전투와 커뮤니티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전투에 해당하는 요소들은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작과 다른 부분은,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들입니다. 심지어 장르마저 다릅니다. 거시적으로 RPG라고 묶을 수도 있겠지만 페르소나는 RPG라고 보기도 연애시뮬레이션이라고 보기도 애매한 중도적인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2. 페르소나의 재미

 

그렇다면 페르소나가 추구하는 재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페르소나라는 게임의 핵심은 "게임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청소년기의 불안한 자아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제목부터 페르소나라고 지었듯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마을에 전학 온 고교생 체험 놀이"라는 주제 자체가 페르소나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형식을 빌다"라는 부분을 위해 페르소나가 선택한 게임 요소로는 앞서 언급한 전투와 커뮤니티라는 두 개의 큰 요소가 존재하는데요, 먼저 각각의 요소들은 전투의 경우 턴제 JRPG의 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커뮤니티의 경우 연애시뮬레이션 장르의 정통을 계승하고 있어 각 요소들이 모두 심도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가지의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맞물리는 콜라보레이션이 페르소나라는 게임이 다른 게임들과 차별점을 두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P3P vs P4G: 게임 디자인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페르소나 시리즈의 정체성은 점점 고유한 색을 찾아갔고, 주제와 요소들은 단단해졌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페르소나의 재미를 구현하기 위해 P3P와 P4G는 각각 어떤 방법들을 선택했고 그 둘은 어떻게 다른 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게임 디자인 요소 입니다.

(1) 배경 마을

P3P에서는 전투 공간을 제외하면 모두 2차원 이미지로 된 공간에서 커서 포인터만 옮겨서 돌아다니고 행동을 취합니다. PSP의 아날로그 스틱(?)으로 포인터를 옮길 수 있으며 특정 버튼(아마도 X 버튼이었나)을 누른 채 이동하면 포인터를 아주 빠르게 옮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이미지 영역에 포인터가 위치하면 그에 해당하는 메뉴가 나타나 빠르게 포인터로 이미지를 훑다가도 행동 영역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마을 광장컷이 한 장의 그림으로 표시되고 포인터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지나가는 사람 위에 올려놓으면 화면 모퉁이에 "대화하기(O)" 메뉴가 나타나는 식입니다. 배경 그림은 스크롤 되기 때문에 반드시 한 화면 안에 표시해야 하는 사이즈의 제약은 없습니다.

반면 P4G에서는 비전투 공간까지 모두 3차원으로 모델링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이하 PC)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조작할 수 없는 단순 연출을 위한 공간까지도 모두 3차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3차원 공간의 퀄리티는 마치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 시절 초창기에 출시되던 여느 3D 게임들의 배경 수준에 그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게임의 분위기를 해친다고 생각마저 듭니다. PC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서 NPC들의 로밍 등을 통해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플레이어에게 현장감을 더 크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나?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의도로 보기엔 오히려 P3P의 방식보다 불필요한 이동 소요 시간도 길어지고 공간감도 오히려 해치는(그림보다 투박한 모델링이라서) 느낌이었기 때문에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최근에 remarkablue 님의 리뷰를 보고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본래 PS2의 페르소나3도 P4G처럼 3차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PSP의 사양에 맞춰 배경을 이미지화했던 것이기 때문에, PSP에서 비타로 기기가 업그레이드 되면서 본래의 3차원 공간을 그저 되살렸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환경 표현에 있어 정상급 기술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크라이 엔진을 사용했다고 하던데 그 결과가 P4G와 같다는 건 무척이나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전투 속성의 깊이

본래 P3P에서는 물리 속성이 참격, 타격, 관통의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동료 캐릭터들의 기본 공격 속성도 좀 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고, 악마들과 아군 페르소나들의 내성도 세분화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참격과 관통은 무효이며 타격은 반사하는 식으로 설정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P4G에서는 이같은 물리 속성이 "물리"라는 한 가지 속성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분명 전투 요소 간소화라는 좋은 방향이었다고 생각됩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P3P처럼 각각의 공격 타입에서는 참격과 타격과 관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점입니다. 분명 기술 아이콘은 참격/타격/관통이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 내성 시스템이 "물리무효/물리반사" 등으로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아무런 구분의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게다가 동료들의 기본 공격 속성에서도 참격/타격/관통이 구분된 것처럼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모두 똑같은 물리계였기 때문에 주된 특징이 상쇄되었고, 이를 기본 스킬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는 식의 서브 타입 차별화로 무마하려 했지만 P3P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역할에 최적화된 동료"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았습니다.

(3) 던전의 다양화

P3P의 던전 플레이는 타르타로스라고 불리는, 일반인들에게는 시계탑처럼 보이는 곳 내부를 끝없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스토리 상에서 등장하는 특수한 몇 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전투는 타르타로스에서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매번 층에 입장할 때마다 길이 매번 바뀌는 랜덤 던전 생성 방식을 사용하긴 했지만, 전투 공간이 항상 똑같다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단조로운 인상을 주고 쉽게 질리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난이도에서 중반 무렵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전투 패턴마저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전투의 지루함은 배가되게 됩니다.

반면에 P4G는 컨텐츠 구성을 풍성하게 하기 위해, 무척 다양한 테마의 던전을 여러 개로 구성합니다. 마을, 고성, 사우나, 비밀 군사 기지, 레트로 게임 던전(...), 천계(..;), 마계화된 마을(;;;;;) 등으로 무척이나 각양각색입니다. 그리고 P3P와 마찬가지로 각 층에 입장할 때마다 구성이 바뀌는 랜덤 생성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그리고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각 던전의 끝에서는 동료를 만나게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동료의 특징과 맞는 테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납득할만한 명분을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게임 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차 다음 단계의 던전이 개방되는 방식으로 컨텐츠 소비를 조절하고 있는데요, P3P의 경우 단일 던전이기 때문에 새로운 던전을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올라가는 길을 막아두었다가 해당 날짜가 되면 상층부를 단계별로 열어주는 방식으로 조절하고, P4G의 경우는 한 던전을 클리어한 뒤 해당 날짜가 되면 새 던전을 오픈해주는 방식으로 조절합니다. 양쪽 모두 이미 플레이했던 던전을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가능하며, 심지어 퀘스트 등으로 권장하기도 합니다.

(4) 전투의 강제성

P3P에서 동료를 만나는 방식은 전투와 관계 없이 특정한 날짜가 되면 강제 이벤트를 통해 진행됩니다. 스토리를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여유롭게 이벤트를 감상하면 됩니다. 반면에 직접적으로 플레이어가 개입해 자발적으로 동료를 찾아나선다거나 하는 느낌은 덜하게 됩니다. P3P에서 동료를 만나는 건 마치 지나가다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일종의 해프닝같은 느낌을 줍니다. 전투를 해야하는 당위성은 중간 중간 등장하는 허들 같은 이벤트 전투에서 승리하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이며, 이벤트 전투에서 패배하면 Game Over가 됩니다. 이벤트 전투에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PC 파티를 성장시켜두면 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압박감 등을 조장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P4G는 마을의 누군가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PC일행이 던전으로 찾아가 동료가 될 인물을 구출해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앞서 던전 부분에서 설명했듯이 던전의 플레이 목적 자체가 새로운 동료의 영입에 있으며 심지어 마감 기한이 있기 때문에 지정된 날까지 동료를 구해내지 못하면 게임 진행이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언제까지 이걸 해내야만 한다!"라는 조건 자체가 굉장한 압박감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방학숙제를 주는 모양새가 되어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줍니다. 페르소나는 도입부에서 설명드린대로 전투와 커뮤니티가 게임을 이루는 두 축이기 때문에 여타 고전적인 JRPG처럼 전투에만 모든 노력을 할애할 수 없고, 그 경우 재미가 많이 감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전투의 강도 높은 강제라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전투 컨텐츠 위주로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무척이나 곤란한 상황을 자주 불러옵니다.

다만 이같은 전투 강제를 위해 추가적으로 조치한 부분이 있다면 피로도 부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3P에서는 하루 동안 전투할 수 있는 권장 시간이 존재합니다. MO 또는 MMO 게임들에서 익히 보아온 피로도 시스템과 무척이나 유사한데요, 그 시간을 넘겨 타르타로스에서 전투를 지속하게 되면 PC가 "피로" 상태에 빠집니다. 피로 상태에 빠진 PC는 피로회복제를 마시지 않는 이상 며칠 동안 아무런 방과 후 이벤트를 플레이할 수 없게 되어 커뮤니티 관리에 지장을 초래합니다. P4G에서는 오퍼레이터가 "너무 무리하지 마"라고 알려주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로도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HP/MP 회복제만 충분하다면 처음 입장하자마자 클리어까지 주파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도 이를 활용해 새 던전이 열리면 최단 회수 안에 어떻게든 클리어를 먼저해놓고, 다음 던전이 열릴 때까지 여유롭게 커뮤니티 플레이를 하면서 진행했습니다. 마치 방학 시작과 동시에 숙제를 미리 다 끝내고 마음 편하게 방학 생활을 즐기는 패턴처럼요.

(5) 아이템의 처리

P3P에서는 비교적 무쓸모한 잡템이라는 존재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사용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아닌 경우, 무기 제련 재료이거나 퀘스트 아이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리고 새로운 아이템의 입수는 경찰서에서(..) 주기적으로 새 품목이 나오면 그걸 돈 주고 사서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간소하고 고전적인 아이템 처리 방식을 사용했다고 생각됩니다.

P4G에서는 도무지 어디에 쓰는 지 알 수 없는 무쓸모한 잡템이 대거 등장하게 됐는데요, 이 잡템들의 사용처는 다름 아닌 대장장이에게 주고 레시피를 얻는 것입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시간이 지났다고 상인이 갑자기 "새 물건이 들어왔어!"라면서 팔기 시작하는 대신, 새로운 던전에서 구해온 재료들을 통해 대장장이가 "이 재료라면 이런 걸 만들 수 있어!"라면서 레시피를 열어주는 식입니다. 이 부분이 묘하게 몬스터 헌터의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내 플레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컨텐츠가 추가되는 기분이라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6) 비동기식 간접 멀티플레이

P4G에서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이며 제목은 임의로 붙인 가칭이고요, 통칭 "헬프기능"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아틀러스 사의 이전 작품 "캐서린"을 보면, 온라인 연결 시 같은 선택지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 지 통계 그래프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P4G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예를 들면 휴일이라거나, 평일 방과 후 라거나)이 왔을 때 비타의 화면을 터치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이 순간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 지가 화면에 말풍선으로 표시됩니다. 이는 데몬즈 소울에서 구현한 혈흔과 메시지 같은 방식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간접적인 비동기식 멀티플레이와 몹시 흡사한 경험을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언제 어느 순간에 말풍선을 확인하더라도 "마리와 대화한다"가 1/4 쯤 항상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뭐지 이 마리성애자들은!"하고 생각했었는데, 클리어하고 났더니 초반에 마리 커뮤니티를 진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성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리라는 신 캐릭터 자체가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한 까닭도 분명 있을 테고요.

(7) 부가 컨텐츠

P3P의 부가 컨텐츠는 아르바이트 말고 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요소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P4G는 낚시, 곤충채집, 원예활동 등 제법 구색을 갖춘 미니 게임형 부가 컨텐츠들이 존재합니다. P3P에도 존재하던 영화보기와 같은 이벤트성 컨텐츠도 물론 존재하지만, 전투와 성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쓴 커피 마시기(스킬 카드를 얻는 용도)같은 요소도 존재하기 때문에 구석구석 꽤 다양한 컨텐츠가 마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이크를 타고 수 차례 돌아다니다보면 이동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추가되는 것도 꽤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되고요. 추측컨데 PSP와 비타라는 기기 자체의 성능 차이, 그리고 저장 매체의 용량 차이 때문에 비롯된 두 작품의 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 P3P vs P4G: 시나리오

 

시나리오 비중이 높은 게임인 만큼, 다른 게임 디자인 요소와는 별도로 두 작품의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을 가급적 스포일링 하지 않는 선에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페르소나의 사용

P3P에서는 주인공보다도 먼저 페르소나를 구사하는 전문 조직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페르소나 구사 가능자이기만 하면 비교적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인간형 캐릭터로는 PC가 홀로 전투에 참가하고 자기가 가진 다른 악마들을 동료로 소환해서 싸우던 진여신전생 시리즈와 달리 페르소나 시리즈는 시스템상으로 여러 인간형 동료들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며 동료들의 페르소나(진여신전생의 악마와 같은)가 고정되어 있고 교체가 되지 않아 대신 PC 자신이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소지하고 교체하면서 전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복수의 페르소나 사용자"라는 것을 PC가 갖는 다른 동료들과의 차별성이라고 시나리오에서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P3P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4G에서는 주인공이 가장 먼저 페르소나라는 능력에 눈을 뜹니다. 그리고 페르소나라는 주제를 좀 더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결지어 "내적갈등을 극복한 캐릭터는 페르소나를 얻는다"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P4G의 모든 동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내적 갈등을 가진 상태로 등장하는데요, 내적 갈등으로 인해 캐릭터별 던전의 테마가 구성되고 그 끝에선 PC 일행의 도움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페르소나를 얻어 새로운 동료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동료들의 페르소나 각성이라는 이야기를 좀 더 몰입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는 점은 P4G의 장점이라고 생각되지만, 반대로 주인공 본인의 페르소나 습득 경로와 복수의 페르소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은 게임 내에서 설명해주지도 않고 동료들이 전혀 언급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P3P에 비해 다소 아쉽다고 생각됩니다.

(2) 전투 배경

P3P에서 PC 일행이 전투를 벌이는 배경은 매일 자정 열리는 "시간의 틈"입니다. 시간의 틈이 열리면 페르소나 구사자와 쉐도(적) 그리고 쉐도에게 포획될 시민들만 깨어있는 상태로 돌아다닐 수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시민은 시간의 틈이 열릴 때 있던 곳에 세워진 관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시간의 틈이 열렸을 때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낮이나 저녁에는 사람들이 서 있던 장소에 관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틈에서 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깨어있는 일반 시민은 쉐도에게 사로잡혀 타르타로스(시계탑)에 갇히게 되는데 이 때 붙잡힌 것은 시민의 영혼과 같은 존재고 실제 육체는 시간의 틈이 열렸을 때의 장소에 남아 넋이 나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이를 "좀비화"라고 부르며 전국적으로 이상한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매스컴에서 기사화 합니다. 사실 시간의 틈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가 편해지는데요, 주인공 일행의 활약을 주변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점이라거나, 주인공 일행이 한참을 전투해도 실제 시간이 흐르지 않아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진 시간차를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 이 설정의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P4G에서 PC 일행이 전투를 벌이는 배경은 브라운관을 통해 입장하는 "TV 속 세계"입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시골 마을에서 비오는 날 자정에 TV를 보면 누군가 희미하게 보인다는 괴담을 통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안개낀 날 안테나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일련의 살인 사건이 어떤 연관점이 있다는 전개가 펼쳐지고, 사망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비오는 날 심야 TV에 나타난다는 것을 PC 일행이 알아차리면서 PC가 우연히 TV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P3P의 페르소나 구사자들은 선천적으로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설정이 배경에 깔려있었던 데 반해, P4G에서 어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인물들이 TV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사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 몰라서 안하는 건지가 명쾌하게 설명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PC 일행이 TV 속에 들어간 순간에도 현실 세계의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그 인물이 실종되는 것으로 처리됩니다. 실제로 사건 피해자들 또는 동료가 되는 인물들도 실종 사고가 먼저 벌어진다는 것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 그리고 TV를 통해 출입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위험성 등이 거칠게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P4G의 "TV 터널"이라는 개념이 우주 과학에서 "웜홀"로 이어지는 평행 우주의 존재와 거의 흡사한 개념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각각의 TV 브라운관과 연결된 통로가 TV 속 세상 곳곳에 있어서 같은 TV로 들어와야만 같은 장소로 들어올 수 있다는 설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TV라는 소재를 인터페이스 디자인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UI 디자인에 있어서만큼은 감각적이고 심미적인 부분도 훌륭하지만 네러티브 전달을 충실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디자인 요소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인게임 밖에서 다루는 OST, 특전 영상, 번외 퀴즈 게임 등과 같은 요소들을 본편 게임과 함께 "TV 편성표"로 표현했다는 점이 굉장히 멋지게 느껴집니다.

(3) 결말의 스케일

결말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스포일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네요. 그래도 최대한 덜 들춰내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P3P는 타츠미포트 아일랜드라는 특수시설같은 어떤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마치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 "소용돌이"처럼 각각의 요소가 커다란 흐름을 갖고 결말까지 이어지는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타츠미포트 아일랜드라는 배경과 중세로 치면 영주 쯤 될 법한 섬의 대부호 가문과 페르소나의 능력과 쉐도의 정체와 전투의 배경이 되는 타르타로스와 이야기 중후반 부에 동료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로봇의 존재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스케일로 결말이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우뚝 솟은 시계탑과 자정마다 열리는 타르타로스는 인간의 그릇된 욕심에서 만들어진 바벨탑을 상징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결말 부분에서 연결되게 되고요. 또한 PC와 가까운 주요 동료 캐릭터들에게 결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반전 요소들이 있어 캐릭터와 극의 전개가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P4G에서는 각각의 요소들과 결말로 흐르는 실제 이야기의 흐름과 다소 연결 고리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의 욕망을 다뤘던 P3P와는 달리, P4G에서는 어떤 한 인물의 그릇된 가치관과 사사로운 욕망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말부에 가서는 판타지 설정에서 쓰이는 대마왕 같은 절대적인 이계의 존재가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의 연결이 인과 관계를 갖고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원래 벌어질 일이었는데 마침 얘 때문에 지금 일어났다"는 다소 헤프닝에 가까운 전개로 이어지는데요. 반지의 제왕 세계에서 드워프들이 실수로 발록을 깨운 것처럼 인간의 실수로 절대적인 존재가 세상에 나타나는 P3P의 방식보다는 인과 부분에서 아쉽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를 뒤집는 어떤 반전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A인 줄 알았는데 B인가? B인 줄 알았는데 C인가? 아니면 범인이 누구지? 같은 인물에 대한 반전이 들어있어 사실 반전이라기보다는 탐정물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실제로 동료 중에 "탐정"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스케일과 인과 관계에 있어서는 P4G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신(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후반부의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엔딩의 분기가 존재합니다. 흔히 말하는 해피 엔딩/베드 엔딩 또는 진 엔딩과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5. 마치며

 

다 써놓고 돌아보니 "본격 P4G 까는 글"처럼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합니다만, 사실 P4G가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P3P를 기대했던 제게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구석이 있다는 것이고 P4G 자체는 정통 페르소나 시리즈의 최신작에 걸맞은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입니다. 고교 시절의 추억이 있거나 아니면 한국과 일본 만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학원물을 좋아하거나 턴제 전투와 수집을 좋아하는 JRPG의 팬이라면, 분명 많은 분들이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사실 P3P에서 P4G로 변화된 가장 큰 흐름은 "캐쥬얼화" 입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전개나 클래식한 전투 요소와 같은 여러모로 어둡고 다소 마이너 또는 매니악할 수 있던 P3P의 것들을 많이 덜어내고 축약하고 밝게 가꾼 모습이 P4G라고 생각됩니다. 매직 더 개더링 시리즈의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을 법하게 경량화한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과 디자인의 흐름을 같이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위에 쓰인 표현들 대부분이 객관적인 분석 보다는 제 경험을 추적한 감상적인 표현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은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성향과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둘을 모두 플레이해보지 못한 플레이어들에게 "아 두 게임은 이런 차이가 있구나" 정도의 정보를 줄 수 있다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혹시라도 아직 플레이 못 해보신 분들께 페르소나 시리즈를 꼭 한 번 플레이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야기를 맺을까 합니다.

그럼 모두들, Let's PERSONA!!


WRITTEN BY
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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