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메인 캐릭터 한 기가 100 레벨에 도달했고, 어제는 드디어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서사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가로쉬 vs 스랄의 마시니마가 성장 구간 서사의 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들(이하 드군)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를 해볼까? 라고 마음을 먹어봤었는데 사실 아쉬란을 좀 맛봤다는 거 말곤 엔드 컨텐츠 쪽을 손도 안대서 본격적인 정리는 차일로 미루고, 약간의 감상을 이 글타래에 덧붙여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건너뛰신 것으로 알고 있는(..) 판다리아의 안개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실험의 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실험의 결과물들이 이번 드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그것들을 정리라기엔 그렇고, 언급?정도로 꺼내볼까 합니다.

1. 거점의 변화

와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구성을 매우 오랫동안 지속해왔습니다. 그 대도시가 아제로스에서 아웃랜드, 노스렌드, 아제로스, 판다리아로 그 때의 새로운 확장팩 주 무대에 맞게 옮겨갔을 뿐 "대도시에서 사람을 모은다"는 구조는 항상 같았습니다. (물론 드레노어에서도 아쉬란에 양 진영의 새로운 도시?가 추가되었지만 드군의 핵심인 자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쉬란의 진영 도시는 상주하는 곳이 아닌 가끔 들르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주둔지라는 개인 공간으로 플레이어들을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주둔지에서 단지 "채팅 채널"을 통해 소통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의 접점을 만들기 위한 기능적인 장치로서의 대도시가, 단지 그 접점을 만들어주기 위한 이유와 "대도시"라는 컨텐츠의 분위기를 위해서라고 하기엔 MMO의 필연적 숙명과도 같은 "PC가 빠글거리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성능적인 부정적 경험"이 꽤 큰 걸림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둔지는 그 걸림돌을, 개인화 된 공간에서 공개 채팅을 통한 제한된 교류로 소통하고 필요할 때에만 서로의 주둔지에 방문해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무리 각각의 주둔지 건물들이 대도시의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 한 명의 주둔지는 건물 슬롯(소형/중형/대형으로 나뉜 건물을 지을 제한된 장소)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건물을 다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내 주둔지에 없는 건물의 기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두 가지로 극복할 수 있는데, 하나는 부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주둔지에 방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적으로 후자가 훨씬 용이하고요.

이같은 시스템의 변화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태양노래 농장을 통해 이미 실험된 바 있습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에 배치된 위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장하는 개인 인스턴스 공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에서 채집하는 방식이 아닌, 한 곳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농작물. 바로 이러한 농장의 성격이 확장된 정규 컨텐츠가 주둔지라고 생각합니다.


2. 강화된 서사 연출 도구

이 글타래의 본문에서 Voosco 님이 지적하신 "임팩트와 임팩트 사이에 도무지 각인되지 않는 중간 이야기"라는 부분에 대해, 저는 와우의 기본이 되는 "퀘스트 시스템의 텍스트를 통한 이야기 전달 방식"이 가지는 한계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대체로 단순히 퀘스트 수락/완료 텍스트를 통해 전달된 것이 아니라 퀘스트 플레이 자체를 통해 플레이어가 경험하면서 기억한 것들이고, 아니면 시간이 흐르면서 향상된 연출 기법들(위상변화라거나, 리얼타임 컷씬이라거나, 마시니마라거나)을 통해 전달된 것입니다.
이중에서 "플레이 자체를 통한 경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했는데, 대표적으로 탈라도르의 샤트라스 전투 이벤트와 나그란드의 가로쉬 전투 이벤트에 사용된 "네러티브 이벤트 시스템(가칭)"이 그것입니다.
이 네러티브 이벤트는 게임 화면 우측에 미니맵 아래 쪽에 나열되는 퀘스트 알리미들보다 위에, 퀘스트들과 구분된 다른 표시로 "1단계. ㅇㅇ하기, 2단계. ㅇㅇ하기"같은 진행 단계를 표시하면서 사건의 진행에 따른 상태의 변화와 다음 목표를 알려줍니다. 리치왕의 분노 확장팩 시절 노스렌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NPC가 없어도 퀘스트가 완료되고 수락되는 시스템"이나, 위상변화를 통해 퀘스트NPC가 퀘스트를 처음 나한테 줬던 위치 말고 수행을 완료한 장소에 나타나 되돌아가는 동선을 없애는 방식들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어쩌면 이 네러티브 이벤트의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벤트 시스템은 새로운 시스템이라기엔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시나리오"라고 불리던 애매한 컨텐츠를 개량한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시나리오라는 것은 처음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바에 따르면 탱딜힐 클래스 구성에 얽메이지 않고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특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멋진 경험을 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만,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시나리오는 그냥 탱커나 힐러 없이 3딜러로 깰 수 있는 가벼운 인스턴스 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I 키(지금은 Ctrl+I 키)로 열 수 있는 던전 도우미에 버젓이 던전/공격대 찾기와 함께 시나리오가 같은 분류로 배치되어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냥 캐쥬얼 던전? 같은 형태였죠.
그런데 위에서 네러티브 이벤트라는 가칭을 붙인 드군의 서사 연출 도구가, 사실은 이 시나리오와 진행 방식과 인터페이스 표현이 90% 정도 동일합니다. 게다가 처음 시나리오를 소개했던 문구와 굉장히 흡사하게, 정말로 "퀘스트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어느새 근처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장"이라는 개념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판다리아의 시나리오는 "굳이" 반복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결국 던전이었으니까 다른 던전들과 똑같이 플레이되길 희망했던 건가 싶습니다. 던전 업적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시나리오 업적들이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드군의 시나리오는 1회성입니다. 짧고 강렬한 단 한 번의 서사적 경험을 전달한다! 라는 본래의 의도를 이제야 알맞게 찾은 느낌입니다.


3. 일일퀘스트를 통한 서사 전달

판다리아의 안개에서는 정말 굉장히 실험적으로, 성장 구간 퀘스트 라인의 중간에 퀘스트를 딱 잘라버리고, 일일퀘스트와 평판 달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평판 수치에 도달하면 다시 퀘스트 라인을 재개해줘서 이야기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 때문에 플레이어들 불만도 엄청났고 이탈율 또한 엄청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와우는 퀘스트 쭉 하면서 만렙찍고 퀘스트 다 하면 다음 확장팩까지 쉬는 게임일테니까요. (웃음)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플레이타임을 "날짜 단위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제작자 측의 굉장한 이점이자 플레이어 측의 굉장한 단점이 발생하는데요, 사실 저는 여기서 이 부분 보다는 좀 다른 쪽에 집중했었습니다.
바로 "일일퀘스트의 서사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저는 판다리아의 이 실험은 꽤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격변까지의 일일퀘스트는 전적으로, 원래는 노란색 일반 퀘스트를 다 하면 받을 수 없는 시스템 보상을 받게 해주는, 하루 한 번씩 부여되는 파란 일일 퀘스트로 "일당을 챙겨받는 노동"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데 판다리아의 저 실험은 그 노동에 서사적 당위성을 입혀서, "이방인인 너희가 우리에게 얼마나 우호적인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우리가 필요한 골치아픈 일들을 처리해주면 너네 하는 거 봐서 니가 해달라는 걸 알려주든지 말든지 할게"라면서 서사의 일부로 녹여냈습니다. 그리고 만렙 달성 이후에 "할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볼까?"라거나 "보스가 드롭하는 확률 보상이 아닌 내 노력으로 얻는 고정 보상을 얻자!"라면서 시작하는 평판 작업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기여했습니다.

드군에서는 판다리아에서의 일일퀘스트가 플레이어들에게 거부감을 주던 그 강제성을 배제하면서, 서사적인 사용은 취하는 꽤 영리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드레노어의 위협 요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계속 된다"라며 끊임 없이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일일 퀘스트의 목표들을 설정했고, 그 덕분에 세계의 위기감이라는 긴장을 성장 퀘스트 라인 종료 이후에도 계속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 단위의 일일 퀘스트와 공격대 단위의 일일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취향에 맞게 한 쪽을 선택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파란색 느낌표를 전부 제거해서 보상을 챙겨야 했던 그야말로 "일퀘의 노예"로 살던 예전의 방식보다,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게 하는 꽤 멋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아쉬란의 공식 개발 노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영원의 섬 일일 퀘스트 지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외 전장인 아쉬란을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 들도 있지만, 글을 짧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쓰다보니 이미 또 글이 길어진 것 같아 많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PvP / PvE 아이템 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이는 따로 빼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결론은, "판다리아의 안개가 와우 서비스 역사에서 전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라는 점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도전적인 실험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드군의 핵꿀잼이 가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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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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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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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GDF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GDF 링크: http://gdf.inven.co.kr/t/topic/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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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기 때문에, 게임 속에 다양한 직업(클래스)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각 직업군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게임 바깥 세계에서 형성된 직업 중심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요즘은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협동 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던 중세 시대의 "길드"와 상당히 유사한 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와우의 여러 클래스 길드(게임의 길드 시스템 말고 앞서 설명한 협동 조합같은 그 길드) 중에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냥꾼 길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직업군들의 연합이 갖는 공통적인 활동으로는 대체로 효율적인 역할 수행에 대한 열띤 토론의 장으로 활용되는 것이겠지만, 그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
(물론 공상을 좀 더 펼쳐보자면, 마법사나 흑마법사의 경우는 다들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고 학회(..) 같은 곳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무척이나 직업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직업별 전용 퀘스트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명 높은 직업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직업군 모임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자주 일어났었죠. 대표적으로는 흑마법사의 소로스의 공포마 퀘스트를 꼽아볼 수 있겠네요. (무려 남들 다 타는 말을 타려는 데 엄청 힘겨운 던전 내 퀘스트를 연속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단지 그 "간지 폭발하는 흑마 전용 공포마"를 타기 위해서 말이죠!)

여기서 더 나아가 사냥꾼들은 그들 직업군만이 같는 고유의 "펫" 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더 끈끈하게 유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차적으로는 어떤 펫이 좋아요부터 시작해서 그 펫을 얻으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라는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물론이고, 월드 전역에 아주 희귀하게 등장하는 야수의 경우에는 재생성 주기까지 관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메이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냥꾼 길드의 희귀 야수 스케쥴 체크는 한 때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귀 야수를 동료로 테이밍하려는 사냥꾼들과 그 정보를 훔쳐 듣고(!) 희귀 몬스터 처치 업적을 하려는 타 직업군 간의 치열한 갈등 같은 것들도 야기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사실 저도 희귀 몬스터 처치할 때 야수들의 경우는 사냥꾼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추적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냥꾼 여러분..)

사냥꾼이라는 우리말로 옮겨진 이 직업의 영문명은 Hunter 입니다. 그리고 협동 조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Guild 이고요. 그래서 사냥꾼 협동 조합은 결국 Hunter Guild가 되는데, 이 단어는 콘솔 게이머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단어일 것입니다.
바로 몬스터헌터에서 플레이어인 헌터들이 소속된 단체이자 그들에게 일감을 전해주는 존재인 길드가 바로 헌터 길드이기 때문입니다.

몬스터 헌터에서 시나리오 라이터가 설정한 의도된 헌터 길드라는 존재의 성격과, 와우의 플레이어들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한 헌터 길드의 성격이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다는 점은 "사냥꾼(헌터)"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의 출발점이 서로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캡콤의 몬스터헌터 시나리오 라이터가 생각한 사냥꾼과,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스 디자이너가 생각한 사냥꾼과, 두 게임의 플레이어들이 생각한 사냥꾼은 결국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됐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이렇게 서로 같은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와우처럼 디자이너가 의도한 플레이를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 수행을 플레이어들이 게임 밖에서까지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두서없는 이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딱히 결론이랄 것은 없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냥꾼님들 스고이데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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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asion
디자이너의 의도는 플레이어의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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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플레이하고 있는 와우나 이브의 길드/콥과 같은 커뮤니티에는 어느정도 연세 있으신 중년무렵의 형님들이 포진하고 계신다.
그중 와우의 길드원 중에는 올해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50대의 큰형님이 계신데, 오늘 마침 큰형님이 꼭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아이템이 있어, 던젼에 같이 갈 길드원들을 모집하고 계셨다.
한가롭게 업적질이나 하고 있는 필자는 흔쾌히 '저 손이요'하고 손을 번쩍 들었으나, 이미 그 채팅을 입력하기도 전에 큰형님이 필자를 납치(파티초대)하셨다. 그리곤 최근 패치된 던전 즉석입장 시스템을 이용해 길드원끼리 5인이 모여 손쉽게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한창 몬스터들을 쓰러뜨려가며 진행하던 도중, 어떤 네임드 몬스터가 떨어뜨린 아이템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저씨의 최신 나이프"

직역인지 의역인지 모르겠지만, 아이템 접두어에 아저씨라니.. 게다가 첨단 유행...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필자는 득달같이 파티원들에게 농을 쳤다.

"이거 집는 사람은 아저씨!ㅋㅋ"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었고 필자는 단지 본인의 개그력이 부족함을 탓할 뿐이었다. 쳇, 재미가 없었나보군.
그리고 모든 인원들이 주사위를 던진 끝에, 31세의 한 파티원이 해당 아이템을 습득하게 되었고, 필자는 다시

"이제 형님도 아저씨 입성! ㅋㅋ"

라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그러자 주위 반응이 갑자기 냉담해지며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내용인 즉슨,

"여기 큰형님도 계신데, 나이 얘기는 좀.... ^^;;"

그자리에서는 일단 죄송하다며 사과를 드렸지만, 곰곰히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했다.

우선, 필자는 단 한번도 큰형님을 아저씨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는 멋지게 나이드는 방법 중 하나인,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젊은 기분으로 같은 게임을 즐기며 늙어가기'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미 큰형님의 마음은 청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째로, 20대 중후반의 필자도 아저씨 호칭에 거부감이 없는데(이미 PC방 알바하던 20대 초반에 초중고딩들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은 익숙하게 당하기도 했지만) 50대에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큰형님이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과연 기분이 나쁘실까?

그렇다면, 정작 아저씨 당사자인 큰형님 본인은 별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주위에서 괜히 쉬쉬하고 있으면, 그것이 더 기분나쁜 것이 아닐까? 그들이야말로 큰형님을 "아.저.씨."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치 얼굴이 곰보인 아저씨에게 곰보빵을 달라고 하지 못하고, 대머리 아저씨가 가발이 돌아갔는데 차마 가발이 돌아갔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쩔줄 모르고 쉬쉬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만약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라는 상황이라고 해석을 했다면, 설사 웃자고 한 아저씨 발언에 나이 지긋하신 큰형님이 심기 불편하시기라도 하실거라는 말인가? 그럼 그렇게 생각한 다른분들이야말로 큰형님의 인격을 깎아 내리고 있는게 아닌가?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좀 더 살아보면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심을 보여줄 수 없고, 예의라는 이름의 위선으로 엮여있는 '사회생활'이라는 노동은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매순간 벅찬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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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전투정보실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게임 내 각종 아이템이나 캐릭터 및 길드의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 만들어둔 일종의 WEB-DB
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저는 전투정보실을 통해 게임의 다양한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캐릭터정보에서 재미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3D 아바타 지원"입니다.
게임을 실행하지 않은 웹상태에서도 자신의 혹은 다른 사람의 캐릭터를 3D로 볼 수 있게 지원해주는
그야말로 '마비노기 홈페이지의 3D 아바타'와 동일한 기능인데요, 처음에는 단지 움직이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여러 캐릭터들을 검색하다가 정말 놀라운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캐릭터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출력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제 서브캐릭터 프리져비스 입니다.)

보통 위와 같이 기본자세로 서있고, 주변에 게임 내 캐릭터 장비 창과 동일한 아이템정보가 출력됩니다. 디케이셔스를 보다 강한 흑마법사로 만들기 위해 은둔고수들의 캐릭터 육성 방법과 사용 장비를 스캔해보고자 이런 저런 검색을 하다, 엄청난 프로필을 발견하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아즈샤라 서버의 전설적인 월드 네임드유저 Drakedog(통칭 용개)의 다이내믹한 프로필을 보고야 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3D 아바타를 지원하면서, 특정 동작, 특정 각도의 캐릭터를 프로필 이미지로 저장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프리져비스도 질 수 없죠.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듯, 용개님의 멋진 프로필을 본 이상, 이왕이면 더 멋진 간지프로필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새로운 전투정보실 프로필.

< 최근 새로 입수한 어깨와 마스크를 강조한 초근접샷 >

이로써 저도 훌륭한 프로필 샷을 장만했군요. 뿌듯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 부끄러운 파템(파란색 등급의 고급아이템)과 저질 생명력/마나량은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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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트를못찍었어
< 동부 왕국의 현자 획득! >


침내 동부왕국의 현자까지 완수하고 말았습니다.

현자 업적 시 약간의 팁이라면 팁이랄 것은, 한쪽 지역에서만 업적 달성하려고 하면 완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령 오리지널 업적의 칼림도어와 동부왕국의 경우, 칼림도어에서 수락한 연계 퀘스트 중 4~7번째 연계 퀘스트가 동부왕국에서 이뤄진다거나, 칼림도어에서 수락/완료했는데 동부왕국 업적이 카운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리지널 지역의 현자 업적 진행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던전 퀘스트는 반드시 수행하자.
2. 다른지역으로 넘어가는 연계 퀘스트를 놓치지 말자.
3. 몬스터 제거 시 루팅은 필수! 아이템습득으로 시작하는 퀘스트가 쏠쏠하다.
4. 대도시에서 제공하는 퀘스트도 반드시 챙기자!
5. 반복퀘스트 대부분은 첫번째 한정으로 업적 카운트가 된다. 옷감기부를 챙기자!
6. 실리더스의 퀘스트 다수가 카운팅 되지 않으니 칼림도어 수행 시 주의!



그리고 현자질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따라오는 업적들을 얻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던전업적을 들 수 있겠습니다.

<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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